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에서 이야기하는 성격 장애 또는 성격 장애 상태라고 하면 DSM 체계로 봤을 때 진단이 가능한 기질 상의 취약성이 존재하고 성격이 미발달되어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기질의 취약성이 극대화되어 드러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강박성 기질(LHL)의 소유자인데 불안정 애착되거나 심하면 애착 외상을 입어 LLM, LLL 성격 유형처럼 자율성, 연대감이 미발달되어 강박성 기질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강박성 기질의 취약성이 극대화 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DSM 기준으로 강박성 성격 장애라고 진단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아 동질적(ego-syntonic) 성격 장애와 자아 이질적(ego-dystonic) 성격 장애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MMPI-2/A에서는 normal profile이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TCI에서는 성격 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결과인데 MMPI-2/A에서는 병리적 문제 뿐 아니라 어떠한 주관적 불편감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는 자아 동질적 성격 장애일 가능성이 큽니다. 당연히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에서 유의미 상승하는 척도가 있어서 해석 가능하다면 자아 이질적 성격 장애일 수 있고요.
그 다음에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 유형이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사회성 기질(HLL)의 소유자일 때 한 명은 독재적 성격(HLL) 유형이고 다른 한 명은 복종적 성격(LHM)이라면 전자는 자아 동질적 성격 장애, 후자는 자아 이질적 성격 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반사회성 기질과 독재적 성격은 그야말로 궁합이 잘 맞는 자아 동질적인 조합이지만 반사회성 기질과 복종적인 성격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자아 이질적인 조합이거든요. 실제로 반사회성 기질이 복종적인 성격 유형으로 발달한 수검자라면 MMPI-2/A에서 normal profile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반사회성 기질을 억누르고 살았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damage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가끔 자아 동질적 성격 장애와 자아 이질적 성격 장애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이 참에 정리해 봤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579
MMPI-2/A를 선별검사로 실시했는데 Normal Profile(정확하게는 Normal Profile처럼 보이는 결과)이 나오면 평가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MMPI-2/A 결과가 정상이라면 정신과적 진단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니 좋은 소식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런 수검자가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무엇보다 검사 의뢰 사유나 주 호소와 맞지 않죠. 오히려 일반적인 수검자보다 더 다양한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기 쉬워 더더욱 평가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이 때 평가자가 확인해야 할 해석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성격 장애 가능성
: 자아 동질적(ego-syntonic)인 성격 장애의 경우는 MMPI-2/A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아 동질적이라는 의미가 성격 장애 역동이 완전히 자아와 합일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TCI 기준 HLL-HLL 유형)라면 MMPI-2/A에서 아무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따라서 MMPI-2/A만 실시했거나 SCT와 결합하여 선별심리평가를 진행했다면 TCI/JTCI의 추가 실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중독 문제 가능성
: 특히 도박, 주식, 게임, 관계 중독 등 행위 중독인 경우는 MMPI-2/A에서 아무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코올, 마약, 불법 약물 등의 물질 중독이라면 대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신체적인 금단 증상이 있지만 행위 중독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데 예를 들어 도박에 중독된 상태라면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은 심리적 고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일 수 있어서 중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다시 MMPI-2/A를 실시하면 그때서야 우울, 불안 등 증상 척도들이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MMPI-2의 APS 보충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행위 중독 때문에 정상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합니다.
3. 성격 장애 + 행위 중독 둘 다
: 가장 좋지 않은 조합인데 최근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특히 애착 외상 관련하여 관계 중독에 빠진 성격 장애 내담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관계 중독의 양상은 연인에 대한 집착과 스토킹 같은 두드러진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부모와 융합되어 있는 양상이 더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성격 장애의 양상도 수동-공격성을 비롯한 B군 계열에서 의존성이나 회피성과 같은 C군 계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합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평가자라면 MMPI-2/A가 정상 수준으로 나왔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수검자가 왔을리가 없다고 의심하고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가끔 상담 수련 기관에서 접수 면접 시 실시한 MMPI-2/A 검사가 정상 수준으로 나오면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하여 수련을 받는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임상, 내용 척도가 상승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가정하여 지도 교수급 상담자에게 배정하는데 정반대로 해야 합니다. 성격 장애 profile을 들고 제게 supervision을 받으러 오는 supervisee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