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몽골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을 간략하게 요약한 겁니다. 어떤 내용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참고만 하세요.
* 인터넷 환경
: 론플에는 몽골의 인터넷 환경이 좋은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폰도 안 터집니다. 고비 사막의 경우는 몽골 최고의 숙소인 Three Camel Lodge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신호를 잡으려고 차를 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도 속도가 느려 동영상 업로드는 상상도 못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홉스굴 Ashihai resort에서는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리조트 내 카페에서만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가능했는데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이미지 검색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 로밍은 물론이고 심 카드를 사와도 소용 없을 겁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상책이에요.
* 몽골 사람
: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몽골 현지 가이드들은 UB(울란바타르를 보통 이렇게 부릅니다. 그냥 시티라고도 해요) 사람들은 돈을 밝힌다고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봐도 별로 그래보이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 돈을 밝히는 사람들은 외국 여행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불법 택시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 치안
: 중범죄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솜씨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펍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탁자마다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현지인들도 뒤로 메는 가방은 잘 안 멘다고 할 정도에요. 사람들로 붐비는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오히려 여행자가 조심해야 할 위험은 길을 건널 때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교통 신호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녹색불로 바뀌었다고 그냥 건너면 안 되고 반드시 좌우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호 없이 끼어들기, 중앙선 유턴 같은 건 그냥 하는 수준이거든요.
* 택시
: 공인 택시는 2~3개의 택시 회사에서만 운영하며 이것도 국가에서 승인하는 면허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차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지인들은 그냥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워 요금을 흥정하고 타고 다닙니다. 문제는 외국인의 경우 적정 요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기 쉬워서 숙소에서 이동할 때 미리 호텔 직원들에게 적정 금액을 물어두고 타기 전에 흥정을 해서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론플에는 불법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해 금품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밤 늦게 타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럴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공공 교통 수단
: 울란바타르의 경우 택시, 버스, 저상 버스, 전차까지 다양한 교통 수단이 실제로 운행되고 있지만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소매치기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용을 권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통편이 많지 않아 현지인들도 대부분 자기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평일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항상 붐비는 편이고 출, 퇴근 시간에는 보행 속도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차가 심하게 막힙니다.
* 동물
: 울란바타르에는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이 꽤 있어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골, 특히 유목민의 경우는 대부분 개를 방범견으로 기르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사나우며 외지인이 다가가면 무섭게 짖고 물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몽골 지방 여행을 할 때 꼭 익혀야 하는 현지어가 '노호이 호르'(개를 좀 잡아주세요)라고 하니 말 다했지요. 상대적으로 고양이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여행 중 유목민 게르에서 딱 한 마리 보았는데 쥐를 잡는 목적으로 함께 사는 수준입니다. 시골에는 소, 양, 염소, 말, 낙타 등이 많이 있으나 방목해서 기르는 가축의 수준이고 반려동물은 아닙니다.
* 벌레
: 고비 지역에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여행 내내 모기는 한번도 못 봤고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전자 모기향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다만 고비에서 저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까지 모기가 극성이었고 도착하기 며칠 전에 다행히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고비 사막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홉스굴 지역에는 호숫가 주변에 각다귀가 많지만 피해가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몽골 여행 내내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레는 고비에서도, 홉스굴에서도 파리였습니다. 달려들기까지는 않지만 앵앵 소리가 거의 진주만 폭격기 수준의 소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거슬립니다.
* 돈
: 동전은 없으며 최대 2만부터 1만, 1천, 500, 100, 50까지 지폐만 있습니다. 단위가 투그릭인데 100, 50투그릭 지폐를 제외하고는 모든 얼굴이 칭기즈칸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게 숫자를 잘 확인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투그릭을 쓸 때 상대방이 거스름돈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심지어 대형 리조트에서도) 잔돈을 받으면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마트에서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를 낼 때, 팁을 줄 때에도 잔돈이 필요하거든요.
* 생수
: 숙소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른데 울란바타르의 캠핀스키 호텔 같은 경우는 매일 500미리 생수를 두 병씩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비 사막에 있는 Three Camel Lodge의 경우 Eco Lodge이기 때문에 PET병의 사용을 자제하므로 매일 정수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2리터씩 제공하더군요. 역시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서 다니는 걸로 충분했고 가이드가 차량에서 따로 물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챙길 필요는 없었습니다. 홉스굴 지역의 Ashihai Resort는 뜨거운 물은 수시로 제공하지만 찬물은 없어서 생수를 마시려면 구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700미리 한 병에 3,000투그릭이나 해서 놀랐죠. 즉 케바케입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마켓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의 경우는 마켓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때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몽골은 여름철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낮은 대신 충분한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조금만 물 마시는 걸 게을리 하면 탈수 증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 음식
: 몽골은 고기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음식에 고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식주의자는 음식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데 호텔급 숙소나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채식 메뉴가 있지만 local restaurant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채식 메뉴를 주문해도 원래 있던 메뉴 중 고기를 밥으로 대체해 주는 수준입니다. Three Camel Lodge에서는 매우 훌륭한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사실상 몽골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 마켓에서 장을 봐도 과일과 채소는 매우 비싸기 때문(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싼 경우가 많음)에 배낭 여행자가 채식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전기
: 220V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에 문제가 없으나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조명은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공급받지만 전자 기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은 인근 도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고비 지역은 달란자드가드, 홉스굴 지역은 므릉시에 문제가 생기면 끊깁니다. 제가 여행하던 시기에도 고비 지역은 꽤 자주, 홉스굴 지역은 한 번 전기가 끊겼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 기기를 수시로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무엇보다 보조 베터리를 반드시 가져가세요. 보조 베터리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 팁
: 몽골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지만 관광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숙소의 메이크 업 비용이나 드라이버에게 적정 수준의 수고비를 주는 정도는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식당에서 팁을 남겨 놓고 나오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울란바타르의 경우는 계산서에 기본적인 세금이 따로 붙어 나오는데다 특이하게도 도시세(1%)라는 항목도 있어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금액에 비해 최종 지불하는 금액 차이가 꽤 납니다. 다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일반직의 한달 월급이 50만 투그릭에 불과하다고 하니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는 가능하면 일부로라도 수고비를 챙겨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선물
: 기념품으로 가죽이나 털로 된 제품이 인기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가죽 처리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지 매장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확인하고 구입하는게 좋습니다. 반대로 비건이라면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세공품은 조잡하거나 너무 화려하여 기념품으로 부적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의 초원 풍경을 그린 작은 그림이 괜찮아서 몇 장 구입했습니다(국영 백화점 7층 기념품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몽골 보드카(칭기스 골드 라벨)도 추천할 만합니다.
