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formulation - 해당되는 글 15건
서울대 드림팀(이었던) 김중술, 이한주, 한수정 선생님의 '사례로 읽는 임상심리학(2003)'을 북 크로싱합니다.
심리평가결과를 토대로 정신장애를 case formulation한 한글책으로는 거의 유일하기 때문에 이 책의 실패는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저자들의 의도대로 읽으실 분들은 각 정신장애 사례와 심리평가 결과가 제대로 연결된 것인지, 배경정보를 지우고도 심리평가 결과가 동일한 진단을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각별히 비판적인 시각 하에서 읽으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 사례의 말미에 정리한 review의 내용이 훨씬 더 유익하고 좋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33
저도 병원에서만 꼬박 3년 동안 수련받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주된 수련 현장이 병원 장면인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겠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client를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병원 독을 반드시 빼야 합니다. 대표적인 병원 독으로는 진단을 남발하는 것(진단을 붙이지 않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불안해지는 증상), 성격적인 문제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나르니 히스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낙인찍기, 내가 치료할 거 아니니 보고서만 내면 땡이라는 식으로 치료적 관점에서 수검자를 바라보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전문가가 되자마자 곧바로 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상관없이 병원 독을 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임상가로서의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년이 채 안 된 junior 전문가 선생님들께는 이 말씀을 꼭 한번쯤 드리고 싶었습니다.
1. 어떻게든 개인 상담을 많이 할 것
: 요새는 병원 수련 현장에서도 개인 상담 수련을 늘리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집단 치료의 보조 치료자로 들어가서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는 정도이고 낮 병원 등에서 activity를 진행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걸로는 어림 없습니다. 전문가가 되자마자 최대한 빨리 개인 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 local NP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개업을 하든, 상담 센터에 취업하든 간에 무조건 개인 상담을 빨리, 많이 해야 합니다.
개인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수련 중에 얼마나 인간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봤는지를 체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노력을 기울일 것
: 병원에서야 진단이 붙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곤란해집니다. 처방을 하는 것도, 추가 치료를 하는 것도 껄끄러워지죠. 그래서 꼭 진단이 붙지 않아도 되는 client들까지 진단을 붙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을 내,외부에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으로 나와보면 도움을 줘야 하는 수많은 client들 중에서 진단을 꼭 붙여야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히 소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수련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진단을 붙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진단 없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아도 그냥 비슷한 진단을 내리는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자동적으로 쓰게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해야만 내가 이 수검자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진단만 내리기 위한 심리평가를 진행했을 때와 다른 내담자의 심리적 면모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동일한 문제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진단을 붙이지 않고 수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3. chart 등을 보지 말고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이끌어 내도록 연습할 것
: 병원에서야 chart만 훑어봐도 전문의가 이미 임상적 진단도 붙여 놓았고, 사회복지전문가가 history taking도 꼼꼼히 해 놓았기 때문에 별도의 면담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그저 변별 진단에 필요한 진단 기준들만 몇 가지 확인하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진단적 면담일 뿐입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면 그 정도 정보로는 어림 없습니다. 대부분의 진단은 현재 이 수검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줄 뿐이지만 치료적 관점에서 client를 보려면 영향을 미쳤거나 현재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원인들을 일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가 수련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넓은 조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멀게는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애착 외상 문제부터 분리-개별화 문제, 성역할 동일시의 문제, 성 정체감의 문제, sibling rivalry 문제, 가족 내 소외 문제, 기본적인 신뢰의 형성 및 일반화 문제, 의존 대 독립의 문제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새로 해야 합니다. 대학원 때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정신병리학과 심리평가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4. 종단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심리검사 도구를 추가할 것
: 앞서 병원 수련 과정에서 히스니 나르니 보더니 하는 성격 문제를 기본으로 깔고 보는 못된 버릇이 생긴다는 지적을 했습니다만 우스운 건 그러면서도 정작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심리상태를 횡단적으로 잘라서 보는 종합심리평가로는 한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 종단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못하니까요. 로샤 검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Exner 방식의 양적 해석 방식만으로는 어림없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의 기질이나 성격, 성격 역동을 살펴볼 수 있는 추가적인 검사 도구를 공부해서 심리평가 과정에 추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CI, TAT,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을 추천합니다. TCI로는 좀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기질 및 성격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며 TAT로는 성격적인 문제가 녹아들어간 관계 역동을 살펴볼 수 있고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으로는 원가족 역동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임상심리실에 소속되어 의사가 이미 내린 임상적 진단을 그대로 베껴 내는 보고서만 줄창 쓰면서 살 게 아니라면 제 조언을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그 -
case formulation,
history taking,
TAT,
TCI,
로샤,
병원,
사회복지사,
상담,
심리평가보고서,
임상가,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적 진단,
전문의,
진단,
집단 치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129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요소와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작성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는 작성 기준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도 생각만큼 쉬워지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는 소설가의 산고와 같은 경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열심히만 쓰면 언젠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팁을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보통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많은 평가자들이 심리검사의 결과 자료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됩니다. MMPI-2/A라면 결과 프로파일을 보고 code type을 뽑아내고 해석집을 뒤져서 그 code type에 맞는 해설을 베껴서 보고서의 성격 및 정서 영역에 옮겨 적습니다. HTP의 예를 하나 더 들면 집 그림의 특징적인 부분을 뽑아낸 뒤 역시 해석집이나 사례집을 뒤져서 해당되는 해석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을 정리해 놓은 뒤 수검자와 맞지 않는 부분을 빼는 식으로 문장을 다듬으면서 완성하려고 합니다.
