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uctural summary - 해당되는 글 7건
2006년에 쓴 글이니 꽤 오래전에 포스팅한 것인데
'로샤 검사의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로샤 검사의 structural summary의 지수를 갖고 심리평가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의 문제를 지적하려고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지각 & 사고 영역은 어떻게 기술하는가'라는 포스팅에서도 살짝 언급한 적이 있는 문제인데 structural summary가 어쨌거나 식별하기 쉬운 수치의 형태로 지표 지수가 산출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structural summary의 요약표를 갖고 있으면 로샤 검사 해석집의 해석 기준에 맞추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특히 참고할만한 검사 sign이 마땅찮은 지각 & 사고 영역은 특히 그럴 수 밖에 없죠.
하지만 structural summary의 지수는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MMPI-2나 그 밖의 구조화되어 있고 객관적인 심리평가도구의 결과를 중심으로 초안을 먼저 작성한 뒤 로샤 지표 등의 검사 결과로 교차 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댈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꼭 structural summary를 맨 나중으로 돌려 고려해야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방향이 산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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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심리평가보고서의 기본 형식을 유지하려고만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과감히 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는 아예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결과 부분을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ing)'과 '성격 및 정서(Personality & Emotion)'의 두 영역으로만 나누어 쓰는 걸 연습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지각 & 사고' 영역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통합적인 기술에 문제가 생기는 걸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지 기능 영역이야 지능 검사 결과로 기술하면 되고 성격 및 정서 영역이야 참고할 검사 sign들이 많지만 '지각 및 사고' 영역은 좀 애매합니다. 게다가 '지각'과 '사고'를 한데 합치다 보니 더더욱 마땅치 않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로샤 검사의 Structural Summary의 지표 몇 개에만 의존하여 '지각 및 사고' 영역을 기술하는 임상가들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작성한 뒤 제대로 cross checking하지 않으니 보고서를 작성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지각 및 사고' 영역만 생뚱맞고 통합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기를 권합니다.
1. '지각'이 피검자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경우 '지각 및 사고' 영역을 따로 만들지 말고 인지 기능 영역의 맨 뒷부분에 BGT 결과와 로샤 검사의 일부 결과를 참고하여 간략하게 기술할 것. 즉 인지 기능 영역과 성격 및 정서의 두 영역을 중심으로 작성할 것2. 정신분열병 등의 SPR spectrum 장애나 양극성 장애처럼 사고 과정 또는 사고 내용 상의 장해를 별도로 기술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지각 & 사고'가 아닌 '사고 과정 및 내용(Thought Process & Contents)' 영역을 따로 만들어 기술할 것3. 1에서 언급했듯이 '지각'이 피검자에게 중요한 문제인 경우(이 경우는 이미 지각을 주로 측정하는 검사를 실시했을 것이므로) '주의 집중력(Attention & Concentration)', '기억 기능(Memory Functioning)'처럼 별도의 영역을 만들어서 기술할 것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지각'과 '사고' 영역을 어설프게 한데 붙여놔서 생기는 것이니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다루는 것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피검자의 기능 영역을 좀 더 명확하면서도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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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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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지기님과 효주란님께서 심리평가 보고서의 인지와 정서/성격 중간에 있는 [지각 & 사고] 영역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 있..
우리나라 심리학이 미국 심리학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주류가 되었듯이 임상심리학에서 로샤 검사의 해석은 Exner방식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로샤 검사를 수련 과정에서 접하든, 학교나 워크샵에서 배우든 간에 Exner 방식에 따라 피검자의 반응을 열심히 채점하고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각각의 지표 지수를 해석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제가
'로샤 검사의 해석 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Exner 방식은 채점이 어렵고 채점이 잘못될 경우 결과물인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많은 임상가들이 Exner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해석법을 자연스럽게 찾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로샤 검사 결과를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분들의 갈증이 정말 심한데 비해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어서 그냥 울겨 겨자먹기로 Exner 방식만 사용하거나 상담 심리학자의 경우 아예 로샤 검사를 활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HTP 검사만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Exner 방식과 정신 역동적인 방식을 절충하는 식으로 사용해 볼 것을 권합니다.
