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ner 방식의 로르샤하 해석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수련 내내 지긋지긋하게 채점을 하는 임상심리전문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 이는 2006년에 포스팅 한 '로샤 검사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서도 설명드린 것처럼 Exner의 채점 체계에 헛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1970년 후반에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5개의 채점 체계를 통합하려는 Exner의 의지 결정체입니다. Klopfer, Piotowski, Beck, Hertz와 차례로 만나 의견을 나누었고 이후 수십 년동안 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판올림하였는데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3판의 번역서입니다. 이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새로운 개정판이 나오지 않은 걸 보면 더 이상의 업데이트를 포기한(또는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습니다.
1장 최근 연구 결과와 해석 전략, 2장 심리평가 자문모델은 이미 20년 전의 내용이니 영양가가 별로 없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3장부터 시작되는 실제 사례의 해석인데 다루고 있는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3장 스트레스 관리
4장 우울 및 자살 위험
5장 공황 발작
6장 망상적 사고
7장 해리 문제
8장 불안과 수면 문제
9장 급성 정신병적 삽화
10장 약물 남용 평가
11장 약물 남용 치료에 대한 동기의 문제
12장 충동 통제 문제
13장 대인 관계 문제
14장 자해 및 타해 관련 문제
15장 법적 분별력 및 능력 문제
16장 개인 상해 소송과정에서의 통증 문제
17장 학업 수행 부진 문제
18장 공격성 문제
19장 청소년기 약물과다 복용
20장 꾀병 문제
21장 긍정적 적응으로 가장하기
주제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15, 16, 19장은 다분히 미국 문화 특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각 장은 대표적인 사례 설명 후 사례 개념화와 함께 주제와 관련된 채점 체계 내의 변인을 일별하고 실제 채점한 내용을 제시하고 제언과 함께 치료 결과를 에필로그에서 설명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을 것 같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제공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존 Exner의 책과 구성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채점의 정확도는 여전히 높지 않으며 무엇보다 사례에 대한 formulation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언과 치료 방법도 제 기준에서는 의아한 부분이 많고요. 그나마 건질 내용은 각 장의 주제와 관련하여 정리된 기존 연구 결과들인데 그마저도 옛날 연구들이 많아서 잘 걸러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700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에 32,000원이나 하는 하드커버 전공 서적이지만 굳이 구입까지 해서 읽을 책은 아닙니다. 궁금한 분들은 도서관이나 지인에게 빌려서 일독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소장하고 재독할 수준의 책은 아니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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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와 불안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로르샤하 종합 채점체계의 변인은 음영확산 반응(FY, YF, Y), m, D와 Adjusted D(Adj D)이다.
* Beck(1945)은 음영확산 반응이 무기력하여 행동하기 어려운 상태를 나타낸다고 보았다. Klopfer는 free-floating anxiety를 의미한다고 제안했고 Piotrowski는 무생물운동 반응이 일반적인 좌절과 긴장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 현재 문헌들에서 무생물운동 반응은 외적 스트레스에 대한 일반적 경험을 나타내고, 음영확산 반응은 개인의 통제 밖에 있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두 반응의 의미를 구별하는 경향이 있다.
* 음영확산 반응(FY, YF, Y)이 특히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 경험에 민감하여 무생물운동 반응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지표이나, 둘 다 불안 수준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상태 변인임을 알 수 있다. 상태 불안과 특성 불안의 변별은 로르샤하 평가 문헌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 S-CON 총점(7점 이상)은 일반적인 충동성이나 자기파괴적 경향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생태학적으로 타당하고 실제 존재하는 심각한 자살 시도 행동과 관련된다.
* DEPI가 우울 장애 진단에 제한적이라고 밝힌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심리학자들은 DSM의 주요우울장애 진단 목적으로 DEPI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했다. Exner(2003)는 유의한 DEPI는 특정한 진단 범주와 일치하기보다는 정서적 문제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안하였다.
* Belyi(1991)는 체계적 망상이 있는 수검자들의 로르샤흐는 정상 대조군들과 유사하고 세부적인 요소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면에서만 차이가 있다고 했다.
* 잘 조직화된 편집증 망상 체계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신중하고 세부 사항에 초점을 둔 로르샤흐의 정보처리 양식이다. Rapaport, Gill & Schafer(1968)는 이러한 신중함은 적은 수의 반응, 카드 거부, 적은 수의 색채 결정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요약하자면, 해리성 장애 사람들의 로르샤흐는 인지적인 복잡성과 내용의 정교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 능동적인 인지 관여(Zf)와 혼란스럽고 양가적인 대인 관계 표현들(낮은 COP, 높은 AG와 상승된 SumT와 같은 역설적인 조합)이 심리치료 참여를 나타내는 긍정적인 예측 변인이다. 반면, 자기애의 특징은 치료 중단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충동 통제 평가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로르샤흐 변인은 운동, 인지, 혹은 정동 억제(M), 그리고 정동이 포함될 때 표현을 조절하는 능력(FC:CF+C)이었다.
* SumC'은 감정을 내재화하는 지속적인 경향성을 나타내며 SumT는 만성적인 결핍과 외로움을 반영한다.
* Hx 반응은 대개 자기상과 관련하여 주지화를 형성한다.
* 공격성 변인들은 연극성이나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전체 기준과는 관계가 없었으나 MOR의 감소는 반사회성 성격장애 전체 기준의 유의한 예측 변수로 나타났다. MOR의 증가는 경계선 성격장애 기술어들의 전체 수에 대한 유의한 예측 변수였다.