저도 수련을 받던 초기에 주로 이 방법을 사용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매우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런 식으로만 보고서를 작성하면 실력이 거의 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심하면 천편일률적인 보고서를 쓰게 되는 고질적인 습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에 대한 그림을 머릿속에 제대로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검사 결과 해석만을 덕지덕지 붙여놨기 때문에 무엇이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고 무엇이 맞지 않는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뭘 빼야 좋을 지 선택하기 어렵고 수검자를 묘사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를 놓쳐서 남기게 되거나 반대로 수검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최종본을 보게 되면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인지 구분할 길이 없게 된 보고서가 많습니다.
빼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려면 수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으로 그려져야만 가능한데 그런 그림이 그려진다면 굳이 빼는 방식을 쓸 일 자체가 없으니 결론적으로 정보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쓰는 작성법은 어떤 식으로든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하느냐 하면,...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MMPI-2에서 D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RC2 재구성 임상척도도 상승하는지, 임상 소척도 중 어떤 것이 뜨는지, DEP 내용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인지, 내용 소척도는 무엇이 유의미한지 등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수검자가 우울하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sign이 어떤 검사에서 확인되는지 뒤져봅니다. HTP를 살펴보고, 문장완성검사에서 우울하다는 주관적인 보고가 있는지, cognitive triad가 발견되는지, 로샤에서는 이를 입증하는 검사 sign이 뭐가 있는지 등등을 찾아보는 것이죠. 이렇게 교차 검증을 통과한 경우에만 비로소 수검자가 우울하다고 쓰는 겁니다(초심자는 괄호 안에 우울을 지지하는 검사 sign을 나열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쓰면
일단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고 보고서의 일정 분량을 채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넣어진 내용은 교차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수검자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내용들이고 그런 기술들을 반복해서 읽게 되면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는데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좀 더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게 됩니다.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는 연습은 하면 할수록 시간이 단축되고 각 검사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로 익숙하게 됩니다. 경험많은 supervisor들이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심리검사의 원자료만 뒤적거리면서도 그 자리에서 수검자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내는 이유는 반복 연습에 의해 이런 과정이 이미 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결과를 해석한 내용을 나열하고 수검자에게 맞지 않는 부분을 빼는 방식 말고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교차 검증을 통해 수검자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내용만을 집어 넣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808
심리평가를 할 때 검사 전에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일별하다 보면 DSM의 여러 진단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딱히 어느 것 하나로 수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진단들을 떠올려서 비교하고 몇 개의 진단 가설로 정리한 뒤 심리평가를 통해 변별 진단을 하려고 시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리검사 sign들도 기대만큼 전형적인 profile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마치고 나서도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평가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평가자가 오로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수검자가
이런 저런 증상을 호소하는데 함께 묶이지도 않고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변별 진단을 해야 하는 사례가 아니라 두서없이 보고되는 증상의 핵심을 찾아야 하는 문제일 가능성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진을 할 가능성도 있고 이에 따라 치료 방향 설정도 잘못될 위험성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증상이 계속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무기력감,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걱정, 만성적인 짜증, 통제되지 않는 눈물, 수면 장해 및 피로감과 같은 증상들을 호소하는 수검자가 있다고 해보죠.
얼핏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도 우울 장애, 홧병, 불안 장애 등등의 진단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증상들이 어느 하나의 진단으로 딱 묶여지지 않죠.
심리평가를 해도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대부분의 임상 척도가 상승되어 있고 투사법 검사에서도 고통감이 두드러지는데 전형적인 양상이 아니라서 수검자가 힘들어 하는 건 분명한데 특정 진단을 내리기에는 결과 양상이 애매한 겁니다.
진단에만 집중해서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게 되면 이런 사례의 경우 증상이 계속 바뀌게 됩니다. 우울 장애처럼 보였던 증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신체화 장애처럼 보이는 증상이 새로 등장하는 것이죠.
