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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에서는 MMPI-2/A의 2번 척도 상승이 우울보다 Delayed PTSD를 의미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위의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D1+D4+D5 소척도 조합만 상승하면 편할텐데 사실 D2, D3 소척도를 포함한 모든 소척도가 상승한 경우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이 경우, 저는 Delayed PTSD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 기간이 경과하면서 우울 장애로 이환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Delayed PTSD는 항상 우울 장애로 이환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울 뿐 아니라 공황 장애나 각종 중독, 강박 장애 등 다양한 장애로 이환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우울 장애로 이환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면 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는 우울 장애로 이환되는 경우가 그렇게나 많은 걸까요? 이는
'불안과 우울의 관계 : 상담자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불안과 우울이 spectrum 상의 어느 한 지점에 속하는 것처럼 불안에서 시작해서 우울로 이동하는 경로를 따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애착 외상의 가해자는 주 양육자인 부모가 대부분인데 자신을 사랑해서 낳은 부모가 자신을 학대, 방임하게 되는 상황이 애착 외상입니다. 애착 외상의 피해자인 내담자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든 설명해야 합니다. 부모가 나를 학대하려고 일부러 낳은 것은 아닐테니 결국 결론은 자신이 뭔가 학대 당할 만한 짓을 했구나 내지는 학대를 당해도 싼 인간이다라며 내부 귀인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가해 부모들이 "니가 맞을 만한 짓을 하니 맞는거다", "오죽했으면 내가 이렇게 하겠냐", "다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거다"라며 이러한 내부 귀인을 강화하는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내부 귀인을 통한 자기 비난은 우울을 악화시키는 인지 삼제(cognitive triad) 중 하나입니다. 거기에 가장 강력한 정서적 지지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부모가 가해자이고, 또한 부모는 핏줄이라 쉽게 끊을 수도 없는 것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이처럼 애착 외상 자체가 강력한 인지 삼제에 의해 유지되므로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가 우울 장애로 이환될 가능성이 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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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삼제(Cognitive Triad)는 Aaron Beck의 우울증 인지 모형에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3요소를 일컫는데,
* 부정적 자아상 : 자기 자신을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시각으로 봄
* 자신의 경험에 대한 부정적 평가 : 세상을 삶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거나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로 봄
* 미래에 대한 부정적 견해 : 자신의 미래를 매우 부정적이고 절망적으로 봄
으로 간략히 정리하면 자신, 환경, 미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인데 인지 삼제가 지속되면 우울 장애가 악화되고 무엇보다 무망감(hopelessness)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증가됩니다. 문제는 무망감이 자살 위험성 증가를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설명력이 높은 요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인지 삼제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행히 MMPI-A에는 인지 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들이 있습니다. 모두 내용 척도에 포함되어 있어 한 눈에 살펴보기에도 좋죠. 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A-cyn1(염세적 신념) : 미래에 대한 부정적 예상
* A-lse1(자기 회의) : 부정적 자기 개념
* A-fam2(가족 내 소외) : 가족 내 지지망의 부재
A-cyn1과 A-lse1 내용 소척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A-fam2 소척도가 왜 자신의 경험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설명이 좀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양육) 환경은 바로 가족이죠. 그래서 거의 유일무이한 가족 내에 지지망이 부재하여 소외감을 느끼는 상황에 놓인 청소년이라면 세상을 자신을 방해하거나 극복 불가능한 장애물로 지각하기 쉬운 겁니다. 절망적인 상황인 것이죠.
따라서 이 세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할수록 기존 우울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무망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증가할 수 있어 자살 위험성에 대한 추가 평가가 요구됩니다. 자살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서는,
MMPI-A에서는 ANG1 소척도 대신 A-con1(표출 행동) 소척도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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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CBT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David D. Burns 박사가 'Feeling Good'의 성공에 고무되어 스스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Self-help workbook으로 내놓은 책입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바꾸는 건 우울 장애 치료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울을 악화시키는 인지삼제(Cognitive Triad)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Burns 박사는 10주에 걸쳐 Self-esteem을 높이는 일종의 자기 학습서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주차. 행복의 대가
2주차.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
3주차. 자신이 느껴온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4주차.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는 방법
5주차. 역설적 수용
6주차. 원인에 접근하기
7주차. 자신감 키우기 - 그것은 무엇인가
8주차. 완벽주의자의 자기 패배 각본
9주차. 일을 미루기에 대한 처방
10주차. 연습, 연습, 연습!
각 단계는 목표 -> 그 주의 기분 평가하기 -> 그 주에 할 일 설명 -> 연습 -> 평가 -> 다음 단계를 위한 스스로 돕기 과제 순으로 진행됩니다.
