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Highball)은 증류주에 탄산 음료를 부어서 만드는 일종의 칵테일로 주로 위스키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보통 하이볼이라고 하면 스카치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스카치 앤 소다를 지칭합니다. 위스키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탄산 음료의 양이 훨씬 많고 얼음도 많이 넣기 때문에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에 가깝습니다. 술이 약한 사람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죠.
하이볼은 특히 일본에서 맥주와 사케 다음으로 대중적인 술이기 때문에 하이볼이 없는 술집이 없다시피 하고 특히 산토리의 가쿠빈 위스키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를 별도로 가쿠 하이볼이라고도 부릅니다.
위스키 좀 마신다는 분들이 좋아하는 맥켈란, 발베니, 글렌피딕 이런 브랜드는 보통 그냥 마시지 하이볼을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10만 원이 넘는 와인으로 와인 에이드나 샹그릴라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저는 위스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하이볼은 좋아라해서 가끔씩 생각날 때 집에서 한 잔씩 만들어서 마시곤 합니다. 그래서 제 나름의 가쿠 하이볼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위스키 하이볼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하이볼 잔은 일명 '호가든 잔'입니다. 저걸로 만들면 꽉 차게 한 잔이 나오거든요.
일단 잔에 얼음을 4/3 정도 채웁니다. 20년 만에 냉장고를 LG에서 올해 출시한 무드 업 냉장고로 바꾸었는데 크래프트 아이스라고 해서 동그란 얼음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어서 아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이볼에 사용하는 얼음은 가능하면 크고 둥글수록 좋습니다. 원래는 3개만 넣는데 오늘은 4개를 넣었네요.
위스키는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를 사용합니다. 가쿠빈 위스키는 비교적 저렴한 위스키로 홈플러스에서 39,800원에 구입했습니다.
산토리는 1923년 일본 최초로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했고 하이볼의 유행을 주도한 회사지요. 산토리 가쿠빈은 블렌디드 위스키로 도수가 40도이고 700ml 용량입니다. 산토리 가쿠빈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아마 가쿠빈은 하이볼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겁니다.
이건 칵테일 바텐더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거 글라스(Jigger Glass)로 보통 줄여서 지거라고 부릅니다. 액체의 용량을 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일반적으로 스테인레스로 만듭니다. 두 개의 잔이 마주 붙어 있는 모양이고 잔의 안 쪽에 용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 쪽은 15, 30ml, 다른 한 쪽은 10, 20ml로 표시되어 있죠. 저는 '미스터 슬림 지거'라는 브랜드의 상품을 직구했는데 17,02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하이볼이나 칵테일을 자주 드시는 분이 아니라면 소주잔을 대신 사용해도 좋으나 소주잔 용량이 대략 50ml인데 하이볼 표준 용량은 30ml라서 대충 눈대중을 맞춰야 한다는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지거를 사용하면 이처럼 딱 30ml를 맞춰 넣을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위스키 향이 많이 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45ml를 넣기도 하는데 이 때는 소주잔을 사용하면 대충 맞습니다. 그리고
탄산 음료를 먼저 넣으면 비중이 작은 위스키가 위로 떠올라 잘 안 섞이기 때문에 위스키를 먼저 넣고 그 다음에 탄산 음료를 넣는 순서를 지키는 게 좋습니다.
앞에서 하이볼은 위스키를 베이스로 해서 각종 탄산 음료를 섞어 마시는 칵테일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수많은 탄산 음료 중에서 저는 이 두 가지만 추천합니다. 나머지는 다 별로입니다. 위스키와 섞여서 이상한 맛이 되든지, 아니면 위스키 향을 너무 가리든지 등등 맛이 없습니다.
토닉 워터와 진저 에일 두 가지만 추천합니다.
진저 에일과 토닉 워터도 여러가지 브랜드가 있는데 정식 수입되는 '캐나다 드라이' 제품을 추천합니다. 얘네들이 제일 맛있어요. 토닉 워터가 기본이고(이것도 충분히 달아요), 더 달게 드시고 싶은 분들은 진저 에일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진저 에일은 1캔에 대략 600원 정도, 토닉 워터는 550원 정도 합니다. 당연히 6, 12, 30개 들이로 사면 더 저렴해지고요.
토닉 워터, 진저 에일이 250ml인데 한 캔을 호가든 잔에 다 부으면 딱 한 잔이 나옵니다. 원래 하이볼을 만들 때 위스키와 탄산 음료 비율은 1:4가 정석이라서 위스키를 30ml 넣었다면 120ml만 넣어야 하지만 그러면 위스키 향이 꽤 강하기 때문에 저는 그냥 1:8 비율로 마시고 있습니다.
탄산 음료를 부을 때 중요한 점은 얼음을 피해서 부어야 한다는 겁니다. 탄산 음료가 얼음에 닿으면 탄산이 날아가기 때문인데 바 스푼이 있다면 스푼을 타고 내려가도록 붓죠. 저는 잔을 기울여 잔의 안쪽 벽을 타고 내려가도록 붓는 걸 선호합니다.
여기에 레몬 슬라이스를 한 조각 띄운 뒤 위스키와 탄산 음료가 섞이게 한 두 번 섞어 줍니다. 이 때도
너무 휘휘 저으면 탄산이 많이 날아가기 때문에 저는 보통 얼음 집게로 맨 위의 얼음만 집어 들었다가 살짝 놔 줍니다. 그 정도만 해도 잘 섞이니까요.
맛있는 가쿠 하이볼 완성입니다.
하이볼은 어떤 안주와도 기본적으로 잘 어울리지만 탄산 음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리니 치킨이나 튀김 같은 안주를 자주 드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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