이럴 때는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서 이런 증상들을 만들어 내는 기저의 핵심 문제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수검자에게 어떤 이차적 이득(secondary gain)을 가져다 주는 지를 포함해서요.
문제의 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이파리나 꽃만 보면 오히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태그 -
case formulation,
Chief Complaint,
DSM,
secondary gain,
걱정,
검사,
구조화 검사,
눈물,
무기력감,
변별 진단,
불안 장애,
수검자,
수면 장해,
신체화 장애,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오전,
우울 장애,
이차적 이득,
임상 척도,
주호소,
증상,
진단 가설,
짜증,
투사법 검사,
평가자,
피로감,
홧병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26
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그렇지만 요새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입니다.
가볍게는 자주 짜증을 내는 것에서부터 temper tantrum, 욕설, 심하게는 부모를 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행동의 spectrum도 꽤 넓은 편입니다. 그대로 두면 더 심한 행동 문제로 발전할 지 몰라 두려운 부모가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예전에는 소아기 양극성 장애를 의심받았고 DSM-5가 나온 뒤로는 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DMDD)로 진단 받곤합니다.
DMDD는 우울 장애이니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소아기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이죠. 진단이야 어쨌든 그냥 항우울제만 먹여서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노 폭발을 보이는 역동이 생물학적 기전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크죠.
그래서 분노 폭발이 주 호소인 아동을 case formulation 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지능(특히 언어성 지능)이 낮지 않은가
지적 제한, 특히 언어성 영역의 지체가 있어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손쉽고 익숙한 행동화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강화되면서 패턴화되면 분노 폭발처럼 보이는 것이죠.
2.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한 건 아닌가
불안정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PCRP입니다. 기질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충분한 욕구 만족 경험이 없고 반복적으로 기본적인 욕구가 좌절되고 이러한 문제가 만성화되었을 경우 분노가 내재화되어 있다가 관련 자극에 노출되면 표출되는 경우입니다. 대개는 욕구 좌절을 야기한 대상에 국한되지만 일반화된 경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즉시적인 욕구 만족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 폭발을 보이게 됩니다.
3. 비전형적인 ADHD는 아닌가
일반적으로 ADHD는 분노 폭발로 인해 야기되는 행동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간혹 비전형적인 ADHD는 잦은 분노 폭발을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성 문제와 더불어 당연히 주의 집중력, 과잉 행동 문제도 함께 나타납니다.
4. 간헐성 폭발성 장애는 아닌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바로 간헐성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입니다. 이 진단은 성인의 경우에도 가장 마지막에 변별해야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가능성이 작아서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면 한번쯤은 진단 기준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네 가지 점검 사항이 서로 배타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중복되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전형적인 ADHD면서 동시에(또는 그렇기 때문에)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태그 -
case formulation,
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
DMDD,
DSM-5,
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
PCRP,
temper tantrum,
간헐성 폭발성 장애,
과잉 행동,
병원,
분노,
분노 폭발,
불안정 애착,
비전형적인 ADHD,
상담 센터,
생물학적 기전,
소아기 양극성 장애,
아동,
언어성 지능,
욕구 좌절,
우울 장애,
정신건강의학과,
주의 집중력,
지능,
청소년,
충동성,
클리닉,
항우울제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15
심리평가를 해야 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심리검사도구를 사용해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겁니다.
그러자면 수많은 심리검사도구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한 도구 중 적절한 것을 선별해서 사용할 줄 아는 법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열심히 외운다고 해서, 또는 무조건 검사만 많이 한다고 해서 그런 능력이 절로 생기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심리평가가 상시화된 병원 장면을 중심으로 어떤 순서로 심리검사도구를 활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심리평가를 숙달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심리평가를 익히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장애 판정 -> 소아 발달 장애 평가 -> 소아 관련 장애 평가 -> 보호 병동 평가 -> 낮 병동 평가 -> 개방 병동 평가 -> 성인 외래 평가
1. 지적 장애 판정
: 지능 검사 도구는 평가자의 시간과 노력은 많이 요구하면서도 수가가 낮아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검사 중 하나지만 종합심리평가의 메인 검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소홀히 할 수도 없는 검사죠. MMPI-2/A나 로샤와 달리 지능 검사는 따로 익히기가 쉽지 않은 검사이기 때문에 지적 장애 판정을 많이 하게 되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익숙해 질 수 있습니다. 대개는 지능 검사 도구를 중심으로 사회 성숙도 검사까지만 하기도 하고 거기에 BGT 정도가 추가되거나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 지능 추정 검사인 그림 어휘력 검사와 VMI를 대신 실시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죠. 지적 장애 판정 때문에 검사를 받으러 오는 수검자들은 대개 Mental Retardation인 경우가 많아 검사 결과를 실시하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2. 소아 발달 장애 평가
: 지능 검사 도구에 익숙해지고 Mental Retardation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 다음은 말이 늦다고 방문하는 소아와 관련있는 장애를 변별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Communication Disorder,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S, Mental Retardation을 변별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지능 검사 뿐 아니라 Bayley-2와 같은 발달 검사 도구를 집중적으로 익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습니다.