* 날씨
: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실제로 몽골은 연교차가 워낙 커서 여름에는 35도까지 올라가고 반대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까지 떨어집니다)하여 지역에 따라 여름철 기준으로 낮을 때는 15도에서 높을 때는 35도까지 오르내리므로 여름철에 여행을 한다고 해도 한여름에서 초겨울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옷을 준비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반바지부터 윈드 브레이커까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이 대부분 옷으로 채워집니다.
* 에어컨
: 울란바타르를 제외하면 에어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호텔 정도가 아니라면 에어컨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새로 지은 건물의 샵 정도입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표적인 곳인 국영 백화점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덥습니다. 시골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비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낮에도 그늘만 들어가면 견딜 만하고 홉스굴 지역은 온도 자체가 낮아서 그렇게 덥지 않습니다. 또한 고비나 홉스굴 모두 밤에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습도도 낮아서 탈수가 오기 쉬우니 그야말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ㅡㅡ;;;;
* 도로 사정
: 울란바타르 시내는 모든 도로가 포장되어 있으나 교통량이 많아 혼잡하며 교외로 가면 비포장 도로가 많습니다. 다행히 테를지 지역까지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서 당일 투어를 다녀오는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굴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3년 전의 20시간에서 현재는 하루 만에 차량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므릉에서 하츠갈로 가는 도로는 아직 포장이 안 된 곳이 많아서 4륜 구동 차량이 필요합니다. 고비 지역은 거의 포장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낫습니다. 공항만 벗어나면 곧바로 길도 없는 비포장이니까요.
* 여행 준비
: 울란바타르, 홉스굴, 고비 모두 가이드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교통편 이용과 음식(비건이라면 특히) 주문에서 애로 사항이 꽃필 수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섭외를 완료하거나 최소한 현지에서라도 가이드를 꼭 구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영어 가이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언어
: 몽골어는 우리 말과 어순이 동일해 말을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문법의 이야기이고 발음이 아주 헬 수준으로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해도 제대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울란바타르에서는 그나마 영문 병기가 되어 있어 괜찮지만 지방으로 가면 키릴 문자만으로 표기되어 있어 아주 답답함(가이드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 몽골에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고 한류 때문에 한국말을 할 줄 알거나 최소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으니 말조심해야 합니다. 몽골이나 몽골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공공 장소에서는 안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 한류
: 현재 개발붐(울란바타르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한류 때문에(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몽골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함) 한국을 모방하는 게 많습니다. 아파트 건축 스타일, 옷차림, 화장법도 많이 비슷하고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과 수퍼마켓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 간판도 가끔 보여요. 울란바타르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옷차림의 미묘한 차이만 빼면 서울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합니다.
* 환경
: 몽골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는 샤머니즘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환경 보호가 몸에 배어 있어 가이드들이 눈에 띄는 족족 쓰레기를 주을 정도입니다. 가축도 거의 방목으로 기르며 공장식 축산을 싫어합니다. 도축할 때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하네요.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최근 한국의 개발 지상주의를 도입하면서 지나치게 급속하게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빈부격차
: 부패가 심하여 몇몇의 기업가와 국회의원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한데 생활 물가가 서울에 근접하는데 비해 소득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매우 머리가 좋거나 집안의 배경이 좋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체감하는 수준이더군요. 우리나라의 판박이 같은 상황이라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 중독
: 몽골인들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론플에서도 취한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조심하라고 대놓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알코올 중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도박을 즐기는 몽골인도 굉장히 많다고 하니 숨겨진 도박 중독자의 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나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전문가가 전무해서 제대로 care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 문
: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문이 매우 협소해서 처음 봤을 때 대체 손님이 들어오라고 만든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만들거든요. 문을 자그마하게 만드는 이유는 혹독한 겨울 때 단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시차
: 원래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데다 여름철에는 서머타임 제도가 있어 시차가 없습니다. 한국 시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환전
: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 사설 환전소가 있으며 국영 백화점 1층에도 환전소가 있습니다. 호텔에서 환전을 하나 국영 백화점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나 100불 당 500원 정도의 환율 차이만 있기 때문에 아주 큰 돈을 바꾸지 않는 이상 편한 곳에서 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몽골 투그릭은 국내에서 재환전할 수 없으므로 비용을 잘 계산하여 중간중간에 환전하고 다 써야 합니다.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가장 좋으며 100불 짜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100불짜리 달러만 준비해 가면 됩니다. 관광지에서는 간혹 달러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투그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절히 환전하고 남은 돈 없이 현지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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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 정도 걸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좀 험하기도 했고 일행 중에 어르신이 세 분이나 계셨기 때문에 가이드가 완급을 조절한 것 같습니다.
절벽이 가파르지 않아서 별로 위험할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돌이 부서져서 쌓여 있는 지형이라 발을 잘못 딛으면 미끄러져 바닥까지 그대로 굴러 떨어질 수 있으니 절벽 가장자리로 가지 말고 부디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겁도 없이 가장자리까지 다가가서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정말로 후덜덜합니다.