* 반사 반응의 존재는 과장된 자기관여와 자기가치감의 팽창을 나타낸다. 이것은 개인적 온전함을 보호하고자 종종 과도하게 방어를 사용하는 특질과 비슷한 특성이다.
* 특수점수 AB를 함께 포함하는 Hx 반응은 자기상 또는 자기관여와 관련된 문제를 현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주지화 방식으로 다루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 불안을 보여주는 로르샤흐의 내용 범주를 구름, 불, 연기, 지도, 이상하고 기괴한 개념, 즐겁지 않고 불쾌한 지각, 기하학적 형태, X-ray 등과 같이 정리하였다.
* DEPI가 DSM 규준에 따라 우울 진단을 받은 아동과 청소년들의 행동과 관련 없음을 시사한다.
* V 반응은 부정적으로 여기는 자기상에 대해 내성적으로 반추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 S와 관련하여 얼굴이나 얼굴의 부분을 강조한 경우는 대개 불안정감 또는 소외감과 관련된 조심성을 내포한다.
* 상당히 많은 PER 반응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온전함에 대한 지각된 도전을 방어하기 위해 지식을 사용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 X-%(.30)는 광범위한 현실 검증력의 문제를 포함하는 결과로 심각한 중재적 손상을 나타낸다.
* Ganellen 등(1996)은 MMPI F척도 90T를 절단점으로 이용하여 꾀병 집단과 솔직하게 반응하는 집단으로 나누고 로르샤흐 자료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극적인 내용과 특수점수(혈액, 성, 불, 폭발, 병적 반응, 공격 반응)만이 꾀병 집단에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 지금까지의 해석 지침에 따르면 프로토콜에 3개의 S 반응은 그 개인이 환경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으로 추정한다(Exner, 2000, 2003). 그러나 새로운 표본에서 나온 결과에 따르면 앞의 해석적 가정은 다음의 경우에만 적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S가 3개가 아닌 4개의 경우, 혹은 S가 3개라면 1번 카드에서 일반적인 동물 얼굴이나 가면을, 그리고 2번 카드에서 로켓이나 우주선 반응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 적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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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샤하는 임상가에게 가히 애증의 대명사라고 알 수 있습니다. 임상 전공자에게는 매력있지만 그만큼 토 나오는 검사이고 상담 전공자에게는 욕심나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만큼 도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도구이죠.
그런데 순서를 좀 바꿔야겠습니다.
작년에 나온 이 책은 '임상심리 수련생을 위한 종합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 시리즈로 유명한 성태훈 선생님이 쓰셨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1장. 해석을 위한 준비
2장. 검사 실시
3장. 각 기호의 채점
4장. 로르샤하의 특징과 해석 방법
5장. 로르샤하에서의 투사와 각 카드의 의미
6장. 구조변인의 해석
7장. 기타 해석 방법
보시는 것처럼 '종합체계 워크북'과 '로르샤하 해석의 원리' 내용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걸 한 권에 모두 담았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현장에 맞춘 찰떡같은 예시를 통해서요.
제가 미니 강의, 특히 심리검사와 관련된 강의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외국의 번역서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달리 적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로르샤하도 그렇죠. 실시 방법과 채점, 해석에 이르기까지 융통성이 필요한 구석이 꽤 됩니다.
성태훈 선생님이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임상가들에게 유용한 꿀팁과 놓치기 쉬운 포인트까지 잘 정리해 놓으셨네요.
로르샤하 입문자는 이 책부터 먼저 읽고 로르샤하 시리즈 3권을 읽은 뒤 다시 이 책으로 총정리를 하는 순서로 공부하시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이 책의 내용조차도 100%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출판된 로르샤하 관련 서적 중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책이라 로르샤하에 도전할 분들께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제가 소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예정이라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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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9년에 '장애적 사고와 로샤'를 내놓았던 Kleiger박사의 후속작에 해당합니다.
이 책에서 Kleiger 박사는 Psychosis의 현상학을 '와해', '비논리성', '언어와 사고의 빈곤', '병식의 결여'라는 네 개의 차원으로 구분하고 이를 로샤로 평가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Kleiger 박사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임상가라면 여기까지 읽고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로샤 검사로 정신증을 어떻게 변별 진단하는지 알 수 있겠구나'하고 기대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 기대를 충족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Rorschach와 Rapaport, Holt에 대한 이야기와 사고장애지표(TDI), 종합체계(CS), R-PAS에 대한 내용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와해', '비논리성', '사고와 언어의 빈곤', '병식의 결여'에 대한 로샤 연구 결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은 현장에서 정신증 환자를 평가하는 임상가가 아니라 로샤 연구를 하는 학자나 연구자입니다. 물론 4부에서는 조현병 스펙트럼과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증, 성격 장애, 꾀병, 아동 및 청소년 정신증을 로샤로 변별하는 이야기도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혼재된 연구 결과만 제시하기 때문에 읽을수록 실망할 겁니다. 따라서 저처럼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의 로샤 지표에 대한 노하우를 기대하는 분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 없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전작을 읽었더라면 당연히 pass했을 책입니다.
이준득 선생님이 번역에 공을 많이 들이셨는지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만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어서 그런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시되는 참고문헌의 양 조차도 엄청납니다. 총 361페이지 분량의 책에서 72페이지가 참고문헌이니 전체 분량의 20%가 넘네요. 책 값이 아깝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로샤'를 사용하여 '정신증'을 연구할 연구자가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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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증은 현실검증의 상실, 즉 한 사람이 마음 '내부'에 있는 것과 '외부'에 있는 것을 변별하는 데 실패하는 것을 의미한다.
