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과연 이기적인가'라는 글에서 sociotropy와 autonomy의 개념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비교하자면, sociotropy는 대인 관계가 중요한 성격 특질이고 autonomy는 독립성이 중요한 성격 특질입니다.
이를 오늘의 주제인 원숭이족, 고래족과 연결하면 sociotropy 특질이 강한 사람들은 원숭이족이고 autonomy 특질이 강한 사람들은 고래족입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사람들이 흔히 '고양이'과, '개'과로 나누는 것과 비슷합니다.
원숭이족은 그야말로 관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같은 원숭이들과 뭉쳐 다닐 때 힘을 얻고 의지가 되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더라도 희노애락을 집단 속에서 경험하는 걸 선호합니다. 같이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버림 받는 게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위계 질서를 싫어하지 않고 비교를 성취 동기로 삼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려고 하며 권력과 집단 지성을 믿습니다. 책임감보다는 연대 의식이 더 중요합니다. 인맥이 힘이므로 관리해야 하며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관계를 맺을 때도 깊이보다는 넓이가 더 중요합니다.
당신이 원숭이족이라면 착한 원숭이, 착한 원숭이 집단을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숭이 무리에 들어가기 위한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고래족은 이와 반대입니다. 관계를 맺는데 관심이 별로 없으며 혼자 있는 걸 선호합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고 집단의 안전보다는 자유를 더 좋아합니다. 희노애락은 집단 속에서가 아니라 자신 속에서 경험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돌림이나 버림 받는 것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성을 침범당하고 억압당하는 상황에 놓이는 걸 두려워합니다. 위계 질서를 혐오하며 비교를 싫어하고 다른 동물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집단 지성보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신뢰하며 연대 의식보다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인 관계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관계를 맺는다해도 넓이보다는 소수와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걸 선호합니다.
당신이 고래족이라면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과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고래는 원숭이에게 관심이 없지만 원숭이는 무리지어 고래를 사냥할 수 있으니 적절한 거리를 둬야 합니다. 깊은 바다에 머무르세요.
원숭이족과 고래족은 둘 다 포유류지만 식생이 완전히 다릅니다. 먹는 것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릅니다. 관심 분야도 다르고 가치관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각자의 세상에서 자신의 특질에 맞게 사는 것이 서로에게 행복한 길입니다.
모든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누는 건 과잉 일반화일 수 있지만 그래도 굳이 나눠본다면 본인이 고래족에 가까운지, 원숭이족에 가까운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어떤 종족인지 알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좀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271
다음은 대만 여행을 하면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느낌을 간략하게 요약해봤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니 대만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적절히 가감해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 인터넷 환경
: 속도는 몰라도 접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와 거의 진배 없습니다. 어떠한 숙소이든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기본이고 공항 등 주요 시설, 웬만한 관광지와 접객 업소 등에서는 언제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해서 갖고 갔지만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타이루거 협곡 같은 험지에서도 와이파이가 잘 터지더군요. 대만 여행을 하면서 인터넷 검색이 되지 않거나 지도 확인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다만 숙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는 스마트폰을 쓸 때는 몰라도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연결하면 접속이 안 되더군요. 패킷을 많이 사용하는 기기는 막아놓은 것 같습니다. 이건 타이페이나 화롄 모두 사정이 똑같았습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할 분들은 포켓 와이파이 등의 별도 기기를 가져가시는 게 안심이겠죠.