Exner 방식으로 반응 채점까지는 하고 채점 결과를 card pull에 적용해서 해석해 보도록 하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Exner 방식에서는 S반응이 몇 개 나왔는지, MOR 반응이 몇 개 나왔는지 처럼 주로 응답 횟수가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card pull을 함께 적용해 MOR 반응이 어떤 카드에서 나왔는지를 염두에 두고 보는 것이죠. MOR 반응이 정서적 자극이 집중되는 8, 9, 10번 카드에서 주로 쏟아져 나오는지, 3번이나 7번 혹은 4번에서만 나오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이 절충 방식은 Exner 방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응 비율과 함께 어떤 정신 영역에 투사되었는지까지 염두에 두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체계화되어 있는 방식이 아니라 그렇게 정교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더 공을 들여 반복 연습하면 Exner 방식으로 알 수 없는 역동을 찾아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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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피검자는 대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검사를 실시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곧바로 실시해야 할 만큼 severe한 피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개는 MMPI-2 + SCT 조합으로 된 선별 평가(screening evaluation)를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MMPI-2와 SCT로 평가를 해 보니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으라고 정신건강의학과로 refer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평가를 받은 곳에서 곧바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내담자라면 추가적인 투사법 검사를 실시해서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럴 때 상담자들이 최근에 많이 추가하는 도구는 HTP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일하는 기관도 많은데다 검사 도구에 대한 정보, 사례집 등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 가능하면 HTP보다는 로샤를 실시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HTP와 로샤 모두 무의식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이기는 하지만 방어의 차원에서 보면 로샤보다는 HTP가 방어에 더 취약합니다. HTP가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대중 매체 노출의 부작용) 검사 자극 자체가 이미 익숙한 것(집, 나무, 사람 그리기)이기 때문입니다. 로샤의 경우는 피검자들이 보기에는 거의 무의미한 그림이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HTP는 평가자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inquiry하는 과정에서 로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의도가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큽니다.
둘째. 상담자들이 HTP에 비해 로샤를 기피하는 이유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역동적인 해석법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Exner 방식으로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해석하는 지표들을 익히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강점으로 작용하여 10장의 카드만 갖고 간단히 실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조화된 방식의 해석과 정신역동적인 방식의 해석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피검자로부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가 있지요.
게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 로샤를 실시하는 것보다 HTP를 실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HTP는 상담을 하면서 상담 기법의 하나로 활용하고 심리평가에서는 HTP 대신 로샤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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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자들이 채점과 해석, 통합에 가장 애를 먹는 검사 중 하나가 로샤 검사입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성인보다 더 어려운데 아동이 어릴수록 지각 발달이 완료되지 않아 지각의 정확성이나 통합 정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며 지각 경험 자체가 성인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지각 내용이 제한되어 해석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임 중독이거나 공상 세계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는 수검 아동의 경우에는 로샤의 반응 내용이 굉장히 dramatic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일단 채점은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을 하되 Rapaport 방식으로 story telling을 한 것과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해서 산출한 structural summary의 지수를 날 것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게 되면 심한 경우 게임 중독 아동이 정신분열병으로 탈바꿈되어 기술될 수도 있습니다.
로샤의 structural summary는 산출된 지수의 신뢰도가 충분한 반응 수와 평가자의 채점이 완벽하다는 전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심리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을 해야 하고 통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공이 어렵다면 과감히 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Exner 방식으로 채점한 결과가 지나치게 가혹하게 나올 수 있다고 해서 평가자 임의로 채점을 느슨하게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평가자가 의외로 많더군요)
요약하자면
아동, 청소년의 심리평가 시 로샤 검사 결과는 Exner 방식으로 엄격하게 채점하고 다만 보고서에 기술할 때에는 반드시 다른 검사 결과와 교차 점검해서 통합이 되는 지 확인하여 기술하며 다른 결과와 통합되지 않을 경우에는 과감히 빼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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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심리평가/심리치료의 supervision을 이메일로 진행하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대면 상담처럼 supervision 할 때도 비언어적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즉각적인 feedback이 오고가야 해서 이메일 supervision은 투입되는 시간 대비 효율성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대면 supervision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먼 거리에 계신 선생님이나 시간 관계 상 대면 supervision이 불가능한 응급 케이스 등이 생길 수 있어 피치 못하게 이메일을 이용해 온라인 supervision을 받아야 하는 분들을 위해 안내 드립니다.
