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A의 내용 척도 중 부정적 치료 지표(TRT)라는 것이 있습니다. 치료 동기나 의지, 자신을 얼마나 상담자에게 개방할 마음이 있는지의 여부를 측정하기 때문에 이 척도가 상승한 경우 예후가 그다지 좋지 않으며 조기 종결 가능성이 크다고 일반적으로 해석합니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방어하며 faking-good 하는 경향이 있다면 타당도 척도 중 L, K, S(특히 K척도)척도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해석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방어적 경향성이 타당도 척도들로도 충분히 입증되니까요.
문제는 타당도 척도는 지극히 정상이라서 L, K, S 척도 모두 정상 수준이고 유일하게 부정적 치료 지표(TRT)만 상승한 경우의 해석입니다.
부정적 치료 지표에는 '낮은 동기'와 '낮은 자기 개방'으로 불리는 두 개의 소척도가 있는데 '낮은 동기' 소척도는 DEP 내용 척도의 소척도 중 하나인 '동기 결여(DEP1)' 척도도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역시 해석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동기가 부족하고 수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가 만성화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이 상실된 상태라고 해석하면 크게 무리가 없으니까요.
'낮은 동기' 소척도보다 더 중요한 소척도는 '낮은 자기개방(TRT2)'입니다. 이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70T)으로 상승했을 때 맥락 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L, K, S 척도의 상승이 없기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을 좋게 보이려는 경향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낮은 자기 개방' 내용 소척도만 유일하게 상승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바로
자신에게 핵심 문제가 되는 것만 특정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심할 정도로 부인하는 양상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원점수가 0점인 소척도들을 추려봤을 때 특정한 내용으로 묶이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방어적 경향성을 드러내는 타당도 척도가 모두 유의미하게 상승하지 않고 '낮은 자기개방' 소척도만 유의미한데 유독 '공격성(AGGR)', '적대감(Ho)', '폭발적 행동(ANG1)'만 모두 원 점수가 0점이라면 수검자가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평가자가 알아차렸으면 했던) 심리적 문제가 '분노'라고 가설을 세워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MMPI-2/A만 갖고 이러한 가설을 검증할 수는 없고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검증을 해야겠지만 경험적으로 꽤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러니 방어적 타당도 척도가 상승하지 않고 '낮은 자기 개방' 소척도만 단독으로 상승하는 사례를 만나면 원점수가 0점인 척도들을 찾아서 의미 별로 묶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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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CI의 실시와 관련된 글을 계속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TCI를 활용하면 좋은 상황 : 상담자용' 은 상담 장면에서 TCI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은 MMPI-2의 일반적인 결과 해석 시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MMPI-2의 타당도 척도 양상을 통해 TCI의 추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1.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 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불편감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다른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는 경향을 노골적으로 표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타당도 profile을 나타내는 수검자는 TCI를 실시할 때에도 어떤 문항이든 극단값을 피하고 중간으로 몰리는 응답 패턴을 보입니다. 그래서 TCI 결과에서도 기질, 성격 유형의 차원이 Medium level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기질, 성격 모두 MMM 유형으로 채점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는 결과이죠. 따라서
K, S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경우는 TCI를 추가 실시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2.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F, F(B)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는 걸 의미하며 무효 profile일 정도로 faking-bad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TCI 결과를 왜곡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TCI 각 문항에 대해 극단값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형이 좀 더 분명하게 구분되고 이로 인해 결과 해석이 더 용이해집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하면 좀 더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으니 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3. K, S 척도가 바닥을 치는 경우
: K, S 척도가 바닥을 쳤다는 건 35T 이하로 가라앉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F, F(B) 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러한 상태는 고통이 만성화되었고 수검자가 어느 정도 이러한 상태에 익숙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면 스트레스에 맞설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것이죠. 이 때 TCI 결과는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MMPI-2의 임상, 내용 척도에서 상승한 것들만 해석해도 충분한 경우 수검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검자가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이므로 TCI 검사지 하나를 추가로 작성하는 것만도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TCI 추가 실시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4.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한 경우
:
'선별심리평가 후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FBS 척도의 유의미한 단독 상승의 의미는 이차적 이득의 존재와 함께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 동반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 경우는
성격 장애 진단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TCI를 반드시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네 가지 경우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할 때 참고하시면 좋은 경험적인 기준 중 하나일 수 있어서 소개 드렸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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