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천국에서 보낸 천금같은 휴식이 끝나가네요. ㅠ.ㅠ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8시에 눈을 떴습니다만 어제의 무리한 스노클링 때문인지 온몸이 무언가로 두들겨 맞은 듯 온통 뻐근합니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아침을 먹고 돌아와 짐 챙겨서 일단 체크아웃부터 했습니다. 리셉션의 직원이 원래는 오후 3시쯤 출발하면 충분했겠지만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서 이동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도로 사정이 어떨지 모르니 출발 시간을 1시간만 당기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짐을 일단 맡겨놓고 여행 일지도 정리할 겸 해변가의 썬 베드로 나갔습니다. 여기서의 즐거운 멍때림도 오늘로 끝이네요.
마하마야 리조트의 전경도 사진에 담아 두었습니다.
리셉션의 직원 말처럼 연말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부산한 느낌입니다.
오늘 아침에 도착한 서양인 모녀(둘 다 엄청난 미녀)인데 산책 중에 깊이가 얕으니 한번 바다속으로 들어가 본 것 같습니다만 이쪽 해변은 산호 해변이라서 아쿠아 슈즈가 없으면 발이 아파서 걸어다닐 수가 없거든요. 역시나 예상대로 금방 나오시네요;;;
한쪽에서는 아침 일찍 나가는 투숙객의 짐을 싣고 있습니다. 많이 본 얼굴이다 싶어 유심히 봤는데 어제 스노클링 투어를 함께 나간 선장님이네요.
해변 다른 쪽에서는 단체 여행객들이 스노클링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배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탄 게 아닐까 싶게 배가 기울었네요.
조금 큰 배로 여유있게 승객을 실은 배도 보입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날씨가 맑아서 물 속이 잘 보일테니 스노클링 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점심 때까지 썬 베드에서 여행 일지도 정리하고 사람 구경도 하면서 쉬다가 밥 먹으러 리조트 레스토랑으로 이동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요.
오전이라고는 해도 길리 메노섬의 오전은 엄청 덥기 때문에 일단 수분도 보충할 겸 Frozen Strawberry 주스(40,000루피아)와 오렌지 크랜베리 주스(40,000루피아)를 주문했습니다. 둘 다 시원하고 맛나네요. 캬~
요전에 먹은 펜네 파스타(95.000루피아)하고 마지막 날이니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서 homemade 호박 라비올리 파스타(115,000루피아)도 시켜봤습니다. 양이 상당히 적은 편인데 어차피 느끼해서 많이 줘도 다 못 먹을 것 같네요. 맛으로 즐기기에 딱 적당한 양이었습니다.
후식으로는 일단 아이스 아메리카노(35,000루피아) 두 잔하고,
Baked 누텔라 치즈 케이크(65,000루피아)를 주문했습니다. 맛있기는 한데 너무 달아서 커피하고 함께 먹어야 궁합이 맞습니다.
치즈 케이크까지만 주문했어야 하는데 주문이 잘못 들어가서 나온 homemade 바나나 케이크(50,000루피아)입니다. 치즈 케이크 대신 이걸 주문했었어야 싶은 맛입니다. 너무 달지 않고 담백하네요.
식사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서버들과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참 유쾌하고 친절한 친구들이었죠.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항상 행복하기를...
오전 담당 매니저의 아이와도 찰칵~ 이 리조트는 매니저가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데리고 출근해서 일하면서 틈틈히 보더군요. 아이는 엄마가 일하는 동안 돌아다니면서 투숙객들하고도 놀고, 서버하고도 놀고 리조트 내의 모든 사람이 이모, 삼촌 역할을 합니다. 참 좋은 직장이에요.
체크아웃하면서 기념 선물로 받은 마그넷입니다. 길리 메노섬의 명물인 푸른 바다 거북을 묘사한 것 같은데 꽤나 예뻐서 지금도 저희 집 냉장고에 붙어 있습니다.