* 대만 사람
: 일본 사람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합니다. 대만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가이드들마저도 하나같이 엄지 척 할 정도로요. 일본의 친절함은 속내를 감춘 친절함이라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은 우러나온다고 느낄 정도로 몸에 밴 친절함입니다. 여행 중에 한번도 불친절함에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고 편의점에서 물건 하나 살 때에도 어떻게든 '일이 되어 가도록' 행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행을 준비할 적에는 반한 감정에 대한 우려도 했습니다만 현지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 못 받았습니다. 여행 중에 대만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상할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가이드가
대만인은 중국인과 전혀 다르다고 했는데 동의합니다. 생김새는 똑같지만 깨끗하고 친절하고 무엇보다 매우 조용합니다. 숙소 중 하나가 투숙객 대부분이 대만 사람들이었던 적이 있는데 놀랄만큼 조용하고 쾌적했습니다. 나중에는 시끄러운 거 하나만으로도 중국인과 대만인을 거의 정확히 구분할 수 있더군요. 귀청이 떠나갈만큼 시끄러운 것 때문에 중국과 중국인이 싫은 분들은 대만이 마음에 드실 겁니다.
* 치안
: 이 역시도 일본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합니다. 론플에는 물건을 두고 간 뒤 나중에 돌아와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크게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안전합니다. 함께 갔던 반려인이 혼자서 다시 여행 와도 안전하겠다고 했을만큼 여성 여행자들도 충분히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 택시
:
제가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 중에서 택시 타기 가장 좋은 곳이었습니다. 다른 도시는 잘 모르겠지만 타이페이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면 시내에서 둘러봤을 때 택시를 볼 수 없었던 적이 없을 만큼 택시가 많습니다. 일반 승용차보다 택시가 더 많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택시 승강장이 아니더라도 시내에서 택시를 탈 때 오래 기다렸던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게다가 택시 요금이 우리나라보다 쌉니다. 기본 요금이 70원(우리 돈으로 2,600 원)으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집니다. 제가 대만 여행 중 가장 길게 택시를 탔던 게 단수이 전철역에서 타이페이 101 빌딩까지 거의 1시간 정도의 거리를 택시로 이동한 것인데 775불(한화 28,000 원 정도)을 지불한 게 고작입니다. 타이페이는 워낙 MRT(전철)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관광지들이 MRT역에서 멀지 않아 배낭 여행자에게 최고의 접근성을 제공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호주머니 사정에 조금 여유가 있는 분들은 택시를 적절히 조합해도 좋습니다. 게다가 바가지가 일체 없고 100% 미터기 기준입니다. 원하면 언제든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니 더욱 안심할 수 있죠. 대신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기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항상 중국어로 된 주소를 보여줘야 합니다. 영문 주소도 잘 못 읽습니다. 숙소의 명함을 잘 챙기세요.
* 교통 사정
: 벌금이 세고 철저하게 징수해서 그런지 몰라도 교통 규칙 등 도로 교통법을 철저히 지키는 편입니다. 신호 위반 같은 걸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같은 강박적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파란불에 길을 건널 때 차량이 덮칠 걸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이한 건 동남아처럼 대만에도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스쿠터 이용자를 한 명도 못 봤습니다. 뒤에 연인을 태우고 달리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하나같이 헬멧을 단단히 쓰고 있더군요. 게다가 상당수의 도로에서 자전거 전용 도로처럼 이륜차 전용 도로를 함께 운용하는데다 건널목 앞 차량 대기선에는 이륜차 전용 공간이 따로 만들어져 있어 스쿠터가 일반 차량들과 섞여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륜차 친화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신호등의 시간을 충분히 줍니다. 보행자도 차량도 신호가 바뀌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주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그럴 수 있겠다고 수긍하게 되더군요. 특이한 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신호등을 보면 보행자 신호등처럼 남아 있는 시간을 디지털 시계로 보여준다는 겁니다. 언제 출발해야 할 지를 알 수있으니 운전자 입장에서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니 좋겠더라고요.
* 물가
: 체감 물가는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쌉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서 숙소로 돌아와 계산을 해 보면 '응? 돈 덜 준거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대만을 방문한 게 겨울이었기 때문에 그럴 것 같은데 과일값은 살짝 비싸게 느껴졌지만 다른 먹을거리 가격은 싸고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택시 요금 등 교통 요금이 저렴합니다. MRT의 경우 타이페이 시내에서 단수이역까지도 25불(930원)이면 됩니다.