저기 계곡 아래까지 한달음에 내려갈 수 있다는거지요. 굴러서. ㅡㅡ;;;;
스발바르에는 산마다 정상에 보시는 것 같은 철제 박스가 있습니다. 일종의 메일 박스처럼 엽서를 보내기도 하고 어디 산에 올라왔다는 인증 도장을 찍기도 하고 방명록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방명록을 살펴보니 드물기는 하지만 한국인도 있더군요.
산 아래쪽을 보니 롱이어바이언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엄청 가까워 보이지만 돌아서 올라왔기도 하고 산의 규모가 커서 그렇지 사실 꽤 멀리 떨어진 거립니다.
지금은 눈이 많이 녹은 상태지만 겨울에 눈이 내리면 계곡을 모두 채우고 마을 언저리까지 빙하가 내려온다고 합니다.
사진의 마을 입구에 짙은색 지붕의 흰 건물이 하나 보이시죠?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빙하가 거기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마을 한계선처럼 그 앞에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많이 후퇴해서 겨울에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산에 가까운 부분에도 길 따라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산 정상까지 힘들게 지고 올라간 보온병의 뜨거운 물로 건조 식량을 데우고 차를 우려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등산(이랄 것까지는 아니지만)을 마치고 야외에서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죠~
저희는 미리 비건이라고 일러 두었기에 비건용 쿠스쿠스를 받았습니다. 이거 보기보다 은근히 맛있고 든든합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으면 구해봐야겠습니다. 여행 나갈 때 가져가도 비상식량으로 좋을 듯 합니다.
이건 스발바르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알코올 구매 카드입니다. 스발바르는 노르웨이 영토이기는 해도 주세가 면제되는 면세 지역이기 때문에 지나친 알코올 소비를 막기 위해 한달에 정해진 쿼터만큼만 술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이하죠.
산 정상이라고 해도 평평한 지역이 꽤 됩니다. 한쪽에는 눈이 쌓여 있지만 다른 쪽에는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요.
지역이 척박해서 그런지, 돌무더기 틈에서 피어 있어서 그런지 빛깔이 더 선연해 보이네요.
무리를 지어 피어도 예쁘고, 홀로 피어도 예쁩니다.
점심을 먹고 한숨 돌린 후 슬슬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올라갈 때는 잘 몰랐는데 내려오면서 보니 제가 입은 기모 바지가 살짝 기장이 짧은데 뒷꿈치 쪽으로 눈이 계속 들어와서 결국 신발 안쪽과 양말까지 다 젖었습니다. ㅠ.ㅠ
해가 높이 떠서 그런지 눈이 많이 녹아서 더 질척거리더군요. 결국 호텔로 돌아와 벗은 운동화를 히터에 널어 말리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확실히 올라갈 때와는 달리 내려오는 발걸음은 빨라서 금방 산자락에 도착했습니다.
모피 코트를 입었던 어르신인데 정상에서 다른 옷으로 갈아 입으셨습니다. 남편 분 배낭이 작아 보이던데 어떻게 모피 코트를 담았는지 아직도 이해 불가~ @.@
이 때가 오후 2시 쯤 되었는데 예정보다 빨리 내려왔기 때문에 산의 오른쪽으로 돌아서 long glacier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오전에는 산의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갔었죠). 모피 코트를 입고 올라가셨던 어르신은 힘에 부친다고 하셔서 부부 두 분은 먼저 숙소로 돌아가고 저희 넷만 끝까지 갔습니다.
산의 오른쪽은 그늘이 많아서 그런지 쌓인 눈의 양도 많습니다.
사진의 느낌표 위치가 아까 올라갔던 정상입니다. 거기에서 발을 헛딛으면 여기까지 굴러서 오는 것이죠;;; 눈 사이로 기둥 두개가 솟아 있는 부분은 폐광 입구입니다(이게 아마도 지도에 표시된 1번 광산). 예전에는 여기에도 탄광이 있었죠.
갱도로부터 이어지는 철길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이건 예전에 개 썰매용 개들을 기르던 농장의 흔적입니다. 지금은 버려져 있지만요.
눈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습니다. 가이드가 뭔가 보여줄 게 있다고 자꾸 그러네요.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화석을 보여주려는 거였더라고요. 보시는 것은 나뭇잎 화석입니다. 믿겨지지 않게도 롱이어바이언에는 대학도 있는데 극지방 연구나 침식 지형 연구 등을 위한 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석 연구를 위한 채집도 많이 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그런 가이드의 노력에는 아랑곳 않고 바위틈의 야생화만 줄창 찍으며 돌아다녔다죠. :)
돌아다니다 보면 이처럼 돌 위로 올라온 흰색 반점 같은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일종의 미네랄이라고 합니다.
이런 색깔의 미네랄도 있고요. 가이드가 이걸 보여 주면서 했던 이야기가 좀 충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발바르는 매우 척박한 지형이라서 겨울에는 순록 같은 초식동물들이 먹을 게 거의 없답니다. 그러면 이렇게 바위 위로 올라온 미네랄을 갉아 먹으면서 겨울을 버틴다고 하네요.