리조트의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다 2시에 롬복으로 가는 보트에 올랐습니다. 이미 1시부터 도착해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더군요.
이제 진짜 마지막입니다. 당분간은 확실히 그리울 것 같습니다. 마하마야 리조트의 해변에서 보냈던 여유로웠던 시간들이...
물론 길리 섬의 푸른 바다도 그립겠지요.
송영 비용이 좀 비싸다 싶었는데 길리 메노섬에 들어올 때 탔던 작은 스피드 보트가 아니라 모터를 자동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꽤 큰 보트였습니다. 그 보트에 저희 둘만 달랑 타고 왔지요.
드라이버 한 명이 운전하는 건 좀 불안했지만 굉장히 능숙하게 배를 모네요. 도착하고 보니 롬복에서 길리 메노섬으로 출발할 때의 그 선착장입니다.
롬복 공항으로 태워 줄 차가 보이지 않아 드라이버에게 물어봤지만 영어를 거의 못하네요. 해변에 곧바로 내리느라고 신발과 양말을 벗었는데 젖은 발을 말리면서 잠시 기다리니 정복 차림의 드라이버가 해변으로 내려와 정중하게 말을 걸더군요.
보트도 마음에 들었는데 차도 큼지막한 세단에 쾌적합니다. 이 분은 영어를 곧잘 하네요.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롬복 공항으로 이동 중에 본 사원(?)입니다. 예상대로 그리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folk village를 들렀다 가고 싶냐며 기사분이 영업을 하셨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거절했습니다.
길리섬을 떠난 지 두 시간 쯤 지나 오후 4시 경에 Lombok Domestic Airport에 도착했습니다. 체크인 카운터로 갔더니 너무 일찍 왔다고 자카르타 행 항공권의 발권만 되고 수하물 맡기는 건 20분 후에 가능하다고 해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짐 맡기고 이른 저녁을 롬복 공항에서 먹었습니다. 식당들은 꽤 있지만 비건들이 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는데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XO Fried Rice(49,000루피아), Veggie 스파게티(41,000루피아), Veggie Salad(29,000루피아), 오렌지 주스(39,000루피아), 딸기 주스(39,000루피아)로 배를 채웠습니다. 맛은 그닥이었지만(그래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지만) 직원이 참 친절하더군요.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요(물론 한국 기준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쳤는데도 시간이 좀 남아서 기념품점에서 나무로 만든 고양이 상(250,000루피아)과 반지(10개, 250,000루피아)를 샀습니다.
롬복 공항이 작은 곳이기는 해도 커피빈 매장도 있습니다. 미국 기업이기는 해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경영권 지분의 70%를 넘게 갖고 있어 사실상 한국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근데 내가 이거 왜 설명하고 있는거지?).
저녁 7시 40분에 자카르타로 출발했습니다. 이 때도 가루다 항공을 탔는데 3 X 3 보잉기네요. 좌석 간 거리가 멀어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비상구 좌석!!
이륙 후 곧바로 저녁 식사가 나왔으나 이미 거하게 저녁을 먹고 탔기에 메뉴가 뭔지 확인만 하고 죄송하지만 반납했습니다. 시차 적응을 위해 일부러 잠을 안 자고 버텼네요.
9시에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내리면서 보니 역시 메갈로시티여서 그런지 끝이 안 보일 정도의 불야성이네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중국인들처럼 연말 폭죽을 좋아하는지 여기저기서 펑펑 터지고 난리입니다.
자카르타 공항도 엄청 크네요. 비행기에서 버스로 옮겨 탄 뒤 한참을 이동했습니다. international airport로 가서 체크인 카운터에서 발권하고 입국 라운지를 통과하니 면세 구역이 나옵니다.
남은 루피아를 사용해야겠기에 스와치 시계하고
발리 커피, 발리 라이스 와인 한 병을 샀습니다.