3. 소아 관련 장애 평가
: 발달 장애와 지적 장애의 변별에 익숙해지고 나면 영역을 조금 더 넓혀서 소아 Full Battery를 기본으로 해서 ADHD, Learning Disorder 등 다양한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훈련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Continuous Performance Test처럼 주의력 전문 검사 도구나 기초 학습 기능 검사 등 특수 검사 등을 추가하는 연습을 하게 되죠. 이 때는 PCRP, Family Problem, Sibling Rivalry, Peer Relationship Problem 등 가정 및 학교에서 아동의 부적응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변인들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을 낸 김에 청소년 영역까지 넓혀서 Conduct Disorder, Adolescent Depression, Anxiety Disorder 계열의 장애까지 경험하면 더욱 좋겠지요.
4. 보호 병동 평가
: 소아/청소년 영역의 심리평가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보호 병동 입원이 필요한 환자군의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된 장애군은 SPR Spectrum 장애와 Mood Disorder 군입니다. 보호 병동은 그야말로 외부의 사소한 스트레스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방어가 약해져 보호가 필요한 급성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두 영역에 속한 다양한 장애들의 주 증상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그것이 심리검사 sign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숙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훈련장이죠.
5. 낮 병동 평가
: 조현병과 기분 장애 군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중에서도 조현병 만성 장애 환자들을 볼 수 있는 낮 병동에서 수련을 받으면 좋습니다만 낮 병동까지 보유한 수련 기관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은 skip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완전 관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성 증상보다 음성 증상이 주 증상일 경우 심리검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익히는데는 꼭 필요한 환경이니 정신보건증진센터 등 만성 조현병 환자를 볼 수 있는 현장에서 일을 하실 생각이라면 가능한 한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6. 개방 병동 평가
: 보호 병동 수련까지 마치고 나면 심리평가가 주 업무인 병원 세팅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은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특정 장애만 다루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의 수련 배경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왜냐하면 다양한 Neurosis 환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개방 병동은 자해, 타해 위험이 크지 않은 다양한 Neurosis 환자가 입원하는 병동인데 주로 화병, Pain Disorder, Conversion Disorder, Somatoform Disorder 등으로 진단되는 성인들이 많습니다. 보호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만큼 증상이 dramatic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검사 profile이 전형적이지 않으며 통합 해석이 상당히 어렵죠. 심리검사 결과 뿐 아니라 신체검사결과, 간호기록지, 이전 병력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설정한 가설을 검증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세팅입니다.
7. 성인 외래 평가
: 성인 외래 환경은 초진 환자를 비롯해 퇴원 후 재진 환자, 거기에 성격 장애 환자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환자군이 존재하는 곳이며 요새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갈등 해결이나 스트레스 문제 때문에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진단 뿐 아니라 case formulation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담이나 심리치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특히 중요한 환경이죠. 게다가 재진 환자의 재평가와 다른 기관에서 치료받던 환자의 변별 평가까지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 환경의 총 집결판이자 '끝판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성인 외래에서 심리평가를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 신경심리평가와 같은 특수 평가를 제외한 Full Battery 평가에는 고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이 순서는 제 나름의 경험과 생각에 따른 심리평가를 익히는 최적의 순서일 뿐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 숙련에 관심있는 임상가 선생님들은 자기 나름의 순서를 찾아내는 별도의 노력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태그 -
ADHD,
Adolescent Depression,
Anxiety Disorder,
Bayley-2,
BGT,
case formulation,
Communication Disorder,
Conduct Disorder,
Continuous Performance Test,
Conversion Disorder,
Family Problem,
Full Battery,
Learning Disorder,
Mental Retardation,
MMPI-2,
MMPI-A,
Mood Disorder,
Neurosis,
Pain Disorder,
PCRP,
Peer Relationship Problem,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S,
sibling rivalry,
Somatoform Disorder,
SPR,
VMI,
개방 병동 평가,
그림 어휘력 검사,
기초 학습 기능 검사,
낮 병동 평가,
로샤,
보호 병동 평가,
성인 외래 평가,
소아 관련 장애 평가,
소아 발달 장애 평가,
수가,
수검자,
심리검사,
심리검사도구,
심리상태,
심리평가,
양성 증상,
음성 증상,
임상가,
정신보건증진센터,
조현병,
종합심리평가,
지능 검사,
지능 추정 검사,
지적 장애 판정,
평가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18
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심리평가를 할 때
평가자가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불안한 마음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바람에 오히려 길을 잃는 것입니다.