* Rorschach에서 작화증이 특정한 자극에 몰두되어 있음(stimulus-boundedness)을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화증적 수검자는 기이하고 왜곡된 방식이기는 해도 잉크반점을 단순하게 지각한 뒤 자신이 본 것을 보고한 반면, 상상력이 풍부한 수검자는 그것을 '해석'했다.
* Rorschach의 '오염된 전체 반응(contaminated whole response)'만이 조현병 환자군에서 유일하게 나왔기 때문에 이 반응은 조현병에서 최초의 질병특유적인 진단적 사인이 되었다.
* Rorschach는 조현병 환자들이 한 반응에서 작화증, 조합, 오염 반응이 혼재된 반응을 많이 한다고 결론지었다.
* Rapaport의 고유한 공헌은 잉크반점에서 거리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작화증 반응은 본질적으로 너무 멀리 간 우화적 반응으로 여겨진다.
* Rapaport는 작화증은 '가장 자폐적이고, 가장 분명한 조현병적 사고의 일부'라고 결론지었다.
* 전형적으로 수검자의 자폐적 추론은 수검자가 자신의 추론적 오류를 드러내기 때문에 단어 '왜냐하면(because)'이 앞에 붙는다.
* Rapaport는 특이한 언어가 발병 전 조현병 상태에서 빈번한 진단적 반응이고, 괴상한 언어는 조현병의 지표로 더 적합하다고 했다.
* 다수의 연구자들은 정신증 환자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는 TDI의 절단 점수를 확립하려고 했지만 절단 점수를 설정하려는 노력들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 TDI가 가진 잠재적인 개념적 약점 중 하나는 채점이 서로 다른 심각도 수준에 할당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렇게 할당한 경험적 근거는 찾을 수 없고, 개념적으로 늘 명확한 것도 아니다.
* Exner는 수동 M- 반응은 '망상적 작용(delusional operations)'의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 Exner는 FABCOM에 대해서도 아동과 조현병 환자, 성격장애 환자 기록에서 흔한 것이며 성인과 청소년에게서 2개 이상의 FABCOM1이 있거나 하나 이상의 FABCOM2가 있을 때에만 부정적인 징후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DR2, ALOG, CONTAM이 있다면 사고에서 보다 심각한 장해가 시사된다. 요약하면, Exner는 성인의 기록에서 적어도 5개 이상의 특수 점수가 있어야 하고, 어린 아동에게서는 연령 평균에 비해 1 표준편차 이상 많아야만 사고 장애가 시사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정상 범위의 인지적 착오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사고 병리를 구분하는 거친 절단점으로 WSUM6 9점을 제시했다.
* Exner의 연구는 4점의 SCZI는 상당한 위험성으로 해석되어야 하지만, 6점의 SCZI는 상당히 높은 조현병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했다.
* Mihura의 메타 분석 결과 중 하나는 M-가 더 이상 사고장애의 타당한 측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CS에서 M-는 장해적 사고 지표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연구들은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M-는 사회적 자극들에 대한 오지각 및 오해석의 측정치로는 간주된다.
* Exner의 DR 범주는 circumstantiality는 설명하지만 '환상에의 침잠' 개념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 DV는 언어 생산과 의미론(semantics)에서의 문제를 포함한다. 우리가 DV를 부여할 때, 응답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단어 혹은 구를 선택한다.
* DR은 초점화(focusing), 필터링(filtering), 자기-감찰(self-monitoring)의 장해를 반영하는 광범위한 반응 유형이다. DR은 실행 기능에서의 한정된 기능 결손을 나타낸다. 반응에서 수검자들은 잉크 반점에서 갑자기 이탈하거나 점진적으로 멀어진다. 혹은 그들은 잉크 반점의 부적절한 세부 정보에 귀인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INCOM은 잉크 반점 이미지의 '지각적' 현실에는 기반하지만 이미니 내용의 '개념적' 현실에는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ABCOM도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잉크 반점의 지각적 특징들을 연결하고 분류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양립할 수 없는 잘못된 지각이 발생한다.
* DR-작화증 반응은 추상화 과정의 왜곡을 대표한다.
* Exner의 규준 자료에서 FABCOM과 INCOM이 어린 아동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Exner의 핵심 요점은 수준 2 채점만으로 심각한 사고 장애를 가정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으며, 이와 유사하게 FQ- 반응의 누적을 손상된 현실 검증으로 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먼저 검사자는 그런 반응을 내놓은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 환자의 반응과 채점 뒤에 있는 사고 방식을 설명하는 것은 로샤에서 사고장애 지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지극히 중요하다. 환자가 자유연상 단계에서 자신의 혼란스러운 반응을 기술하거나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방식, 혹은 스스로 무효화하려는 방식, 혹은 질문 단계에서 '수습 대책(damage control)'을 시행하는 방식은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자각하는 정도에 대한 단서가 된다.
