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의 유병률이 매우 낮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매우 드문 정신장애이고 평생 유병률이 대략 0.03%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선택적 함구증 전문 클리닉에서 일하는 임상가가 아니라면 평생 한 명도 보기 어렵습니다. 바꿔 말하면 선택적 함구증 진단은 대부분 오진으로 다른 문제를 선택적 함구증으로 착각한거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알아야 할 점은 발병 시점이 5세 이하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ADHD보다도 더 어린 연령에서 시작되는 장애인데 주변에서 알아차리게 되는 시점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에서 나타나는 말 안하는 증상은 선택적 함구증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세 번째, 전형적인 선택적 함구증 아이는 집에서는 말을 잘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심하면 헛기침이나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비언어적 발성도 하지 않기 떄문에 가까운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집 밖에서는 아동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네 번째, 선택적 함구증이려면 지적 장애, 언어 장애, 학습 장애, 자폐 장애가 아니어야 합니다. 또한 조음 곤란 등 이비인후과적인 문제 또한 없어야 합니다. 선택적 함구증은 불안 장애군에 속하고 공존 유병률이 가장 높은 장애가 Social Anxiety Disorder이므로 불안에 의해서가 아닌 어떠한 이유에서도 함구 증세가 설명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조음 장애가 있는지 이비인후과적 문제를 먼저 변별하고 지능 검사 등으로 지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언어, 학습 장애를 변별한 뒤 모두 아닐 때에만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선택적 함구증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가족 역동을 확인해야 합니다. 과잉보호하는 부모에게서 양육되는 경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녀에게 자물쇠를 채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선택적 함구증이 의심되는 아동을 보면 온 가족에 대한 심리평가가 필수입니다.
여섯 번째, 치료적 접근은 결국 함묵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불안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의 원인을 찾아내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가족의 역동이 중요한 것이고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집안일수록(아동이 부모의 높은 위험회피 기질을 물려 받았을수록), 성격 미발달 문제가 심각할 수록 불안 수준이 높고 함묵 증세도 심각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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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검사는 상담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도구 중 하나입니다. 로르샤하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익히기 쉽고 검사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서 상담 회기 중에도 상담 도구의 일종으로 가볍게 활용할 수 있죠. 특히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지만 문항의 의도가 쉽게 드러나서 방어가 쉬운 문장완성검사에 비해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보완적 성격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아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합니다.
임상 장면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가 변별 진단이기 때문에 MMPI나 로르샤하, 지능 검사에 비해 살짝 홀대받는 검사였고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저도 그림 검사의 진가를 몰랐지만 막상 상담을 하면서 심리평가 결과를 적용해보니 그림 검사를 통해 드러나는 내담자의 역동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때 저는 TCI/JTCI+MMPI-2/A(구조화 검사)-SCT+그림 검사(투사검사) 조합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네 검사의 케미가 가장 잘 맞거든요.
그림 검사를 이야기할 때 보통 HTP와 KFD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임상에서는 아동에 특화된 셋팅이 아니라면 대개 HTP를 그림 검사라고 부르고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탐색하기 위해 KFD만 실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항상 HTP와 KFD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살펴볼 필요가 없는 내담자의 수가 극도로 적기 때문입니다. 현 가정 내 갈등이든, 원 가족 갈등이든 가족 문제가 없는 내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HTP를 해야 한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KFD를 추가 실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니 기왕 HTP를 하신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수검자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가족 역동만 탐색하고 싶은 내담자에게는 KFD만 실시해도 되지 않냐는 반론이 가능할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KFD의 실시 진술문만 들어도 수검자는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친밀도를 확인하려는 검사의 의도를 간파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KFD에 앞서 HTP를 실시하면 집, 나무, 사람을 순서대로 그리면서 그리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을 그리게 되고 방어 수준도 KFD만 단독으로 실시할 때에 비해 낮아집니다. 게다가 KFD 내용은 HTP의 집 그림과 연계하여 살펴볼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그림 검사를 실시할 때는 HTP와 KFD를 연속해서 한꺼번에 실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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