정보가 많으면 어떻게든 수검자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정보는 case formulation을 방해하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핵심적인 정보를 골라내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의뢰 사유를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의뢰 사유를 명확하게 해야만 가설을 정확하게 세울 수 있게 되고, 가설을 정확하게 세울 수 있어야만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또 다른 방법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치료력을 조사하던 중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특정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았던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죠. 이 때 평가자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건 그 진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느냐는 겁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문진에 의한 것인지, 약식으로 실시된 자기보고형검사 결과에 기초한 것인지,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한 것인지, 실시했다면 심리평가보고서를 구할 수 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실시한 것인지 등등을 확인해봐야 하는 거죠. 진단 근거와 관련된 아무런 정보를 구할 수 없다면 이런 정보는 아예 처음부터 없는 셈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배경 정보의 유효 시한(?)인데
배경 정보는 가설을 세울 때 사용한 뒤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제 방식을 따르자면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없애는 것이죠.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까지 배경 정보를 남겨두면 검사 결과가 제대로 해석되지 않거나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 배경 정보를 동원해 그 간극을 메우고 싶은 강한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야말로 소설 쓰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배경 정보는 사실 굉장히 불완전한 정보입니다. 심리적 고통이 큰 경우 수검자의 주관적 보고는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보호자가 수검자에 대해 잘 아는 signicificant others가 아닌 경우 불완전하거나 편향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정보는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의 오랜 과거 자료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배경 정보는 심리검사 의뢰를 받고 chart 확인 후, 혹은 심리검사를 위한 면접 후 가설을 설정할 때 사용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정확한 case formulation을 위해 더 낫습니다.
태그 -
case formulation,
significant others,
가설,
배경 정보,
수검자,
심리검사,
심리평가,
의뢰 사유,
진단,
치료력,
평가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49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검사가 끝난 뒤 원자료를 늘어놓고 뒤적거리면서 퍼즐 맞추듯이 case formulation하는 것만큼 비효과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임상가들이 여전히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한 5년 쯤 전에 의뢰 사유를 확인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린 적(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 참조)이 있었죠.
그런데도 여전히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진단 가설을 세우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더군요.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증상을 바탕으로 세운 '1차 가설'과 심리평가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2차 가설(진단 가설)'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 상태이며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누군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을 평가한다고 해보죠
증상을 바탕으로 한 1차 가설(증상을 보았을 때 평가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가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Social Phobia :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고 피하게 된다(당황스럽다, 불안하다?).* Avoidant PD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람들을 피해 왔다(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 같다)* SPR, prodromal stage : 밖에 나가지 않고 최근에 누군가 내 욕을 하는 느낌이 든다(social withdrawal, idea of reference or auditory hallucination).*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 :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다(identifiable stressor?). * Delayed PTSD : 시선 공포가 있다(비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guilty feeling?)
등등
1차 가설은 수검자의 주 호소(chief complaint)를 통해 세우는 것으로 숫자가 많아도 상관 없고 틀려도 상관 없습니다. 오히려 가설을 많이 세울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어차피 가설 검증 과정에서 배제될테니까요. 1차 가설 설정에서는 정확성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가설이 포함되는 것에 치중하세요.
그런데 심리검사 결과를 갖고 이 많은 1차 가설을 몽땅 검증하려고 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검증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해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내리기 위한 2차 가설로 추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변별 진단을 위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겁니다.
위의 보기로 다시 돌아가서
* Social Phobia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그런지 낯선 사람들에게만 그런지(대상의 일반화 가능성 확인)* Avoidant PD의 경우 창피나 거절을 당한 과거 경험과 그런 경험의 반복 여부(지속성)* SPR, prodramal stage의 경우 persecutory ideation, auditory hallucination 여부(사고 장애 유무 확인)*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의 경우 가정 및 학교 생활에서의 부적응 유무(malfunctioning)* Delayed PTSD의 경우 sexual history 및 eating problem 확인
등을 추가 면담, chart 및 clinical history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1차 가설 중 몇 개가 탈락하게 되고 좀 더 가능성이 큰 소수의 진단 가설(2차 가설)로 추려지게 되죠.
이제 추려진 몇 개의 진단 가설을 드디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1차 가설을 검증하지 말고 일단 2차 가설로 한번 더 추려낸 뒤 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2차 가설만을 검증하시면 좀 더 효과적인 case formulation이 가능합니다.
