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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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DSM-5가 출시된 것이 2013년 5월이니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DSM-IV(TR아님)가 1994년에 나왔으니 거의 20년 만에 개정되는거라서 정신의학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 분야에서도 난리가 났었죠. 벌써 열기가 좀 시들해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병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DSM-5의 진단 기준을 도입한 곳을 아직까지는 찾기도 쉽지 않고요. 그래도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도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NIMH가 보이코트했다고 해서 DSM-5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니 결국 바꾸실 수 밖에 없을테고요.
물론 학지사에서 한글 번역판이 나오면 그 때 가서야 열공들 하시겠지만(웃음~).
이 책은 DSM-III-R과 DSM-IV에서 각각 TF팀의 위원과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신의학적 진단 분야의 석학인 Allen Frances 박사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Allen Frances 박사는 DSM-5를 비판하는 세력의 최전선에 선 사람 중 하나입니다. DSM-5가 발간되기 수년 전부터 개정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요. 그러니 이 책은 DSM-5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6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공동으로 번역을 했는데 대표역자인 박원명 선생님의 역자 서문을 보면 Allen Frances의 견해에 반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살짜기 느껴더군요. 일부를 그대로 한번 옮겨보죠.
"아직까지 국내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볼 때 정신과적 진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는 점에서는 엄격하고 제한적인 진단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 초기 시점에 엄격한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않지만 다양한 근거들과 임상의사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증상 악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될 때에도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략..."
저는 DSM-IV의 범주적 다축 체계가 차원적 체계로 바뀐 것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고 field에서 일하는 상담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DSM-IV에 비해 임상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과잉 진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Allen Frances 박사의 견해에 전적으로 찬동합니다.
그래서 DSM-5의 장점과는 별개로 DSM-5의 단점과 함께 DSM-5가 가져올 임상 현장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기 위해서 임상가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드리기는 어려운 것이 참 재미없게 쓰여졌어요. 내용이야 당연히 딱딱할 수 밖에 없지만 편집도 재미없고, 스타일도 재미없고, 문체까지 재미없더군요. 그래서 한약을 먹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응?). DSM-5를 공부하기에 앞서 몸 만들기의 차원에서 읽으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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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M-5의 문제점
1. 정상과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세 가지 새로운 질환 도입
-> 폭식장애, 경도신경인지장애, 파탄성기분조절장애
2. 현존하는 질환의 진단 기준 역치를 더 낮춤
-> 애도 반응이 심할 경우 MDD로 진단 가능
-> 성인 ADHD 진단 기준이 느슨해져 정상 범주의 산만함과 쉽게 혼동될 수 있음
-> 약물 남용의 초기 단계와 마지막 단계인 약물 의존 단계를 하나의 범주로 통합
* 아주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첫 방문에서는 심각한 질환으로 진단하지 않거나 아예 진단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즉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진단을 덜 내리는 것이 안전하고 보다 더 정확하다.
* 히포크라테스의 오래된 격언을 항상 기억하자.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약 2/3의 ADHD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증상이 지속되는데 보통 주의력 결핍 우세형에서 그러하다.
* DSM-5에서 ADHD의 발병 연령을 12세까지 늦춘 것은 실수이다. ADHD와 다른 과잉활동, 충동성, 주의 산만함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장애가 혼동스럽게 될 것이다.
* 품행장애의 진단적 특징 중 하나는 아이가 문제의 원인을 언제나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 상당히 곤란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정신의학용어인 품행장애를 부여하기 전에 신중을 기하라. 의문이 생긴다면, 품행장애가 아닌 적응장애로 진단하라.
* 적대적 반항장애와 품행장애를 구분해 주는 명백한 경계선은 없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진단을 의심하는 기회를 갖고 덜 심각한 진단인 적대적 반항장애로 보아라. 특히 아이가 스트레스 많고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 달리 분류되지 않는 진단을 이용하는 것이 근거가 부족한 추론에 의한 특정한 진단보다 낫다. 예를 들어,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이가 환청과 망상을 가지게 되었을 때 조현병의 진단보다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병적장애가 더욱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 기분과 일치하는 정신병적 양상
: 우울증에서 보이는 집착은 망상적 확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환청도 생길 수 있는데 대개는 가혹할 만큼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 정신병적 주요우울증과 분열정동장애를 구분하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임상 실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첫 삽화가 발생한 후 또 삽화가 일어날 확률은 50%이다. 두 번째 삽화 이후에 세 번째 삽화가 생길 확률은 70%로 높아진다. 한 삽화에서 1/3은 완전히 회복되고, 1/3은 호전되지만 잔류증상이 남아 있으며, 1/3은 첫 번째 치료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 다른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 신체 증상 뿐 아니라 뚜렷한 심리적 증상이 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가 야기될 때만 월경전불쾌감장애로 진단해야 한다. 지속성 차원에서는 불쾌감이 최소 1년 동안 대부분의 월경 주기에서 나타날 때만 진단해야 한다.
