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wake up call을 부탁했는데 역시나 6시에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시차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더군요. -_-;;;
준비하고 7시쯤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습니다.
U Tri Bubnu의 식당은 reception desk 바로 옆에 있는데 작은 카페 같은 분위기입니다. 벽에는 프라하를 그린 그림과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고 작은 창문으로 밖이 내다 보입니다.
대부분의 작은 유럽 호텔처럼 부페 스타일로 아침을 먹을 수 있습니다. 빵, 버터, 치즈, 햄, 소시지 등이 있고 과일도 있습니다. 서양인들이 많이 먹는 시리얼도 있고 음료는 커피와 오렌지 쥬스, 그리고 우유가 있네요. 소박하면서도 간결합니다.
왼쪽 위에 보이는 빵은 다양한 쨈을 얹은 것인데 많이 달아서 맛을 보는 의미로 한 개만 먹었습니다. ^^;;; 저는 주로 바게뜨를 썬 빵에 버터와 치즈를 발라서 햄을 얹은 뒤 먹었습니다. 소시지와 커피가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배낭 여행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가져가는지 식당 밖으로 반출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벽에 붙어 있더군요.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정겹습니다.
아침을 먹고 7시 30분쯤 길을 나섰습니다. 프라하 첫 아침의 산책 코스로 구시가 광장을 가로질러 화약탑까지 가볍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몸에 열이 많은 제가 쌀쌀하게 느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추울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이라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점퍼에 목도리로 무장한 사람도 보입니다. 호텔에서 나오면 바로 건너편에 카프카 생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엄청 찾아다녔지요.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더니 꼭 그 짝~
어느 체코 여행 가이드에는 체코 사람들이 부지런하다고 되어 있던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체코 사람들 별로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9시가 되어도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아요. 부지런한 사람들은 환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뿐입니다. 가게 문도 늦게 열고 일찍 닫습니다. 주말에 관광객이 북적거릴 때에나 가게 문을 늦게 여는데 그것도 10시 정도면 닫아요. 10시 이후에는 도대체 밥을 먹을 데가 없습니다. -_-++
해는 이미 떴습니다. 6시 40분 쯤 뜨는 것 같더군요. 성 미쿨라쉬 교회와 틴 성당이 보입니다. 아침에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네요.
밤에 조명을 받을 때에도 그러더니 성 미쿨라쉬 교회는 햇살에도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납니다.
광장 오른쪽 한 켠에는 구 시청사가 있습니다. 골목을 돌면 유명한 천문 시계가 있는데 이건 조금 있다가 보기로 하고...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지 광장은 조용합니다. 저희처럼 일찍 깬 관광객들만 몇 명 돌아다닐 뿐 적막합니다.
광장 한 켠에 있는 얀 후스 동상(Pomnik Jana Husa) 동상입니다. 어제는 밤이 너무 늦어 자세히 못 보았죠. 얀 후스는 종교 개혁자이자 체코의 영웅으로 숭앙받는 사람입니다. 그의 순교일인 7월 6일은 체코 국경일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마틴 루터보다 100년이나 먼저 종교 개혁 운동을 시작한 인물로 1415년에 화형에 처해졌는데 이 동상은 서거 500주년 기념으로 1915년에 제막되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는 '소원의 벽'이라고 해서 소원을 담은 종이가 동상 밑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아닙니다. 동상 주위로 화초를 심어 놓아 안으로 들어갈 수 조차 없어요.
동상의 얼굴은 실제 얀 후스의 얼굴이 아닌데 그의 생존 모습이 어떤 것으로도 남겨져 있지 않아 체코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성자다운 모습을 상상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상에 새겨진 글귀는 "진실을 사랑하고 말하고 지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틴 성당 방향으로 가다가 광장 맨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첼레트나(Celetna) 거리가 나옵니다. 첼레트나 거리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인데 지금은 귀금속점, 크리스털 전문점 등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쇼핑의 거리로 유명합니다.
멀리 화약탑이 보이네요. 외국에 나오면 동양인들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말을 들어봐야 알지만) DSLR을 갖고 다니는 동양인이라면 70% 이상의 확률로 한국인입니다. 이 날도 아침부터 DSLR로 중무장한 젊은 커플이 종종 걸음으로 우리를 앞서 가더군요. 한국인이라고 확신합니다. ^^
이른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인적이 거의 없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 참 묘합니다.
