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 첫날입니다. 비행기가 오전 9시에 출발하는지라 적어도 7시에는 인천공항에 도착해야 했죠(새벽부터 부랴부랴 움직이는 거 엄청 싫어함). 아침이라도 먹고 비행기에 오르려면 5시 30분에는 6003번 공항버스 리무진을 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4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ㅠ.ㅠ
다행히 짐을 전날에 미리 완벽하게 싸두었기에 5시 20분 쯤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작년과 달리 올해는 이사한 집 근처에 공항버스 노선이 지나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겠더군요.
5시 15분 차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택시 기사님이 말을 거시더군요. 어차피 인천공항으로 들어가는 차인데 2만 원만 내면 데려다주겠다고요. 공항버스 차비보다야 비싸지만 정류장마다 들르지 않고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니 그 정도 투자는 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평소라면 90분 정도 걸리던 거리를 6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주파해서 6시 15분에 도착했네요. 운전 솜씨도 훌륭하고 이동 중에 이런 저런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더군요. 유쾌한 기사님이었습니다. 여행을 꽤 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 해 보네요.
게다가 기사님이 공항을 오가는 일만 오래 해 오셔서 그런지 어느 항공사냐고 묻고는 싱가포르 항공 카운터 바로 앞 게이트에 내려주는 센스를 발휘하셔서 들어가자마자 체크인 카운터를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카운터는 6시 30분이 되어서야 오픈해서 15분을 기다렸다는.... ㅡㅡ;;;
연휴라서 그런지 새벽인데도 인천공항은 여행객으로 엄청 붐비더군요.
일부러 짐을 적게 가져온답시고 작은 캐리어에 담아 왔는데도
싱가포르 항공은 7kg까지만 기내 반입이 가능(좀 심하게 적네요)하다고 하네요. 측정 결과 10kg이 나와서 결국 짐을 부쳤습니다. 재미있는 건 돌아올 때는 발권 카운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는 거;;;
싱가포르 항공 탑승동은 새로 지은 건물에 있어서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2012년에 라오스 여행 갈때도 이 탑승동을 이용했는데 그 때처럼 게이트 앞에 있는 Gloria Jean's 커피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 때는 모든 커피가 투 샷이 기본이었는데 어느새 바뀌었는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원 샷이라고 해서 샷을 추가했습니다. Gloria Jean's에서 아침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는 어니언 베이글(3,000 원)과 건포도 스콘(2,700 원) 추천합니다.
원래 9시 출발인데 이 시간 대에 이륙하는 항공기가 많았는지 활주로에서 20분 정도 대기하고 9시 20분에 이륙했습니다.
저는 보통 3-5-3 보다 2-4-2 좌석 배열의 항공기를 선호합니다. 둘이서 여행을 할 때 3-5-3 항공기는 창가에 앉아도 누군가는 곁에 앉게 되니 화장실을 갈 때도 그렇고 좀 불편하거든요. 장거리 비행을 하는 항공기는 대개 대형이라서 3-5-3 배열인데
싱가포르까지는 6시간 남짓이라서 그런지 2-4-2 배열의 항공기더군요. 덕분에 편하게 갔습니다.
개인 좌석에도 별도의 스크린이 있는 비행기입니다. 왼쪽에 옷걸이를 거는 곳과 컵 홀더가 있고 오른쪽에 USB와 각종 단자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깨끗한 항공기입니다.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이 스크린에 비쳤네요. 근데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뭘 먹고 있는 모습 같군요;;;
이륙한 지 1시간 30분 쯤 지나니 기내식이 나옵니다. 어느 항공사나 그렇듯이 싱가포르 항공도 채식을 비롯한 특별 주문 기내식이 먼저 서빙되더군요.
작년 여름 케냐 여행 때 다시는 엄격한 인도 채식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금방 까먹었나 봅니다. ㅠ.ㅠ
엄격한 인도 채식입니다. 엄격한 인도 채식은 항공사마다 퀄리티가 좀 다른데 싱가포르 항공은 맛있었습니다. 그래도 난이 딱딱한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커리도 살짝 짠 느낌이었고요.