* 50세 이후에 우울증이 처음 발병했다면 신체 질환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력히 암시한다.
* DSM-5에서는 빈번하게 분노발작(temper tantrum)을 보이는 소아를 기술하기 위해서 DMDD라는 진단을 만들었다. 이 진단은 최소한의 연구에 바탕을 둔 것으로 소아 양극성장애의 과잉 진단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뿐이다.
* 제 1형 양극성장애의 첫 번째 삽화는 일반적으로 35세 이전에 시작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동안 많은 삽화를 경험한다.
* 단지 조증삽화만을 경험하고 우울삽화를 경험하지 않는 제 1형 양극성장애 환자는 지극히 적다. 이들은 주로 남성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이후에 주요우울삽화를 겪게 된다.
* 제 2형 양극성장애의 진단을 간과하는 것(그리고 항우울제만으로 치료하여, 경조증으로의 전환, 초조, 급속 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과 제 2형 양극성장애로 잘못 진단하는 것(불필요한 기분조절제를 투여하여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체중 증가의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안 좋을지에 대하여 항상 위험과 효과를 개인별로 분석해야 한다.
* 제 1형 양극성장애보다 제 2형 양극성장애가 경한 형태라고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 제 2형 양극성장애에 명확한 조증삽화는 없을지라도, 우울삽화가 극심하고 자살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광장공포증은 반복되는 공황발작의 결과로 인해 생기는 2차적 후유증이다.
* 나는 범불안장애 진단이 환자의 걱정이 너무 지나치고, 오래 지속되고, 평범하지 않을 정도이고, 생활에 지장을 주고, 오래 가고(최소 6개월 또는 그 이상), 다른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에만 붙여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 범불안장애는 다른 모든 것들이 배제되고 난 다음에야 사용할 수 있는 잔류형 진단으로, 검토할 사항에서 맨 마지막에 있어야 한다.
* 강박행위는 강박사고에 비해 노출기법에 의하여 치료되기 쉽다.
* 저장강박증은 전에는 강박장애의 한 종류로 생각되었지만 현재는 다른 뇌의 작동방식과 치료방식들에 의해 강박장애와는 분리되었다.
* ADHD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정신자극제들이 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 DSM-5는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지만 단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경험했던 폭력적인 외상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서 PTSD 진단을 허용함으로써 이런 역치를 상당 수준 낮췄다. 법의학적 소송 절차에서는 개인이 외상적 스트레스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에만 이 진단을 내리기를 권장한다.
* 지연성(with delayed onset) PTSD는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한 후 6개월을 넘겨서 증상이 시작된 경우에 적용한다.
* 다른 형태의 환각(환시, 환촉, 환미, 환후)은 조현병에서 있을 수 있지만 물질 사용이나 신경과 질환에서 더 특이적이다.
* 와해된 언어는 흉내내기 어려운 조현병만의 증상이며 꾀병을 감별하는 방법이다.
* 신체망상과 강력한 건강염려증은 구별하기 어렵다.
* 일시적인 정신병적 증상은 약물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고, 금단 상태에서는 보다 적게 나타난다.
* 젊은 환자에서의 제 1형 양극성장애
: 조현병에도 긴장형이 있지만, 젊은 환자에서는 긴장증이 조증삽화의 증상으로 더 자주 나타난다.
* 약화 정신병 증후군(Attenuated Psychosis Syndrome)은 DSM-5의 3절에 추가 연구가 필요한 제안 진단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병적장애로 간주하면 안 된다.
-> 높은 수준의 false positive error
* DSM-5는 기존에 다른 카테고리에 속해 있던 물질남용과 물질의존을 하나로 분류해 물질사용장애로 묶는다. 물질의존과 물질남용을 한 테두리로 묶는 것에는 뚜렷한 이득이 없고 세 가지 뚜렷한 손해가 있다.