게이트 앞에서 보딩까지 남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이트 통과 후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들어갈 때 여권 확인,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기 때문에...
에어컨 앞 자리가 비어 있어 앉았는데 너무 춥더군요. 그래서 사람들이 안 앉았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에어컨 날개가 아래 방향으로 되어 있어 추웠던거지요. 날개를 꺾어서 위로 올려놓으니 앉아 있을만 합니다.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나 보네요.
11시 10분 쯤 보딩이 시작됐습니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양말 갈아신고 안대에 귀마개까지 중무장을 하고 곧바로 취침했습니다. 자다 깨어보니 불은 꺼져 있는데 의자 뒤 스크린들이 모두 켜져 있어서 눈이 부시더군요. 승무원을 불러서 스크린을 끄는 법을 물어보니 리모컨 하단에 screen off 버튼이 숨겨져 있습니다(대체 이걸 어떻게 찾으라고!!). 다른 사람들은 물어보기 귀찮아서 그런건지 몰라도 스크린이 켜져 있는 채로 그냥 자더군요. 물론 저는 끄고 편하게 잤지요.
기내식이 나올 때 잠깐 깼으나 입맛이 없어서 과일만 먹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1월 1일 아침 8시 2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연말 연시를 해외에서 보낸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롬복, 길리 섬이 정말 좋기는 한데 휴양지치고는 너무 멀리 있어서 또 다시 가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길리 여행기를 마쳤네요.
닫기
* 점심 식사(Mahamaya Resort)
- Frozen Straberry 주스 : 40,000루피아
- 오렌지 크랜베리 주스 : 40,000루피아
- 아이스 아메리카노 : 35,000루피아 X 2 = 70,000루피아
- 홈메이드 펌프킨 라비올리 파스타 : 115,000루피아
- 펜네 파스타 : 95,000루피아
- Baked 누텔라 치즈케이크 : 65,000루피아
- 홈메이드 바나나 케이크 : 50,000루피아
= 475,000루피아
* 저녁 식사(Lombok Airport)
- 오렌지 주스 : 39,000루피아
- 딸기 주스 : 39,000루피아
- XO fried rice : 49,000루피아
- 베지 샐러드 : 29,000루피아
- 베지 스파게티 : 41,000루피아
= 226,550루피아(세금 포함)
* 기념품 구입(Lombok Airport 기념품점)
- 나무 고양이 조각 : 250,000루피아
- 나무 반지 : 25,000루피아 X 10 = 250,000루피아
이번 인도네시아 길리 여행은 11시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공항에서 외투 보관도 해야 하고, 포켓 와이파이도 수령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고양이 네 마리도 미리 챙기고 가야 하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5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짐을 미리 싸놓았기에 다행이었죠.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7시 15분에 공항버스 리무진을 탔고요. 새벽 기온이 영하 6도라서 그런지 길에서 버스를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몸이 다 얼었네요.
인천 공항까지의 요금을 9.000 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결제하면서 보니 8,800 원이네요. 설마 200원 할인?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었더니 잠이 쏟아져서 인천 공항까지 꿀잠을 자면서 갔습니다.
8시 25분 쯤 공항에 도착해 발권하러 카운터(가루다 항공은 D카운터)로 직행했습니다. 초극성수기인데도 예상했던 것만큼 공항이 붐비지는 않더군요. 발권하면서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하물며 만석도 아니라고 합니다. 대체 얼마만에 만석아닌 항공기에 타 보는 건지 기억도 안 나네요;;;
이건 여담인데
가루다 항공은 승무원도 데스크 직원도 모두 매우 친절합니다. 호감도 상승이네요.
1층으로 내려가 와이드모바일 booth에서 포켓와이파이 에그를 수령한 후 다시
3층 M카운터 뒤에 위치한 대한통운에서 외투를 맡겼습니다. 외투 보관 비용은 1일 1개 3,000 원입니다. 2,000 원으로 알고 갔는데 그새 가격이 오른 듯 합니다. 그냥 택배 박스에 넣어서 보관하기 때문에 모피 코트나 고급 의류를 맡기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더군요.