* 음식
: 음식은 전반적으로 향이 강한 편이고 특정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대만은 채식 선진국이라서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채식 메뉴를 제공하고 채식 전문 레스토랑도 많았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들었죠. 얼마전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채식 친화적인 도시로 타이페이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채식을 하는 분이라면 특히나 마음에 드실 겁니다.
* 의사소통
: 당연히 관광지나 숙소 등 여행자를 접촉하는 곳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대표적인 게 택시 기사) 대만인들은 영어를 잘 못합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듯 한데 그렇다고 해도 친절하기 때문에 손짓발짓으로 대체로 의사소통이 됩니다. 한류가 급속히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보다 한국말로 의사소통하는게 더 쉽기도 합니다. 웬만한 한국어는 알아듣는 대만인이 많습니다(가이드 말로는 지하철 출, 퇴근 시간에 대만인들이 보고 있는 건 100% 한국 드라마라고). 그러니 대만이나 대만인을 폄하하는 말이나 욕은 조심하는게 좋습니다. 당연한 상식입니다만...
* 거리 풍경
: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음식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의점도 한 집 건너 보일 정도로 많고요. 대만은 맞벌이가 많고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퇴근하면서 먹을 것을 사가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합니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상점들이 10시가 넘어서도 문을 연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야근이 많고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화된 느낌이었습니다.
* 동물
: 개와 고양이 모두 많습니다. 밤에도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대만인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동물병원이나 펫샵도 곳곳에 있습니다. 타이페이에서는 길거리 동물을 보기 어렵지만 타이페이만 벗어나도 큰 개와 길냥이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곁으로 지나가도 개의치 않고 누워있는 걸 보면 동물을 괴롭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 돈
: 지폐는 1,000, 500, 100불 짜리가 있고 동전은 50. 10. 5, 1불 짜리가 있습니다. 단위는 타이완 달러인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폐는 100불짜리지만 1,000불짜리(우리로 치자면 5만 원권) 지폐도 많이 사용합니다. 화폐 공급량이 충분한지 지폐 상태가 대체로 양호한 편이고 동전도 새 동전이 많았습니다. 저는 여행하는 나라의 소액 지폐와 동전을 하나씩 기념으로 모으고 있거든요. 첫 날부터 새 동전으로 모든 동전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 날씨
:
12월의 대만은 그야말로 쾌적 그 자체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 기온이 섭씨 27도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습하지 않기 때문에 반팔을 입는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초가을 날씨이기 때문에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준비하면 밤에도 충분합니다. 다만 타이루거 협곡은 밤에는 좀 추워지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만은 여름에는 엄청 습하고 또 무지막지하게 덥기 때문에 가능하면 11월에서 2월 중에 방문할 것을 권합니다.
* 시차
: 우리나라와 1시간 차이 밖에 안 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의 지인과 문자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 환전
: 당연히 은행이 가장 환율이 좋습니다. 저는 주말에 타이페이에 도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환전을 했는데 환율 적용이 극악입니다. 첫날에 28.4 환율로 300불을 환전하니 앉아서 몇 만 원을 손해본 꼴입니다. 그러니 꼭 은행에서 환전하시고 주말에 도착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는 타이완 달러를 준비해서 오셔야 할 겁니다.
태그 -
개,
고양이,
교통,
대만,
돈,
물가,
스쿠터,
와이파이,
인터넷 환경,
치안,
타이페이,
택시,
포켓 와이파이,
환율,
환전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289
본격적인 여행기를 올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단편적인 정보, 짧은 생각,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봤습니다.
* 외모
: 대부분의 노르웨이 여성들, 특히 관광지의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은 하나 같이 엘프급 외모에 생글생글 웃음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가히 유럽 최강이고 지금까지 여행한 어떤 곳과 비교해도 비교 우위에 있습니다. 남자들도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기는 하나 외모 수준만 보면 여성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이런 말 하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예쁘고 친절한 여성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더 즐거워지는 느낌이더군요.
