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의 사례를 먼저 보시겠습니다.
발단 : 한 경마팬이 자신이 전화로 구매 신청을 한 9-5 마권(3만 원)이 발매 직원의 실수로 11-5 마권으로 발매가 되었고, 9-5 착순(10.5배당)이 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30만 원의 손해를 보았으니 30만 원을 내놓으라는 전화민원을 제기함.
구매확인 : 녹취된 전화 구매 과정을 분석한 결과, 초기에 9-5 마권 신청을 발매 직원이 11-5로 잘못 듣고 '복창' 단계에서 11-5 마권을 복창하였으나 경마팬이 맞다고 함. 마지막 '확인' 단계에서 "11-5 마권, 3만 원 맞습니까?"라고 재차 확인했을 때에도 그 경마팬은 맞다고 동의하였음.
유권 해석 : 증권 업계를 포함해 전화로 상품을 주문하는 모든 절차는 오지각에 의한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창'과 '확인'이라는 2단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복창'과 '확인' 단계 모두에서 구매자가 동의하였을 경우 잘못된 구매에 대한 판매자의 책임이 면책됨.
최종 판단 : 법적으로 배상을 위한 귀책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나 최초 고객의 주문을 잘못 인지한 직원의 잘못이 일부 인정되므로 민원실 직권으로 3만 원에 해당하는 상품권 증정(개인적으로 이것도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대처 방식임).
협상 과정 : 민원실 직원이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눈치를 채자마자 돌변. 직원의 설명은 전혀 듣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고성과 욕과 협박(애들을 풀어서 폭파시켜 버리겠다는..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으로 일관. -> 전화 판매 담당 책임자와 민원실, 기타 관련자들이 회의를 하는 사이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옴 -> 민원실에 들어서자마자 집기 던지고 공포 분위기 조성 -> 청원 경찰과 질서 유지 요원 배치한 가운데 협상 돌입 -> 직원의 설명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무조건 30만 원 안 주면 초상치를 준비나 하라며 막무가내임 -> 구매 실수를 한 직원이 개인 배상으로 1/3을 내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하였으나 역시 옷 벗을 기세로 귓등으로도 듣지 않음 -> 2시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결국 15만 원을 현금으로 제공하는 선에서 협상 마무리.
오늘의 교훈 :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역시 목소리 크고, 욕 잘하고, 협박 잘하는 사람이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음.
----------------------------------------------------------------------
제목의 Temper Tantrum은 자폐성 장애아와 같은 발달 장애의 특징을 기술할 때에는 '감정 격분'이라고 번역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생떼부리기", "GR발광"정도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백화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경우 그것을 얻기 위해 아이들이 '시전'하는 '울기', '데굴데굴 구르기', '팔다리 휘젓기', '소리지르기', '악쓰기', '침 뱉기', '물건 집어던지기'의 기술을 다양한 형태의 콤보(combo)로 사용하는 복합 기술이죠. 시전자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물건을 매우 빠른 시간에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최초 시전에 성공할 경우 자주 애용하게 되는 기술이며 부모의 입장에서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쪽팔림'으로 인해 방어하기가 매우 힘든 기술입니다.
빠르고 강력한 신체적 처벌(엉덩이 때리기와 같은), 무작정 손목을 끌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 그냥 내버려두고 회피하기의 세 가지 방어 기술밖에 없으며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원하는 물건을 손에 쥐여줌으로써 상황을 빨리 종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런 부모들이 위에서 GR발광을 했던 무개념의 어른을 양산합니다.
이론적인 토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심리학자가 아이를 올바로 양육하는 데 있어 대전제로 삼고 있는 것은 '보상과 처벌' 시스템의 엄격한 적용입니다. 말 그대로 착한 아이에게는 보상을 주고,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는 벌을 준다는 것이죠. 물론 인지발달단계에 따라 적용의 폭과 깊이는 달라집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원칙'입니다. 그런데 모든 문제는 부모가 일상에서 이 '일관성'과 '원칙'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Temper Tantrum을 보이는 아이의 경우 그 이유가 옳지 못한 경우(특히 아이가 이를 이해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즉시 제공해야 합니다. 하다못해 아이가 원하는 물건(보상으로 작용하는)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됩니다. 물건을 손에 쥐여주는 순간부터 아이는 Temper Tantrum의 위력을 깨닫게 되고 그 순간부터 악몽이 시작됩니다. 다음부터 아이는 원하는 것이 생길 때마다 이 손쉬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부모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거나 황급히 처벌을 사용하려 하지만 이는 아이가 자신이 시전하는 기술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feedback을 제공할 뿐입니다. 따라서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게 됩니다. 결국은 부모가 지고 또 아이의 손을 들어주게 되지요. 이제는 부모가 질질 끌려가게 됩니다.
초기에 Temper Tantrum을 보이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면 아이는 유사한 상황에서 그 기술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씨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이를 올바로 키운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