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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병원에서만 꼬박 3년 동안 수련받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주된 수련 현장이 병원 장면인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겠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client를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병원 독을 반드시 빼야 합니다. 대표적인 병원 독으로는 진단을 남발하는 것(진단을 붙이지 않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불안해지는 증상), 성격적인 문제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나르니 히스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낙인찍기, 내가 치료할 거 아니니 보고서만 내면 땡이라는 식으로 치료적 관점에서 수검자를 바라보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전문가가 되자마자 곧바로 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상관없이 병원 독을 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임상가로서의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년이 채 안 된 junior 전문가 선생님들께는 이 말씀을 꼭 한번쯤 드리고 싶었습니다.
1. 어떻게든 개인 상담을 많이 할 것
: 요새는 병원 수련 현장에서도 개인 상담 수련을 늘리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집단 치료의 보조 치료자로 들어가서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는 정도이고 낮 병원 등에서 activity를 진행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걸로는 어림 없습니다. 전문가가 되자마자 최대한 빨리 개인 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 local NP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개업을 하든, 상담 센터에 취업하든 간에 무조건 개인 상담을 빨리, 많이 해야 합니다.
개인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수련 중에 얼마나 인간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봤는지를 체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노력을 기울일 것
: 병원에서야 진단이 붙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곤란해집니다. 처방을 하는 것도, 추가 치료를 하는 것도 껄끄러워지죠. 그래서 꼭 진단이 붙지 않아도 되는 client들까지 진단을 붙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을 내,외부에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으로 나와보면 도움을 줘야 하는 수많은 client들 중에서 진단을 꼭 붙여야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히 소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수련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진단을 붙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진단 없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아도 그냥 비슷한 진단을 내리는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자동적으로 쓰게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해야만 내가 이 수검자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진단만 내리기 위한 심리평가를 진행했을 때와 다른 내담자의 심리적 면모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동일한 문제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진단을 붙이지 않고 수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3. chart 등을 보지 말고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이끌어 내도록 연습할 것
: 병원에서야 chart만 훑어봐도 전문의가 이미 임상적 진단도 붙여 놓았고, 사회복지전문가가 history taking도 꼼꼼히 해 놓았기 때문에 별도의 면담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그저 변별 진단에 필요한 진단 기준들만 몇 가지 확인하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진단적 면담일 뿐입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면 그 정도 정보로는 어림 없습니다. 대부분의 진단은 현재 이 수검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줄 뿐이지만 치료적 관점에서 client를 보려면 영향을 미쳤거나 현재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원인들을 일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가 수련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넓은 조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멀게는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애착 외상 문제부터 분리-개별화 문제, 성역할 동일시의 문제, 성 정체감의 문제, sibling rivalry 문제, 가족 내 소외 문제, 기본적인 신뢰의 형성 및 일반화 문제, 의존 대 독립의 문제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새로 해야 합니다. 대학원 때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정신병리학과 심리평가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4. 종단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심리검사 도구를 추가할 것
: 앞서 병원 수련 과정에서 히스니 나르니 보더니 하는 성격 문제를 기본으로 깔고 보는 못된 버릇이 생긴다는 지적을 했습니다만 우스운 건 그러면서도 정작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심리상태를 횡단적으로 잘라서 보는 종합심리평가로는 한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 종단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못하니까요. 로샤 검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Exner 방식의 양적 해석 방식만으로는 어림없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의 기질이나 성격, 성격 역동을 살펴볼 수 있는 추가적인 검사 도구를 공부해서 심리평가 과정에 추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CI, TAT,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을 추천합니다. TCI로는 좀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기질 및 성격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며 TAT로는 성격적인 문제가 녹아들어간 관계 역동을 살펴볼 수 있고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으로는 원가족 역동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임상심리실에 소속되어 의사가 이미 내린 임상적 진단을 그대로 베껴 내는 보고서만 줄창 쓰면서 살 게 아니라면 제 조언을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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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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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요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장 완성 검사 결과를 보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죽는거다", "내 소원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면 첫째 소원은 죽지 않게 해주고...",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죽는 것"
제가 최근에 심리평가를 한 아이들의 실제 반응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이런 검사 결과를 보면 평가자는 당연히 아동이 최근에 가족, 친척, 반려동물 등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는지 history taking을 할 겁니다.