* ALOG는 일반적인 수준의 망상적 사고보다는 심각한 정신증, 특히 조현병과 더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 우울증이 두드러지고(로샤 또는 다른 관찰 방식에서) 비교적 많은 수의 특수점수가 있을 때, 특히 현실 검증의 손상이 동반된다면 양극성 장애가 있다는 가설을 세워야 한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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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5일 강동 Wee 센터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원래는 9월 12일과 19일 2주에 걸쳐 양천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한 강의안이 바탕이 된 자료인데 총 6시간 분량입니다만 부족한 부분과 사례 예시를 보강하고 내용도 조금은 매끄럽게 다듬었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르샤하 검사의 개관
2. 로르샤하 검사의 역사
3.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4. 로르샤하 검사의 채점
5.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이 중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부분은 시간 관계 상 card pull 해석을 다룬 슬라이드 1장 뿐입니다. 구조적 요약을 포함한 다양한 해석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강의안으로 정리해서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이것이 완결되면 '로르샤하 검사의 이해' 6시간,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6시간으로 총 12시간짜리 강의안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강의안에 포함되어 있는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로르샤하 잉크반점 검사란
* Hermann Rorschach 소개
* Ink Blot Test의 History
* Rorschach 관련 서적 소개(Exner를 중심으로)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사전 준비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검사 지시와 수검자의 질문에 대한 응답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격려, 거부
*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 : 짧은/긴 프로토콜, 반응의 기록 및 배열
* 로르샤하 검사의 질문 절차 : 기본적 질문, 핵심 단어에 근거한 질문, 질문의 결정 기준, 유의점, 한계 음미
* 로르샤하 검사의 채점 : 부호화, 반응 영역, 발달질, 결정인, 형태질, 내용, 평범 반응, 조직 활동, 특수 점수
*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 : Card Pull 해석
슬라이드 수는 125장 정도 되지만 그 중 대부분이 채점에 대한 내용입니다.
너무 핵심만 지나치게 압축해서 만든 강의안이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먼저 정독하고 그 다음에 내용 정리 차원에서 보시는게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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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ner와 함께 로르샤하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Weiner가 쓴 책으로 2003년에 나온 개정판입니다.
Exner가 쓴 3권의 시리즈 중 로르샤하의 실시와 채점을 익히기 위해 반드시 봐야 하는 책으로 얼마전에 소개드린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2001)'을 꼽는다면 이 책은 해석을 위해 꼭 봐야 하는 책으로 실시와 채점 이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실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과 함께 봐야 진가를 발휘하는 책인데 거의 쌍둥이와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Weiner는 이 책의 서문에서 개정판을 낸 이유가 2001년에 나온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 5판에서 새롭게 나타난 변화들을 통합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르샤하 검사를 공부하실 분들은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2001)' -> '로르샤하 해석의 원리(2003)' 순서로 바로 연결하여 읽으시는 게 좋고 나중에
'로르샤하 평가의 핵심(2001)'으로 최종 요약 정리를 하시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래 Weiner가 책을 쉽게 쓰기도 하지만 번역도 잘 된 편(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과 역자 구성원이 동일한데 어찌 이리 quality가 다른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이라서 읽기에 편합니다.
이 책에는 종합체계 탐색 전략 뿐 아니라 투사와 카드의 속성에 의한 해석,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구조 변인의 해석을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구조 변인의 해석에서는 구조적 요약의 핵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주의', '관념의 사용', '감정조절', '스트레스 관리', '자신에 대한 견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각각에 대해 구조적 요약의 지수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내용주제의 해석과 검사행동의 해석까지, 그야말로 해석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책입니다.
3부에서는 10개의 실제 사례를 앞서 설명한 해석 방략에 따라 어떻게 해석하는지 실제로 시연하듯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실제로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지를 알 수 있어 공부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5에 해당할 정도로 양이 많아 지루한 감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로르샤하 검사의 해석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로르샤하 검사를 익히려는 분들이라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는 책이죠.
임상, 상담에 몸 담을 분들이라면 앞서 소개드린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 '로르샤하 평가의 핵심'과 함께 꼭 소장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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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로르샤하 검사를 익히려면 반드시 봐야 하는 '로르샤하 종합체계 워크북'입니다. Exner가 쓴 로르샤하 종합체계 시리즈는 총 3권인데 겹치는 부분이 많아 세 권 모두 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이 책은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보실거라면 처음부터 이 책을 갖고 공부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1999년에 나온 4판의 번역본을 갖고 공부를 하고 수련을 받았기 때문에 2006년에 출판된 이 책을 최근에야 다시 봤습니다. 4판에 비해 추가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GHR/PHR만 추가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로르샤하 검사를 익히기 위한 실전 가이드북에 해당되는 책이기 때문에 로르샤하 검사의 역사나 개발 과정 등 비하인드 스토리는 실려있지 않습니다. 1장부터 바로 로르샤하 검사의 실시 절차가 나오고 2장부터 반응영역과 발달질, 결정인, 형태질, 내용과 평범반응, 조직활동, 특수점수를 차례로 다루고 채점전략과 구조적 요약으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구성입니다.
총 400페이지의 분량 중 작업도표와 기술통계, 기호화 연습이 250페이지에 달하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로르샤하를 익히는 초심자라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정독이 필요한 책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책인데 제가 왜 평가를 박하게 했냐 하면 4판 번역본에 비해 오, 탈자의 수가 오히려 더 늘었고(하물며 역자 서문에도 오자가 있습니다) 4판의 번역 실수가 전혀 교정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로르샤하 채점을 할 때 정확한 형태질 채점을 위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부분이 각 카드별 작업도표입니다. 그런데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놓은 4판과 달리 5판에서는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예를 들어 1번 카드의 Dd22반응(223p)을 보면 제시 순서가 칼, 폭포, 가지, 동물, 발 ,갈고리 발톱, 뿌리, 뿔(동물), 손, 장갑, 팔(인간) 순입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렬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 반응은 내용이 많지 않지만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수의 내용이 들어있는 영역의 경우(대개 W반응) 정확한 채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펴봐야 합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이후에 몇 쇄를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 책을 구입한 게 2016년이니 이 문제는 아직 수정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책을 구입한 후 손 때 묻은 4판 번역본을 버렸는데 앞으로 로샤 채점할 때 상당히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구입할 분들은 먼저 작업도표의 반응 내용이 가나다 순으로 다시 정리되었는지를 꼭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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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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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상담(뿐 아니라 임상) 전공자에게 애증의 대상인 로샤 검사를 익히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만 그 산을 넘기 위해 필요한 도구는 아쉽게도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구조적 요약으로 대표되는 Exner 3부작이야 잘 아실테고요. 월덴 3에는 아직 상세히 소개하지 않았습니다만 세 권 모두를 읽으라고 권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서로 중복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돈과 시간이 막 덤비시면 세 권 다 읽으셔도 되지만 꼭 한 권만 읽겠다면 당연히 워크북을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정작 Exner의 책을 빼면 읽을 만한 로샤 관련 책이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요. 원서라든가, journal까지 검색의 폭을 넓히면 읽을 것이 널렸지만 한국말로 된 책 중에서 고르라면 정말 없죠.