태그 -
Adjustment Disorder,
auditory hallucination,
Avoidant PD,
case formulation,
Chief Complaint,
clinical history,
Delayed PTSD,
idea of reference,
identifiabel stressor,
prodromal stage,
social phobia,
social withdrawal,
SPR,
가설 검증,
변별 진단,
수검자,
심리검사,
심리평가,
원자료,
임상가,
주 호소,
증상,
진단 가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848
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대부분 대학병원 급의 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싶어합니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복리 혜택이 주어지는 유급 수련 과정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경험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종합병원에는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종합병원이라는 수련 현장의 장점은 다양성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업무량에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종합병원이 다양한 환자를 볼 수 있다고 해도 어차피 희귀한(?) 장애는 별로 못 봅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병원에서 Sleep Walking Disorder, Fugue,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환자 등을 평가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애는 몸에 밸 정도로 많이 봅니다.
제가 수련받은 병원의 경우 1년차 레지던트는 1/4분기 동안 지적 장애 판정에 투입되는데 다양한 심각도의 Mental Retardation 환자를 지겹도록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는 발달 장애 클리닉에 투입되어 몇 달동안 Communication Disorder, MR, PDD NOS, Autistic Disorder를 변별하는 훈련을 끊임없이 받게 됩니다. 다음에는 보호 병동에서 SPR, MDD 환자를 실컷 평가하고, 다시 외래에서 ADHD, Anxiety Disorder 아동을 평가하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특정 장애를 일정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쌓이는 노하우와 지식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어 특정 장애에 대한 검사 sign과 case formulation의 감을 잡을 수가 있고 유사한 증상을 공유하는 다른 장애와 변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하나의 장애에 대한 감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무조건 다양하고 특이한 환자를 본다고 전문성이 저절로 배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얄팍한 잔수만 늘게 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앞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심리평가 부문에서도 최종적으로는 특정 장애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 클리닉의 집중 훈련 과정을 통해 Pain Disorder 환자에 대한 대가가 되든지, 재활 병원에서 뇌손상 환자의 손상 부위를 아주 detail하게 잡아내는 전문가가 되든지, 섭식 장애 센터에서 Eating Disorder 환자를 평가, 치료,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든지 말이죠.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평가하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집중'적인 훈련과 전문성의 배양입니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태그 -
ADHD,
Anxiety Disorder,
Autistic Disorder,
case formulation,
Communication Disorder,
Fugue,
MDD,
Mental Retardation,
PDD NOS,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Sleep Walking Disorder,
SPR,
다양성,
대학병원,
레지던트,
병원,
수련,
심리검사,
심리평가,
임상심리전문가,
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종합병원,
집중,
환자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555
세상에서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에도 적용됩니다.
물론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심정적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내려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점검하고 헷갈리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을 따로 list up해 supervision 때 다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supervision point를 물어봅니다. 이 케이스를 왜 supervision 받으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요. 이 질문을 자꾸 던지는 이유는 supervision을 준비할 때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case formulation이 어렵기 때문에 supervision을 받으려고 하지만 point를 잡기 위해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자신의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고 이 취약점을 보강해야 supervision을 통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supervision point를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진단의 문제인가
:
진단이 헷갈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가설 검증 방식에 의한 case formulation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고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진단을 위해 필요한 정신병리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검사는 그런대로 하겠는데 진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정신병리에 대한 지식을 더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검사 결과를 대충 꿰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단명을 붙여 제출하게 됩니다.
2. 검사 sign 통합의 문제인가
: 검사 sign이 통합되지 않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역시 가설 검증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보다 중요한 검사 sign을 선별하지 못함)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의 검사 sign이 어떠한 심리적 상태, 증상, 문제와 연결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과도한 정보에 압도되어 보고서 작성 시점에서 수많은 정보를 늘어놓고 골라내는데 어려움을 겪게되고 후자의 경우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해 혼란을 겪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가설 검증 방식으로 접근하는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각 검사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검사 별 manual과 해석서를 보다 심층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3. 검사 sign과 배경 정보의 불일치 문제인가
: 심리검사의 실시 및 채점, 해석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도 겪게 되는 이 문제는
대부분 배경 정보의 신뢰도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자녀를 방임한 어머니의 주관적 보고를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등)
screening에 실패하거나 꼭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병력이 있는 정신분열병 환자가 복용하던 약물 미확인 등)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심리검사 실시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한 나머지 검사 실시, 채점, 해석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죠. 이 경우는
부족한 정보를 수집하는 노하우를 익히게 되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4. 검사 실시 및 채점, 해석의 문제인가
: 수련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중요시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맹점이 많은 부분이 바로 이 문제입니다. 종합병원 급 수련 기관에서도 검사의 실시, 채점은 대학원에서 충분히 익히고 왔다고 가정하며 1년차 때 윗년차가 몇 번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마스터했다고 여기는데 실제로 전문가가 된 이후에도 잘못된 검사 실시 방법을 본인도 모르는 채 고집하는 경우가 많으며 검사 도구 자체에 대한 지식마저도 부족(예를 들어 K-WAIS의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 점수가 연령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모름)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지식을 supervision을 통해 교정해야 합니다.