이게 순록이 갉아먹은 흔적인데 그야말로 돌을 씹어 먹는 것이니 나이가 들게 되면 약한 치아가 돌을 씹을 때 부러지고 부서져서 나이가 많이 먹은 순록은 윗니가 거의 없답니다. 이걸 그대로 두면 돌도 못 씹기 때문에 결국은 굶어 죽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냥철이 되면 나이든 순록은 사냥을 하도록 제한을 풀어 준답니다. 정말 척박한 땅이죠. ㅠㅜ
느낌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long glacier를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인데 거기까지 올라갔다 오면 너무 늦어진다기에 저희는 이쯤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길가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습니다. 이건 가이드가 준 캬라멜 초컬릿인데 맛있기는 하지만 너무 달아서 한번에 다는 못 먹겠더군요. 갖고 다니면서 며칠에 걸쳐 천천히 먹었습니다. 저희는 걷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을 가면 항상 과일 같은 주전부리를 챙겨 다니면서 허기를 때우고 수분을 섭취하곤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었고요. 그래서 오슬로 공항에서 버릇처럼 산 사과를 나눠줬습니다. 가이드가 먹어보더니 이거 스발바르 사과가 아닌 것 같다고 하기에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스발바르 사과는 이렇게 맛있지 않답니다. 아무래도 본토에서 들여온 것 같다고;;;;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고, 무엇보다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곳이라서 아무데나 의자 하나 갖다 놓고 앉아서 산만 바라보고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될 것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무심코 롱이어바이언 건너편을 바라봤는데 흡사 깔대기 모양의 산이 인상적이더군요. 눈이 많이 내리면 저 깔대기 부분도 눈으로 가득 찰 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거위 가족(가이드가 기러기라고 했는지 거위라고 했는지 헷갈리네요)을 만났습니다. 경계심이 쩔어서 망원렌즈로 당겨서 겨우 찍었습니다. 조금만 다가가려고 해도 꽥~ 꽥~ 거리면서 어찌나 빨리 멀어지던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마을 초입까지 다 왔습니다. 가이드가 자기꺼라고 자랑하던 스노우 모빌이 저기 있네요.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건담이 연상된다고 농을 던졌더니 진지하게 검색해서 찾아보겠답니다;;;
당연하겠지만 장전된 소총을 갖고 마을 안을 돌아다니면 안 되기 때문에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탄약을 회수하고 약실 검사를 한 뒤에 빈 총 상태에서 들어가야 합니다. 사진은 가이드가 약실 검사를 하는 모습.
하루종일 걸은데다 제대로 앉아서 쉰 적도 거의 없었는데 가이드도 그렇고 어르신도 그렇고 지친 기색이 없습니다. 저는 이때 이미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는데 말이죠.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마을 안쪽으로도 버려진 폐광이 많습니다. 한 편으로는 쇠락한 탄광 마을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애잔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래도 한 때 당당했던 역사를 증언하는 것 같아 듬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보시는 것은 하수관입니다. 영구동토층 때문에 하수관을 지하로 매설하지 않고 땅 위로 지나가게 만들었더군요.
이처럼 소형 집수장에 모아서 정수한 후 흘려보내는 것 같습니다.
유치원인지 초등학교인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학교입니다. 학생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하네요.
학교 앞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가 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노르웨이는 산유국인데도 불구하고 대체 차량으로 전기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른 도시에서도 전기차 충전 시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저기 써 있는 말은 내부 히터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아마도 전압이 맞지 않거나 그러니 연결하지 말라는 말이겠지요.
이건 무슨 시설인지 듣고 깜짝 놀란 건물인데요. 무려 실내 수영장입니다;;;; 인구가 2,500여 명 밖에 안 되는 북극권에 가까운 극지방 롱이어바이언에 실내 수영장이 있더군요. 노르웨이인들의 스포츠 사랑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복지 정책도요~ ㅠ.ㅠ
예전에 탄광에서 캐낸 철광석이나 석탄을 항구로 실어나르는데 사용되었던 설비인데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군요. 노르웨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라도 함부로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산에서도 못 봤던(응가만 봤죠. ^^;;;) 순록을 마을 안에서 봤습니다. 풀을 뜯으러 들어온 것 같은데 가이드 말로는 나이 어린 녀석 같답니다. 스발바르의 순록은 암컷도 뿔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에서는 암수 구분을 하기 어렵다네요. 순록이 왜 혼자 다니냐고 물어봤더니 새로운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가 이전에 있던 새끼를 쫓아내서 강제로 독립시키기 때문에 가끔 혼자 다니는 순록이 목격된다고 합니다.
올라갈 때는 초입까지 차로 데려다 줬기에 편했지만 내려올 때는 지쳐서 그런지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데도 호텔까지 걸어서 오는데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오래 걷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대자연 좋아하고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사색형 인간에게는 강추하는 activity입니다.
롱이어바이언도 계속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나무를 아끼지 않고 쓴다는 거. 함께 갔던 지인말로는 우리나라였으면 엄두도 못 낼 수준으로 목재를 펑펑 사용하면서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5시 30분 쯤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가이드와 인사하고 헤어지면서 항상 주던 팁을 안 주니 상당히 뻘쭘하더군요. 팁 문화가 없다고는 하지만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이건 마지막으로 오늘 올랐던 산의 파노라마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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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인 켄이 휴게소 이후 속도를 높였는지 암튼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도착하기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근처의 마사이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켄의 말로는 그곳이 너무 관광지화되어 그나마 덜 오염된 곳을 보려면 차라리 이곳 마사이 마을을 들르는 걸 추천한다고 해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마사이 마라도 그렇고 암보셀리도 그렇고 마사이 마을은 국립공원 바깥 쪽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지역이나 마사이 마을의 투어 비용은 1인 당 20불입니다.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에서는 처음에 30불을 이야기했는데 가이드에게 20불로 알고 왔다고 했더니 20불이 맞다면서 투어를 책임지는 마을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이야기 안 했으면 30불을 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거나 론플에 소개된 금액도 그렇고 1인 당 20불이 적정 금액입니다. 원래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 잔돈이 없어서 100불짜리 지폐를 냈더니 잔돈이 없다네요. 하는 수 없이 가이드가 40불을 빌려 줘서 그걸로 지불하고 나중에 갚았습니다.
* 마사이 마을의 투어 순서
웰컴 댄스 -> 축복 기도 -> 마사이 전통 약재 소개 -> 불 만드는 법 시연 -> 마을 투어 -> 가정집 방문 -> 재래시장 -> 학교(생략)
투어를 하겠다고 하면 그 시간에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마을 밖으로 나옵니다.
관광 수입이 큰 몫을 차지하니 평소에도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장신구(발목의 비즈 공예품 주목)를 착용한 상태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미리 연락한 것도 아닌데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금방 사람들이 모여들었거든요.