거의 9년 전에 소개한
'로샤 검사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2003)'이 있지만 소개글을 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듯이 추천해 드릴 만한 책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감을 발휘하는데 일단 소지하기에 편할 정도로 매우 얇고(불과 230페이지) 가벼우면서 거기에 책값까지 착합니다(정가 9,000 원). 그러면서도 로샤를 공부하는데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지식은 빠뜨리지 않고 실려 있습니다. 로샤 검사의 역사나 핵심적인 논쟁점, 이론과 연구의 기초에 대한 개관 부분은 오히려 Exner의 책에 있는 것보다 더 comprehensive합니다. 세 명의 공저자가 각기 자신있는 부분을 맡아서 저술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책은 로샤에 대한 핵심 내용이 압축적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처음 로샤를 공부하는 분들은 부담스러울 것이 확실합니다. 대부분의 로샤 관련 책이 그렇지만 이 책은 Exner 책을 공부한 분들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책의 뒷 부분에 실린 '주석 목록'인데요. 원서와 저널까지 읽어보고 싶은 열혈 독자를 위해 친절히 번역해서 실어놨습니다. 특히 1990년 대에 불타올랐던 로샤 검사에 대한 논쟁을 깊이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소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이 책은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실 정도의 전공자라면 소장하시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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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 검사를 실시할 때 대부분의 평가자가 염려하는 건 구조적 요약을 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 수가 적은 겁니다. 그래서 비자발적으로 검사에 의뢰되어 방어적이거나, 의욕이 없거나, 지능이 낮아 보이거나 하는 수검자의 수행 동기를 높여 최소한의 반응 수를 확보하기 위해 위해 고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로샤 검사의 반응 수가 지나치게 많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대략 40개 정도? 40개라면 카드마다 평균 4개의 반응을 한 것이니 아마 채점을 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닐 겁니다.
반응 수가 많으면 채점의 오류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구조적 요약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개별 채점의 영향력이 약화되니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구조적 요약의 지표값을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구조적 요약을 활용하는 해석의 정확성을 어느 정도 자신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하나의 카드에서 여러 개의 반응이 쏟아져 나왔을 때 그 반응들이 하나의 연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 독립적이고 배타적인 반응이라고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지 확인하기 위해 각 반응의 반응 시간 간격을 모두 측정하여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기도 하지만 역시나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수검자나, 공상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 수검자, 상상력이 뛰어난 수검자, 게임 등에 중독된 수검자들은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반응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어찌 보면 반응 수가 많아질수록 구조적 요약의 정확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오히려 질적 해석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로샤 검사의 반응 수가 너무 많을 때는 어떻게 질적 해석을 하는 게 좋을까요?
제가 활용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석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패턴을 읽어라!
1단계. 해석의 요체가 될 수 있는 채점 요소를 확인한다.
:
이 때 중요한 건 평가 의뢰 사유에 따른 가설에 입각하는거지요. 예를 들어 적응 장애가 의심되는 청소년을 평가했다고 해 보죠. 적응 장애의 경우 중요한 채점 요소는 W, Dd, C', Y, M, FM, m, H, A, Bl, (2), AG, MOR 등입니다. 왜 이게 적응 장애에 중요한 채점 요소들인지는 각자 생각해 보세요.
2단계. Card pull에 따른 반응의 군집 패턴을 읽는다.
: 각 카드의 첫 반응이 무엇인지, 어떤 특수 점수가 반복적으로 채점된다면 주로 어떤 카드들에서 나타나는지, 대인 관계를 상징하는 카드에서 어떤 내용이 주로 등장하는지를 관심 갖고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각 카드의 첫 반응이 주로 S를 포함하는 얼굴 반응인지, MOR 반응이 유채색 카드에서만 주로 나타나는지, 대인 관계 카드의 내용이 주로 H인지 아니면 A인지, (2)은 어느 정도 채점되는지 등을 보는 겁니다.
Exner 방식의 구조적 요약은 각 카드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다루지 않습니다. 반응의 합과 비율만을 따질 뿐이죠. 하지만 반응 수가 많아지면(특히 아주 많아지면) 당연히 일정한 패턴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물이 너무 많아지면 물살이 생겨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요. 그 흐름을 읽는겁니다.
로샤 반응의 패턴을 읽는 방법은 구조적 요약의 해석과는 또 다른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요하지만 수검자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에 공부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단, 항상 말씀드리지만 구조적 요약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먼저 깔고 익혀야 합니다. 질적 해석은 구조적 요약을 거치지 않고 지날 수 있는 우회로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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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 검사는 심리평가가 주 무기인 임상 전공자에게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에게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입니다.
