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말 떠나는 노르웨이 여행을 앞두고 UnionPay 해외 결제 기능이 탑재된 BC 체크 카드를 새로 발급받았습니다. 예전
DCC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갖고 있는 해외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는 국민카드 밖에 없고 국민카드의 경우 DCC가 적용되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국내에서는 체크 카드로 사용하고 해외로 여행을 가면 UnionPay로 결제하는 카드가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자동 결제를 하던 결제처를 확인해 새로 발급받은 체크 카드로 바꾸는 작업을 하던 중 국경없는의사회에 연락을 하니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BC카드와 현대카드로 결제할 수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에 연결되어 있는 BC카드로는 계속 결제할 수 있지만 저처럼 카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새로 발급받은 BC카드로는 결제를 할 수가 없게 된 거지요.
시간이 촉박하여 일이 이렇게 된 경위를 자세히 듣지는 못해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잘못은 아닐꺼라 믿습니다. 카드사에서 뭔가 국경없는의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기준을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그래서 두 말 않고 은행 자동이체로 결제 계좌를 바꾸었습니다.
어쨌거나 국경없는의사회 후원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BC카드와 현대카드를 사용하실 수 없다는 걸 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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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C는 Dynamic Currency Conversion의 약자로 자국 통화 결제 시스템을 말합니다. 쉽게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외국인이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대금을 카드로 결제할 때 그 외국인의 자국 통화로 환산하여 표시해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제도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 통화를 익숙한 자국 통화로 바꿔 총액을 보여주니 참으로 친절한 서비스로구나 하고 착각할 수 있지만 내막은 대놓고 치는 사기에 가깝습니다.
DCC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면, 결제 대금이 국제 카드사(비자나 마스터)에 청구될 때 이들은 청구된 금액을 자신들이 정한 환율에 따라 USD(미국 달러)로 환산합니다. 그렇게 환산한 금액에 수수로 1%(카드사마다 다름)를 가산한 뒤 결제한 카드를 발급한 은행이나 카드사에 청구합니다. 그러면 청구를 받은 은행 또는 카드사는 이 금액을 청구받은 시점의 미국 달러의 전신환 매도율로 환전한 다음에 자기들이 정한 해외 이용 수수료를 가산해서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청구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번 환산, 환전하면서 수수료를 붙여 먹는거지요.
국제 카드사와 국내 금융기관, 현지의 가맹점이 짜고 치는 수수료 장사라고 보면 됩니다.
수수료라고 해 봤자 얼마나 되겠어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 총액의 8%까지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요. 100만 원짜리 물건을 샀다고 가정하면 무려 8만 원이 넘는 돈을 더 지불하게 되는 겁니다. ㅠ.ㅠ
그래서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를 할 때에는 반드시 현지 통화로 결제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전에 그런 선택권을 알려주지 않는 악덕 가맹점도 많고(주로 홍콩과 중국), POS 기계 자체가 자동으로 DCC가 적용되게 조작한 경우도 있습니다(유럽에서는 스페인의 악명이 높다고 함).
영수증에 원화결제(KRW) 내역이 보이면 DCC가 적용된 것입니다. 즉, 글로벌 호구 인증을 한 거지요. ㅡㅡ;;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아래를 봐 주세요.
1. VISA, MASTER가 아닌 국제신용카드로 결제한다.
:
DCC는 VISA, MASTER에만 적용됩니다. 그러니 시스템 상 현지 통화로만 결제되는 AMEX(대신 수수료가 VISA, MASTER의 1%보다 높은 1.4% 적용됨), 다이너스 클럽(디스커버), UnionPay(은련), 비씨 글로벌, JCB 등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VISA, MASTER처럼 가맹점이 많지 않아 결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으니 VISA, MASTER도 비상용으로 하나 쯤은 가져가야겠지요. 개인적으로 UnionPay(은련)를 추천합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러시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 가맹점 수를 확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BC카드와 손을 잡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2. VISA, MASTER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현지 화폐로 결제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최소한 USD로 결제해야 하고요. 그런데도
영수증에 원화로 결제된 내역이 찍히면 그 자리에서 싸인하지 말고 곧바로 승인 취소 후 현지화(또는 달러화)로 재결제를 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영수증 사진을 찍어둔 뒤 카드사에 차액 환불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지 귀찮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시 결제하는 게 낫습니다.
3. 가맹점에서 DCC가 안 되는 신용 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경우는 아주 대놓고 사기를 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므로 현금 구매를 하거나 차라리 구매를 포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저라면 구매 포기).
다시 요약하면,
* DCC가 적용되지 않는 VISA, MASTER 이외의 카드로 마음 편히 결제
* VISA, MASTER 카드로 어쩔 수 없이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현지 화폐나 달러화로 결제 요구 뒤 영수증을 확인하여 원화로 결제된 내역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여 있으면 재결제 요청
* DCC가 적용되지 않는 신용 카드를 거부하는 경우 구매 포기도 고려
오죽했으면 한국소비자원에서 피해 방지를 위한 이미지를 아래와 같이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을까요.
어렵게 돈 모으고 시간 내서 부푼 마음을 안고 간 해외 여행에서 글로벌 호구 인증을 하지 않도록 모쪼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덧. 대부분의 국내 카드사는 해외 카드 결제 시 SMS로 어떤 화폐로 결제되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국민카드는 무조건 달러화로만 표시해서 DCC가 적용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네요. 지금까지 저도 국민카드(VISA)만 사용했는데 앞으로는 해외 결제 시에는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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