TPA 척도는 관상성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소위 Type A Personality의 세 요인(조급함, 과몰입, 경쟁심)을 조작적으로 명명하려는 Jenkins, Rosenman과 Friedman(1967)의 연구에 기반하여 개발되었으나 정작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이후 Ben-Porath와 Sherwood(1993)에 의해 2개의 소척도가 제작되었고 이것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TPA1(조급함), TPA2(경쟁 욕구)입니다. 다른 척도와 상관을 확인해보니 TPA1 척도는 ANG2 척도와 높은 상관을 보여서 '뜨거운 분노'를 측정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고 TPA2 척도는 Ho 척도와 높은 상관을 보여서 '차가운 분노'를 측정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TPA1보다 TPA2에 속한 문항이 더 많기 때문에 TPA 척도는 ANG 척도보다는 더 차가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TPA는 Type A Personality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분노를 측정하는 척도이니 Ho 척도와 연관성만 살펴보면 되는걸까요?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우리나라 현장에서 TPA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사실 TPA 척도는 유의미 상승하는 경우가 별로 없으며 Ho 척도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척도입니다.
하지만 중독 문제가 있는 수검자의 경우에는 TPA 척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AP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여 행위 중독이 의심되는 경우 TPA는 행위 중독 진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고 중독에 의한 구체적인 문제 양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행위 중독인 도박 중독으로 인해 APS가 유의미 상승한 수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이 때,
TPA1(조급함) : 도박을 하고 싶어 참을 수 없는 상태인 금단 증상을 반영해서 상승할 수 있습니다.
TPA2(경쟁 욕구) : 카지노나 다른 플레이어를 이기고야 말겠다는 강한 승부욕을 반영해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TPA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는 경우는 별로 없기 때문에 평소에는 신경 쓸 필요 없음
* 중독 문제가 있는 수검자(특히 APS 척도 상승으로 행위 중독 문제가 의심될 경우)의 이해에는 중요함
* TPA1은 금단 증상의 유무를, TPA2는 강한 승부욕을 반영해서 상승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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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 성격 병리 척도는 1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높은 점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전에 계획된 도구적 공격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방어적이거나 반응적인 공격성을 충동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반사회적 의미의 공격성을 측정하는 것이죠.
MMPI-2 뿐 아니라 MMPI-A에서도 AGGR 성격 병리 척도가 상승하는 건 공세적이고(offensive), 도구적인(instrumental) 공격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척도에서 65T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는 청소년들은 폭행, 공격 등의 비행 행동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AGGR 척도는 Morey 등(1985)이 제작한 성격장애 척도 중에서 자기애성, 연극성, 반사회성 척도와 유의미한 상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들은 모두 TCI에서 자극추구기질이 높은 유형이죠. 특히 Wygant와 Sellbom(2012)에 따르면 AGGR 척도는 반사회성향과 강한 상관을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AGGR 성격 병리 척도는 일반적인 공격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척도인 ANG, TPA, Ho 척도와 상관이 유의미하지 않거나 매우 낮습니다. 즉, 공통 요인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따라서 AGGR 척도는 격렬한 분노보다는 우월감, 주도성, 가학성, 복수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잔인한 분노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AGGR 성격 병리 척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해석 전략을 제안합니다.
1. AGGR 척도의 단독 상승
: 타당도,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 모두 정상 수준으로 해석할 내용이 거의 없어 보일 때 AGGR 척도만 단독으로 65T 이상 상승했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건 반사회성 성격 장애입니다. 타당한 profile이고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심리적 불편감을 전혀 호소하지 않았다는 건 자아 동질적(ego syntonic)이라는 이야기이고 이는 성격 장애를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sign입니다. 실제로 TCI를 추가 실시해 보면 반사회성 성격 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2. AGGR 척도 이외의 다른 척도도 동반 상승
: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가 아닐 경우에도 AGGR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다른 척도도 함께 상승합니다. 해석의 포인트는 어떤 척도가 함께 상승하느냐가 아니라 AGGR 척도가 단독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입니다. 그러니까 반사회성 성격 장애가 아닌데 왜 AGGR 척도가 상승하냐인 것이죠. 이는 TCI 자극추구기질이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자유 분방' 하위차원이 1SD 이상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위에서 AGGR 척도가 ANG, Ho 척도와 상관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말씀드렸지만 AGGR 척도가 반사회성 성격 장애를 시사하지 않을 때는 ANG, Ho 척도도 함께 상승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과가 그저 분노 조절이 어려운 기질 상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당연히 자율성, 연대감도 낮아서 이러한 기질 상의 취약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 AGGR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AGGR이 DISC 성격 병리 척도와 동반 상승할 경우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이를 굉장히 병리적으로 해석하지만(PSYC 척도까지 상승하면 더더욱) 2번 해석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단지 자극추구기질의 상승(AGGR은 자유분방, DISC는 충동성)을 반영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여러가지 행동화 문제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요.
그러니 AGGR 척도만 단독 상승한 것이냐, 다른 척도와 동반 상승한 것이냐에 따라 다른 해석 전략을 적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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