제가 주문한 엄격한 서양 채식입니다. '아무리 채식이 건강에 좋다지만 어떻게 이런 걸 먹을 수가 있지' 수준입니다. 다시는 주문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습니다. ㅠ.ㅠ
원래는 오후 2시 20분에 도착하는 일정(6시간 20분 비행)이었지만 조금 이른 오후 2시 5분에 창이공항 2번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창으로 보이는 싱가포르 하늘이 뿌옇기에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역시나 맞았습니다. 내리니 비가 오고 있더군요. ㅠ.ㅠ
싱가포르 항공을 타면 갈 때는 2번 터미널에, 올 때는 3번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헷갈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3번 터미널은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면세점이 변변치 않습니다. 선물 등은 미리미리 구입하셔야지 공항에서 사야지 하고 여유부렸다가는 제 꼴 납니다(이건 나중에 다시 설명).
창이공항은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답게 넓고 시설도 훌륭하지만 채광 문제인지 조명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좀 어두운 분위기입니다.
입국 심사는 아주 간단합니다. 질문도 하지 않고 여권만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입국 심사를 하고 나자마자 데이터 로밍을 가동했습니다. 앞서
준비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KT 이용자의 경우 SingTel이 아닌 StarHub로 잡아야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MRT는 제 2 터미널 맨 오른쪽 끝에서 탑니다. 탑승구 바로 앞에 티켓 오피스가 있는데 Tourist Pass 3일 권(30 불 + 보증금 10 불)을 구입했습니다. Tourist Pass는 무제한 승차권으로 MRT, 버스 등 나이트라이더와 나이트아울과 같은 특별버스를 제외한 대중교통을 일정 기간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여행자 전용 패스입니다. 1일권이 10불이고 모든 패스는 보증금 10불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구매 후 5일 내에 카드를 반납하면 보증금은 환급되는데 패스에 남은 잔액은 환급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결론을 말씀드리면 Tourist Pass를 구매하실 필요까지 없습니다. 그렇게 자주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습니다. 교통비가 별로 절약되지도 않고요. 차라리 이지링크라는 충전식 교통카드를 이용하거나 요새는 아예 1회용 승차권도 6번까지 재충전해서 사용(물자 절약 차원에서 그리 하는 것 같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그걸 사용해도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해도 Tourist Pass로 교통비를 절약할 만큼 돌아다니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추입니다.
MRT는 우리나라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카드 접촉 방식으로 이용합니다.
창이공항 역에서 타면 시내까지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Tanah Merah 역에서 내려 시내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러니까 Tanah Merah 역에서 창이공항 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는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그 구간만 왔다갔다 하는 것 같더군요.
싱가포르의 MRT도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깨끗한데 차이점은 폭이 조금 좁고 중간에 봉이 있어서 애들이 뛰어 다니거나 할 수 없습니다(응?). 그리고 짐칸이 따로 없어서 짐을 올려 놓을 수 없고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지하철에서 일체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습니다. 벌금이 어마무시하거든요.
Tanah Merah 역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서 줄을 서면 됩니다. 잘 모르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 보고 따라하면 되고요. 어차피 다 내리거든요.
사진에 제대로 안 찍혔는데 여행 첫 날부터 뭔 일인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MRT는 시내에서는 지하철, 시 외곽에서는 보시는 것 같은 지상철인데 우리나라와 달리 안전문이 얼굴 정도 높이까지만 있습니다. 나중에 열차가 들어오면 승강장 처마를 따라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열차 지붕에 튀겨 승강장에 쏟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피하느라고 난리가 납니다. 아예 열차 안까지 비가 콸콸 들이치더군요. 아 놔~ ㅡㅡ;;;
시내로 향하는 MRT는 금방 도착합니다. 시내까지 들어가는데 대략 30~40분 정도 걸리더군요. 정말 싱가포르 날씨는 후텁지근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입니다. 덥고 꿉꿉한 게 말도 못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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