5.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의 문제인가
: 이건
임상심리학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 현재 어느 수련 기관에서도 어떻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수련 레지던트의 자질하고는 하등의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참고 서적이 한 권도 없으며 Clinician's Thesaurus와 같은 외국 서적을 참고할 수 밖에 없습니다.
supervision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표준화된 보고서 작성법보다는 적절한 용어 사용, 군더더기 없는 기술, 논리적인 연결법 등입니다.
6. 심리평가 보고서 활용의 문제인가
:
심리평가 보고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술 방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지체 판정을 위한 보고서이냐, 심리치료를 위한 평가이냐, 학교 제출용이냐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고 제언(recommendation)도 달라지게 됩니다. supervision에서는 이러한 각각의 활용도에 따라 심리평가 보고서를 어떻게 달리 작성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 밖에도 많은 점검 point가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정리를 했으니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는 선생님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태그 -
case formulation,
supervision,
supervision point,
가설 검증 방식,
검사 sign,
레지던트,
수련,
수련 기관,
심리검사,
심리평가,
심리평가 보고서,
임상심리학회,
전문가,
진단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233
과장을 조금 보태서 우리나라 정신과에서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의 90% 이상은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점차 나아질거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속도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닐 겁니다.
임상 현장에 따라 사회복지전문가나 간호사가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특히 정신과에서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사람은 거의가 정신과 의사입니다. 치료 권한과 대부분의 책임 소재가 모두 의사에게 있으니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라면 적어도 한 두번쯤은 다른 전문가가 쓴, 그야말로 형편없는 심리평가 보고서를 접할텐데, 그럴때면 이런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어떻게 잘리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다른 임상심리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심리평가 보고서를 보는 축에 속하는데 의외로 형편없는 보고서가 아주 많습니다. 대체 어떤 수련을 받았는지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엉터리 임상심리학자가 퇴출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심리평가를 의뢰한 정신과 의사가 심리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말이 의심스러우면 친한 의사 선생님께 심리평가 보고서를 모두 읽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게 어렵다면 제출한 보고서를 나중에라도 확인해 보시면 제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심리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습니다. 사실 그럴 시간도 없고요. 대부분은 심리평가 보고서 중에서 Summary & Recommendation만 읽습니다. 그것도 요약 부분 중에서 지능 지수와 진단에 필요한 특정 결과 부분만 (밑줄치면서) 읽습니다.
제가 작성한 종합심리평가보고서는 A4 기준으로 대개 3장을 넘지 않는 적은 양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6~7장이나 되는 보고서를 읽을리가 만무하지요. 제가 supervision 하면서도 그런 보고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걸요.
이건 임상심리학자들의 책임도 있는 것이 개업 의사들(특히 소아정신과)이 요구하는대로 visual에만 신경 쓴 나머지 표만 화려하게 집어넣고 양을 늘리는데만 급급했기 때문에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보고서가 된 것이죠. 의사들만 탓할 것도 아닙니다.
사정이 이러니 의사가 원하는 진단에 맞는 용어만 몇 개 넣어서 써 주면 별다른 문제 없이 일 할 수 있는 것이죠. 실력이 없어도 들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심리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의뢰자에게 의뢰 사유를 꼼꼼히 물어보고 뭘 알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반영해서 보고서를 쓸테니 요약 및 제언만 읽지 말고 전체 보고서를 다 읽어달라고 합니다.
보고서 전체를 꼼꼼히 읽으면 어느 정도는 엉터리 formulation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일부 문구는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보고서의 전체 내용을 논리적 빈틈 없이 formulation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의뢰자가 심리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실력없는 엉터리 임상심리학자들이 하루빨리 퇴출되어 심리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권익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의뢰 사유를 꼼꼼히 확인하고 그 의뢰 사유를 보고서에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며, 보고서를 전부 읽어달라고 요구하세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49
심리평가의 핵심은 Case Formulation이고 Case Formulation의 핵심은 가설 설정(
'심리평가에서 가설 설정이 중요한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심리검사의 결과가 설정된 가설을 지지한다면 case formulation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심리검사의 결과가 설정된 가설을 지지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사실 이 문제도 가설을 제대로 설정하게 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가설을 하나만 설정하는 것이 아니고 대안 가설도 세우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검사 결과가 가설 중 하나를 지지하게 마련이니까요.
정작 문제는 가설이 아니라 배경 정보나 주 호소 문제와 검사 sign이 일치하지 않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호소하는 증상이나 의사의 문진 상 Schziphrenia, prodromal stage가 의심되는 피검자를 검사해보니 검사 sign이 하나같이 너무나 멀쩡하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 많은 평가자들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검사를 잘못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다가 검사 결과와 전혀 상반된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중에 후회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심리평가는 evidence-based approach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검사 sign이 지지하는 결과만 보고해야 합니다.