사람들이 적당히 모이면 웰컴 댄스를 춥니다. 일렬로 서서 그 유명한 마사이 서전트 점프를 시전하는거죠. 한꺼번에 뛰어오르기도 하고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뛰기도 합니다. 열심히 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엄청 높이 올라가더군요. 보시는 것처럼 우리하고는 일단 길이 자체가 다릅니다. 게다가 엄청 말랐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얼굴 아닌가요? 옷 색깔도 빨간색이라 더 강렬한 느낌이고요.
하기 싫은데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느낌이 아니라서 보기 좋았습니다.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을 소개하는데 자부심도 있는 것 같고요.
웰컴 댄스를 추고 나면 사람들이 저희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마을의 샤먼이 나와 여행의 무사안녕을 비는 축복을 빌어줍니다.
축복 기도가 끝나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마을 사람이 나서서 안내를 해 줍니다.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되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친절하게 대해주더군요.
케냐의 공공 의료 시설은 주로 가진 자를 위한 것이라서 마사이 사람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케냐인들이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습니다(엄청나게 비싸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사이 사람들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 약재를 이용해 왠만한 질병을 치료한다고 하면서 모아놓은 약재들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더군요.
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불을 만드는 법을 시연하는 모습입니다.
가축의 똥과 풀을 이겨서 만든 연료를 손으로 으깨서 준비합니다. 비즈 공예로 만든 팔찌 정말 화려하지 않습니까? 모두 본인들이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탈 것 위에 홈을 낸 나무판을 올려놓고 막대기를 홈에 끼위 손바닥으로 빠르게 돌려서 마찰로 불을 일으키는 거죠.
영화에서처럼 대충 비벼서는 어림없고 순간적으로 굉장히 빠르게 돌려야 하더군요. 확실히 요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불을 일으키고 있는 마사이 전사가 찬 칼과 칼집이 인상적이라서 찍은 사진입니다. 허리띠도 비즈 공예품이네요.
금방 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갑니다.
원형으로 된 마을의 중심부에 가축들을 풀어 놓는 우리가 있고 그 주위를 집이 둘러싼 형태입니다. 가축을 기르는 것이 마사이족의 가장 큰 일이니 마을 곳곳이 똥투성이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사실 건기에는 수분이 없어서 금방 건조되니까 냄새가 나거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걸 노리고 달려드는 엄청난 수의 파리떼입니다.
날아드는 파리를 쫓으려고 손으로 얼굴 앞을 휘저으면 그 사이로 파리들이 달려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습니다. 가이드 해 주는 마사이 전사의 말이 안 들릴 정도로 신경 쓰이더군요. 저는 그렇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살짝 짜증이 나는 정도였지만 청결벽이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입니다.
마사이족이 사는 집은 (당연히) 진흙과 가축의 똥으로 이겨 지은 집인데 천정이 낮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문이 벽에서 튀어나온 통로처럼 되어 있는데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면 미로처럼 돌아돌아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어둡기는 하지만 분위기가 꽤 아늑한 편인데 신기한 건 마을에는 파리떼가 엄청난데 비해 집 안에는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겁니다.
가이드를 해 준 마사이 전사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집 구경을 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요새는 마사이족도 결혼을 늦게 하는 편이라 예전과 달리 20대 중반이 되어야 결혼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집은 아내 당 한 채를 줘야하기 때문에 결혼을 세 번 해서 아내가 셋이 되면 집이 세 채가 필요한거지요;;;; 마사이족도 일부다처제인데 보통 아내는 1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한은 없고요;;;;
우리를 안내한 사람은 아내가 한 명에 아들도 하나 뿐인데 교육시키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초등교육은 마을 학교에서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도시에서 받아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또 하거나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저희의 전담 가이드였던 켄도 아이가 하나인가 둘인가 그랬습니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서 하나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양육비, 교육비 걱정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없어 보였습니다.
마을 한 켠에 있는 재래 시장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장신구와 공예품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팝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시간이 이른 편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라는데 솔직히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아무것도 못 샀습니다.
물건을 사 달라, 학교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강매 수준은 아니고 죄책감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하면 순순히 물러나던데 암보셀리 마사이 마을만 그런건지 마사이 마라의 마사이 마을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 마음에 확 와닿는 체험은 없는 반면 엄청난 파리떼의 습격때문에 마사이 마을 방문은 마음놓고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는데 30~45분 정도 시간이 걸렸네요. 다시 마을 어귀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켄과 합류하여 암보셀리 국립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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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어 대체 어디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그러나 살짝 걱정을 했는데 근처에 원두막 비슷한 곳이 있더군요. 불을 피워서 바베큐를 굽고 있습니다. 옆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가이드 '조이'
어제 투어 등록할 때 둘 다 채식을 한다고 미리 말해두기는 했지만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놀랍게도 저희를 위해 채식 식단을 따로 준비해 왔더군요. 바게뜨, 채소만 이용해 만든 바베큐, 그리고 볶음밥(역시나 달걀은 포함. ㅠ.ㅠ)이었습니다.
아직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만 경치 하나는 끝내주네요.
후식으로 원숭이 바나나 구이를 먹었습니다. 살짝 새콤한 고구마 맛이 나더군요. 호호 불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카약에 올랐습니다. 강가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산세가 멋집니다. 일부러 깎은 것이 아니라 카르스트 지형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시 한 20분 쯤 내려가 이번에는 Mulberry Organic Farm에 잠시 들렀습니다. 방비엥에서도 꽤 유명한 곳입니다.
건물도 모두 Mulberry 나무로 지었네요. 펜션처럼 묵으면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저희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일종의 비수기라서 그냥 구경만 했지요.
여기저기에 파파야가 매달려 있네요;;;
보시는 것이 Mulberry 묘목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내기 체험처럼 묘목을 심는 체험도 있다고 하네요.