* 팁 문화
: 노르웨이에는 팁 문화가 따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가이드 북에서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레스토랑 등에서 팁을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고 호텔에서도(최고급 호텔은 모르겠지만) 짐을 객실까지 날라주는 포터가 없어서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팁을 줄 기회 자체가 없죠. 그래서 가끔 카페 같은 곳에서는 관광객의 주머니를 열게 유도하는 재미있는 팁 관련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페라리를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같은 문구들이죠.
* 물
: 마트에서 구입한 생수가 아니라면 레스토랑에서 마실 수 있는 물은 대부분 수돗물입니다. 정수기를 한번도 못 봤고 대부분의 유럽처럼 물을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는데(생수는 아예 팔지 않고 탄산수만 주문 가능) 가져다 주는 물은 대부분 수돗물입니다. 워낙 수량이 풍부한 나라이고 수돗물의 quality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냥 마셔도 된다고 현지인도 권하고요. 저도 생수가 없을 때에는 약을 먹을 때 가끔 수돗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무색 무취의 생수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위장이 약한 분들은 배앓이를 할 수 있으니 비싸더라도 생수를 드시는 걸 권장합니다. 실제로 관광객들은 비싸더라도 대부분 생수를 사 마시더군요.
* 동물
: 노르웨이는 개의 나라이며 그것도 큰 개가 대부분입니다. 고양이는 보기 힘들고(있어도 집에만 있을테니) 개의 나라인 만큼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는 길냥이들도 어느 정도는 사람을 경계하는 편입니다. 개의 나라에서 살려면 조심할 수 밖에 없겠지요. 산책하는 큰 개를 자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동물에 대한 관용도는 매우 높아서 동물을 괴롭히거나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공원에서 비둘기나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현지인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그걸 제지하거나 뭐라하는 사람 따위는 없습니다. 벤치에서 빵을 먹을 때에도 갈매기, 까마귀, 비둘기, 참새가 사이좋게 코 앞까지 날아와 기다리는 정겨운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터키와 네팔에서도 사람들이 동물과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지만 터키와 네팔 사람들이 동물을 약자로 보호하고 돌보는 느낌이라면 노르웨이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처럼 보는 느낌이라서 신기했습니다.
* 보행자 보호
: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 싶으면 건널목 앞의 버튼을 누르면 곧 푸른색으로 바뀝니다. 교통 신호가 철저히 보행자 위주이며 차량은 무조건 보행자에게 양보합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기색만 비춰도 달려오던 차가 멈추고 보행자를 건너게 할 정도입니다. 일본에서도 빨간불이면 사람이 한 명도 없어도 차량들이 줄이어 정지선을 지키면서 기다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일본의 질서 지키기가 그야말로 철저한 질서 지키기인 것 같다면 노르웨이에서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서는 것 같았습니다.
* 치안
: 치안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는 걸 잊고 다닐 정도로 안전합니다. 경찰이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주요 관광지에서도 소매치기나 절도를 염려할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소지품을 잃어버려도 거의 찾을 수 있는 정도의 의식 수준을 갖고 있어서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오슬로 같은 대도시에는 약에 취해 헤롱거리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큰 위협은 안 되지만 시비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제 느낌 상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 관습
: 오슬로와 같은 대도시와 노르웨이 남부에서는 신을 벗지 않지만 스발바르처럼 광산 지역의 관습이 남아 있는 곳에서는 실내에 들어갈 때 우리나라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일을 마치고 더러워진 신을 신고 들어가면실내가 오염되기 때문에 생긴 관습 같습니다.