앞에서 든 예에서 지각의 왜곡이나 현실 검증력의 손상 등 사고 장애를 시사할 만한 아무런 검사 sign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차후에 SPR로 이환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해도 평가 시점에서 그 피검자는 SPR이 아닌 겁니다.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어설픈 예언을 하게 되면 점쟁이와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절충점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evidence-based approach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평가에서 case formulation이 잘 되지 않고 혼동되는 이유는 evidence-based approach를 철저히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21
심리평가를 하는데 있어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전 포스팅(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 때는 의뢰 사유 파악을 하는 것이 가설 설정을 위해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씀드리고 말았는데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임상심리학자들이 심리평가에서 중요한 것이 심리검사라고 알고 있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오히려 심리검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설 설정일 수 있다고 봅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진행하다 보면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가설을 설정하지 않고 검사에만 치중하다보니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거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무리하게 면담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정보가 과연 가치있는 것이냐하는 것은 둘째치고 그건 피검자를 괴롭히는 거죠. 피검자를 위해 실시하는 심리평가에서 피검자를 괴롭히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설을 설정하지 않은 관계로 모아들인 심리검사, 면담 결과가 정리되지 않고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case formulation을 방해하게 됩니다.
그러니 supervision 때 엄청 많은 자료를 들고 오지만 핵심을 꿰뚫는 supervisor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자신이 놓친 부분만 안타까워합니다.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쓸데없는 정보 과잉입니다. 피검자를 괴롭히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심리평가를 하려면 가설을 설정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겠지만 익숙해지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심리평가를 수행할 수 있고 시간도 많이 절약됩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에는 먼저 꼭 가설을 설정하세요.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설 설정을 포함한 과학적 검증 방법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으면서 임상 현장에만 나오면 싹 잊어버리는 것이 저는 더 신기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30
얼마전 이 바닥에서 소위 BIG 3로 불리는 병원 중 하나가 심리평가를 받는 모든 정신과 내원 피검자에게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routine하게 실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전두엽 기능을 측정할 필요가 없는 피검자에게도 실시한다는 건데 아무리 심리검사의 수가가 낮아서 병원이 수익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많아도 그렇지 왜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나요?
피검자는 자신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검사를 하느라고 시간 들여, 돈 들여, 힘 들여야 하고, 평가자는 제대로 통합도 안 되는 검사 실시하느라고 시간 낭비에다가 그 보다 더 중요한 양심을 팔아먹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는 별로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신경심리평가에서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변별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신경심리검사도구와 부합도도 낮아서 도무지 case formulation하는데 방해만 되기가 일쑤인 검사 도구입니다.
게다가 이 검사도구는 채점 및 분석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평가자의 부담이 엄청난 검사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만약 꼭 사용해야 한다면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이 의심되는 피검자에게만 사용해야지 왜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하는겁니까?
지금 제정신입니까?
그러고도 전문가 대접을 받고 싶습니까?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796
심리평가를 할 때 초진 기록지를 보거나 면담을 하다 보면 너무 많은 증상을 다양하게 보고해서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문제인데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정신과에 대려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으나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거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시시콜콜 보고하곤 합니다.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마냥 반가울 수 만은 없는 것이, 너무 많이 보고된 문제 행동과 증상은 피검자를 평가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효율적으로 피검자를 평가하는 경험적인 방법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부모가 가장 먼저 보고하는 것이 아동의 주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가도 의사에게 가장 힘든 점을 먼저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ADHD라면 수업 시간에 돌아다녀 담임 선생님에게 계속 지적을 받는 문제를 먼저 보고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증상의 심각도가 높은 문제가 가장 먼저 보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상에 머리를 박는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동이 있다면 self-destructive한 행동이 가장 먼저 보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다양한 증상을 주된 문제와 부차적인 문제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을 하나씩 나무의 밑둥으로 보내고 다른 문제들이 이 밑둥에 위치한 문제로 인해 부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동에게 악몽을 자주 꾸는 문제와 매사에 걱정이 많은 문제가 있다면 매사에 걱정이 많은 문제가 주된 문제이고, 악몽을 자주 꾸는 문제가 부차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큽니다. 가지에 속한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주된 문제를 찾아낸다면 그 문제에서부터 아동의 문제를 찾아나가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안될때에는
각 증상에서 가능한 진단을 모두 찾아 나열한 뒤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낮은(less likely) 진단부터 차례로 배제(rule out)하는 방법을 쓰면 됩니다.
어떤 이론적인 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효율적인 case formulation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보고된 증상과 문제의 홍수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드는 경우에는 허우적거리면서 방황하는 것 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좀 더 구조화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