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저녁 식사를 할 White Orchid를 지나쳤습니다. 저녁 손님 맞이 준비가 한창입니다.
늦은 오후이기는 해도 아직 해가 질 때는 아니라서 햇살이 강렬합니다.
pool에 침 뱉는 중국인 할아버지 때문에 Andiamo 레스토랑에서 예상보다 일찍 철수했기 때문에 제티에 도착해 보니 아직 fish feeding을 할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저희보다 먼저 나온 모자가 바다바람을 맞으며 바다 구경을 하고 있네요.
기다리는 동안 수평선에서 보트가 다가오더니 선착장에 투숙객을 내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JA Manafaru 리조트에는 수상 비행기로만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배로 오는 손님들도 있네요. 환영 행사는 배나 비행기나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4시 30분이 되니 직원들이 요리를 하고 남은 물고기 잔해를 박스에 가득 담아 선착장으로 갖고 옵니다. 원하는 사람은 비닐 장갑을 끼고 손으로 집어서 물 속으로 던져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거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activity라서 대부분 아이들이 던져줬습니다.
처음에 저는 fish feeding이라고 해서
2008년 2월에 다녀온 상해 여행 때 위위안에서 본 수준을 예상했는데요. 제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몰려든 물고기의 수와 크기도 엄청나지만 가오리에 거북이까지 총 출동을 하더군요;;;; 장관이었습니다.
그 보기 힘들다는 거북이를 선착장에 앉아서 편안히 볼 수 있는 것도 놀랍지만 가오리도 저는 처음 봤거든요. 생각보다 크고 헤엄치는 것도 우아하더군요.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 JA Manafaru 리조트의 Fish Feeding 장면~
리조트에서 하루에 소모되는 물고기의 양이 많아서 그런지 여러 박스를 다 비우느라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fish feeding이 끝나고 보니 거의 1시간은 지난 것 같습니다. 해도 아까보다 많이 수평선으로 내려와있고요.
호라이즌 센터로 갔으나 나이트 스노클링은 6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해서 옆에 있는 라운지에서 포켓볼이나 치면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오기는 애매한 시간이었거든요.
굉장히 오랜만에 치는 포켓볼이었는데 포켓볼, 볼링, 탁구 등이 다 그렇듯이 어쩌다 치면 이상하게 잘 될 때가 있죠. 제게는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치기만 하면 공이 포켓에 빨려들듯이 들어가더군요.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주기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이트 스노클링을 예약할 때 Murad가 숙소로 픽업을 오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나 봅니다. 저희를 찾으러 돌아다녔다는군요. 에구 미안해라.
오늘 저희랑 나이트 스노클링을 함께 할 일행이 이미 제티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저희 말고는 50대 스페인 부부가 전부였습니다. 가이드까지 총 5명이 스노클링을 했는데요. 배를 타고 나가는 줄 알았는데 야간에는 돌발 상황도 많고 조류 때문에 위험하기 때문에 선착장에서 바로 입수해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서 한바퀴 돌고 오는 코스라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살짝 실망했습니다.
게다가 구명조끼를 챙겨와야 한다고 하네요.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말이죠. 가이드도 좀 난감해 하더니 갑자기 희색이 만연해서는 여분의 조끼가 있다면서 꺼내줍니다. 다행이네요. 짐을 맡기고 장비를 착용한 뒤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낮에 하는 스노클링과 다른 점은 방수 랜턴을 하나씩 줍니다.
선착장 주변이라서 물의 탁도도 높아서 시야가 흐린데다 물고기도 많지 않아서 기대를 접었는데 나중에 보니 낮에는 보기 힘든 어종을 볼 수 있더군요. 랍스터도 보고, 바다 뱀장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랜턴 불빛에 이끌려 다가온 형형색색의 귀여운 오징어가 눈 앞에서 헤엄치는 것도 봤습니다. 정말 환상적이었죠.