: 낙인, 정보 분실, 잘못된 메시지
* 섬망 환자들은 왜곡된 지각을 느끼며(특히 착시나 환시), 수면-각성 주기는 보통 뒤바뀐다. 낮 동안은 호전되나 밤에는 악화된다.
* 약물 상호반응이나 과다복용은 노인 환자에서 섬망의 주요 원인이며, 가장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한다.
* DSM-5에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주요신경인지장애(치매)가 진단될 수 있는, 경도신경인지장애라는 새로운 진단 범주가 추가되었다.
: 높은 위양성률,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준
* 성격장애 환자들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온화해지는데 특히 경계성 성격장애와 반사회성 성격장애에서 나타난다.
* 나는 간헐성 폭발장애가 하나의 정신장애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며, DSM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반드시 모든 다른 설명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제한 후에야 비로소 이 진단을 내려야 한다.
* 신경성식욕부진증의 발병은 보통 사춘기나 초기 성인기에 이루어진다. 만약 발병이 그 이후라면 진단을 내리기 전 기타 다른 의학적 원인이 없는지 면멸히 살펴보아야 한다.
* 폭식장애는 DSM-5에 새로 들어온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진단명 중 하나이고 나는 이 진단의 사용을 반대한다.
* 일주기리듬수면-각성장애는 가장 흔히는 밤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나 일정한 수면 양상이 확립되지 못하는 교대 근무자에게서 발생한다. 뇌가 적응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빠르게 표준시간대를 통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일주기 수면 문제로 힘들어한다.
* 소아성애장애자는 적어도 16세 이상이어야 하며 대상이 되는 어린이보다 5세 이상 나이가 많아야 한다. 이들은 희생자가 취약하거나, 혹은 성인인 성적 대상이 마땅치 않거나, 물질의 탈억제 효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아를 우연히 성적 대상으로 삼은 단순 범죄자와 구별되어야 한다.
* 신체증상장애는 암, 당뇨, 심장병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진단이 필요하다면 적응 장애를 적용하면 된다.
* 물질중독은 독보적으로 가장 많은 이인장애와 비현실감을 야기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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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그렇지만 요새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입니다.
가볍게는 자주 짜증을 내는 것에서부터 temper tantrum, 욕설, 심하게는 부모를 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행동의 spectrum도 꽤 넓은 편입니다. 그대로 두면 더 심한 행동 문제로 발전할 지 몰라 두려운 부모가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예전에는 소아기 양극성 장애를 의심받았고 DSM-5가 나온 뒤로는 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DMDD)로 진단 받곤합니다.
DMDD는 우울 장애이니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소아기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이죠. 진단이야 어쨌든 그냥 항우울제만 먹여서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노 폭발을 보이는 역동이 생물학적 기전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크죠.
그래서 분노 폭발이 주 호소인 아동을 case formulation 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지능(특히 언어성 지능)이 낮지 않은가
지적 제한, 특히 언어성 영역의 지체가 있어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손쉽고 익숙한 행동화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강화되면서 패턴화되면 분노 폭발처럼 보이는 것이죠.
2.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한 건 아닌가
불안정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PCRP입니다. 기질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충분한 욕구 만족 경험이 없고 반복적으로 기본적인 욕구가 좌절되고 이러한 문제가 만성화되었을 경우 분노가 내재화되어 있다가 관련 자극에 노출되면 표출되는 경우입니다. 대개는 욕구 좌절을 야기한 대상에 국한되지만 일반화된 경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즉시적인 욕구 만족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 폭발을 보이게 됩니다.
3. 비전형적인 ADHD는 아닌가
일반적으로 ADHD는 분노 폭발로 인해 야기되는 행동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간혹 비전형적인 ADHD는 잦은 분노 폭발을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성 문제와 더불어 당연히 주의 집중력, 과잉 행동 문제도 함께 나타납니다.
4. 간헐성 폭발성 장애는 아닌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바로 간헐성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입니다. 이 진단은 성인의 경우에도 가장 마지막에 변별해야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가능성이 작아서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면 한번쯤은 진단 기준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네 가지 점검 사항이 서로 배타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중복되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전형적인 ADHD면서 동시에(또는 그렇기 때문에)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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