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가가 아닌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가들은 이미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전문가를 만나 면담을 끝낸 수검자를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chart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심리평가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왜 하필 지금 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뭐 당연히 도움이 필요하니까 왔겠지 또는 버티다 버티다 안 되니까 힘들어서 지금 왔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마는 거지요.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왜 하필 지금 왔는지를 탐색하는 게 굉장히 유용합니다. 정말로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왔는지, 알려지지 않은 오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외부의 도움을 받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다가 최근에 깨닫게 되었는지, 그랬다면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 등등 매우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묻지 않으면 수검자가 알아서 대답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전 또는 검사 후 면담에서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 장면처럼 문제의 정도가 심각한 수검자가 많은 곳에서는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변별 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진단 기준 충족을 위한 주 호소(Chief Complaint) 중심으로 탐색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잠재 가설이 너무 많아질 수 있어 진단이 틀릴 가능성이 커지고 무엇보다 임상가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오셨냐?"는 질문에 대한 수검자의 응답을 면밀히 살펴보면 불필요한 진단 가설들을 배제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심리검사 sign만으로 알기 어려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여러가지 단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꼭 '왜 하필 지금 오셨냐'는 질문을 잊지 말고 수검자(또는 보호자)에게 꼭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이 질문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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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1990년에 처음 출판되고 1993년에 개정되었으니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은 이 책은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회복 지침서로 상당히 잘 알려진 책입니다.
하나의학사에서 나온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판형도, 제본도, 디자인도 모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지만 내용만큼은 괜찮습니다.
천주의 성 요한 알코올 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상담자 등 현장의 임상가들이 함께 이 책을 썼는데 저자가 여럿인데도 입말처럼 자연스럽게 읽히고, 아래의 목차를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중독자와 가족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작은 책에 알차게 담고 있습니다.
물론 치료자를 위해서는
'온전한 마음(Staying Sober, 2002)'과 같은 좋은 책이 있고 알코올 중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한잔만 더(Dying for a Drink, 2003)'와 같은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용기를 내는 중독자와 가족을 위한 입문서로 괜찮은 책입니다.
단점은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니만큼 당연히 알코올 문제에 대한 최신 정보가 부족하다는 걸 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꼭 필요한 내용은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이 책의 목차1. 술의 역사2. 알코올 중독이란 무엇인가3. 알코올 중독이 신체와 정신기능에 미치는 영향4. 알코올 중독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5. 알코올 중독 환자의 가족을 위하여6. 당신은 알코올 중독 환자인가7. 술을 어떻게 끊는가8. 건강한 몸과 건전한 마음으로9. 회복에 이르는 길10. 알코올 중독 환자 사례11. 재발을 예방하는 방법12. 회복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문점
13.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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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제목부터가 좀 웃긴데 '처방약은 왜 약사가 조제해야 하는가', '환자는 왜 의사가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선언처럼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가 심리평가를 의뢰하고 임상심리학자가 의뢰받은 피검자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해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그 보고서를 의뢰자가 피검자에게 해석해주는 불합리한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가 피검자에게 그 결과를 해석하는 상담을 실시하는 경우는 개업한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심리평가의 해석상담을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평가의 해석상담을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임상심리학자가 심리평가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게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즉문즉답을 할 수도 있고요.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임상심리학자보다 심리평가에 대해 더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보고서의 핵심 내용만 간추려서 기술하는 수준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한정된 공간에 피검자의 인지 기능, 정서 상태, 성격, 대인 관계, 대처 행동 등 다양한 심리 상태와 현상을 압축 기술해야 하므로 모든 정보를 다 담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임상심리학자가 직접 해석 상담을 하게 되면 보고서에 누락된 내용을 보충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거치는 것보다 원 스탑 시스템처럼
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에게 결과에 대한 해석 상담을 받는 것이 시간, 비용 대비 면에서 효율적입니다.
임상심리학자는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적 제언이 가능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검자는
치료 세팅에 대한 신뢰감이 증진되어 치료에 대한 물입 수준이 증가됩니다.
