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A에는 '가정 불화'로 이름 붙은 척도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4번 임상 척도의 소척도인 Pd1이고 다른 하나는 FAM 내용 척도의 첫 번째 소척도인 fam1(MMPI-A에서는 A-fam1)입니다.
둘 다 척도의 원 이름은 'Family Discord'입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두 척도는 상관이 꽤 높은 편이고요.
그렇다면 두 척도의 차이는 무엇이냐 하면, rough하게 구분할 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Pd1 : 원 가족 갈등
* fam1(A-fam1) : 현 가정 갈등
보통은 두 척도 모두 유의미하게 상승하지만 자신의 가정을 꾸린 성인 내담자라면 유의미하게 상승한 척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원 가족 문제인지 현 가정의 문제인지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m1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데 Pd1 소척도만 유의미하다면 이 수검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의 근원은 현 가정이 아닌 원 가족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거지요.
아직 독립을 하지 못해 자신의 가정이 없는 청소년 내담자라면 현 가정이 곧 원 가족이니 두 척도 모두 상승하거나 상승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내담자인데 Pd1이나 A-fam1 소척도 하나만 유의미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예를 들어 Pd1 소척도는 70T인데 A-fam1 소척도는 57T라면요.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 Pd1 : 부모-자녀의 직접적인 갈등
* A-fam1 : 자신과 상관없는 가족 구성원(어머니-아버지, 부모님-다른 형제자매)의 갈등
위의 예라면 청소년과 부모님 중 한 분과 직접적인 갈등이 있지만 그 밖에 다른 갈등 요소는 없을 수 있죠. 이런 경우 오히려 A-fam2(가족 내 소외) 소척도가 상승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 청소년만 집안 내 왕따이거나 문제덩어리로 인식되고 있을 수 있거든요.
반대로 Pd1 소척도는 정상 범위 내에 있는데 A-fam1 소척도만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면 부모님 사이의 부부 갈등이나 부모님과 다른 형제 자매와 갈등때문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듯이 수검 청소년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일 수 있으므로 개입 대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은 성인의 경우 Pd1과 fam1을 원 가족, 현 가정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정도는 알고 계시지만 원 가족과 분리되지 않아서 현 가정을 특정할 수 없는 청소년의 경우 두 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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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를 실시하다보면 유독 HTP, 로샤와 같은 비구조화된 검사(SCT도 일부 포함)에서 제대로 반응을 못하고 억제하는 수검자를 만나게 됩니다.
검사 시작 전부터 긴장되어 보이는데다 검사자와 눈도 잘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위축되어 있거나 혹은 평가 불안이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검사에 들어가는데 이게 웬일? 지능 검사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그런 반응 억제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가끔은 오히려 경쟁적으로 더 열심히 하는 수검자도 있죠.
특히 지능도 양호한 수준인 경우라면 낮은 지능이나 평가 불안에 의한 수행 저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반응 억제가 나타나는 수검자에게는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걸까요?
몇 가지 가능성을 가설로 염두에 두고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rigidity 문제인데요. 틀에 박힌 생활에 젖어 있고 실패를 두려워 해 문제가 될 만한 낌새가 느껴지는 상황 자체를 피하면서 살아온 회피적인 수검자의 경우 연상에 의해 다양한 반응이 가능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인지 구조가 너무 rigid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구조화 심리검사에서 얼어붙는(freezing)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그나마 순수한 rigidity 문제라면 괜찮은데 두 번째 가능성과 결합되어 있는 문제라면 좀 심각합니다.
넓게 보면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겠습니다만 가정 불화가 있는 가정에서 양 부모가 서로 아이를 맡지 않으려고 toss한 경우, 즉 굉장히 불확실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온 아이는 답이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은 것에는 철저히 반응 억제하는 것을 유일한 대처 방법으로 고집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틀릴지언정 확실하지 않은 것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것이죠. 그래야 중간이라도 가고 실패해서 버려질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양 부모가 서로에게 양육을 toss하는 환경에서 자란 자녀가 rigid한 사고 및 행동 패턴을 내재화하게 되면 구조화된 심리검사와 비구조화된 심리검사의 반응 패턴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reference는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각자 검증해 봐야 합니다만 구조화된 심리검사에 비해 비구조화된 심리검사에서 현저한 반응 억제가 나타나는 경우 성장 환경을 체크해 보시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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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천재 그래픽 노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크레이그 톰슨의 자전적 이야기 '담요(Blankets, 2004)'를 북 크로싱합니다.
