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의 사회적 민감성 기질에는 4개의 하위차원이 있고 그 중 '정서적 감수성'과 '정서적 개방성' 하위차원은 정서를 다루는 것과 관련된 기질 영역입니다.
그 중에서 '정서적 감수성' 하위차원은 타인의 정서를 얼마나 예민하게 catch할 수 있느냐를 평가합니다. 일종의 분위기 파악이나 감과 관련되어 있어서 정서적 감수성 기질이 높은 수준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상황에서 나서는 게 나을 지, 가만히 있는 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연애를 할 때도 상대방이 내게 호감이 있는 지 없는 지를 알아차리기 쉽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리하죠.
MMPI의 Pa2 소척도는
'MMPI-2/A Pa 임상 소척도의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목 그대로 예민성을 측정하는 것으로 일종의 감시 레이더가 얼마나 민감하게 작동하는 지를 평가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면 수검자가 현재 레이더를 미친듯이 가동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의 여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럼 정서적 감수성 기질 차원과 예민성 소척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얼핏 보면 둘 다 예민함을 측정하는 것 같지만 정서적 감수성은 타고난 기질이고 예민성 척도는 현재의 심리 상태를 평가하기 때문에 사실 상 둘은 상관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정서적 감수성 기질이 높은데 예민성 척도도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trauma를 겪은 사람이 정서적 감수성 기질이 높다면 아무래도 예민하기 때문에 상처가 trigger되었을 때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Pa2 소척도가 상승하는 것이죠.
따라서 정서적 감수성과 예민성을 연결해서 해석할 때는 수검자가 경험했을 상처나 trauma에 초점을 맞춰 탐색해 봐야 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200
예전에
'우울을 호소하나 Delayed PTSD를 의심해야 하는 수검자의 MMPI-2/A 양상'이라는 포스팅에서 Delayed PTSD의 원인이 되는 trauma 중 애착 외상을 꼽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해바라기 센터와 같은 성폭력 전문 기관이 아닌 일반 상담센터에서는 성폭력 외상보다 애착 외상으로 인한 Delayed PTSD 내담자를 만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앞서 포스팅에서도 애착 치료와 관련하여 읽어보셨으면 하는 서적을 일부러 추천드린 것이고요.
저는 애착 외상이 의심되는 내담자를 만나면 가능한 한 주 양육자인 부모(대개는 어머니)를 대상으로 선별심리평가(TCI, MMPI-2, SCT)를 꼭 실시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도 원 가정에서 입은 애착 외상으로 인한 Delayed PTSD로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체 이 불쌍한 내담자를 이렇게 학대, 방임하다니 어머니가 psychopathy가 틀림없구만'이라고 단정짓는 건 섣부릅니다. 어머니도 Delayed PTSD인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원 가정에서 애착 외상을 입고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까닭에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아이는 낳았지만 그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게다가 어릴 때 받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계속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애착 외상이 대물림되는 겁니다.
심하게는 내면 아이의 발달 지연으로 인해 가정을 꾸린 뒤에도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관심을 남편의 애정으로 대치하여 갈구한 나머지 자신의 딸을 무의식 속에서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질투하고 학대하는 불쌍한 어머니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협조가 되는 경우(대개 주 내담자가 청소년일 때) Delayd PTSD가 의심되는 내담자의 어머니도 꼭 평가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놀라실겁니다.
제 경험으로는 어머니도 자녀와 별개로 애착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덧. 그래서 저는 아무나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그 -
Delayed PTSD,
MMPI-2,
SCT,
TCI,
Trauma,
내담자,
상담센터,
심리평가,
애착 외상,
트라우마,
해바라기 센터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30
★★★★☆
이미지 출처 :
YES24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닫기
*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태그 -
EEG,
grounding,
impersonal trauma,
Jon G. Allen,
PTSD,
Trauma,
고통,
관계,
긍정적 정서,
기억,
두려움,
무력감,
방임,
부정적 정서,
사회적 방임,
생물학,
수치심,
신체적 방임,
심리사회적 방임,
심리학,
애착,
애착 외상,
외로움,
외상,
외상 경험,
외상 집단 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적 기억,
우반구,
우울,
인지적 방임,
자기,
자기 가치감,
자기파괴적 행동,
전두엽,
정서,
정서 조절,
정서적 방임,
정신과적 장애,
정신의학,
좌반구,
질환,
철학,
침습적 기억,
통제감,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치유,
플래시백,
학대,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해리성 장애,
현실감각 기법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50
2011년 12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Judith Herman이 쓴 'Trauma and Recovery: The Aftermath of Violence(1997)'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한 권이면 PTSD를 이해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좋은 책입니다. 나온지 14년이나 되어 소개된 것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태그 -
Judith Herman,
PTSD,
Trauma,
Trauma and Recovery,
기억,
생존자,
성폭행,
외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임상,
트라우마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64
★★★★☆
이미지 출처 :
YES24
트친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먼저 말씀드립니다.
본인이 트라우마로 고통을 당하고 계신 당사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자가 치유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을 받으실 수 있지만 거기에서 멈추면 절대로 안 됩니다.
다음으로 임상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을 접하는 임상가들은 이 책을 꼭 읽으시되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트라우마 중 근친강간 피해자나 아동 성폭행 피해자를 만나는 분들은 제가 월덴 3에서 소개한 적도 있는
'거짓말의 진화 : 자기 정당화의 심리학(2007)'과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을 꼭 함께 읽으시기 바랍니다. 서로 상호보완되는 책들로 생각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한 권이면 PTSD를 이해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쓴 책입니다. 출판된 지 14년이나 된 책이지만 왜 이제서야 번역이 되었을까 싶네요.
