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c을 떠나 도착한 다음 방문지는 가이드인 호세가 Potato Park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일종의 Community입니다. 6천 명의 원주민이 6개의 community로 나뉘어 살고 있는데 각 community마다 전통적으로 담당하는 일이 다르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감자 종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community였습니다.
전통 복장을 입은 마을 사람들이 입구에 도열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꽃잎을 뿌려줍니다. 뭐 이것까지는 참을 만 했는데 일일이 악수를 하며 들어가는 건 역시나.... ㅡ.ㅡ
족장님이 직접 페루 감자의 역사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해발 고도에 따라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옥수수, 감자, 퀴노아를 심었다는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들었고요.
페루가 감자의 원산지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있더군요. 얼핏 봐서는 감자처럼 보이지 않는 감자가 많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감자의 종류에 따라 요리법도 다양하더라고요.
설명을 듣는 동안 갓 찐 감자를 대접받아서 맛을 봤는데 일반적인 감자와 맛이 다릅니다. 굉장히 풍미가 좋고 고소하더군요. 어렸을 때 처음 강원도 햇감자를 맛보았던 때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감자를 심는 방법의 시연을 족장님이 손수 해 주셨는데 땅이 딱딱해서 호미가 잘 안 들어가는 바람에 능숙한 족장님이 당황하신 것이 웃음 포인트였죠.
마을 내에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감자 종자 보관소가 있습니다. 예전 노르웨이 여행 때 방문했던 스발바르의 종자 보관소를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보관소와 종자를 상호 교환해서 보관하고 있고요.
얼핏 보기에는 되는대로 박스에 넣어둔 것 같지만 나름 온도, 습도, 통풍을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자리를 옮겨 여성들이 알파카에게서 얻은 털을 세척하고 실로 자아내 염색하고 직물을 짜는 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줬습니다. 그야말로 아무데서나 보기 힘든 교육적인 내용이었죠.
그냥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려고 대충 시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을 자아내서 그걸로 제품을 만들더군요.
이렇게 바닥에 나무 막대를 박아서 세운 뒤 실을 감아서 타래를 만듭니다.
붉은색 염료인 코치닐을 다양한 재료와 섞어서 원하는 색은 무엇이든 뽑아낸다고 하더군요. 대충 보기에도 굉장히 다양한 색깔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관광객들이 쳐다보건말건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마을 장터 한쪽에는 언제든지 차와 감자 등의 간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임시로 열린 장터에서는 알파카 털로 만든 장갑 3개(각 20솔)를 샀습니다. 일부러 한곳에서 한꺼번에 사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나씩 따로 구매했습니다. 평소에 동물 성분으로 만든 제품은 구매도, 사용도 안 하지만 페루의 알파카는 다른 나라에서 대규모로 양털을 깎거나 거위털을 뽑아내는 것처럼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다고 들은데다 부모님들 선물을 골라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잠시 마음이 약해져서 구매를 했네요. 반성합니다.
마을 한 켠에 알파카를 묶어 놨길래 일부러 구경하러 갔습니다.
알파카를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세상 귀여움이 아닙니다. @.@
정면에서 보면 입을 '옴'하고 오므려 내민 것 같은 모습이라 더 귀엽습니다. 게다가 되새김질을 하면서 꿍얼꿍얼 소리까지 내니 거의 심쿵입니다. 하지만 겁이 굉장히 많은지 누워 있다가도 사람들이 조금만 곁으로 다가가면 벌떡 일어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습니다.
Community 투어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Huchuy Qosqo로 이동했습니다.
Parwa 프로젝트라고 GAdventures가 지원하는 지역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주변 환경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데 안에는 깨끗하게 잘 가꿔진 레스토랑이 있더군요.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가벼운 주전부리로 감자를 통째로 썰어서 튀긴 감자칩이 나왔습니다. 맛이야 또 이야기하면 제 입만 아플테니 통과~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샐러드입니다. 아주 신선한데다 정갈하게 담았네요. 맨 위에 뿌려진 붉은색 채소는 비트 같은데 확실하지 않습니다.
메인으로 나온 퀴노아 요리입니다. 퀴노아 볶음밥 느낌인데 향신료가 들어 있어 맛이 독특합니다.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페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피클인데 새콤 달콤 매콤하기 때문에 입을 개운하게 해 줍니다. 페루의 옥수수, 감자가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으면 목이 메이고 입이 텁텁하기 때문에 이걸 자주 함께 먹었죠. 우리 입맛에 맞는 맛입니다.