해안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뒤에 가이드가 수신호로 모두 모이라고 하더니 둥글게 원을 짜서 손을 잡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모두 랜턴을 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자기 랜턴을 갑자기 켜더니 원의 한가운데 아래로 마구 흔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온통 반딧불이처럼 바닷속이 별밤처럼 반짝이는 장관이 연출되었습니다. 바닷속에 반딧불이가 있을리는 없고 플랑크톤이 빛을 받아 발광하는거라고 하네요. 어쨌거나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광경이었습니다.
2009년 1월 말레이시아 코타 키나발루의 클리아스 강에서 본 반딧불이 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나서 헤엄을 칠 수가 없어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잠시 쥐가 풀리기를 기다렸는데 저만 뒤로 떨어져 있고 파도가 높아지면서 스노클 장비로 물이 들어오니 갑자기 두려움이 확 밀려오더군요. 배가 침몰해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공포감이 어떤 것인지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ㅠ.ㅠ).
선착장에 거의 다 와서는 상어까지 목격했는데요. 요새 상어는 통 보기 힘들다면서 저희보다 가이드가 더 흥분하더군요. 아주 큰 녀석은 아니었지만 바로 앞 근처를 수영해서 돌아다니는 상어를 본다는 건 역시나 흥분되는 경험이기는 하죠. 아주 느리게 헤엄치면서 주변을 떠나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선착장 근처에 잠자리를 찾으러 온 게 아닌가 싶더군요.
Murad가 기다리고 있다가 '버기'로 숙소에 데려다 줬습니다. 여러가지 흥분되는 경험을 하느라고 힘든 줄 몰랐는데 뭍으로 올라오니 갑자기 피로감이 확 몰려왔는데 Murad 덕분에 편하게 돌아왔습니다. 걸어서 왔다면 저녁 식사 예약이고 뭐고 그냥 뻗었을 것 같네요.
이 날 룸메이드가 바뀌었는데 이전 담당 메이드와 달리 아주 야무져서 숙소를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놨더군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마지막 날이라서 아쉬웠지만 떠나기 전에 감사의 의미로 팁을 두둑하게 놔뒀습니다).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8시 쯤에 White Orchid로 갔죠. 나이트 스노클링을 떠나기 전에 숙소에서 전화했을 때는 분명히 예약 확인을 해 줬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명단에 없다고 해서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다행히 야외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앉을 수 있었죠. 오늘은 데리야끼 프로모션이 있어서 데리야끼 메뉴를 즐길 사람들은 왼쪽 요리사 앞 자리에 앉고 저희는 마지막 날 만찬을 즐길거라서 야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볶음밥 종류와 주스를 주문했는데 JA Manafaru 내 레스토랑 중에서도 비싼 곳이어서 그런지 각종 향신료를 듬뿍 넣은 요리급의 식사가 나왔습니다. 제 입맛에 맞지는 않아서 그냥 시장기를 반찬삼아 먹었어요. ㅠ.ㅠ
빛이 거의 없는 곳이어서 음식을 촬영해도 호러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서 안 찍었더니 음식 사진이 없네요. 건너편의 불이 환한 곳은 호라이즌 센터입니다. 이 밤에도 헬스 클럽에서 열심히 운동 중인 투숙객이 있습니다. 졌습니다. 졌어요;;;
식사 중에 Murad가 저희를 찾아와서는 내일 수상비행기가 리조트를 떠나는 시간이 아침 7시 45분이니 6시에 데리러 오겠다고 알려줬습니다. 헉~ 그렇게 일찍 떠날 줄은 몰랐기에 좀 황당했죠.
새벽부터 헐레벌떡 다니기는 싫었기에 미리 체크아웃 절차를 밟으러 리셉션으로 갔습니다. 저희처럼 내일 아침에 떠나는 사람들이 체크아웃을 하고 있더군요.
체크아웃하면서 보니 수상비행기 요금을 미리 결제한 줄 알고 있다가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 또 한번 살짝 당황했고요. 쩝...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부리나케 짐을 싸고 11시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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