미국에서는 이제 별로 안 쳐주는 검사인 것 같지만 그건 미국이 기본적으로 정신역동적 접근을 배타하는 문화인데다 계량화, 구조화된 검사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서 그렇지, 로샤 검사가 그만큼 무시해도 되는 듣보잡 검사여서가 아닙니다.
구조화된 요약에만 목숨을 걸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상담을 하면서 로샤의 질적 해석을 해 보면 왜 로샤가 이런 불완전한 해석 체계를 갖고도 지금까지 당당히 살아남은 검사인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임상 수련을 받는 사람은 어차피 피할 수도 없거니와 기존의 수련 체계에서 로샤를 공부할 기회가 충분히 많이 있으나 상담자는 스스로 공부 의지를 불태우지 않으면 로샤를 공부할 기회 자체가 별로 없거니와 설사 마음을 굳게 먹었다손쳐도 어떻게 공부를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죠.
그래서 상담자의 입장에서 로샤 공부를 하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추천드려보겠습니다.
1. Exner의 종합체계 워크북 구입
: 로샤 관련 책들은 번역서로도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어차피 읽어야 할 필독서인데다 다른 책만 봐서는 제대로 로샤를 익힐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책을 독파하는 게 낫습니다. 괜히 쉬운 길 가겠다고 주해서 같은 책으로 공부해 봤자 어차피 이 책을 다시 봐야 합니다. 그러니 정석으로 가세요.
이 때, 로샤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로샤 검사에 오염되기 전에 전문가에게 로샤 검사를 받아보는 겁니다. 이 자료는 나중에 채점 연습을 하기 위해서 잘 챙겨둬야 합니다. 관련글(
'심리학도는 오염되기 전에 심리평가를 받을 것')
2. 종합체계 워크북 정독
: 이 단계 공부 패턴에 따라 다른데 혼자서 일독하는 것도 괜찮고 팀 플레이에 강한 분들은 스터디 팀을 짜서 강독을 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겁니다. 스터디를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발표하는 부분도 자신이 발표하는 부분처럼 철저히 읽고 연습해야 합니다.
워크북을 읽을 때 중요한 건 실제 원자료를 채점해 보는 경험을 갖는 것입니다. 이 때 미리 받아놓은 자신의 로샤 원자료를 활용합니다. 스터디를 한다면 팀원들의 원자료를 돌려가면서 채점하고 토론하면 다양한 원자료를 채점할 수도 있고 자신의 채점 오류에 대해 깨닫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3. 로샤 워크샵 듣기
: 임상 전공이라면 수련 과정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로샤 채점과 해석을 할 것이기 때문에 워크샵까지 굳이 들을 필요가 없지만 상담 전공자라면 종합체계 워크북을 정독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로샤가 워낙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핵심을 요약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훑어주는 워크샵을 한번쯤은 듣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워크샵을 먼저 듣고 종합체계 워크북을 나중에 보면 안 되냐고 묻는 분이 계신데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로샤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워크샵을 들어봤자 흰 것은 프로젝터 바탕 화면이요, 빨간 것은 레이저 포인터일 뿐입니다.
힘들더라도 책을 먼저 보시고 그 다음에 워크샵을 듣는 것이 시간 대비, 비용 대비 효율성이 훨씬 높습니다.
4. 로샤 실시 및 채점, 구조적 요약의 반복 연습
: 종합체계 워크북도 공부했고 관련 워크샵도 들었다면 머릿속에 들어간 지식이 망각되기 전에 자꾸 리허설해서 장기기억으로 넘겨줘야 합니다. 임상 전공자는 수련 과정에서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로샤를 실시, 채점, 해석하는 연습을 하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상담 전공자는 상담하느라 로샤를 실시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능한 한 많은 로샤 실시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로샤 검사가 불필요한 내담자에게 실시하는 게 윤리적으로 부담스러우면 주변 지인이라도 마루타로 삼아 계속 연습해야 합니다. 최소한 워크샵을 들은 지 1년 이내에 50개 이상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채점해야 합니다.
정 사례가 없으면 종합체계 워크북에 실린 300개 예제라도 반복해서 채점하고 채점이 틀린 예제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따로 모아서 공부하세요.
로샤를 채점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최소한 10 사례 정도는 채점 프로그램의 힘을 빌리지 말고 손으로 구조적 요약을 해 보라는 겁니다. 이건 통계 방법론을 익힐 때 변량분석을 손으로 직접 계산해서 해 보는 것과 유사한데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지표들이 계산되는지 손으로 계산하면서 익혀놔야 나중에 지표 해석 이해가 쉽습니다. 복잡하다고 채점 프로그램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아무리 단계별 해석 방법을 공부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가끔은 무식한 방법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가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조언드리면, 가끔
로샤 채점 체계의 불완전성을 강변하면서 구조적 요약 없이 질적 해석만 공부하면 안 되냐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게는 안 됩니다. 질적 해석의 풍부함은 구조적 요약의 바탕 하에서만 나오는 겁니다. 구조적 요약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질적 해석을 아무리 열심히 파 봐야 제대로 된 해석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요령 부리지 말고 구조적 요약을 돌파한 뒤 질적 해석으로 넘어가시는 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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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 검사는 심리평가를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익히기 어려워하는 최고 난도의 심리검사입니다. 로샤가 어렵게 느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구조적 요약의 복잡성 때문이고 구조적 요약이 어려운 이유는 수검자의 반응 채점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수검자의 반응 채점을 쉽게 할 수 있으면 구조적 요약의 정확도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그러니
로샤 검사를 Exner의 구조적 요약 방식으로 접근하려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채점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점을 어떻게 해야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채점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채점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채점 기준을 잘 몰라서가 아니라 inquiry를 명확하게 하지 못해서 입니다.
inquiry를 잘 하는 원칙 중 하나는 질문의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검사자의 질문이 많아지면 그만큼 유도 반응이 많아지고 당연히 채점이 복잡해집니다. 그러면 채점이 틀릴 확률이 증가하게 되므로 구조적 요약의 정확도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되지요(대체로 수검자의 심리적 문제를 과장하는 식으로 증폭시켜 설명하게 됨).
