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과연 이기적인가'라는 글에서 sociotropy와 autonomy의 개념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sociotropy는 대인 관계가 중요한 성격 특질이고 autonomy는 독립성이 중요한 성격 특질입니다.
이를 오늘의 주제인 원숭이족, 고래족과 연결하면 sociotropy 특질이 강한 사람들은 원숭이족이고 autonomy 특질이 강한 사람들은 고래족입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사람들이 흔히 '고양이'과, '개'과로 나누는 것과 비슷합니다.
원숭이족은 그야말로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같은 원숭이들과 뭉쳐 다닐 때 힘을 얻고 의지가 되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더라도 희노애락을 집단 속에서 경험하는 걸 선호합니다. 같이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버림 받는 게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위계 질서를 싫어하지 않고 비교를 성취 동기로 삼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려고 하며 권력과 집단 지성을 믿습니다. 책임감보다는 연대 의식이 더 중요합니다. 인맥이 힘이므로 관리해야 하며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관계를 맺을 때도 깊이보다는 넓이가 더 중요합니다.
당신이 원숭이족이라면 착한 원숭이, 착한 원숭이 집단을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숭이 무리에 들어가기 위한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고래족은 이와 반대입니다. 관계를 맺는데 관심이 별로 없으며 혼자 있는 걸 선호합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고 집단의 안전보다는 자유를 더 좋아합니다. 희노애락은 집단 속에서가 아니라 자신 속에서 경험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돌림이나 버림 받는 것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성을 침범당하고 억압당하는 상황에 놓이는 걸 두려워합니다. 위계 질서를 혐오하며 비교를 싫어하고 다른 동물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집단 지성보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신뢰하며 연대 의식보다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인 관계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관계를 맺는다해도 넓이보다는 소수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걸 선호합니다.
당신이 고래족이라면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과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고래는 원숭이에게 관심이 없지만 원숭이는 무리지어 고래를 사냥할 수 있으니 적절한 거리를 둬야 합니다. 깊은 바다에 머무르세요.
원숭이족과 고래족은 둘 다 포유류지만 식생이 완전히 다릅니다. 먹는 것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릅니다. 관심 분야도 다르고 가치관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각자의 세상에서 자신의 특질에 맞게 사는 것이 서로에게 행복한 길입니다.
모든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누는 건 과잉 일반화일 수 있지만 그래도 굳이 나눠본다면 본인이 고래족에 가까운지, 원숭이족에 가까운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어떤 종족인지 알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좀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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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심리학 분야에서 많이 연구된 주제 중 하나로 sociotropy-autonom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두 개념을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이렇습니다.
* sociotropy : 대인 관계가 중요한 성격 특질
* autonomy : 독립성이 중요한 성격 특질
그 유명한 Aaron T. Beck이 이 congnitive-personality contructs를 측정하기 위해 Sociotropy-Autonomy Scale(SAS)을 만들기도 했지요. 물론 우울 장애에 대한 risk factor로써 살펴보기 위한 도구였습니다만...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자기 효능감이 높고, 목적 의식이 강하며,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려는 경향도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권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향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평가에도 연연하지 않는 이들을 독단적이거나 싸가지 없는 사람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남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 때문에 이기적이라는 오해를 왕왕 받기도 합니다만 자율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며 그 과정을 자신이 통제하고자 하고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까지 지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를 획득하게 될 확률이 큰 것이죠.
이기적인 사람 중에 자율성이 강한 사람이 섞여 있을 수는 있지만 자율성이 강한 사람이 모두 이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기질-성격 검사인 TCI를 빌어 설명하자면, 이기적인 사람이냐의 여부는 자율성 차원보다 연대감 차원이 더 많이 좌우합니다.
자율성 차원이 high 수준일 때 연대감 차원이 high라면, 자기 초월 차원의 정도와 상관없이 HHH(창의적인), HHM(성숙한), HHL(조직화된) 성격 경향을 보입니다. 모두 이기심과는 거리가 있는 성격 유형이죠. 하지만
연대감 차원이 low라면 HLH(광적인), HLM(괴롭히는), HLL(독재적인) 성격 경향을 나타냅니다. 세 성격 유형 모두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만 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TCI에서 이기적인 모습을 반영하는 성격 차원은 자율성이 아니라 연대감입니다.
사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통제받는 걸 싫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통제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기가 명령받는 걸 워낙 싫어하니 자신의 명령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어떠할지도 잘 이해하거든요. 그래서 아랫사람이 알아서 일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거기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까지 낮은 사람이라면 나만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마음까지 강하겠지요(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자율성이 강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이기적이라는 사회의 편견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TCI의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이 극도로 높은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글마저도 신경 안 쓰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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