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쓴 '내면아이는 없다'는 칼럼을 우연히 읽고 안타까운 마음에 포스팅합니다.
이 칼럼에서 저자는 내면 아이 이론이 심각한 가짜 과학 중 하나라며 폄하합니다. 그리고 가족 치료사이자 내면 아이 치유 전문가인 John Bradshaw를 이 사기의 원조로 지목합니다. Bradshaw의
'가족(Bradshaw on: The Family, 1988, 1996)'은 월든3에서도 소개 포스팅을 한 바 있죠. 내면 아이와 관련하여 Bradshaw만 찾아봤다면 오해할 만 합니다. 가족 치료사이기는 하지만 신부가 되기 위한 사제 수업을 받은 적도 있어서인지 신학적 지식과 영성적인 접근을 결합했기 때문에 저도 저 책을 읽으면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Bradshaw에 앞서 내면 아이 개념을 이야기 한 전문가는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Inner Bonding, 1992)'를 쓴 Margaret Paul 박사만 하더라도 1984년에 이미 내면 아이 개념을 이용한 내면적 유대감 치유 과정을 도입했고요.
사실 내면 아이는 Eric Berne이 주창한 Transactional Analysis의 ego state에 가까운 개념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면 이미 익숙한 개념일텐데 저는 왜 내면 아이 개념을 부정하는지 칼럼을 읽으면서도 참으로 의아했죠.
사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내면 아이 상태를 흔히 경험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술에 많이 취하면 깨고 나서 몇 년을 이불킥 할 법한 언행을 잘도 하는 것이죠. 세상 어른스러운 의젓한 남자가 자신의 연상 연인 앞에서는 엄마 앞에서 젖달라고 보채는 아이 같은 재롱을 부리는 걸 흔하게 목격하기도 하고요. 나도 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후회하는 지인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 중독 상담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내면 아이(Inner Child)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 할수록 내면 아이 개념을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치유가 되지 않는 내담자를 계속 만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독 분야 뿐 아니라 내면 아이 문제가 대부분의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애착 외상과 내면 아이 문제를 파고들게 되었죠.
그러다 내면 아이 개념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특징도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더군요.
1. 자녀의 내면 아이 상처를 책임지고 싶지 않은 부모인 경우
2. 자신의 내면 아이 목소리를 부정하고 싶은 경우
이 둘은 보통 연결되어 있어서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 부모가 되듯이 어렸을 때 애착 외상을 입어 내면 아이 돌봄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된 부모가 자녀의 내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대물림을 하더군요.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칼럼을 쓴 선생님의 다른 칼럼 '정신병이 가족 탓이라고?'를 보니 왜 내면 아이를 부정하고 싶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녀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의사, 상담사에게서는 그렇게나 열심히 찾으면서 왜 끝끝내 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녀가 어떤 정신 질환에 걸렸는지, 어떤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부모였다면 내가 혹시라도 내 아이의 내면 아이 욕구를 놓친 것은 없는지, 만약 그랬다면 그게 혹시 내 내면 아이의 돌봄이 부족해서인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내면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그게 자신의 자녀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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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Eric Berne의 고전인 'Games People Play(1964)'입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Eric Berne은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의 창시자이죠. 아주 오래된 책이기는 하지만 무려 5백만 권이나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앞서 소개글에서도 설명을 드렸지만 일반인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교류 분석 입문을 위한 임상가용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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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얼핏 보면 대중적인 심리학 서적으로 보기에 무리없는 낚시용 제목으로 무장한 이 책은 대중들을 위해 쓰여진 건 맞지만 심리학, 특히 교류 분석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 보면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이 책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바로 교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을 창시한 Eric Berne이 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은 서구에서는 나름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Pop Psychology 분야 서적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5백만 권 이상이 팔린 책이니까 베스트셀러로 소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이 책의 구성은 아주 단순합니다. 1부인 게임 분석에서는 교류 분석의 기본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2부인 게임 대사전에서는 '인생 게임', '아내와 남편 게임', '파티 게임', '성적인 게임', '암흑가 게임', '상담실 게임', '유익한 게임'으로 나누어 실제로 다양한 장면에서 일어나는 게임을 분석하고 있으며 3부인 게임을 넘어서에서는 이러한 게임의 속성을 이해함으로써 게임 없이 살아가는 것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에릭 번에 따르면
게임이란 예측 가능하며 명확히 정의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연속적인 상호 보완적 이면 교류입니다. 게임이란 용어를 섣불리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교류 분석에서의 게임은 반드시 재미있거나 심지어 즐기는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에릭 번은 삶의 초반에 발달하는 네트워크를 '아이 자아 상태', 자신을 길러준 사람을 자신이 경험한 대로 내면화한 것을 보여주는 네트워크를 '부모 자아 상태', 정서를 개입하지 않으면서 '지금 여기'를 다루는 자아 상태를 '어른 자아 상태'로 구분하였습니다. 얼핏 보면 정신 분석의 Id, Superego, Ego와 비슷해 보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이 세 가지 자아 상태를 지니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자아 상태를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자간 혹은 삼자간 대인 관계에서 각각의 등장 인물이 활성화한 자아 상태를 알아내고 각 자아 상태의 교류를 분석함으로써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거지요.
에릭 번 이후에도 많은 교류 분석가들이 새로운 게임을 많이 발견하였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임의 이름은 게임을 시작한 사람의 감정이나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결말에서 따오는데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듯이 재미있는 게임이 많습니다.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 하나만 맛보기로 소개하겠습니다.
다섯 살 난 조니가 부모가 친구들과 주방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좋아하는 장난감 트럭을 끌고 이 방 저 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거실에서 우당탕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히 거실로 뛰어간 조니의 엄마는 유리 꽃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광경을 보았습니다. 1. 엄마 : "누가 이랬어?"2. 조니 : "멍멍이가"3. 엄마(화가 나 목덜미가 시뻘개져 조니를 때리며) : "거짓말하면 엄마 아들 아니랬지!" (엄마가 5분 전에 강아지를 집 밖으로 내 보냈던 것이죠)이 게임의 sequence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가 표면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시에 숨은 메시지도 같이 전달한다.2. B가 숨은 메시지에 반응한다.3. A의 자아 상태가 돌변하고, 예상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1. 엄마(A) : 표면적인 교류 - "누가 이랬어?" -> 사회적 수준에서 이것은 사실을 묻는 단순한 질문 -> 심리적 수준에서는 조니를 거짓말하도록 유인하는 질문2. 조지(B) : "멍멍이가" -> 숨은 교류에 반응함3. 엄마(A) : "거짓말하면 엄마 아들 아니랬지!" -> 자아 상태가 바뀌면서 화가 치밀어 올라 목덜미가 시뻘개짐 -> 예상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져 조니를 때려줌 엄마의 입장에서는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을 한 것이고 조니의 입장에서는 '나를 좀 차주세요' 게임을 한 것입니다.
상담심리전문가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도 매끄럽게 읽히는 편이기는 한데 문제는 교류 분석의 '게임' 자체가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각오를 하고 도전하셔야 합니다. 쉬운 게임의 예를 들었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이렇게 쉽지는 않거든요.
현장의 임상가들이 교류 분석의 입문서로 읽어보시기에 적절한 책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교류 분석에 대해 잘 모른다면 임상가가라도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거든요.
덧. 개인적으로 '인생 게임'으로 분류된 '알코올 중독자' 게임도 그렇고 '아내와 남편' 게임으로 분류된 게임 중 부부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 많아서 이 책은 제가 소장하면서 참고하고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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