그렇다면
질문의 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로샤 검사를 많이 실시해 보는 것이죠. 실시 경험이 늘어나면 수검자의 반응 패턴이 저절로 눈에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4번 카드에서 수검자가 "발이 엄청 큰 거인이네요"라고 반응하는 경우 경험많은 검사자는 자연스럽게 FD 결정인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실시 경험과 그에 따르는 시간의 누적이 필요할테니 다른 방법을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수검자가 어떤 반응을 했을 때 검사자도 수검자가 본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꽤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1번 카드에서 수검자가 "검은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있네요"라고 반응했을 경우 본인도 그렇게 보려고 애를 써 보세요.
수검자가 말한 반응과 동일한 이미지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지 보고 잘 떠오르지 않는 바로 그 부분을 inquiry에서 질문하는 겁니다. 위의 예에서 검은 박쥐는 C'F 결정인으로 채점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말이 단순한 F인지 아니면 FMp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의 예에서는 inquiry를 할 때 검은 박쥐보다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초점을 맞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자가 수검자가 본 로샤 반응을 동일하게 보려고 시도하는 건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공감에 도달하는 방법과 비슷하기도 하고 또한 로샤 검사 실시에서 수검자에게 "당신이 본 것을 저도 볼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하는 건 실시 방법에 나오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에요. 하지만 심리평가를 많이 하게 되면서 시간에 쫓기게 되고 수검자와 동일한 시각으로 보려는 시도를 언제부터인가 안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Back to Basics'하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뭐든지 기본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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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 분위기가 단기 상담, 구조화된 상담 위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덩달아 심리평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건 상 종합심리평가를 하지는 못하고 MMPI-2/A, SCT 조합으로 구성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상담 전에 routine하게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담자를 배정받은 상담자는 자신과 상관없이 실시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손에 쥐고 상담을 시작하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심리검사 실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 때 주로 활용하는 검사는 HTP이며 심리검사에 익숙한 상담자의 경우 로샤, TAT 등을 추가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로샤 검사의 경우 Exner 방식의 구조적 요약 해석에 익숙한 상담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반응과 inquiry에 입각한 내용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가설을 설정, 검증, 채택/기각하는 과정 대신 배경 정보나 상담 내용 등과 일치하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활용하게 되어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상담자가 맥락 정보를 다루는데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 훈련 과정 때문인데 선입견과 편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구조화된 검사 활용에 치중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구조화된 검사의 대표격인 MMPI-2/A의 결과 해석 공부에 주력해야 합니다.
투사법 검사를 공부하는 것, 특히 로샤의 구조적 요약 해석을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검사의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도 상담자에게는 중요하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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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상담을 전공하는 선생님들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MMPI-2/A, SCT의 screening battery 사용이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만만하게 보이는 HTP 대신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로샤를 공략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죠.
HTP도 유용한 심리검사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HTP는 상담을 할 때 상담 도구로 활용 용도가 더 크기 때문에 굳이 투사법 검사를 추가하려고 한다면 강력한 도구로 공인받은 로샤를 적극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상심리학자들이야 수련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로샤를 실시하고 채점하고 해석할 수 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상담심리학자들은 그럴 기회가 많이 없죠. Full Battery를 실시할 정도의 내담자의 수도 그리 많지 않고 로샤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하니까요. 책으로만 익히기에는 Exner 방식은 채점 단계부터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요.
그런 분들을 위한 워크샵이 때마침 나왔네요.
예전에
'Full Battery 워크샵' 때도 소개드렸던 두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로샤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4주 과정의 워크샵을 개설하셨습니다.
1주에 3시간 씩 4주 과정이니 12시간에 로샤 검사의 기초를 끝내는 워크샵입니다. 8월 집중반이고 4주 모두 참석 가능해야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은 20만 원이네요.
자세한 사항은 해당 블로그의
'[Rorschach의 기초] 워크샵 안내'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워크샵을 진행하는 두 분은 제가 신뢰하는 분인데다 Full Battery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로샤 워크샵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으셨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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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심리학이 미국 심리학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주류가 되었듯이 임상심리학에서 로샤 검사의 해석은 Exner방식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샤 검사를 수련 과정에서 접하든, 학교나 워크샵에서 배우든 간에 Exner 방식에 따라 피검자의 반응을 열심히 채점하고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각각의 지표 지수를 해석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제가
'로샤 검사의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Exner 방식은 채점이 어렵고 채점이 잘못될 경우 결과물인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많은 임상가들이 Exner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해석법을 자연스럽게 찾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로샤 검사 결과를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분들의 갈증이 정말 심한데 비해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어서 그냥 울겨 겨자먹기로 Exner 방식만 사용하거나 상담 심리학자의 경우 아예 로샤 검사를 활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HTP 검사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Exner 방식과 정신 역동적인 방식을 절충하는 식으로 사용해 볼 것을 권합니다.