보시는 것은 일종의 친환경 농장입니다. 이층에서 염소와 기니피그를 기르는데 배설물이 1층으로 그대로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퇴비가 되어 비료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2층의 염소 우리도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우리도 넓고 새끼 염소들은 그냥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닐 수 있더군요. 손가락을 내미니 좋다고 빨아댑니다. 아유 귀여워~
농장에서도 전쟁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라오스에도 폭탄이 엄청 투하되었더군요.
포탄의 탄피는 이런 식으로 재활용하기도 합니다. ^^
농장 기념품샵에서 만난 모자~ 왼쪽이 어미, 오른쪽의 덩치가 조금 더 큰 녀석이 아들이라고 하네요. 어미는 연신 정성껏 새끼를 그루밍해주고 있습니다. 보기 좋네요.
지갑을 안 가져간 바람에 아무것도 못 샀지만 향 좋고 맛있는 Mulberry 차 한 잔은 대접받았습니다. 강매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편안하게 쉬었네요. Mulberry Organic Farm은 화장실도 깨끗합니다. 여성분들이 이용하기에도 좋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따뜻한 차를 마시니 속이 풀리는 느낌이네요. Mulberry 차는 향이 좋아서 나중에 몇 개 따로 사왔습니다. 라오스에 가시는 분들은 Mulberry 차 구매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추천합니다.
다시 힘을 내서 노를 젓습니다. 비도 그치고 해가 뜨는 것을 보니 날씨가 점점 개는 것 같네요.
집들이 있는 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작고 귀엽습니다. 나무로 만들어 사람들만 건너가게 만든 다리가 대부분이고요.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강폭이 넓어지는 곳이 나왔습니다.
꽤 유명한 점핑대인데 역시나 지금은 이용하지 않네요.
강폭이 넓어지는 걸 보니 꽤 많이 아래로 내려온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트래킹한 동굴입니다. 첫 번째 동굴은 비교적 마른 동굴이었지만 이 동굴은 말 그대로 수중 동굴입니다. 입구 주변을 시멘트로 발라놔서 뭔가 개발이 되어 있나 했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ㅡㅡ;;;
보시는 것처럼 입구 바로 앞에서부터 시작해서 동굴 안쪽이 모두 물입니다. 게다가 얼음장 같이 찹니다. 덜덜덜...
빛이 없으니 한치 앞도 안 보이는데다 헤드 랜턴을 켜도 물 속이 보이지 않고 게다가 미끄럽기까지 해서 다치기 쉽겠더군요. 여성분들은 거의 다 입구 쪽에서만 머물고 안으로는 안 들어오려고 하더군요. 동굴 맨 안쪽은 깊이가 제 목 높이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저도 살짝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수영할 수 있는 사람은 수영을 해도 된다는데 솔직히 이 사람이 장난하나 싶었습니다;;;;
이 동굴은 구명조끼를 입고 들어가야 합니다. 정말 아무데서나 체험할 수 있는 동굴 트래킹이 아니네요. 라오스 만쉐이~
현지에서 트위터로 올렸을 때 꽤나 호평받은 사진입니다. 늦은 오후에 다리를 건너가는 동네 꼬마들을 찍었는데 꽤 느낌좋은 사진이 찍혔습니다.
다리를 지나며 손을 흔드니 뒤따라 다리를 건너던 꼬마 한 명이 손을 마주 흔들어 줍니다.
3시 30분 쯤에 카약에서 내렸는데 알고 보니 저희가 묵었던 리조트 근처 선착장이더군요. 차에 보관했던 가방에서 잔돈을 탈탈 털어 가이드에게 10,000낍 씩 수고비를 건넸습니다. 원래 노 팁 투어였지만 꽤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기분좋게 줬어요. 투어를 함께 했던 일행과는 선착장에서 헤어졌습니다.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카약킹이라서 슬슬 가도 될 줄 알았는데 꽤 긴 시간 동안 노를 저었고 동굴 트래킹을 두 번이나 해서 그런지 몸이 상당히 노곤하더군요.
일단 가이드와 헤어져 호텔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서 간단히 손빨래도 하고 저녁을 먹기 전까지 푹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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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땡볕에 걸었던 것이 꽤나 피곤했는지 새벽에 한 번도 깨지 않고 7시까지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카약을 타고 움직여야 하는데 운이 없게도 아침부터 빗줄기가 굵은 것이 영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ㅠ.ㅠ
그래도 9시에 어김없이 픽업을 하러 온다고 해서 서둘러 씻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여느 호텔이 다 그렇듯이 이곳도 부페식이네요. 메뉴에 고기 종류가 많기는 하지만 다행히 요리사가 나와 있어서 물어보고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먹었습니다. 감자 볶음, 오리엔탈 소스를 뿌린 샐러드, 구운 토마토, 찐 채소 등이라서 요기하기에는 괜찮더군요. 커피는 어디나 맛있습니다. 라오스 커피의 명성이 헛되지 않네요.
식사 후 짐을 챙겨 리셉션에 내려왔습니다. 욕조에 물이 새는 것 같길래 green discovery의 픽업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에 호텔 직원에게 이야기해서 살펴봐 달라고 했습니다.
리셉션의 벽에 걸려 있던 장식품인데 처음에는 악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아닐 수도 있겠네요;;;
9시가 되자 픽업 차량(썽태우)이 칼같이 나타났습니다. 싱가포르 부부가 먼저 타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남편이 IT쪽에 근무하는 분 같더군요. 남편이 먼저 말을 붙이는 걸 보니 호기심 많고 사교적인 성격 같았습니다. 반대로 부인은 조용한 성격인 듯 보였고요. 남편되시는 분이 한국에 관심이 많더군요. 한국 사람들과도 자주 일을 같이 한다고.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나온데다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제가 삼성을 아주 싫어한다고 하니 농담으로 알더군요. 진짜 싫어하는데;;;
이동하는 중간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영국 흑인 여성을 한 명 더 태웠습니다. 함께 투어를 하면서 보니 상당히 신중하고 사려깊은 스타일이더군요. 싱가포르인 남편과 영어로 신나게 대화하는데 역시나 영어가 짧은 저로서는 듣는 것만도 벅차기에 그냥 조용히 경청했습니다. ㅠ.ㅠ 이렇게 해서 오늘 투어를 함께 할 구성원은 가이드 빼고 모두 5명. 투어는 인원이 적을수록 오붓하고 좋죠.