다만 이메일 supervision은 상담 심리학회 수련 인정을 받을 수 없으니 공부 차원에서 받아야 하는 분들만 신청하세요.
* due date
: 가능한 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시는 것이 좋으나 최소한 심리평가보고서가 제출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72시간 전에는 제가 모든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내주셔야 합니다.
-> 월, 화요일은 휴일이니 72시간을 계산할 때 빼셔야 합니다.
* 준비물
: 심리평가보고서, 원자료를 순.서.대.로. 스캔한 PDF 파일, supervision 받고자 하는 내용 정리한 것
1. 모든 자료는 하나의 PDF 파일로 합쳐서 보내주셔야 합니다.
2. PDF에 들어갈 검사 결과 순서(종합심리평가기준) : MMPI-2/A 응답지 -> MMPI-2/A 결과지(1~6번) -> TCI/JTCI 응답지 -> TCI/JTCI 결과지(1~2번) -> 문장완성검사 앞 -> 문장완성검사 뒤 -> BGT copy -> BGT recall -> 지능검사 profile 결과지 -> HTP -> (KFD) -> 로샤 결과지 -> 반응 영역 기록지 -> Structural Summary
* 비용
: 대면 supervision과 동일합니다. 사실 대면 supervision에 비해 이메일 supervision이 시간과 품이 더 많이 들어가거든요.
* 보낼 곳
: walden3@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되고 메일 내용에 피드백이 언제까지 필요한 지 꼭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 저는 국가 공인 자격(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 상담사, 전문상담교사) 보유자이거나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 상담심리학회 자격 수련 과정 또는 해당 전문가 자격 보유자가 아닌 경우는 supervision을 하지 않습니다.
덧2. 여러 개의 스캔 이미지를 하나의 PDF 파일로 만드는 방법은 'JPEGtoPDF'같은 무료 프로그램을 활용하셔도 되고 아래아 한글이나 MS워드에 순서대로 붙여넣어 PDF 파일로 만드셔도 됩니다. 본인이 편안한 방법을 사용하세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시면 어렵지 않게 방법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덧3. 본인 자료를 supervision 받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적발 시 모든 개인 supervision 및 오픈 supervision 참석,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 금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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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샤(Rorschach) 검사는 투사법 검사 뿐 아니라 모든 심리 검사를 통틀어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검사입니다.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서 활동할 때에도 여전히 손에서 놓기 어려운, 매혹적인 검사지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은 크게 Exner 방식과 Lerner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철저히 Exner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즉, 반응영역, 발달질, 결정인, 형태질, 반응내용, 조직화활동, 특수점수를 채점해 구조적 요약(structural summary)을 작성하고 Exner(1991)가 제시한 '종합체계 탐색전략'에 따라 '군집화'와 '계열적 탐색전략'을 이용하여 피검자의 검사 결과를 해석하도록 배웠습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되고 현장에 나와 4년 동안 매년 150~200 케이스의 심리평가를 수행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Exner 방식의 해석을 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물론 Exner방식이 피검자의 결정적인 측면을 설명할 것으로 판단되면 여전히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현재 저는 카드 속성(card pull)에 기초한 해석과 정신분석적 접근을 따르는 Lerner식 해석을 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만 선별적으로 structural summary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Exner 방식을 따르기 위해서는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해야 하는데 채점이 매우 어렵고,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structural summary의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전문가가 된 지금도 로샤 검사 결과의 채점에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재검사를 요청받았을 때, 이전 검사 결과를 요청해서 검토해 보면 저 뿐만 아니라 상당 수 전문가의 채점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더 더욱 structural summary를 믿지 못하겠더군요. 게다가 아무리 능숙한 채점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채점 시간이 많이 걸려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수백 건의 심리평가를 진행하면서 Lerner 방식의 해석과 카드 속성을 이용한 해석이 case formulation을 풍부하게 만들고 때로는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피검자의 모습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였습니다.
수련을 받는 기관의 특성에 따라 Exner나 Lerner의 해석 방식 중 하나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실제로 많은 기관에서 Exner 방식만 가르칩니다), 이는 유용한 해석 tool 하나를 놓치는 거라고 봅니다.
덧.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이 포스팅은 Exner 방식의 해석이 쓸모없다는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임상심리 전문가는 Exner 방식과 Lerner 방식을 모두 철저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Lerner의 해석 방식을 더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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