실제로 제가 임상 현장에서 해석 상담을 하고 나면 그 전까지 상당히 거부적이던 도박자가 내용을 수긍하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동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심리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에게 해석상담을 받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이 의료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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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거나 내담자를 상담하는 모든 치료자/상담자는 개인 연락처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통상적인 규칙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개인 연락처를 주지 않는 이유는 상담자의 개인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내담자의 상담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이 생기지 않도록 치료적 거리를 유지하고 한계를 설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불안 수준이 높은 내담자는 전화로라도 상담자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정되므로 상담자의 연락처를 알 때 스스로 이를 이겨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보다 손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싶을 겁니다. 우유부단한 내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유료 상담이 아닌 경우에는 상담자가 기꺼이 또는 사명감으로 상담을 할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담자 자신의 omnipotence fantasy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개업을 한 상담자의 경우에는 전화 상담의 경우 적절한 비용 청구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 내담자의 대면 상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역전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혹자는 자살 위험성이 높거나 해서 위기 개입이 필요한 내담자가 있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사전에 대면 상담에서 위기 상황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상담 기관이나 응급실 전화번호, 그리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직화해야지 상담자의 비상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은 적절한 대처 방법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개업을 하신 분들은 접수를 맡고 있는 직원들에게,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은 스테이션을 담당하는 간호사나 다른 분야 전문가에게 상담자의 개인 연락처를 노출하지 않도록 orientation을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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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하는 건강검진이지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임하는 자세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귀찮기만 한 연례행사에 불과했지만 부품이 조금씩 마모되고 성능이 떨어지면서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겠지요.
지난 번 미국 출장 이후로 일주일 넘게 시차 적응에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보통 술 실력이나 밤샘을 해 보면 체력 저하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요), 크로스 백을 계속 메고 다녀서 그런지 갑자기 허리가 삐끗하는 것처럼 쑤시는 일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고 하지만 정수리의 머리숱도 점점 없어지는 것 같고요(그렇지 않아도 머리결이 가늘어서 불리한데. ㅠ.ㅠ).
그래서 매년 돌아오는 건강검진이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가끔은 고맙게 느껴집니다. 얼마 못 가기는 하지만 건강검진일 앞뒤로 일주일은 운동도 열심히 하잖아요. ^^;;;
매년 회사에서 지정해 준 건강검진 병원을 바꾸어보고 있는데 올해는 삼성동에 있는 광동한방병원에서 받았습니다. 자기네 회사에서 제공하는 검진 서비스가 형편없다고 투덜대는 함께 사는 사람과 장모님까지 휴가를 내고 한꺼번에 갔지요.
삼성역에서 도보로 10분이라는데 절대로 10분 아닙니다. 봉은사 사거리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차라리 코엑스로 들어가서 시원하게 걷는 것이 낫습니다. -_-;;;
오래된 건물이지만 리뉴얼을 했는지 접수 데스크는 거의 호텔 로비 수준입니다. 한 쪽에는 북 카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가에 약 1천여 권의 책이 잘 정리되어 있고 무료로 제공하는 한방차를 마시면서 누구나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평일 낮에 한번 이용해 봐야겠네요. 신간 서적만 700권이니 웬만한 도서관 부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해 건강검진에는 내시경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위장 조영술도 하지 않았죠. 대신 뇌혈류 검사라든가, 체열 검사 같은 새로운 검사를 몇 가지 더 받았습니다. 체열 검사를 할 때에는 팬티만 입고 기계 앞에 서 있어야 하는데 좀 뻘줌하더군요.
대체로 별 문제 없이 잘 끝났는데 초음파 검사에서 오른쪽 신장에 'spot'이 보인다고 하더군요. 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박혀 있으면 평생 아무런 문제 없지만 떨어져 나와 요도로 내려오면 요로결석이 될 수 있다고 겁을 주더군요. 그러면서도 특별히 처치할 것은 없다고 하고. 차라리 겁이나 주지 말지...
치과에서도 경고를 받았습니다 .빨리 부정교합 교정을 받지 않으면 이빨이 계속 깨져나가서 나이가 들면 이를 모두 새로 할 수도 있다고요. 각오는 했지만 돈이 얼마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당장 다음 주 휴일에는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좀 들어도 지금 보수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일테니까요. 간 김에 스케일링도 하고 전면적으로 관리를 좀 받아야겠습니다.
삼성동 광동한방병원은 대체로 깨끗하고 시설도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여기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의사, 간호사, 기사 누구를 막론하고 피곤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친절하게 대하기에 어려워 보이더군요. 직원을 이렇게 혹사시키는 곳은 안심도 되지 않거니와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그래도 모처럼 외출이라 한적한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는 호사도 누려보고 나간 김에 영화도 한 편 봤습니다.
건강검진을 핑계삼은 즐거운 외출이었네요.
결과가 나오면 긴장해서 운동하는 습관이 올해는 얼마나 가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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