남송강에 카약을 띄우는 drop-off point가 여러 군데여서 그런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비오는 아침에 잠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남편되시는 분은 입을 쉴 틈이 없습니다. ㅡㅡ;;;;
드디어 출발지에 도착했네요. 건기인데도 밤새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많이 불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부터는 방수 범퍼를 장착한 아이폰4로 찍은 겁니다. 물놀이를 할 건데 DSLR을 가져가는 모험을 할 수가 없어서 말이죠. 이번 여행 때는 방수 범퍼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타고 갈 카약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가이드가 함께 가는데 한 명은 1인용 카약을 타고 저희를 에스코트 할 예정입니다.
카약킹에 대한 기본 강습을 하고는 곧바로 2인 1조로 카약에 탑승했습니다. 저쪽 기슭 쪽에 있는 카약에 탄 것이 싱가포르인 부부이고 저를 보고 웃고 있는 것이 가이드인데 혼자 온 영국인과 함께 탔습니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구명조끼는 입었지만 물이 그다지 깊지 않고 유속도 빠르지 않아서 카약킹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에게 아주 좋더군요.
처음에는 물이 차게 느껴지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물은 짙푸른 빛인데 아주 맑습니다.
짙푸른 색이라서 처음에는 겁이 좀 나지만 유속이 빠르지 않아서 그런지 노 젓는 일에 익숙해지면 마음이 느긋해지더군요.
가져간 짐을 보시는 것과 같은 방수팩에 넣어 각자 갖고 갔는데 메고 간 가방을 통째로 넣지 못한다는 말에 당황해서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스마트폰 정도만 옮긴 뒤 가방은 차량에 그냥 뒀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더군요. 방수팩이 꽤 크기 때문에 웬만한 건 다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지갑에 가져온 돈이 얼마 안 된다고 안 옮겼다가 나중에 엄청 후회했습니다.
방비엥 시내에서 방수팩만 따로 살 수도 있는데 이 방수팩에 소지품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여행객들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충 엉성하게 여미면 안 되고 공기를 빼고 단단히 말아야만 방수가 제대로 된답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지적 당했습니다. ㅠ.ㅠ
론플에서 추천하는 여행사라는 것만으로도 꽤 신뢰가 갔는데 Green Discovery, 정말 괜찮더군요. 일하는 솜씨가 프로입니다. 가이드도 아주 노련하고 프로그램도 아주 좋았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온통 물안개가 뽀얗습니다. 내려가는 여기저기에 점핑대가 보이는데 수량도 많이 줄었지만 약이나 술에 취해서 점핑하다가 죽는 일이 자꾸 생겨 저희가 갔을 때에는 점핑이 금지된 상태라고 해서 점핑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남송강변에 밀집된 바에서 마약을 팔다가 단속에 걸리는 바람에 일제히 영업 정지를 당했다고 하네요. 쩝...
노를 저으면서 내려가다가 힘들만 하면 내려서 지상에서 할 수 있는 activity를 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해도 카약킹을 하는 시간 자체가 길어서 그런지 나중에는 힘들더군요.
카약킹 -> 동굴 트래킹 -> 점심 식사 -> 카약킹 -> 농장 견학 -> 카약킹 -> 동굴 트래킹 -> 카약킹으로 끝나는 코스였습니다.
카약에서 내려 첫번째 동굴 트래킹을 하러 올라갑니다. 보기와 달리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녀도 춥다고 느낄 정도의 날씨는 아닙니다.
방비엥은 중국 구이린, 베트남 하롱베이와 더불어 세계 3대 카르스트 지형에 속하는 곳이라서 동굴이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동굴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원래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많죠. 보시다시피 입구가 굉장히 좁은데다 비까지 내려 상당히 미끄럽더군요. 내일 블루 라군에 갈 때도 말씀을 드리겠지만 라오스의 동굴 트래킹을 할 때는 바닥을 잘 잡아주는 신발을 신고 가야 합니다. 싱가포르 남자는 용감하게 쫄쫄이만 신고 왔다가 두 번째 동굴 트래킹에서 해 먹었습니다;;;;;
간단히 동굴에 대한 소개를 하고 밴드 처리를 한 헤드 랜턴을 하나씩 줍니다. 저는 네팔 여행 때 요긴하게 쓴 LED 랜턴을 가져갔습니다만 양손을 모두 써야 할 정도로 트래킹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냥 헤드 랜턴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동굴의 일부는 머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만큼 좁은 곳도 있어서 폐소 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은 트래킹하기 어렵겠더군요. 역시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해요.
보시는 것은 동굴의 반대편 입구인데 굉장히 넓죠. 이 동굴은 산을 관통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쌀을 나르는 통로로 사용된답니다. 차량으로 산을 돌아서 나르는 것보다 사람이 일일이 지고 나르는 것이 더 싸고 효율적이라고 하네요. 헐~
보시는 것처럼 사람이 쌀 한 가마니씩 직접 지고 나릅니다. 트래킹을 하다가 이분들을 만나면 지나갈 때까지 옆으로 비켜서 기다려줍니다. 싱가포르 남편님은 이 와중에도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으십니다.
내부에 개울이 흐를 정도로 넓습니다.
반대편 입구도 역시나 좁습니다. 넓힐 생각도 안 합니다. 그냥 그대로 이용하더군요.
동굴벽은 카르스트 지형의 독특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박쥐가 쏟아져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네요.
