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 정도를 달린 후 10시 20분 쯤에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아직 나이로비와 암보셀리 국립공원만 왕복해서 잘 모르겠지만 케냐의 고속도로(고속도로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정은 그리 좋지가 않은데 네팔처럼 여기저기 길이 패여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화물차가 굉장히 많은 데 비해 속도가 워낙 느려(규정 속도를 엄격하게 단속하는 듯) 다른 차량들이 중앙선을 넘어서 추월해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의 흐름을 자칫 잘못 판단하면 대형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큽니다.
케냐에서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케냐에서 이동하다 보면 도시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어디서나 과일 행상을 볼 수 있습니다. 체감 물가는 거의 우리나라 수준이지만 벌이는 신통치 않아 그야말로 먹고 살기 힘들텐데도 사람들 표정에 구김이 별로 없습니다.
저렇게 과일이나 채소를 망에 넣어 묶은 뒤 차량이 지나가면 운전자에게 다가가 파는데(케냐에서는 도시 진입로에 과속 방지턱이 많아서 차량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거든요) 젊은이들의 표정도 그리 어둡지가 않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먼저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먹은 뒤 이후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암보셀리에서 나이로비로 들어오는 방향에서 보면 예약한 호텔이 나이로비 반대편 끝이라서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가 없겠다는 켄의 판단을 믿고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Giraffe Center부터 들르기로 했죠.
Giraffe Center의 입구입니다. 주차장도 그리 크지 않고 시설물도 그리 거대하지 않지만 관광객이 엄청 많습니다.
굉장히 인기 있는 명소인데 개인적으로 강추합니다. 나이로비에서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에요.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입장료는 700실링입니다. 마감 시간이 빠른 게 좀 흠이네요.
사실 이곳의 시설물은 별 것 없습니다. 기념품샵과 전시관을 포함하는 관망대가 전부에요. 하지만
기린을 직접 만지면서 먹이를 주는 경험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동물 좋아하는 분들은 꼭 방문해보세요.
차에서 내리면서 켄에게 망원렌즈를 가져가야 하냐고 물었는데 켄이 망원렌즈 따위 필요없다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는데 들어가보고 그 말 뜻을 알았습니다. ^^
오른쪽에 보시는 것이 Giraffe Manor라는 Historic Hotel인데 기린들을 손에 닿는 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호텔이지만 그야말로 후덜덜한 숙박료(싱글룸 1박에 무려 660불!!)인 터에 침만 삼켰습니다만 직접 Giraffe Center에 방문해 보니 굳이 저곳에 묵을 필요까지는 없겠더라고요. 왼쪽 나무 사이로 기린들이 보이시죠?
입구에서 들어가면 왼쪽에 보시는 것처럼 관망대가 하나 덜렁 있는게 다 입니다.
African Fund for Endangered Wildlife(AFEW)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케냐를 통틀어 300여 마리 밖에 안 남은 Rothschild 기린을 보호하고 있죠.
Rothschild 기린은 무릎 아래에 패턴 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인 기린들인데 나중에 보게 될 다른 종류의 기린들에 비해 훨씬 멋지게 생겼더군요. 기린이 이렇게 우아하고 매력적인 동물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기린이니까 당연히 키가 엄청나게 크겠죠;;;;
보시는 것처럼 압축해서 시리얼처럼 만든 사료(꼭 코르크 마개 같더군요)를 손으로 집어서 직접 먹여줄 수 있습니다. 아 귀여워~ Rothschild 기린은 패턴 무늬도 굉장히 깔끔하고 멋지더군요. 눈썹이 길어서 그런지 인상이 굉장히 우아하고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백인 할아버지, 머리가 아주 비상합니다. 대개는 기린과 마주 선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입으로 넣어주는데 어깨 너머로 주시더군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순순히 먹여주다가 점점 손을 조금만 올립니다. 그러니까...
기린이 아예 할아버지의 어깨에 목을 기대는 형태가 되겠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먹이를 주는거에요. 머리 좋은데?
전망대에 올라가 봤습니다. 전망대 쪽으로는 좀 더 큰 어른 기린들이 모이더군요.
저쪽에서 꽤 큰 기린 한 마리가 뙇~ 하고 나타나더니 성큼 성큼 다가옵니다.
몇 발짝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금방 다가오네요;;;
재미난 건 기린하고 warthog들이 함께 살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기린 먹이를 주다가 사료를 몇 개 떨어뜨렸는데 warthog들이 그걸 주워 먹더라고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동물인데도 함께 있는 걸 보면 함께 살게 하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궁금하더군요.
기린 발 아래에서 자기들끼리 저러고 놉니다. 기린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요.
전망대에 원래 사료통이 부착되어 있어서 때가 되면 기린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모양입니다.
전망대에서도 관광객들이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도록 사료를 나눠 줍니다. 바로 코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도 있죠.
어른 기린의 경우 만지는 걸 싫어해서 성질을 부리는 녀석도 있지만 왼쪽에 보시는 것처럼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어떤 기린이 성질이 까탈스러운지 관광객들에게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염려할 건 없습니다.
기린의 혀는 길게 늘어나는 경우 25cm까지 늘어난다는데 따뜻하고 끈적거리는 보라색 혀가 주욱 나와 손바닥에 있는 사료를 감아 채갈 때의 그 느낌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
기린을 직접 만지며 먹이를 주는 놀라운 체험과는 상반되게 기념품 샵은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구매욕이 확 떨어지는 저 비주얼도 그렇고. ㅠ.ㅠ
그냥 마구 쌓여 있어 고르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싶지도 않고... ㅠ.ㅠ
아주 실용적인 것도 아니고,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도 아닌, 뭔가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더군요. 차라리 donation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습니다.
떠나기 전에 화장실에 잠시 들렀는데 가는 길목에 바이오 매스를 이용한 친환경 연료를 소개하고 있더군요. 이 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상용화되어 시장에서 봉지에 담아 팔고 있는 걸 봤습니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해 봤자 동물원 우리에 갇힌 게 다인 우리나라와 달리 직접 먹이를 주면서 만져볼 수도 있는 기린과 조우한 건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다음 목적지인 Karen Blixen Museum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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