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Katoomba Town에 Echo Park라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이 때까지도 하늘이 가끔씩 비를 뿌리기에 차 밖으로 나갈 때는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몸이 너무 으슬으슬하기에 일단 몸을 녹이기 위해 Echo Park에 있는 휴게 시설에 들러 따뜻한 음료를 한 잔씩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습니다.
커피 생각이 간절하기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려고 메뉴판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보니
호주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롱 블랙'이라고 부른답니다.
양을 꽤 많이 주는 건 만족스러운데 직원들의 손이 느려서 그런지 음료가 나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었습니다.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기 어려울 듯 하네요.
커피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느끼면서 Echo Park의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어느덧 비는 그친 것 같네요. 앞서 여행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three sister 바위의 모습이 블루 마운틴에서보다 한결 가깝게 보이네요. 코 앞에서 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훨씬 선명합니다.
Echo Park의 풍광은 흡사 노르웨이의 푸르름과 몽골의 광활함을 섞어 놓은 듯 합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인데다 바람까지 불어서 마음 깊은 곳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비구름이 뒤로 물러나면서 근사한 하늘 풍경을 보여주네요. 아쉬움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가이드가 이보다 더 후덜덜한 풍광을 보여주겠다면서 차에 타랍니다.
차를 타고 조금 더 이동해 다다른 곳은 Lincoln's Rock입니다. 표지판에서 한글도 볼 수 있는 걸 보니 한국인들도 많이 오나 봅니다.
Lincoln's Rock은 그야말로 노르웨이의 프로이케스톨렌 같은 느낌의 바위인데 가이드 말에 코웃음 쳤다가 정말로 덜덜덜 했습니다. 한번 보시죠.
왼쪽이 Lincoln's Rock이고 오른쪽은 벼랑입니다. 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 아닌가요? 왼쪽의 제 일행들이 왜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 있냐하면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절벽 끝 쪽으로 다가가면 굉장히 무섭거든요.
절벽 끝에 차단막 같은 안전 장치가 없고 하다못해 줄 하나 매놓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여기를 오픈했을 때에는 절벽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올 수 있었는데 사고가 나서 진입을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서 들어와야 하는데요.
헉! 그 사고 차량(들)이 저기에 있네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사고 차량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답니다.
고소 공포도 없고 여행 가면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는 풍광을 좋아라 하는 편인데도 Lincoln's Rock에서는 오랜만에 가슴이 오그라드는 공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Lincoln's Rock까지 보고나니 점심 시간이 다 되었기에 작은 마을에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타이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저는 달걀을 뺀 팟 타이를 주문했죠. 대부분의 음식 가격은 역시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18에서 24 호주 달러 정도 됩니다. 대신 여기는 음식을 엄청 많이 주더군요. 제가 왠만해서는 음식을 안 남기는 편인데 남았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시드니 시내에 있는 한인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박중독치료 기관 방문을 위해 센터장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저희를 완전 초짜로 봤는지 자신의 사회복지전문가 자격과 도박중독치료 경력을 넘나 자랑하면서 2시간 동안 conference를 해 주는데 400불만 달라고 흥정을 시도하더군요. 거기에 쓸 비용이 없기도 했지만 너무 상업화된 느낌이라서 안 하기로 했습니다.
호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도박 중독자가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정작 도박중독 치료 전문가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치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드니로 돌아가 시드니 시내의 다른 TAB 들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262
노보텔 숙박 예약을 할 때 비용 절감 차원에서 조식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아침을 각자 해결하기로 했죠. 더 자고 싶은 사람은 더 자고요. 저는 어젯밤에 들어오면서 마트에 들러 사 온 차와 과일, 빵을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오늘은 아침 9시에 투어가 시작되기에 한결 여유가 있었죠. 잠자리가 낯설기는 했지만 어제 워낙 무리를 해서 그런지 푹 잤습니다.