보시는 것처럼 동굴을 관통해서 나른 쌀을 쌓아놨다가 일정량이 되면 트럭에 실어서 시내로 운반합니다. 여러 가족이 함께 일을 하는 것 같더군요. 마침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가 저희가 지나가니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일제히 저희를 쳐다봐서 상당히 민망했습니다. ㅡㅡ;;;;
일단 카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물과 짐을 챙겨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멀리 가지는 않고 바로 옆에 정자 비슷한 곳에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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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매년 한번은 어떻게든 해외 여행을 나가게 되면서 생긴 좋지 않은 습관 중 하나는 온통 걱정에 휩싸여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비한답시고 반복해서 일정 체크하고 동선짜고 했던 초기와 달리 요새는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똥배짱만 생겨 여행 일정을 대충 짜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 공부도 덜 하게 되고 Lonely Planet에 정보가 워낙 꼼꼼하게 수록되어 있다보니 항공편과 숙박만 예약하고 나면 마음이 느슨해져서 아무래도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는 총 3일에 걸쳐 한국인 가이드가 이끄는 일일 투어에 참가했던지라 더더욱 스페인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했는데 아무래도 그만큼 몸으로 부닥치면서 깨닫게 되는 체험의 양이 줄었고 믿었던 론플의 지도가 발등을 찍으면서 대신 발품을 꽤나 팔았습니다. 다시 한번 꼼꼼한 준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여행이었지요.
어쨌거나 그래서 그런지 여행 자료 수집도 그동안의 여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 서적
- 프렌즈 스페인(2010)
: 예전에 체코 여행을 할 때도 느꼈지만 이번 스페인 여행 준비하면서도 여실히 느낀 것이 꽤 알려진 나라라도 정작 준비할 때 보면 한글로 된 국내 여행 서적이 너무 없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해서 2010년까지 거꾸로 뒤졌는데도 제대로 된 책은 이 책이 유일합니다. 그나마도 일본 여행 서적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는데도요. 이 책의 강점은 첫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참고해도 될 정도로 여권과 비자 발급받는 것부터 출입국 서류 작성하는 것까지 아주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너무 세세한 정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느라 정작 스페인 현지를 소개하는데 소홀하게 되어 론다와 같은 인기 스팟도 달랑 2페이지에 불과합니다.
- Lonely Planet : Spain(2011)
: 항상 마음 든든한 론플을 거의 1,000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들고갔는데 론플 시리즈를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비슷하지만 저자에 따라 문체가 좀 다릅니다. 스페인편의 가장 큰 문제는 나중에 서적 리뷰에서도 말씀을 드리겠지만 공항과 버스 터미널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게다가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에서 시내 중심가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 않아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 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게다가 부분 지도는 꽤 정확하지만 바르셀로나 같은 큰 도시의 각 권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어 그야말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이번 여행처럼 온통 발로 뛰는 여행이 아닌 경우에는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마지막 날까지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같은 론플빠도 이번 스페인편은 흔쾌히 추천을 드리기가 어렵겠습니다.
* 인터넷 사이트
- 엘린의 블로그
: 여행을 상당히 많이 다니는 엘린님의 블로그입니다. 사진이 많고 여행기가 자세해 현지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장점이 많은 반면 저처럼 현지 물가 등의 정확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고 정보 내용도 주로 맛집, 파라도르, 부띠끄 호텔 소개에 국한되어 있어 정작 유적, 성, 성당, 박물관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습니다. 저는 특히 이번 여행의 일정과 진행 방향이 반대(바르셀로나 IN -> 마드리드 이동)로 되어 있어 더욱 헷갈렸다는...
- 이재환의 스페인 자전거나라
: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일일 투어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유로 자전거 나라의 이재환 가이드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입니다. 주로 맛집 위주로 정보를 검색했는데 채식을 시작한 뒤라 그리 쓸만한 정보를 건지지 못한데다 정작 일정에 쫓겨 그나마 찾아낸 정보도 활용을 못했다는. ㅠ.ㅠ 바빠서 그런지 요새는 블로그가 별로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도 아쉬웠습니다.
- 스페인 관광청
: 스페인에 대해 감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참고한 사이트였는데 들어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작 스페인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은 전혀 없습니다. 위에서 소개드린 '프렌즈 스페인'이나 'Lonely Planet Spain'을 보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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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의 유산소 종목에는 '조깅'이 있습니다. '단거리 모드', '장거리 모드', '섬 일주 모드' 세 가지가 있지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섬 일주 모드'는 천천히 뛰면 대략 10분 정도 걸립니다.
조깅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연소율'이 높아야 합니다. 연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하죠. 아마도 체지방을 고르게 태운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거 아무리 열심히 해도 300%를 넘기 힘듭니다. 제 최고 기록은 255%입니다.
조깅을 시작하면 평소의 60% 정도로 무리하지 말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이 멘트에 충실하게 달리면 가이드를 따라 정해진 한 개의 코스만을 달리게 됩니다. 당연히 금방 지루해지죠.
그런데 Wii의 조깅에는 숨겨진 코스들이 있습니다.
조깅을 하다 보면 갑자기 뒤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면서 강아지가 달려나와 가이드 앞에서 일정 시간 달립니다. 이 때 갑자기 속력을 내서 가이드를 앞지르면 갑자기 가이드가 강아지로 바뀌면서 그 뒤로는 강아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평소와 다른 코스로 조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강아지를 따라 달리다가도 또 다른 강아지가 나타나면 앞서 방법과 똑같이 따라잡으면 또 다른 강아지로 가이드가 바뀝니다. 이걸 조합하면 꽤 많은 코스가 가능합니다. 최대 세 마리까지 나오는데(섬 일주 모드의 경우) 중간 지점에 이르기 전까지만 나옵니다. 절반을 넘어가면 더 이상 강아지가 나오지 않지요. 아마도 중간 단계 이전에 코스가 정해져야 프로그램에서 결승점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어쨌거나 해변을 달릴 수도 있고, 절벽 위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도심을 통과해서 달리는 등 꽤나 다양한 숨겨진 코스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죠.
지금까지 몰랐던 분들이라면 한번쯤 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깅의 색다른 즐거움을 맛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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