Exner 방식으로 반응 채점까지는 하고 채점 결과를 card pull에 적용해서 해석해 보도록 하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Exner 방식에서는 S반응이 몇 개 나왔는지, MOR 반응이 몇 개 나왔는지 처럼 주로 응답 횟수가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card pull을 함께 적용해 MOR 반응이 어떤 카드에서 나왔는지를 염두에 두고 보는 것이죠. MOR 반응이 정서적 자극이 집중되는 8, 9, 10번 카드에서 주로 쏟아져 나오는지, 3번이나 7번 혹은 4번에서만 나오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 절충 방식은 Exner 방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응 비율과 함께 어떤 정신 영역에 투사되었는지까지 염두에 두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체계화되어 있는 방식이 아니라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더 공을 들여 반복 연습하면 Exner 방식으로 알 수 없는 역동을 찾아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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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피검자는 대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검사를 실시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곧바로 실시해야 할 만큼 severe한 피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개는 MMPI-2 + SCT 조합으로 된 선별 평가(screening evaluation)를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MMPI-2와 SCT로 평가를 해 보니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으라고 정신건강의학과로 refer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평가를 받은 곳에서 곧바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내담자라면 추가적인 투사법 검사를 실시해서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럴 때 상담자들이 최근에 많이 추가하는 도구는 HTP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일하는 기관도 많은데다 검사 도구에 대한 정보, 사례집 등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 가능하면 HTP보다는 로샤를 실시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HTP와 로샤 모두 무의식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이기는 하지만 방어의 차원에서 보면 로샤보다는 HTP가 방어에 더 취약합니다. HTP가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대중 매체 노출의 부작용) 검사 자극 자체가 이미 익숙한 것(집, 나무, 사람 그리기)이기 때문입니다. 로샤의 경우는 피검자들이 보기에는 거의 무의미한 그림이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HTP는 평가자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inquiry하는 과정에서 로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의도가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큽니다.
둘째. 상담자들이 HTP에 비해 로샤를 기피하는 이유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역동적인 해석법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Exner 방식으로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해석하는 지표들을 익히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강점으로 작용하여 10장의 카드만 갖고 간단히 실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조화된 방식의 해석과 정신역동적인 방식의 해석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피검자로부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가 있지요.
게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 로샤를 실시하는 것보다 HTP를 실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HTP는 상담을 하면서 상담 기법의 하나로 활용하고 심리평가에서는 HTP 대신 로샤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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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자들이 채점과 해석, 통합에 가장 애를 먹는 검사 중 하나가 로샤 검사입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성인보다 더 어려운데 아동이 어릴수록 지각 발달이 완료되지 않아 지각의 정확성이나 통합 정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며 지각 경험 자체가 성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지각 내용이 제한되어 해석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임 중독이거나 공상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 수검 아동의 경우에는 로샤의 반응 내용이 굉장히 dramatic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일단 채점은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을 하되 Rapaport 방식으로 story telling을 한 것과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해서 산출한 structural summary의 지수를 날 것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게 되면 심한 경우 게임 중독 아동이 정신분열병으로 탈바꿈되어 기술될 수도 있습니다.
로샤의 structural summary는 산출된 지수의 신뢰도가 충분한 반응 수와 평가자의 채점이 완벽하다는 전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심리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을 해야 하고 통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공이 어렵다면 과감히 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한 결과가 지나치게 가혹하게 나올 수 있다고 해서 평가자 임의로 채점을 느슨하게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평가자가 의외로 많더군요)
요약하자면
아동, 청소년의 심리평가 시 로샤 검사 결과는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하고 다만 보고서에 기술할 때에는 반드시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해서 통합이 되는 지 확인하여 기술하며 다른 결과와 통합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히 빼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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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Rorschach) 검사는 투사법 검사 뿐 아니라 모든 심리 검사를 통틀어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검사입니다.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서 활동할 때에도 여전히 손에서 놓기 어려운, 매혹적인 검사지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은 크게 Exner 방식과 Lerner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철저히 Exner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즉, 반응영역, 발달질, 결정인, 형태질, 반응내용, 조직화활동, 특수점수를 채점해 구조적 요약(structural summary)을 작성하고 Exner(1991)가 제시한 '종합체계 탐색전략'에 따라 '군집화'와 '계열적 탐색전략'을 이용하여 피검자의 검사 결과를 해석하도록 배웠습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되고 현장에 나와 4년 동안 매년 150~200 케이스의 심리평가를 수행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Exner 방식의 해석을 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물론 Exner방식이 피검자의 결정적인 측면을 설명할 것으로 판단되면 여전히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현재 저는 카드 속성(card pull)에 기초한 해석과 정신분석적 접근을 따르는 Lerner식 해석을 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만 선별적으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Exner 방식을 따르기 위해서는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해야 하는데 채점이 매우 어렵고,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전문가가 된 지금도 로샤 검사 결과의 채점에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재검사를 요청받았을 때, 이전 검사 결과를 요청해서 검토해 보면 저 뿐만 아니라 상당 수 전문가의 채점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더 더욱 structural summary를 믿지 못하겠더군요. 게다가 아무리 능숙한 채점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채점 시간이 많이 걸려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수백 건의 심리평가를 진행하면서 Lerner 방식의 해석과 카드 속성을 이용한 해석이 case formulation을 풍부하게 만들고 때로는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피검자의 모습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였습니다.
수련을 받는 기관의 특성에 따라 Exner나 Lerner의 해석 방식 중 하나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실제로 많은 기관에서 Exner 방식만 가르칩니다), 이는 유용한 해석 tool 하나를 놓치는 거라고 봅니다.
덧.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이 포스팅은 Exner 방식의 해석이 쓸모없다는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임상심리 전문가는 Exner 방식과 Lerner 방식을 모두 철저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Lerner의 해석 방식을 더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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