PTSD를 유발하는 Trauma는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 가정폭력, 전쟁 생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PTSD 환자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증상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들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회복의 단계와 그 과정에서 환자와 주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요.
이 책의 저자인 Judith Herman은 PTSD 중에서도 근친강간처럼 오랜시간 동안 반복되는 Trauma로 인한 만성적 외상 후 증후군(본인이 주장한 개념으로는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을 주로 다루는 전문가입니다. 현장 경험도 풍부하고 academy와 practice의 균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PTSD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PTSD 환자 중 다음의 경우는 아주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여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1) 아주 어린 시기에 겪은 Trauma(특히 sexual한)를 보고하고, 2) 주된 방어 기제가 해리이며, 3) 보고하는 증상들이 atypical하거나 매우 bizarre하고 4) 엄정한 심리평가가 아닌 최면이나 암시에 의한 평가 결과만 있는 경우에는 왜곡된 기억에 의한 문제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인의 보고를 포함해 분명한 fact finding을 해야 합니다. 절대로 내담자의 보고에만 의존해서 문제를 개념화하면 안 됩니다.
닫기 * 외상 기억은 언어적인 이야기체와 맥락이 결여되어 있고, 생생한 감각과 심상의 형태로만 입력되어 있다. * 심상과 신체 감각에 의해 지배된다는 점과 언어적 이야기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외상 기억은 어린 아이의 기억과 닮아 있다. * 의식 향상의 첫 번째 과제는 강간을 단지 강간이라는 그 실제 이름으로 부르는 데 있다. * 강간 생존자들이 보고한 치유의 몇 가지 긍정적인 결과로는 자신을 보다 믿어주겠다고 결정한 점, 자신의 지각과 느낌을 보다 존중하게 된 점, 그리고 갈등과 위험에 보다 잘 대비하게 된 점 등이 있다. *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과 가장 피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조차 단호히 거부하는 것 뿐이다. * 만성적인 외상을 경험한 이들에게 가장 극대화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속성은 회피 혹은 억제이다. * 속박의 시기가 부인될수록, 이 단절된 과거의 파편은 외상 기억의 즉각적이고 현재적인 속성을 띤 채 완전히 살아남는다. * 속박이 지속될수록 협소화된 주도성은 곧 습관이 된다. 이러한 학습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벗어난 이후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 성격의 파편화나 변형의 기원에는 막대한 아동기 외상이 놓여 있다.* 아동기 학대와 자해와의 연결 고리는 현재까지 매우 잘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아동기 학대 피해자가 다른 이들을 조종하거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해를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 세 가지 주요 적응 방식 - 정교한 해리성 방어, 파편화된 정체성의 발달, 그리고 병리적 정서 조절 -은 만성적인 학대 환경에서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아동기 학대 생존자들에게 적용될 때 문제가 되는 진단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신체화 장애, 경계선 성격 장애, 그리고 다중 인격 장애.* PTSD 환자가 무력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치료자가 받아들이게 되면 외상성 전이는 영속되고 환자는 더욱 무력해진다. * 아무도 홀로 외상과 대면할 수 없다. * 회복은 세 단계를 거쳐 완결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 생존자는 안전을 확립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억하고 애도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일상과 다시 연결되어 간다(연결의 복구). * 즉각적인 외상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첫째,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경험한 것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 둘째, 증상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술을 남용하지 말 것. * PTSD 환자와 함께 심리 치료의 주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환자의 현 상태를 완전하게 평가해야 한다. * 외상에 대한 심상과 신체적인 감각이 담겨 있지 않은 이야기는 힘이 없고 불완전하다. 치료의 최종 목적은 심상을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를 언어화하는데 있다. * 치료자가 지니는 도덕적인 태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치료자가 '가치 중립적'이거나 '판단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환자는 이 막대한 철학적 질문에 맞서 치료자가 함께 투쟁해주기를 원한다. * 심리 치료의 근간에 놓인 기본 전제는 진실을 말할 때 회복의 힘이 생긴다는 믿음에 있다. * 애도하기는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아마 두 번째 회복 단계가 정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존자가 애도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도에 대한 저항은 여러 가지 형태로 위장되어 나타난다. 가장 빈번하게는 복수 환상, 용서 환상, 보상 환상과 같이 마술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환상으로 위장되어 나타난다. * 생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회복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 사랑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남아있다는 아주 작은 증거도 절망으로 하강하는 환자가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된다. * 두 번째 회복 단계는 정해진 기간이 없다. 환자들은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이 도대체 언제쯤 끝날지 묻곤 한다.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건너뛰거나 서둘러 끝낼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환자의 소망보다는 분명 더 오래 걸리겠지만 결코 영영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 외상이 파괴한 과거의 자기를 애도한 환자는 이제 새로운 자기를 발달시켜야 한다. 새로이 지탱할 신념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세 번째 회복 단계에서 마주하는 과제이다. * 회복은 악을 이겨냈다는 착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회복은 악이 전적으로 승리할 수 없었음을, 그리고 회복을 가능케 하는 사랑이 여전히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희망에 기반하고 있다.
덧. 제가 나중에 또 참고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