갓 짠 오렌지 주스도 2잔(1잔에 5솔) 주문했습니다. 신선한데다 양도 많네요. 얼음을 띄워 차게마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도 훌륭합니다.
후식으로 나온 일종의 과일 절임입니다. 생긴 것처럼 아주 달지는 않습니다.
요건 케익과 함께 나온 형태인데 케익 맛은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사 비용은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고 음료만 별도 지불이더군요.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정원 한 구석에 뭔지 모르는 나무로 만든 상자가 하나 있더군요. 호기심에 가까이 가 봤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의 투호와 비슷한 원리의 페루 전통놀이인데 금화처럼 생긴 금속판을 가능하면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구멍에 던져 넣고 점수를 합해서 승자를 가리는 겁니다. 여기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페루 전역에서 볼 수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들 재미로 한번씩 던져보더니 금방 승부욕이 활활 불타올라서 저는 그냥 구경만 하려고 옆으로 물러서 있었는데 저보고도 던지라고 엄청 push했습니다;;;;;
레스토랑 밖에 세워져 있는 버스 뒤로 솟은 웅장한 산세를 보니 페루의 산들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납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경유지인 '오얀따이땀보'로 향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67
Sacwaywaman에서 40분 정도 더 차를 달려 Puma Cha Yoc에 도착했습니다. 설마 Puma가 그 Puma일까요?;;;;
Puma Cha Yoc은 전통 방식으로 화덕에 바나나빵을 굽는 꽤 유명한 베이커리입니다. 페루의 베이커리라....
보시는 것이 전통화덕이고 오른쪽에 구워진 빵이 보입니다.
몇 가지 종류의 빵이 있는데 바나나가 들어간 빵은 별로 끌리지 않아서 치즈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살짝 맛이나 보자 하고 양파, 토마토, 치즈, 오레가노, 로즈마리가 들어간 전통빵을 1개만 샀습니다.
구워진 빵은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잘 덮어둡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이 꽤 먹음직하죠. 1개에 5솔인데 고기가 안 들어간 대전 성심당 소보로빵하고 비슷한 맛입니다. '예전에 알던 그 맛'이어서 굳이 이 빵을 먹어보러 거기까지 가라고 권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담아서 말리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참에 뒤뜰에 기니아 피그 사육장이 있다고 해서 보러 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사육장의 모습은 아니네요;;;;;; 꽤 많은 기니아 피그가 살고 있지만 그리 지저분하지는 않습니다. 토끼 사육장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밥을 주는 줄 알고 집안에 있던 기니아 피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꾸이 꾸이" 소리를 내는데 정말 귀엽네요. 이렇게 귀여운 애들을 대체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ㅠ.ㅠ
그리고 페루에서 왜 기니아 피그를 '꾸이'라고 부르는지 알았습니다. :)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목적지인 Pisac으로 향했습니다.
Pisac은 Sacred Valley에 속한 지역이라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풍광이 장난이 아닙니다.
해외 여행을 꽤 많이 다녀봤지만 페루의 풍광은 뭔가 거대하고 압도적인 게 있습니다. 몽골에서 경험한 광활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죠.
론플에서는 Pisac을 Sunny Pisac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군요. 햇살이 굉장히 강하게 내려쬐는 잉카 유적입니다. 선글래스, 모자, 자외선차단제는 필수입니다.
입구를 지나 오르막길 건너편에는 잉카인이 구축한 요새가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요새 위의 구름 모양이 흡사 용이 승천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
언덕 꼭대기의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계단 같은 건 모두 밭입니다. 그 당시 감자를 경작했던 흔적이죠. 이게 얼마나 거대한 밭인지는 사진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는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보시면 압니다.
요새라고는 하지만 거대한 성채와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굉장히 정교하면서도 세심한데 사진 가운데 쯤에 튀어나온 정교한 돌계단을 보세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그런지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한가롭게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성채에 올라왔는데 여기가 무려 해발고도 3,514미터입니다. 어쩐지 숨이 가쁘더라니. ㅠ.ㅠ
이건 제 반려인이 허락을 받고 찍은 현지인 사진입니다. 여성들이 하나같이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과연 햇살이 강한가 봅니다.
슬슬 올라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유적이 크기에 붐빈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성채에 걸터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산들이 워낙 높아서 그런지 구름이 낮게 깔리는 느낌입니다.
유적 뒷편으로 가면 저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건너편 절벽 절단면에 뭔가가 보이는데요.
바로 잉카인들의 동굴 무덤이랍니다. 사실이냐고요?