반팔 차림인데도 공항 내 난방이 잘 되기도 하고 이번 여행 때는 캐리어 없이 배낭으로 짐을 꾸렸기 때문에 배낭을 메고 다니니 별로 춥지는 않았습니다.
출국 심사를 마친 뒤 셔틀 트레인을 타고 109 탑승동으로 이동해
121 탑승구 앞에 있는 롯데 면세점에서 어르신 선물로 산 면세품을 인도받고 앞에 있는 면세점에서 여행지에서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썬 스프레이를 구매하려고 물어봤지만 파는 곳이 거의 없고 드물게 있는 판매점에서는 너무 큰 대용량 용기 밖에 없어서 포기했습니다(그래도 살 걸 그랬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가 보니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발라야 하더라고요).
공항에 일찍 도착해 여기저기 바지런히 돌아다니느라고 출출한데다 시간도 좀 있기에 푸드코트의 퀴즈노스(이상하게 요새 자주 가게 됨)에서 베지 라이트와 콜라로 배를 채웠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하늘이 청명합니다;;;; 베트남 항공을 탈 건 아니고 저는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을 탑니다.
10시 25분 비행기 탑승.
대한항공, 아에로플로트 공동 운항편인데도 승객이 별로 없습니다. 너무 한산하네요. 2 X 3 X 2 항공기인데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대부분이라 배려한답시고 창가에 몰아넣어기에 가운데 좌석은 텅텅 빈 채로 갔습니다.
허브 공항으로 가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롬복의 화산 폭발 여파로 여행자가 급감해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이렇게 한산한 비행기는 정말 오랜만에 탔습니다.
탑승 마감은 10시 45분에 했는데 정작 비행기는 11시 20분이나 되어 출발했습니다(원래는 11시 5분 출발).
이륙하자마자 기내 이용품 세트를 나눠주네요. 안대, 수면양말, 이어플러그 세트가 들어있습니다. 당연히 수면 양말로 냉큼 갈아신었고 수면 안대와 이어플러그도 잠 잘 때 아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생수와 물티슈도 나눠줬는데 그건 나중에 쓰려고 짐에 챙겨 넣었고요.
국제선 항공이라서 그런지 개인 LCD 스크린도 있네요.
음료 카트가 먼저 지나가기에 빈땅 맥주하고 믹스 너츠를 주문했습니다. 믹스 너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독특한 향도 괜찮고 맛있네요. 빈땅은 필스너에서 생산하는데 무난한 맛입니다. 향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믹스 너츠를 안주로 마시기 딱 좋았습니다.
기내식을 먹을 시간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비건식(VGML)이 먼저 나왔구요. 왼쪽 위의 콜드 샐러드는 맛은 괜찮았지만 너무 차게 나와서 별로더군요. 과일은 당도도 높고 훌륭했고요. 메인 음식은 좀 느끼한데 바질 페스토를 뿌려 먹으니 먹을 만 합니다. 비건 마아가린을 발라 먹는 빵도 그런대로 괜찮았고요. 완전 비건식치고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구성입니다. 비건이 아닌 경우에도 추천할 수준은 아니니 비건이 아닌 분들은 try하지 마세요. :)
식후 커피는 티백 커피인 듯 합니다. 이건 비추천입니다. 차라리 차를 마시는 게 낫습니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여행 초반에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어느새 발리에 다 왔습니다.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보다 1시간 느리네요. 이 정도 시차라면 실시간 문자나 통화도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출발할 때 인천이 영하 1도였는데 발리는 영상 30도라고 합니다. ㅡㅡ;;;;
덴파사르 공항은 천정이 높아서 비교적 쾌적한 느낌이나 안내판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길을 좀 헤맸습니다. transit하는 다른 여행자를 따라 갔는데 transfer/transit 안내판만 보고 가면 안 됩니다. 이건 해외 transfer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거든요. 일단 immigration으로 가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immigration으로 가는 도중에 원래 'Visa on arrival' 창구에서 visa fee를 내야 하지만 작년 6월에 인도네시아와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visa fee를 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냥 통과하시면 됩니다.