* 흡연
: 길거리에서도 자유롭게 피울 수 있으나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담배의 나라는 아닌 듯합니다. 실내 흡연은 아주 엄격하게 지켜지지만 야외에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앉을 분들은 담배 냄새를 맡을 각오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 술
: 주세가 엄청나게 붙는지 기본적인 술값이 굉장히 비싸고 스발바르 같은 지역에서는 1달에 살 수 있는 술의 양이 정해져 있을 정도입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인접 국가인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다녀올 때도 반드시 면세점에 들러 양손에 술을 바리바리 싸 들고 들어오더군요. 오슬로 공항 한 켠에 대형 주류 판매대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여행 초반에 보고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죠.
* 교통 수단
: 오슬로 같은 대도시에는 버스와 트램, 지하철 교통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으며 지방 소도시들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걸어다녀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도시 간 이동은 버스나 기차로 하는 경우가 많으나 교통편이 많지 않아 차량 렌트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을 줄이는 것도 추천합니다. 꼭 알고 가야 할 점 하나는 택시가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가능하면 택시 이용은 최대한 자제하라는 거. 모든 가이드 북에서 경고하는 부분인데 택시비가 정말 너무너무 비쌉니다. 기본 요금 자체도 비싸지만 출발하는 순간부터 미터기가 미친듯이 올라갑니다;;;;
* 도로 사정
: 대도시의 경우도 차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만큼 도로망이 발달된 편은 아닙니다. 아스팔트보다는 옛날 유럽식의 블록이 깔린 도로가 많고요. 시 외곽으로 나가면 왕복 4차선 도로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왕복 2차선 도로도 많지 않고 1.5차선이 많아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길가에 차를 붙여 속도를 줄이고 지나가야 합니다. 특히 돌아다니는 대형 캠핑카가 많아서 도로에서 속도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직선 도로가 많지 않아서 오죽하면 일반적인 나라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터널 추월이 상시화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터널 정도가 되어야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을 확인하고 추월할 수 있으니까요. ㅡㅡ;;;
* 차량 렌트
: 노르웨이에서는 차량을 렌트해서 자동차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를 달리면서 만나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렌트하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인접국인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 렌트해서 넘어오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때에도 반드시 오토 차량으로 렌트하셔야 합니다. 스틱 차량과 렌트 차량의 가격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고 오토 차량 자체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오토 차량을 렌트하세요. 노르웨이에는 커브길과 터널이 많고 도로 폭이 좁고 가파른 곳이 많기 때문에 스틱 차량을 빌렸다가는 기어 변속하느라 다리 꽤나 아프실 겁니다(특히 Bergen-Odda 구간). 이번 여행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베스트 드라이버와 함께 했는데도 나중에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스틱 차량을 빌렸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 분리 수거
: 천혜의 자연을 갖고 있어서 환경 보호를 엄격하게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분리수거를 하기는 하는데 그다지 엄격하지 않아서 매립 쓰레기와 재활용만 분리하지 우리처럼 캔,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세부적으로 나눠서 수거하지 않습니다. 재활용 센터에서 따로 구분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음식 쓰레기는 아예 모으지도 않습니다. 무조건 매립하는 것 같습니다.
* 우산
: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고 애들도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닙니다. 깨끗한 환경이라서 그런지 아님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냥 바람막이 잠바에 있는 모자를 쓰거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면 아예 우비를 입고 다닙니다.
* 인터넷
: 유선 인터넷은 여행 중에 이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무선 인터넷은 속도가 괜찮은 편(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느리죠)이고 공항, 호텔 뿐 아니라 주요 관광지에서는 빠짐없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에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고용량 파일의 다운로드는 막아놓은 경우가 많아서 큰 스트리밍 파일을 재생하는 것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간단한 웹 서핑이나 지도 검색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 화장실
: 화장실은 어디나 깨끗해서 이용할 때 불쾌한 경우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유료 화장실은 거의 없으며 있다고 해도 5크로네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라서 큰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체코처럼 화장실 이용료 징수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수납함에 넣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비데를 사용하는 화장실 문화가 아니라서 그런지 비데가 장착된 화장실은 한번도 못 봤습니다.