오른쪽의 건물이 시민회관인데 뒤에서 본 모습입니다. 화약탑과 거의 붙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화약탑(Prasna brana)은 구시가로 통하는 13개의 출입문 중 하나였던 문으로 높이가 65m에 이릅니다. 원래 대포와 화약을 저장하는 탑으로 시가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 진지 개념으로 만들어졌으나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일종의 랜드마크(landmark)의 역할을 하고 있죠. 가까이서 보니 위용이 실로 대단합니다.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화약탑을 지나 화약탑과 시민회관을 한 앵글로 잡아 보았습니다.
화약탑을 지나면 왼편으로 일명 '국민의 거리'로 불리는 보리수 나무길이 시작되고 오른편 길을 따라 내려가면 까를교가 나옵니다.
시민회관(Obecni Dum)은 아르누보 형식의 건물로 콘서트홀, 전시장, 레스토랑 등 500여개의 공간으로 가득하다고 합니다. 공연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한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 돌아보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구시가 광장에서 화약탑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직 가게문은 열지 않았지만 진열장은 불을 밝혀두어 화려한 크리스탈 세공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돌아오니 그 사이 구시가 광장이 한결 더 환해졌네요. 왼쪽의 탑이 구 시청사 건물, 중앙에 성 미쿨라쉬 교회, 오른쪽에 얀 후스 동상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호텔에 들러서 돌아다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천문 시계탑을 보기위해 9시쯤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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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오후 6시 20분에 프라하 루지네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루지네 공항은 프라하 시내에서 서쪽으로 17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가깝죠) 국제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김포 공항 수준으로 인천 공항처럼 위압적이거나 복잡하지 않고 나름 정겹습니다.
체코는 우리나라와 1994년부터 비자 면제 협정이 체결되어 있어 비자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고 출,입국 수속도 매우 간단합니다. 그런데 여행 처음부터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입국 수속 밟는데 다른 줄보다 2배 이상 더 시간이 걸렸네요. ㅠ.ㅠ
입국 수속은 여권에 도장찍고 끝입니다. 간단합니다.
일단 현지에서 사용할 돈을 유로로 가지고 왔으니 주말 기간 동안 쓸 돈을 체코화인 코루나(앞으로 K로 약칭)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라하 시내로 들어가려면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체코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항 환전소가 비싸다고 해도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120유로만 바꿨는데 2,536K를 주는군요. 무려 136K나 커미션으로 뗍니다. 136K라면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9,520 원... @.@
참고로 저희가 갔을 때 한화 VS 체코 코루나 비율은 1 코루나가 약 70 원 정도였습니다.
처음에 모르고 환전소 직원이 주는대로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최대한 작은 액수의 돈으로 바꿔야 하더군요. 그리고 1000K 이상 고액권은 안 받는게 좋습니다. 나중에 쓰기도 곤란하거든요. 물론 환전소 직원이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해 주지는 않습니다만 어떻게 해서든 작은 돈으로 환전하고 동전도 많이 달라고 조르세요.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기는 하지만 체코 택시도 악명이 높은지라 프라하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안전한 수단은 버스입니다. 문제는 버스 티켓을 사려면 동전이 있어야 한다는 점. 동전 때문에 고생을 하도 해서 그런지 이제는 동전 소리만 들어도 이가 갈립니다.
프라하 시내로 들어가는 가장 편리한 수단은 119번 버스인데 공항 출입구로 나와 택시가 늘어서 있는 횡단보도를 일단 건넙니다. 그러면 정면 위 전광판에 버스 노선에 따라 어느 쪽에 해당 버스의 승강장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 찾아 보시면 됩니다. 119번 버스는 오른쪽 거의 끝 부분에 승강장이 있습니다. 승강장에 티켓을 살 수 있는 자동 매표기가 있고요. 물론 체코어로 안내되지만 영문으로 바꾸는 버튼이 있으니 사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혹시나 하고 승강장에 가 봤더니 역시나 사람이 파는 매표 창구는 없더군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티켓 구입을 위한 동전을 만들기 위해 공항 건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ㅠ.ㅠ
동전을 만드는데는 껌을 사는 것이 제일일 것 같아서 공항 매점으로 들어갔는데 풍선껌 하나가 무려 25K(1,750 원)!!!! 완전 도둑놈입니다. 게다가 200K짜리 지폐를 내니 너무 크다고 잔돈을 달라고 해서 작은 액수의 지페로 다시 줬습니다. 사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죠. 생까고 그냥 큰 돈 내도 됩니다. 어쨌거나 이 때 산 럭셔리 껌은 나중에 체코 여행을 하는 동안 한 알에 150원이나 한다고 자조하며 잘근잘근 씹으면서 다녔습니다. -_-+++
체코 관련 여행 가이드북마다 나오는 말이지만 루지네 공항에서는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대략 3배 이상 바가지를 쓰게 됩니다.