따돌림, 성 폭력, 가정 불화, 종교의 허식과 같은 무거운 주제가 작품 전체에 배어 있어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은 아닙니다.
하드커버인데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라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북 크로싱 신청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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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만화가인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음 그래픽 노블 '담요(Blankets)'입니다.
2004년 선보이자마자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하비상 '최고의 작품', '최고의 작가', '최고의 만화가' 상을 휩쓸었고 그 이후로도 아래와 같은 수상과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 이외에는 데뷔작인 '안녕, 청키 라이스'와 '하비비', '여행기' 등이 있습니다. 그래픽 노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천재 그래픽 노블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인데요.
★2004년 하비상 〈최고의 작품〉, 〈최고의 작가〉, 〈최고의 만화가〉 수상
★2004년 아이스너상 〈최고의 작품〉, 〈최고의 스토리〉 수상
★2004년 이그나츠상 〈뛰어난 작가〉, 〈뛰어난 그래픽노블〉 수상
★2005년 프랑스 만화 비평가 협회 ACBD 대상 수상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최고의 만화책〉 상 수상
■2012년 『타임』 선정 〈자전적 그래픽노블 10〉
■2012년 오프라닷컴 선정 〈역대 최고의 러브 스토리 8〉
■2011년 「가디언」 선정 〈최고의 그래픽노블 10〉
■2011년 『페이스트 매거진』 선정 〈2011년 최고의 만화책 20〉
■2010년 코믹 북 리소스 선정 〈2000년대 가장 중요한 만화책 30〉
■2010년 그래픽노블 리포터 선정 〈최고의 그래픽노블 CORE TEN 10〉
■2010년 하이파이브! 코믹스 선정 〈2000년대 최고의 만화 20〉
■2010년 알트 데일리 선정 〈2000년대 최고의 그래픽노블〉
■2009년 AV 클럽 선정 〈2000년대 최고의 그래픽노블 25〉
■2009년 포비든플래닛닷컴 선정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그래픽노블 50〉
■2009년 『페이스트매거진』 선정 〈2000년대의 최고의 그래픽노블 20〉 1위
■2005년 『타임』 선정 〈『타임』 역대 최고의 그래픽노블 10〉
■2004년 「쥐트도이체 차이퉁」 선정 〈2004 최고의 만화책 5〉
■2003년 『타임』 〈2003년 최고의 만화책〉 1위
■폴 그레빗 〈죽기 전에 봐야 할 1001권의 만화책〉
크레이그 톰슨은 TV 시청과 음악을 듣는 것까지 일일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엄격한 개신교 집안에서 성장하면서 만화 월간지를 유일한 상상력의 탈출구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이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게 했고 결국에는 그래픽 노블 작가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절로 붓이 움직인 듯 자연스러운 터치의 그림체로 유명한 크레이그 톰슨은 이 작품에서 따돌림으로 외로웠던 어린 시절과 상상력을 억압하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지 않는 가식적인 개신교의 두 얼굴에 대한 회의, 인간에 대한 불신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과 사랑의 아픔 등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족과 종교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하게 다룬 일 때문에 여전히 부모와 관계는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는 작가의 상처가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따돌림, 성 폭력, 가정 불화, 가정 폭력, 종교의 허식과 같은 무거운 주제가 작품 전체에 배어 있어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은 아닙니다.
작가의 개인적 상처와 종교관, 깨달음 등에 공감(레이나와 왜 그렇게 끝냈는지는 공감 못하겠지만)하지만 결정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라서 추천을 드릴 정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드커버인데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라서(가격도 만만치 않음) 소장하실 분이 아니라면 구매해서 보기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보고 싶은 분들은 북 크로싱 포스팅을 기다리셔도 좋겠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펀샵에서 온라인 서점과 비슷한 가격에
무릎 담요를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 중(센스 굿~)인데 담요는 크기도 적당하고 모양과 색깔도 예쁩니다만 결정적으로 보풀이 묻어나서 바지의 재질을 따져가며 덮어야 하는 번거로운 문제가 있습니다(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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