그런데 아동이 구체적인 경험을 보고하지 못하거나 설사 실제 사건이 있었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것이 주는 정서적인 충격이 크기도 하거니와 일상 생활에서 죽음을 다루는 훈련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죠.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생명의 유한성이라는 실존 주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사실 성인이라고 해도 이를 심사숙고하고 정리해서 삶에 적용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그러니 자신의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부모의 수가 적을 수 밖에 없지요.
가장 많은 대처 방법이 말을 얼버무리고 돌리는 것이고 그나마 종교가 있다면 종교적인 설명을 해 주겠지요. 하지만 개신교를 믿는 가정의 경우 사후 지옥의 존재를 알게 됨으로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부부 관계 및 가족 치료 전문가인 조이스 밀스 박사가 어린이책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인 캐리 필로와 함께 만든 이 책은 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나 그런 친구를 둔 아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굉장히 짧은 그림책이지만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 끝까지 사랑으로 함께 하는 방법, 추억으로 그 사랑을 기억하는 방법 등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죽음을 변화 과정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것이 참 괜찮았습니다.
부록으로는 제인 에넌지에타 박사가 쓴 부모들을 위한 도움말과 병에 걸린 아이들이 경험하는 통증과 두려움을 조절하기 위한 두 가지 활동이 실려 있습니다.
도움말은 '아이의 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병에 걸린 아이의 감정(상실감, 두려움, 책임감, 슬픔, 노여움 등)에 공감하기'를 다루고 있고 통증과 두려움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치유 과정 그림 그리기'와 '행복한 마법의 숨쉬기'를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어린 자녀에게 죽음이나 죽어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 지 모르는 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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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상담 시간은 일 대 일 대면 상담의 경우 50분인 경우가 많고 길다고 해도 90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 기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50~90분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죠.
물론 사안에 따라 특정 회기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초과되더라도 꼭 다뤄야 할 주제라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닌데도 언제나 상담 시간이 예정된 시간을 많이 초과하는 상담자라면 다음의 경우가 아닌지 한번쯤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background information을 수집하고 있거나 history taking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자신의 상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상담자일수록 상담의 목표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중언부언 내담자의 호구 조사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많이 알수록 rapport가 공고히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상담자에 대한 불필요한 의존만 강화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둘째. 내담자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특히 상담 초기의 경우 내담자들이 핵심 문제를 회기의 초반에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칠 때 쯤에 꺼내곤 합니다. 문제는 이것 또한 상담자-내담자 역동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내담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내담자에게 질질 끌려가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상담은 누가 주도를 해야 하는 일방적인 상호작용이 아니므로 내담자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건 결과적으로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셋째. 상담을 자신의 전능 환상을 충족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 상담자의 입장이 두 번째 경우와 반대되나 결과는 마찬가지로 상담 시간이 초과되는 경우입니다. 상담자가 자만심에 가득차 자신의 상담 기술을 자랑하고 내담자에게 들이붓느라고 예정된 상담 시간을 훌쩍 넘어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내담자의 피로도나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지도 않으나 언뜻 보면 열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불만을 터뜨리지도 못합니다. 나르시스틱한 상담자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그 오랜 심리치료와 상담의 역사에서 상담 시간이 50~90분으로 정해진 것이 그냥 가위바위보나 주사위를 던져서 한 것이 아닙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간으로 오랜 세월 동안 반복 검증된 것이지요.
그러니 매번 상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상담자라면 자신의 사명감이나 열정으로 손쉽게 내부 귀인하지 말고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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