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박 중독 상담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에는 경마, 경륜, 강원랜드 카지노 등 규모가 크고 비교적 잘 알려진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이용하는 도박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바다 이야기로 야기된 성인 오락실 광풍이 한 차례 몰아치기도 했고 그동안 로또 열풍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이런 기조는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차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온라인을 이용하는 도박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스포츠 토토를 이용한 불법 베팅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 도박자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데다 굳이 강원랜드로 가지 않더라도 언제나 도박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도 큰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내 봐야 알겠지만 경험적으로 요새는 도박 분야에서 온라인 도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인터넷과 온라인 사용은 현대 사회에서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도박의 베팅 장소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맞다면 술을 끊으려는 알코올 중독자는 대체 어디로 가야한다는 말입니까. 어디에 가도 술집이 즐비하고 아무데서나 술을 살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살면 안 된다는 말입니까?
쉽지는 않지만
탈도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본적인 유해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하지만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주 주소를 바꾸는데다 아무나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트에서 탈퇴하고 즐겨찾기를 지운 뒤 당분간 인터넷 사용을 하지 않으면 사이트 주소를 찾아 다시 접속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휴대폰 번호까지 바꾼다면 바뀐 주소를 통보받을 수 없어 더욱 어렵게 되겠지요. 집에서는 어차피 가족들의 눈이 있기 때문에 집에서까지 도박을 다시 손대는 간 큰 도박자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PC방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며 실제로 PC방에서 도박을 하는 도박자가 많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강한 도박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온라인 도박이 주 도박인 도박자의 경우 무엇보다도 PC방 출입을 삼가해야 하며 당분간 PC사용이나 최소한 인터넷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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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의 임자영, 현명호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2, 379-393)에 publish한 '승리 접근 경험이 도박 행동에 미치는 영향'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강원랜드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이용객 및 도박 행동 경험자 82명
- 병적 도박자 : 43명
- 사교적 도박자 : 39명
* 측정 도구 : SOGS, computer를 이용한 게임 프로그램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및 ANOVA, MANOVA
* 연구 결과
1.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이 없는 조건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음.
2.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는 병적 도박자의 게임 지속 시간과 게임 횟수가 유의미하게 많음.
3.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도 두 집단 간 반응 잠재기에는 차이가 없음.
* 월덴지기의 Comment
1. 연구 대상을 보면 총 87명 중 문제성 도박자에 해당하는 5명을 제외한 82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했는데 병적 도박자와 사교적 도박자가 각각 43, 39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나뉘어진 양상(짠 것처럼)인데 솔직히 믿기 어려움.
2. 이 연구에서는 진단 도구로 SOGS를 사용했는데 SOGS는 허위긍정(False Positive)이 높은 것으로 결론이 난 척도이므로 이 연구에 병적 도박자로 분류된 43명 중 상당수가 문제성 도박자이거나 사교적 도박자일 가능성이 큼.
신뢰롭지 못한 측정 도구를 사용해서 연구 대상을 분류했기 때문에 이후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가 없음.
3.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은 슬롯 머신의 형태인데 연구 대상자가 경험한 도박과 유사성이 매우 낮음. 경마, 경륜은 말 할 것도 없고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에도 슬롯 머신 뿐 아니라 바카라, 블랙잭 등의 카드 도박, 룰렛과 같이 다양한 도박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울 듯 보임.
4. 현장에서 보면
사실 상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강도는 승리 접근 경험이 아니라 대박 경험(승리 경험)이 훨씬 큼. 그런데 승리 경험에 대한 측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승리 접근 경험만 다룬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승리 경험을 covariate로 설정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승리 경험이 있는 도박자에게 승리 접근 경험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
5.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불과하며 소위 "So What?" 비판에 취약함. 승리 접근 경험이 병적 도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장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저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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