입국 수속은 그야말로 형식적이고 보안 검사도 대충 합니다.
짐 찾는 곳을 지나 세관신고대를 거쳐 공항 청사 밖으로 나가자마자 훅 끼치는 더운 열기가 동남아에 왔다는 걸 실감케 합니다.
발리 현지 시간 오후 5시 25분입니다.
일단 국제공항 청사 밖으로 나온 뒤 transfer line 표지판을 따라 국내선 항공으로 이동합니다. 통로라고는 해도 오픈되어 있어 무지 덥네요. 게다가 domestic terminal까지 꽤 멉니다.
domestic terminal을 구석에 박아놔서 추레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넓고 면세점도 많으며 요기를 할 음식점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꼭 기념 사진을 찍는 포토존입니다. 뭔가 싶어 설명을 읽어보려고 안내판을 찾아봤지만 없네요.
6시 40분 쯤에 저녁을 먹었습니다. 발리 국내선 공항에 음식점이 많기는 하지만 비건에게는 좀 가혹한 환경입니다. 꽤 큰 푸드코트에 들어왔는데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건 이 메뉴(5만 루피아)가 유일합니다. ㅠ.ㅠ 게다가 같은 팬으로 면을 볶았는지 굴소스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달걀 후라이 부스러기가 보이기도 합니다. 너무 짜기도 하고요. 비추천입니다.
사진에는 없는데 추가로 주문한 프렌치 프라이가 오히려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함께 주문한 오렌지 스쿼시와 레몬 스쿼시는 스프라이트가 아닌 탄산수를 베이스로 해서 좋기는 했는데 잘 섞지 않아서 젓지 않고 마시면 나중에는 맹 탄산수를 마셔야 합니다.
윽~ 프로펠러기입니다. 그나마 대형 항공기이고 새 비행기라는 게 위안이랄까요?
7시 30분 출발에 10분부터 보딩을 하기에 화장실도 못 가고 기다렸는데 활주로로 나가는 버스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바람에 정작 비행기는 7시 40분에 출발했습니다;;
2 X 2 항공기입니다. 앞에는 남미인으로 추정되는 애 딸린 가족, 뒤에는 인도네시아 남자 둘이서 이륙해서 내릴 때까지 단 1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떠드는 바람에 머리가 다 울릴 지경이었습니다. 비행 시간이 45분에 불과해서 다행이었죠.
비행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기내식 대신 스넥이 나왔습니다. 달걀과 우유가 들어가 있을 게 뻔했지만 호기심에 맛이나 보자고 먹었습니다......만 역시나 느끼하네요.
저녁 8시 25분에 롬복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발리 공항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위상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활주로에 내려 짐 들고 청사로 걸어 들어가니 곧바로 보안검사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도 좀 형식적이네요.
청사 밖으로 나가기 전에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아주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이용할 만 합니다.
일단 공항 내 환전소에 가서 600불을 환전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좀 많이 환전했는데 인도네시아 물가를 과대평가했네요. 결과적으로 많이 남았습니다. 환전하면서 보니 간판만 환전소이지 사무실에 아무 것도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의자 하나, 돈 통 하나 놓고 일하네요.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중요한데
롬복 공항에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저처럼 애매한 시간에 내리면 더욱 그렇죠.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정규 택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문을 나서자 마자 볼 수 있는
Airport Taxi booth도 그냥 임대료 내고 장사하는 사설 택시입니다. 제가 볼 때는 택시 회사도 아니고 그냥 민간 드라이버를 연결하고 중계 수수료를 먹는 장사꾼들입니다. 임대료를 내고 들어와 있으니 당연히 흥정은 안 됩니다. 지역에 따라 정해진 금액이 있는가 봅니다. 흥정에 자신이 있으면 오히려 공항 밖으로 나가 진을 치고 있는 드라이버들과 흥정하는게 낫습니다.