절벽을 확대해서 찍은 사진인데 초록색 느낌표가 있는 부분이 무덤이고요. 그 앞에 놓여 있는 유골이 보이시나요? 저거 실제 유골입니다. 앞선 여행기에서 미이라에 대해서도 설명드렸지만 페루 사람들은 fake로 만들어서 가져다놓지 않습니다. 모두 실제 미이라, 유골, 유품입니다. ㅡ.ㅡ;;;;
계단식 감자밭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거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수준으로 거대합니다.
성채 건너편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이 정도 높이라면 외적이 침입하러 올라오는 것조차 쉽지 않겠습니다.
아까 올라올 때는 없었는데 내려가는 길에 보니까 좌판도 하나 둘씩 눈에 띄고 관광버스도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전부리로 옥수수 1개(4솔)와 오렌지 주스(5솔)를 2잔 샀습니다. 옥수수는 사카린이나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고 찌는 것 같은데 아주 달고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보시는 것처럼 알이 굉장히 굵어서 씹는 맛이 일품이죠. 역시 감자, 옥수수의 본고장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페루에 가시면 감자와 옥수수는 원없이 드세요. 최고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Potato Park(?)입니다. 여기에서 페루 여행 처음으로 알파카를 보게 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63
방에서 쉬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갔는데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거라는 제 예상과 달리 버스를 타고 30분이나 이동하더군요.
근처에 인가도 없고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서 뭔가 토속적인 느낌의 전통 음식점으로 갈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건 아니었고요.
San Marcelo 호텔이라고 굉장히 외진 곳에 있는 호텔의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호텔이 큰 편인데 투숙객이 많지 않은지 전반적으로 한산한 느낌이었고 식당의 손님도 저희 뿐인 것 같았습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식당 뒤로 가 보니 보시는 것처럼 새로 만들어진 흙더미가 보였습니다. 오늘 점심은 폴리네시안 스타일로 만든 '파차망카(Pachamanca)' 요리를 먹는다고 합니다.
가이드 Cheo가 파차망카 요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Cheo 때문에 파차망카 요리가 묻힌 곳이 멕시코 마약상의 암매장지처럼 보이네요. ㅡ.ㅡ;;;
파차망카를 만드는 법은 뜨거운 돌을 40분 정도 가열해서 구덩이 아래에 넣고 여러가지 재료를 보시는 것처럼 바나나 잎에 싸서 1시간 30분 정도 묻어두어 돌의 열기로 익히는 거라고 합니다.
흙을 걷어내고 포대(?)를 치우니 위에 얹은 바나나 잎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화롯불, 요즘에는 캠프파이어 할 때 호일에 싼 고구마, 감자를 묻어서 익혀 먹는 것과 흡사합니다.
점심을 먹을 사람 수가 많다보니 묻어놓은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릇에 옮겨 담고 있습니다. 위에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이고 아래는 고기가 깔려 있더군요.
저는 고기쪽은 얼씬도 할 필요가 없기에 고구마, 옥수수, 감자 쪽으로 왔습니다.
양념을 해서 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재료(?)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고 보시는 것과 같은 소스를 찍어서 먹는 겁니다.
페루는 감자의 원산지인만큼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있는데 요리에 사용하는 감자가 다 다릅니다. 당연히 맛도 다르고요. 페루의 옥수수는 우리나라 것과 달리 알갱이가 굉장히 큽니다. 근데 아주 달아요.
반려인은 아직 생선을 먹기 때문에 생선도 한 토막 올렸습니다.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나네요.
한 접시 더 가져왔습니다. 접시 위쪽에 담긴 꽃잎처럼 보이는 건 양념 피클 같은 건데 새콤매콤합니다. 입맛을 자극하는 맛이죠. 음식점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페루 여행하면서 자주 먹었습니다.
이건 저희가 고기를 못 먹는 게 불쌍하다며 주방장이 특별히 만들어 주신 페루식 빈대떡입니다. 브로콜리가 들어 있는데 모르고 먹으면 정말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빈대떡 맛이 납니다.
근처에 사는 미묘냥이 야옹거리면서 자기도 점심 먹겠다고 다가왔습니다.
옥수수와 감자가 맛있다고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기에 빈대떡을 많이 나눠줬습니다. 잘 먹네요. 페루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음식을 나눠준다고 전혀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페루의 전통 음료인 '치차 모라다'를 마셨는데 향은 아주 좋았지만 맛은 향에 못 미치는 편(약간 닝닝함)이어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원래 이런 맛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마신 치차 모라다는 맛있던 걸 보면 이 치차 모라다가 맛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