8시 50분 쯤에 1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역시나 늦게 나오는 사람은 항상 늦습니다. 저도 워낙 약속을 잘 못 지키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이번 출장에는 저보다 더 한 사람이 있네요... ^^
9시에 가이드를 만나 차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블루 마운틴을 다녀오기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차를 타고 1시간 50분 정도를 이동해야 하니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호주의 넓이를 생각하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니죠. 실제로 가이드는 옆 동네 마실가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침부터 구름이 좀 짙게 드리운데다 가끔씩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기도 하는 걸 보더니 가이드가 오늘 좀 추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블루 마운틴이 원래 해발 고도가 높아서(1000m고지) 평지보다 2~3도 낮은데다 오늘은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부니 제가 생각하기에도 더 추울 것 같습니다.
1시간 50분 정도 차를 달려 블루 마운틴에 도착했습니다.
나중에 보여 드리겠지만 블루 마운틴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세 가지 탈 것을 차례로 타게 됩니다. 순서는 원하는대로 정할 수 있는데 저희가 먼저 탄 건 절벽을 가로질러 건너가는 케이블카였습니다. 위의 사진은 아마도 건너와서 찍은 듯 싶습니다.
노란색 수평 케이블카는 꽤 큰데 양쪽 옆으로는 지붕이 없어서 바람이 그대로 들어옵니다. 문제는 당일에 비가 내린데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바닥이 미끄럽고 추웠기 때문에 보시는 것처럼 다들 지붕이 있는 가운데로 몰렸지요.
케이블카에 동승한 가이드가 굉장히 유쾌하고 친절한데 중간에 케이블카를 세우고 블루 마운틴에 대해 설명을 해 줍니다만 길이가 좀 심하게 짧아서 뭘 좀 봐야지 하면 어느새 건너편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날은 너무 추워서 빨리 건너가기를 바랬지만요. 바람막이를 챙겨 갔는데도 많이 춥더라고요.
양쪽 탑승구는 요렇게 생겼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블루 마운틴 투어를 하면 세 가지 탈 것을 순서대로 타면서 둘러보게 되는데 저희는 일단 노란색 수평 케이블카로 계곡을 건너온 뒤 파란색 케이블카를 타고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녹색 루트를 따라 트래킹을 한 뒤 빨간색 궤도차를 타고 다시 올라오기로 했습니다.
파란색 케이블카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중입니다. 역시나 좀 짧아서 아쉬운 느낌입니다. ㅠ.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에 왼쪽에 보이는 three sister 바위를 찍느라고 난리들인데 나중에 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찍을 기회가 있거든요. 파란 케이블카에도 가이드가 동승해서 three sister의 전설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해 줍니다. 제 영어가 짧아서 다 못 알아 들었지만요.
내려오면 곧바로 연결해서 트래킹 코스가 펼쳐집니다. 보시는 것은 공룡 시대 때부터 자라온 '고사리'인데요. 이곳은 지질학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충 이런 풍광이고요. 블루 마운틴의 공기는 너무나 맑아서 올해부터인가 공기 오염으로 유명한 중국에 산소캔으로 수출까지 했다고 합니다. 첫 해라서 10만 캔 정도 팔았다고... 가이드 말이니까 과장이 섞여 있다고 해도 체감하는 공기 자체가 정말 다릅니다. 이 트래킹하면서 삼림욕한 것만 해도 충분한 힐링 효과가 있었어요.
트레일 중간 중간에 예전 광산의 모습을 재현해서 포토존처럼 만들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올라가는 건 꽤 특이하게 생긴 궤도차입니다. 빨간색으로 감각적으로 도색되어 있는데요. 앉아서 타게 만들어 놨습니다.
거꾸로 올라가면서 보니까 예전에 아래 광산에서 캔 광물을 계곡 위로 올리는데 사용한 레일 같더군요. 굉장히 좁은 계곡을 꽤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스릴 있습니다. 폐소 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살짝 압박을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꽤 즐거웠지만요.
위로 올라와 노란색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계곡의 건너편으로 건너왔습니다. 매표소 밖으로 나가면 three sister를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는 view point가 있습니다만 주변에 이것보다 더 잘 보이는 Echo Park라는 곳이 있으니 굳이 찾아서 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란색 수평 케이블카 -> 빨간색 궤도차 -> 트래킹 -> 파란색 케이블카 -> 노란색 수평 케이블카 순으로 제가 탔던 반대 순서로 타는 걸 추천합니다. 그게 더 재미있겠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three sister 바위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싶어 불만이었는데 가이드가 가까운 곳에 더 잘 보이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