* 호텔 체크인
: 호텔에서 체크인 할 때 여권이나 바우처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프로이케스톨렌의 호스텔이었는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난을 당하거나 했을 때 빠른 신원 확인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투숙객 전원의 여권을 가져가서 복사하더군요.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예약한 사람 이름이면 충분하고 공항에서도 여권만 내밀면 됩니다. e-ticket 조차도 필요없더군요.
* 신용카드
: 우리나라처럼 카드 결제가 대중화되어 있어서 현지인들은 커피 한 잔, 승차권 한 장 구입할 때도 카드로 결제합니다. 현금을 사용하는 건 관광객들 뿐인 것 같습니다. 대신 우리나라처럼 카드를 긋고 사인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제기에 꽂고 pin code를 눌러서 결제하는 방식이라 결제하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사람 수 자체가 많지 않으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만;;;; 유니온 페이 카드도 노르웨이에서 결제된다고 알고 갔는데 실제로는 모든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결제가 불가능했습니다. 혹시 제가 신규 발급한 카드를 해외 결제 가능하도록 풀어놓지 않고 나간 것이 아닌가 싶어 귀국 후 확인해봤지만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 유니온 페이 카드는 노르웨이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숙박비
: 노르웨이 생활 물가 수준에 비해 호텔 숙박비는 체감적으로 싼 편입니다. 오히려 에어비앤비 같은 사이트에서 빌리는 아파트가 훨씬 더 비쌉니다. 초고가 호텔은 아예 검색도 안 했지만 트립어드바이저에서 1, 2위를 다투는 호텔을 예약해도 1박에 20만 원이 넘는 곳은 스발바르의 Basecamp Hotel을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보통 15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조식을 포함(간혹 석식도 포함)하는 훌륭한 호텔에 묵으실 수 있습니다.
* 레스토랑 결제
: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문을 먼저 하고 나온 음식을 다 먹고 나가면서 카운터에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계산서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경우를 거의 못 보았습니다. 간혹 규모가 큰 레스토랑에서는 주문할 때 선 결제를 하게끔도 합니다만(대표적인 곳이 올레순) 대부분 나갈 때 계산하면 됩니다. 카페는 우리나라처럼 주문할 때 결제해야 하고요.
* 성 평등
: 눈에 띌 정도로 일하는 여성이 많으며 선입견을 갖고 봤을 때 흔히 남성들이 할 법한 일들도 여성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발바르에서는 북극곰 대비 실탄 장전 라이플을 소지한 가이드를 봤고 중장비 운전기사와 트램 운전기사는 흔한 편입니다. 하물며 왕궁의 근위병까지 여성이더군요. 남성들이 하는 일, 여성들이 하는 일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일
: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밝으며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인생은 살만하고 일하는 건 즐겁지요' 하는 자세로 일을 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즐거움이 몸에 배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프로이케스톨렌 호스텔 리셉션에 있던 직원들을 제외하면 일에 찌든 지친 표정의 노르웨이인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거기도 응대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아서 업무 강도가 강한 문제로 힘든 것 같았습니다. 원래 노르웨이의 평균 노동 시간은 주당 27시간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죠. ㅠ.ㅠ
* 축산업
: 공장식 축산업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소, 양, 돼지 등은 모두 방목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우리들이 흔히 동화책에서 보는,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마음껏 풀을 뜯는 그런 방식의 방목입니다. 가축들의 표정까지 편안하더군요.
