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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독일 출신 치료자인 버트 헬링거(Bert Hellinger)가 개발한 '가족 세우기(Family Constellations)'란 치료 기법이 있습니다. 정신분석, 게슈탈트 이론, 교류 분석과 가족 치료를 통합한 방법이라고 하죠.
세계 4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는데 사용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5년 정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법이라고 합니다. 역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독일에서 개발된 치료 기법이기 때문에 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소개가 덜 된 편입니다.
닫기
* 한 개인이 관계에서 겪는 문제, 혹은 삶이나 질병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부정적인 삶의 패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가족체 내의 얽힘 관계를 살펴봐야 함.
* 가족 세우기는 사건 중심의 작업인 까닭에 의뢰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는 내용이라든지 아무래도 자기 편에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사적인 견해나 스토리 등은 중요시하지 않음.
* 가족 세우기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누가 가족체에 속해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임.
* 가족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들
- 부모나 조부모의 이른 죽음
- 유산, 사산, 낙태
- 살해, 비극적 죽음과 사고로 인한 죽음
- 배우자 혹은 약혼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 입양
- 파혼과 이혼
- 전쟁의 경험
- 범죄와 부당한 사건의 희생자와 가해자
- 가족적 비밀
- 가족으로부터 소속될 권리를 박탈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함
* 가족 세우기 과정
: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치료자는 의뢰인에게 가족 구성원들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물으면서 위에 열거된 것처럼 가족에게 발생한 특별한 사건에 대해 질문함. 일단 사건 중심의 정보가 수집되고 나면 치료자는 현재 가족을 세울 지 아니면 원래 가족을 세울 지 결정한 뒤 의뢰인에게 워크샵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 자기 가족을 대신할 대리인을 선택하라고 요청함. 의뢰인은 생각이 아닌 직관에 따라서 그들을 한 사람씩 방 안에 세움. 의뢰인이 세운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그의 내면에 새겨져 있던 가족 그림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게 됨.
* 가족 세우기는 사이코드라마나 역할극과 다름. 가족 세우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심리 치료와 확연한 차이점을 보임. 첫째, 가족 세우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지성을 이용함. 둘째, 영혼의 언어로 불리는 치유의 문구를 사용함.
닫기
* 우리가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자신의 그릇된 행위를 사과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용서를 구하는 것은 우리가 지고 가야 할 죄책감을 거두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되고 이는 주고받기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된다. 결국 계속적인 불균형이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될 수 밖에 없다.
* 마음은 이해하지 못할 때 혼돈에 빠진다. 그런 까닭에 마음은 언제나 앎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한다. 논리와 합리의 잣대로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마음은 이성적인 분석을 시작하고 심지어 진실도 담겨 있지 않으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 영혼의 언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하지만'과 같은 낱말은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지만'이라는 말 다음에는 언제나 진실과 책임감이 결여된 스토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가족 세우기의 방법은 너무 단편적이고 개략적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 원하는 치료자의 욕구를 충족하지는 못합니다. 실제로 이 책은 대부분 드라마틱한 사례를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의 문제만 다양할 뿐 접근 방법은 상당히 비슷하죠.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라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대리인들이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 관해 마치 족집게로 집어내듯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를 '가족적 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리인은 자신이 대리하는 가족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느낀다고 합니다. 이건 거의 빙의나 점장이를 연상케합니다.
또한 가족 세우기가 성공하면 그 자리에 없었던 가족들에게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의뢰인에게 나타난 변화에 의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염력처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작용한다는 것인데 역시나 믿기 어려운 말입니다.
중독 문제를 다루는 가족 세우기에서는 어떤 종류의 약물 중독이든 가족 안에서 제외된 사람이 있고 그들로 인해 중독자가 죽은 자들의 영역을 배회하고 죽으려고 하는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 가계 내 누군가가 배제되었고 그 가족 성원의 고통을 내가 짊어지기 때문에 약물 복용으로 나를 죽인다는 것이죠.
가족 세우기를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것이 아니라서 속단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되면 거의 소설을 쓰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상담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는데 상식 수준에서 생각했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치료 기법은 대개 자아강도가 취약한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 개발된 사이비 기법이라는 사실입니다.
가족 세우기가 그 영역에 속한 것인지 일단 판단을 보류합니다만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접한 치료 기법 중 가장 황당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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