어쨌거나 동전을 마련해서 버스표를 사러 갔습니다. 버튼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더군요. 아래에서 두 번째 버튼을 눌러 20K짜리 버스표를 두 장 샀습니다. 주말에는 60분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체코에서는 버스, 지하철, 트램 별로 표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공용 티켓을 끊는데 시간과 이용 거리에 따라 다른 티켓을 끊게 됩니다.
7시 10분 쯤에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2량의 버스가 연결된 저상버스인데 공항 활주로를 이동하는 버스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공항을 출발한 지 정확히 20분 만에 Dejvicka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종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제히 내리니 주변을 둘러보고 눈치껏 내리면 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정류장 바로 옆에 지하철 Dejvicka역의 출입구가 보입니다. 사람들은 많은데 역사가 낡아서 그런지 다소 황량한 느낌이네요.
일단 티켓을 끊으면 처음 이용하는 교통 수단의 펀칭기에 표를 넣어서 시작 시간을 기록해야 합니다. 이걸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적발되었을 때 무임승차와 동일하게 벌금을 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단 한번 펀칭을 하면 다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버스에서 펀칭을 했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할 때 다시 펀칭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괜히 또 펀칭을 해도 벌금을 낼 수가 있습니다. -_-++
(이건 지하철 티켓 요금표)
지금 와서 생각을 해 보면 60분이라는 이동 거리만 보고 20K짜리 티켓을 끊었는데 20K짜리 티켓은 교통 수단간 환승이 불가능한 티켓이기 때문에 26K짜리 티켓을 샀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무조건 26K 티켓을 사라고 추천드립니다. 교통 수단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면 1 day ticket을 이용하는 것이 낫고요.
Dejvicka 역은 A선 종착역입니다. 저희가 프라하에서 3박 4일을 지낼 호텔은 구시가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하철로는 Staromestska 역 근처이기 때문에 3 정거장만 가면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프라하는 걸어서 돌아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요.
Dejvicka 역은 루지네 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행자들이 프라하 시내로 들어가는 경유역이라서 종착역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저희도 그랬지만 캐리어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좀 보이는데 나중에 후회 꽤나 하게 되죠. ㅠ.ㅠ
이 버튼은 주로 신형 열차에만 설치되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문이 자동으로 모두 열리는 것이 아니라 이 버튼을 눌러야만 열립니다. 밖에도 이 버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싶은 승객은 이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는 문이 안 열려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Staromestska 역에 내렸습니다. 10분도 안 걸리네요. 구 시가 광장에 숙소를 정한 사람들은 모두 이 역에 내리기 때문에 검표원이 가장 많이 매복(?)해 있는 역이 바로 Staromestska 역입니다. 주의가 요망되는 역입니다. 이건 나중에 다시 설명~
출구로 나와 5분만 걸으면 바로 구 시가 광장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묵은 호텔은 구 시가 광장 뒷편에 있고 카프카 생가를 마주보고 있는 U Tri Bubnu 호텔인데 접근성 최고에 친절하고 인터넷도 무료로 쓸 수 있지만(원하면 랩탑도 빌려줍니다. 대신 한글 폰트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깔아서 써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설에 비해 너무 비싸거든요. 그리스보다도 작은 방의 숙박료가 사흘에 무려 387유로나 합니다. ㅠ.ㅠ
밤이라서 그런지 입구를 찾기가 힘들어서 잠시 헤매기도 했습니다.
유럽의 작은 호텔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게다가 예약한 방이 4층이라서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4층까지 올라가느라 첫날부터 진을 뺐습니다. 헥헥헥~
일단 대충 짐을 부려놓고 프라하의 밤 거리를 둘러보기 위해 가벼운 차림에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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