저희는 일단 청사 밖으로 나가 정규 택시를 찾았으나 못 찾고 혹시나 싶어 가격을 물어봤는데 셍기기까지 알고 갔던 금액(22만 루피아)보다 터무니 없는, 37만 5천 루피아를 부르기에 두말 없이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제 등 뒤에 대고 계속 가격을 낮춰 부르더군요;;;) 공항 내 booth에서는 35만 루피아를 부릅니다. 에누리는 없고요. 그러니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시 공항 밖으로 나가서 흥정할까 생각했지만 시간도 늦었고 하루종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기에 그냥 청사 내 택시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피곤한데 몇 천 원 아끼자고 길바닥에서 승강이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다행히 차는 새 차인데다 스타렉스급이더군요. 승객도 저희만 있어서 편하게 이동했고요. 문제는 드라이버가 새파란 20대 초반인데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점;;;; 그건 뭐 바디 랭귀지를 사용하면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셍기기 지리도 잘 모르더군요. 미리 예약한 리조트 주소를 영어, 인도네시아 버전(혹시 몰라 인도네시아 말로 번역된 걸 뽑아 갔거든요)으로 보여줬는데도 모르더군요. 아 놔~
더 웃긴 건 제가 이야기 한 직원과도 통화를 했는데 그 사람도 리조트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거;;;; 꽤 유명한 리조트였는데도 말이죠. 하는 수 없이 포켓와이파이를 켜서 스마트폰 네비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일이 안 되려고 작정했는지 포켓와이파이가 3G망을 잡지 못하더군요. 구글 지도 검색도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찌 일이 이렇게 꼬이나....
결국 셍기기 시내에서부터 외곽으로 나가면서 리조트를 하나하나 뒤져서 찾아냈습니다. 원래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이 오버되면서부터 저는 그냥 마음을 비웠는데 나중에는 운전기사가 마음이 조급해지는게 눈에 보이더니 예약했던 Living Asia Resort and Spa를 찾아냈을 때에는 자기가 환호성을 지르더군요. ㅡㅡ;;;
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지만 Living Asia Resort and Spa는 초대형 리조트이고 시설도 훌륭한 것에 비해 가격이 정말 너무 착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찬찬히 설명드리겠지만 롬복에 가실 분들께는 강추합니다.
다음 날 바로 길리 메노섬으로 이동해야했기에 잠만 잘 요량으로 선착장에서 가까운 리조트를 섭외한 건데 왜 평점이 높은지 알겠더군요. 다음 날 아침에 찍은 객실 사진입니다. 꽤 넓고 쾌적하죠. 채광도 좋고요.
한 쪽 벽에 장식된 조각품도 대충 놓은 싸구려가 아닌 것 같더군요.
객실 뒤로 연결되는 곳(왼쪽)이 욕실인데...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천정이 뚫인 오픈 샤워실이네요? 동남아 리조트에는 이런 시설이 흔하다지만 리조트에 많이 묵어본 게 아니어서 그런지 저는 처음 봤습니다.
아침에 정신 차리고 다시 봤을 때 모습. 오픈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넓이 자체가 굉장히 넓더군요.
그래서 뭐 아침에는 파란 하늘을 보며 샤워를 하는 호사를 누렸지요. ^^
이건 내일 아침 이야기이고 하루종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데다 숙소에 도착하는 여정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기 때문에 싸 간 햇반과 미소국으로 대충 요기하고 씻은 뒤 잠이 들었습니다.