Self-help workbook인 만큼 읽는 사람이 직접 작성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만큼 성의를 갖고 매 과제에 열심히 임해야 하는 것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걸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10주 동안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우울증에서 벗어난 사람이다'였습니다. 저 같은 전공자도 따라가는데 상당히 지겹고 힘들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CBT의 효용성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CBT 기법 자체에 대한 의문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적용 가능성에 회의적이죠. 미국에서는 도박 중독 치료에도 CBT 기법들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는데 제 경험으로는 우리나라 내담자에게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걸 결과가 같더라도 원인이 다르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CBT는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미국 문화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치료 기법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내담자들은 CBT를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지적 능력은 충분히 뛰어나지만 우울에 빠지는 원인 자체가 역기능적 신념이나 자동적 사고보다는 애착 외상, 이로 인한 대인 관계 상처의 재경험, 정서적 지지망의 부재 등 열악한 환경,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CBT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지보다 정서나 감정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CBT를 적용하다보면 "왜 그런지 확실히 이해했고 잘 알겠지만 그래도 우울한 감정은 그대로더라고요"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뭔가 계속 겉도는 느낌이죠.
그래서 David Burns같은 CBT 대가가 만든 Self-help workbook이 과연 어떨지 궁금한 분들은 일독하셔도 무방하지만 CBT를 주 치료 기법으로 사용하실 분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어 중고 시장에서 구하셔야 하니 제가 북 크로싱하면 빌려서 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닫기
* 긍정적인 생각은 다음의 특징을 가져야 합니다.
- 그것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그것은 타당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 그것은 부정적 생각이 허위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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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합니다만 그리 대단한 내용은 아니고 선별평가도구로 많이 사용하는 MMPI-2의 D, RC2 척도를 활용해 우울 관련 장애를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예전에 MMPI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흔히 2-7-0 또는 2-7 code tyep이 전형적인 우울 장애 프로파일이었습니다. 물론 요새도 이 code type 양상이 분명하면 우울 장애를 고려하기는 합니다만 요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유행하는 진단은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입니다. 아무래도 7번 척도의 상승을 무시하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불안까지 함께 고려하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오늘은 임상 척도 D, 재구성 임상 척도 RC2 딱 두 개만 갖고 우울 장애와 관련된 진단 가설을 설정하는 걸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임상 척도의 재구성 임상 척도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해석 기준 점수는 65T이나 편의 상 즉각적인 심리치료 또는 약물 치료를 요하는 수준의 개념적 진단 기준인 70T로 설명하겠습니다.
D 척도 상승 : Depressed Mood 상승
RC2 척도 상승 : Positive Emotion 하강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입니다.
* D 척도 70T 이하, RC2 척도 70T 이상
*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하
*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상
1. D 척도 70T 이하, RC2 척도 70T 이상 -> 기분 부전 장애(Dysthymic Disorder) 고려
depressed mood는 별로 보고되지 않고 positive emotion만 낮은 경우입니다. 상담이나 구조화된 면담에서 내담자가 '사는 재미가 별로 없고 웃을 일도 별로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우울해 죽을 지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일도 없는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할 수 있습니다.
2.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하 ->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 고려
1번 경우와 반대로 depressed mood는 높은 수준인데 positive emotion가 하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수검자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고 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문제도 보고하는데 그래도 삶의 즐거움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아 buffer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D척도의 하위 척도에서 D2 정신운동지체 소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로샤 같은 투사법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는 게 좋습니다. emotional support를 제공하는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울에서 빠져나오는게 쉬워집니다.
3.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상 -> Double Depression(Major Depressive Disorder) 고려
depressed mood도 높은 수준이고 positive emotion까지 하강한 경우로 예후가 가장 좋지 않습니다. 대개는 기분부전 장애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다 발병 시점 앞뒤로 강력한 stressor를 만나 한번 더 추락한 형국입니다. 그래서 double depression이라고 하는거죠. depressive해지기 오래 전부터 긍정적인 정서도 고갈되어 온데다 이러한 긍정적 정서의 고갈이 주변의 지지 체계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작 심각한 우울이 찾아왔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아무데도 없습니다.
이 경우는 대개 응급실을 통해 종합병원급의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살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주의 관찰을 요합니다.
DSM-5 기준으로는 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가 가장 부합하는 진단명입니다.
덧. 우울 장애의 임상적 진단이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정확한 변별 진단을 위해서는 D, RC2 척도의 조합만 믿지 마시고 다른 심리검사결과와 면담, 배경 정보, 치료력 등을 포괄적으로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위의 내용에만 너무 의존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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