* 의사소통
: 아무리 영어를 못하는 노르웨이인도 영어를 웬만큼 하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잘 합니다. 큰 도시에서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노르웨이 국민이 아니고 대개 이주민(알바니아 등의 동유럽)이거나 집시(덴마크에서 집시 추방 정책을 펴는 통에 노르웨이로 많이 넘어왔다고 합니다)들입니다. 거리 악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허름한 행색의 이들마저도 노르웨이에서는 친절합니다. ㅠ.ㅠ
* 관광지
: 대부분의 관광지는 관리 수준이 매우 우수한 편이고 특히 미술관, 박물관 등의 전시 시설 수준은 최고입니다. 오슬로의 내셔널 갤러리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스발바르 박물관, 오슬로의 바이킹 쉽 박물관, 스타방에르의 석유 박물관을 강추합니다. 그냥 흔한 전시가 아니라 체험형은 기본이고 디스플레이 방식도 굉장히 관람객 친화적입니다. 입장료가 전혀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 호텔 집기
: 물가가 워낙 비싸기도 하고 채식을 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건조식품을 좀 가져갔는데 의외로 호텔에서도 커피 포트를 비치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호텔 로비에서 24시간 자유롭게 차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객실로 마음껏 가져가도 되기 때문에 객실에서 물을 끓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거지요. 여행 중에 베르겐에 있는 호텔(가족이 운영하는)에서만 봤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작은 커피 포트를 하나 사서 들고 다닐까 살짝 고민했었지요. 의외로 헤어 드라이어는 웬만한 호텔에는 다 있습니다(없을 줄로 알고 가져갔더니만. ㅠㅜ)
* 벌금
: 가끔 기본적인 벌금도 소득 수준에 따라 부과하기 때문에 과속 벌금을 1억이 넘게 냈네 어쨌네 하는 소식을 해외 토픽을 통해 전해들을 수 있는데 이게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벌금 수준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스발바르에서 야생화를 꺾으면 벌금이 5,000크로네(한화 714,000원)나 한답니다. 덜덜덜...
* 다산
: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답게 가정마다 세 아이가 기본입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이 엄청 많습니다. 올레순에서 묵은 호텔에는 아이들 놀이방까지 1층에 넓직하게 따로 마련해 놓았을 정도로 아이들을 배려하는 시설이 곳곳에 많습니다. 출산율 문제는 말로 해결하는 게 아니죠.
* 물가
: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서민 물가는 대략 2배, 외식비 등은 3배 정도 차이나는 것 같습니다. 외식비는 너무 비싸서 대졸 초임이 6,000만이 넘는 노르웨이에서도 자주 못 할 정도입니다.
태그 -
개,
고양이,
관광객,
관습,
교통 수단,
길냥이,
노르웨이,
담배,
동물,
렌트,
물,
보행자,
생수,
술,
스발바르,
신용카드,
에어비앤비,
여행,
오슬로,
와이파이,
우산,
인터넷,
재활용,
치안,
택시,
트립 어드바이저,
팁,
호텔,
화장실,
흡연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949
흔히 '개는 주인 따라, 고양이는 집 따라'라고 합니다. 종속 관계가 분명하여 주인만 있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개와 달리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에게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면 주인과 함께 있다해도 불안해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죠. 그래서 고양이는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배은망덕한 동물이라는 오해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이사입니다. 사람이야 귀찮기는 해도 포장 이사하고 짐 정리하고 나면 끝이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변화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사를 해야 할 때 집사들이 생각하는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양이 호텔이나 지인에게 맡기는 건 애시당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 호텔이라는 곳이 대개는 동물 병원에 속한 곳이고 약품 냄새와 다른 아픈 동물들이 내는 신음소리 등으로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이 뻔한데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된 곳도 아니고 케이지에 갇혀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지인에게 맡기는 건 더 더욱 어려운 것이 그 사람이 집사라면 그 집 고양이 때문에 고양이들끼리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세 마리나 되는 고양이를 풀어놓는 것도 미안하거니와 익숙한 냄새가 나지 않는 공간에서 받을 스트레스는 새 집에서 받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 지인이 받을 스트레스까지 계산하면 별로 고려할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올 초에 이사하면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사하는 당일 아침 일찍 고양이들을 이동장에 넣어 이사할 집으로 데려감
2. 베란다를 깨끗하게 치우고 한쪽에 화장실과 밥을 마련해 줌
3. 평소에 고양이가 사용하던 패드, 담요, 고양이집을 가득 깔아줌(이게 중요!)