닫기
* 공항버스 리무진(6003) 탑승 : 8,800 X 2 = 17,600 원
* 대한통운 외투 보관 서비스 비용 : 3,000 X 2 X 5일 = 30.000 원
* 인천공항 퀴즈노스 : 베지라이트 small 1, medium 1, 콜라 1잔 = 16,800 원
* 발리공항 푸드코트 저녁
- 베지 메뉴 : 50,000 X 2 = 100.000 루피아
- 오렌지 스쿼시 : 30,000 루피아
- 레몬 스쿼시 : 30,000 루피아
- 프렌치 프라이 : 55,000 루피아
= 215,000 루피아
* 롬복 공항 택시 서비스 : 350,000 루피아
* Living Asia Resort and Spa 포터 팁 : 10.000 루피아
인도네시아 하면 당연히 발리~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는 드라마로도 인기 몰이를 했었고 한 때 신혼여행지로도 각광을 받았던(지금도 많이들 가시는) 섬이죠.
사실 제가 이번 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째는 남아있던 대체 휴무일이 12월에 집중되면서 일주일 정도의 시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고 둘째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여행했던 곳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여행 기간이야 충분했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를 보지도 않고 여행지를 고르고 예약하는 바람(대체 왜~)에 우붓이 있는 발리로 가지 못하고 엉뚱한 롬복(도 아니고 길리)로 가게 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커집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발리 바로 오른쪽에 거의 비슷한 크기의 롬복섬이 있습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발리는 힌두 문화 영향권이고 롬복은 이슬람 문화 영향권입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롬복은 산스크리트어로 '끝이 없는 길'이라는 의미인데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린자니 화산이 있습니다. 란자니 화산은 휴화산이라 가끔씩 분출을 하곤 하는데 2015년 만 해도 7월에 1번, 11월 초에도 한 번 분출해서 발리, 롬복 공항이 4일 간 폐쇄되어 관광객들의 발이 묶인 적이 있죠. 제가 여행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의 일이라 꽤나 신경 쓰이던 생각이 납니다. 가루다 항공에 연락해서 현지 사정을 물어보기도 했었죠.
발리가 너무 많이 개발되어 요새는 발리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고즈넉한 롬복이 뜨는 분위기인데 제게는 롬복도 너무 크고, 시끄럽고, 개발된 섬입니다. 그래서 예전 케냐 여행 때 라무섬이라는 지상 천국(?)에서 보냈던 휴가를 잊지 못해 더 조용하고 사람의 발길이 조금이라도 덜 닿은 섬을 뒤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길리 섬 3총사입니다.
(사진을 누르면 커집니다)
지도의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길리 뜨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가 길리 섬 3총사인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갔던 길리 메노가 가장 작고 조용한 섬입니다.
길리는 사삭족 언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인데 섬 이름부터가 작은 섬이죠;;; 해안가를 따라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한 크기의 작은 섬입니다.
조용하고 외진 정도로 순위를 매겨보자면 발리>>>>>롬복>길리 뜨라왕안>>길리 아이르>>>>>>길리 메노 정도 됩니다.
지도에 표시된 곳이 제가 3일 동안 묵었던 Mahamaya Resort입니다.
원래는 롬복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발리로 간 뒤 배편으로 롬복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2010년에 가루다 인도네시아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 에어에서 롬복으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결 편하게 롬복으로 갈 수 있게 되었죠.
롬복에서 길리 섬 3총사로는 배로 들어가야 하고 퍼블릭 보트를 타는 곳을 제외하고는 선착장도 없어 리조트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해안가에 내려 찰방찰방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케냐의 라무섬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엇비슷하게 아름답고 조용한 섬에서 푹 쉬고 왔습니다. 스노클링하면서 거북이도 보고 왔으니 소원풀이도 제대로 하고 왔다고 볼 수 있죠.
인도네시아 여행기 시작합니다. 4박 6일의 일정인 만큼 빨랑 끝내고 못 다한 노르웨이 여행기도 마저 포스팅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