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학자인 파멜라 버틀러 박사가 2008년에 내놓은 책입니다. 원제가 Talking to Yourself인데 자신에게 하는 내면의 말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임상이나 상담 심리학 전공자라면 그동안 지겹게 들어왔을 self talking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책을 낸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증정본을 보내줘서 읽게 되었습니다.
인지 치료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예를 들어 설명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조금 특이한 건 말을 거는 또 하나의 자기를 '심판자', '조종자', '방해자', '혼란자', '안내자'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명령, 금지, 완벽주의, 서두르기,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계속 노력하기, 이분법적 사고, 파국적 사고, 실무율적 사고, 당위적 사고 등등 부정적 자동적 사고와 역기능적 신념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35년이나 일했던 practitioner인 만큼 사례도 많이 소개해 놓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self talking의 예도 많이 제시해서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대신 임상가들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임상/상담 수업을 들은 심리학도라면 너무 뻔하다 싶은 내용이라서 참신성이 떨어집니다.
인지 치료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라면 읽어봐도 좋겠지만 전공자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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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빛을 보는 것보다 열을 느꼈을 때 변한다.
* 완벽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 현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창시자인 Fritz Perls가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유일한 유기체다"
* 분노를 유발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타인을 과잉 일반화하는 경향에서 나온다.
* 자신에게 "나의 자기대화가 사실인가?" "나의 자기대화가 현실적인가?"라고 묻지 마라. 이런 질문을 하면 잘못된 길로 들어가 오히려 판단의 틀에 갇히게 된다. 질문은 '~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이 도움이 되는가?'로 해야한다.
* 정당화와 자기지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정당화는 비판적인 믿음을 버리지 않고 부정적인 자기대화를 해명한다. 반면에 자기지지는 비판적인 믿음도 버리고 부정적인 자기대화도 버린다.
* 허용은 안도감과 부담감의 경감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부정적인 자기대화로 심한 압박을 받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 특히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 가지 허용이 있다. 첫째, 필요에 대한 허용이다. 둘째, 한계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허용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분에 대한 허용이다.
* 성장평가를 잘하지 못하는 내담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가 당신이 했던 그런 실수를 했을 때 뭐라고 할 거죠?" 그리고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아이에게 하듯이 자신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 주는 것은 어때요?"
* 가능한 한 목표를 작게 만들어 실천하는 것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서둘러라'와 '열심히 노력해라' 심판자의 명령과 자주 충돌한다. 불안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첫 단계를 정말 작게 만들어야 한다.
* 바쁜 사람들에게 자유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자기 양육(self-nurturing)의 매우 중요한 형태다.
* 흐리게 하기(fogging)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님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립을 유지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판단을 비켜간다. 다른 사람의 의사를 방어하거나 동의할 필요도 없고 걸려들 필요도 없다. 대신 자유롭게 자신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장하면 된다.
덧. 9장 '성적 문제에서도 자기대화는 필요하다'와 10장 '분노를 유발하는 자기대화'는 딱 들어맞지 않고 뭔가 겉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별도의 책으로 나눴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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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학은 scientist-practitioner model을 따른다고 흔히 말합니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scientist로서 이론을 정립하고 practitioner로서 그것을 현장에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뒤돌아 생각을 해 보면 대학원에 다닐 때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전문가 수련을 위해 병원에서 일을 할 때에도 진정한 practitioner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주어지는 것들을 소화해내기도 바빠서 자신의 주관에 따라 생각하고 적용하고 feedback을 받고 수정하는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그저 practitioner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위하던 시기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소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field에서 일을 하게 되니 아무도 저를 간섭하지 않으며 말과 행동에 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더군요. 이렇게 되고 나니 드디어 scientist-practitioner model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교나 수련 장면에서 공부를 할 때에는 내가 공부하는 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지, 그 궁금함이 도무지 풀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공부해왔거나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모양으로 효과를 나타내는지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되니 그야말로 공부를 하는 맛이 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지식과 전문성에 대한 갈증이 강해지나 봅니다.
이론적인 지식을 현장에 직접 적용하고 그로 인해 더 큰 배움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보다도 제가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어 좋은 점으로 꼽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사이비'들을 가려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점이죠.
현장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대학 교수, 책을 많이 번역한(혹은 쓴) 사람, 방송 출연 많이 한 사람, 학회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면 모두 고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보니 그런 분들 중 상당수가 허당이고 사이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면 무엇합니까? 심리치료/상담도 하지 않으며 심리평가도 하지 않는데다 supervision도 하지 않는 교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연구마저도 현장과 유리된 상태에서 손쉬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현장에 적용할 수 없는 junk article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교수랍시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을 보면 구토가 나올 지경입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도박 중독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교수랍시고 써 먹지도 못할 엉터리 이론을 들이대면서 현장을 망가뜨리고 도박 중독자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짐작도 못했던 사실이지요.
그래서 저는 임상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어 가장 좋은 점이 사이비 전문가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이 생긴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이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을 걷지 않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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