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한 도움을 받으려고 관련 서적 검색을 해 보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참고할 만한 책이 없는 것이 임상심리학계의 현실입니다. 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 분야의 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분야이고 사실 상 유일무이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책 한 권 없다는 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물론 성태훈 선생님이 쓰신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이 있지만 이미 나온 지 4년이나 지나 그동안 출시된 K-WAIS-IV, K-WISC-IV와 같은 새로운 검사 도구라든가 DSM-5와 같은 새로운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상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유일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책이니 아마도 개정판을 내시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요.
어쨌든 그래서 제가 심리평가 관련 강의를 나갈 때마다 자주 소개하던 책이 바로 Zuckerman의 이 책, Clinician's Thesaurus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참고는 했지만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일독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꼼꼼히 읽어보니 분명히 장점도 많은 책이지만 한편으로 단점도 적잖이 눈에 띄더군요.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장점은 detail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각 영역에서 기술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어떤 문구를 사용하면 좋을 지 풍부한 문장 예시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영어 독해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만 된다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옮길 때 막혀서 난감할 때 관련된 부분을 찾아서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detail 또한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이 책에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것만 실린 게 아니고 정신상태평가를 위한 인터뷰, 질문지, 삶의 질 측정 등 수검자를 평가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른 많은 자료들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은 총 3부 중 두 번째 파트만 해당되고 그나마 나열식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대응해서 살펴볼 수가 없습니다.
예제는 많지만 다분히 미국 문화에 어울리는 내용도 많아서 우리나라 임상 현실에 그대로 접목해서 사용하기에는 좀 다듬을 필요도 있고요.
심리평가보고서를 이미 어느 정도 쓸 줄 아는 임상가보다는 심리평가보고서가 뭔지 잘 모르는 초심자에게 더 어울리는 책입니다.
결국 자신의 심리평가보고서 quality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중급자들께 추천드릴 책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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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학원에서나 전문가 수련 과정에서나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과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Clinician's Thesaurus' 같은 교재가 이미 많이 나와 있을 뿐 아니라 정규 교과 과정에서 별도의 시간을 들여 다루는데 비해 우리나라 심리학과 대학원에는 그런 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곳이 (제가 알기로) 한 곳도 없습니다. 참 한심하죠.
전문가 수련 과정에서도 supervisor가 알고 있는 방식을 도제식으로 그대로 답습할 뿐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 역시 없으며 그래서 표준화된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지식을 배울 기회가 없고 알음알음 대충대충 익힐 뿐입니다. 저 역시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현장에 나와 일을 하면서 수많은 supervisee의 다양한 보고서 형태를 접하게 되면서 이런 문제로 나름 고민을 많이 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제 나름의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기준을 갖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빨리 학회 차원에서 표준화된 심리평가 보고서를 만들고 교육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표준화된 심리평가 보고서의 필요성' 포스트 참조).
표준화된 심리평가 보고서에 대해서는 앞으로 포스팅을 할 기회가 있을겁니다. 그것보다 오늘은 보고서를 쓰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보고서의 용도, 보고서를 읽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 등에 따라 작성 방법이 융통성 있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표준화된 심리평가 보고서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보고서의 형식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이고 쓰는 방식은 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 의뢰 이유가 장애 판정을 받기 위해 국가 기관에 제출하려는 것과 전문가의 해석 상담 없이 부모에게 직접 제공되는 소아용 심리평가 보고서의 작성 방식은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전자는 행정적인 절차에 부합되게끔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고 그에 비해 후자는 부모가 피검 아동의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기술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어로 된 표현을 직접적으로 얼마나 쓸 것인지, 해석 위주로만 기술할 것인지 아니면 검사 sign의 예를 많이 드는 evidence-based approach를 택할 것인지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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