4. 이사가 끝날 때까지 베란다 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고 베란다에 들어갈 물품도 다른 곳에 쌓아둠
5. 이사가 끝난 뒤 문을 열어서 고양이들이 새 집을 둘러볼 수 있게 해 줌
처음에는 고양이들이 굉장히 낯설어 하지만 곧 익숙한 냄새가 나는 고양이집이나 담요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자더군요. 아마도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 철수하고 난 뒤에 베란다 문을 열어주니 나와서 조심스럽게 집을 둘러보더군요. 셋째인 도림군만 며칠 밤 동안 울면서 방문을 좀 긁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교적 쉽게 적응했습니다.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주효했네요. 고양이를 데리고 하는 첫 이사였는데 별 탈 없이 성공적으로 이사했습니다.
고양이들을 두는 장소가 꼭 베란다일 필요는 없지만 방에는 가구도 들여야 하고 이사가 끝날 때까지는 사람들 왕래가 있으니 계속 문을 닫아둘 수가 없더라고요.
고양이를 데리고 이사를 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이 방법을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528
책공장더불어 출판사의 김보경 대표가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권지형 선생과 함께 쓴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2010)'를 북 크로싱합니다.
'소개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임신과 함께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이 일상화된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죠.
일반인들이 임신과 관련하여 반려동물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나하나 바로잡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41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2차원 동물인 개와 달리(비교를 위한 비유입니다) 위아래로도 움직이는 3차원 동물인 고양이는 낙상 사고를 당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고양이가 생각보다 높은 곳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거나 가볍게 뛰어내리는 걸 본 사람들이 고양이는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착지 능력이나 낙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낙상을 당할 일이 없는 줄 착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높이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해 뛰어내리다 죽음을 당하는 고양이가 굉장히 많으며 이런 끔찍한 일은 도시에 사는 고양이에게 더욱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특히 창문을 여는 빈도가 증가하는 여름철에 이런 고양이들의 낙상 사고가 하도 빈번하여 수의사들이 high-rise syndrome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입니다.
사람이 뛰어내려서 다칠 것 같은 높이라면 고양이도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안전합니다. 그런 높이의 거주 공간에 사는 집사들은 반드시 창문에 스크린(방충망)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주변에 있을 때 잠시라도 방충망을 열지 마세요.
고양이가 목숨이 9개라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니 절대로 시험하지 마세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40
★★★☆☆
이미지 출처 :
YES24
어느 나라나 유기동물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지구상에서 임신과 함께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이 일상화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소개를 드렸지만 책공장더불어는 동물에 대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인데 이 책은 김보경 대표가 아예 집필에 참여해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권지형 선생과 함께 아기와 반려동물이 함께 하는 행복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총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당 사항이 없어서 그런가 저는 임신을 한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버린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고 도리어 놀랐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일반인들이 많이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모아놓은 것만 봐도 참 기가 차는 게 많은데,
* 개,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안 된다
* 임신 중 개털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 고양이를 키우면 기형아를 낳는다
* 반려동물 때문에 입덧이 심해진다
* 신생아는 동물과 함께 살면 안 된다
* 개, 고양이 털 때문에 숨이 막혀 죽었다 ㅡㅡ;;;
* 개회충이 아이 눈을 실명시켰다
* 반려동물한테서 피부병이 옮았다
* 알러지가 있다면 동물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
* 개, 고양이 때문에 아토피가 심해진다
* 개와 고양이는 균 덩어리이다 -> 사실 인간이야말로 온갖 균 덩어리. 엄마 아빠 입이 개 입보다 더러움;;;
* 개는 물고 고양이는 할퀴어서 위험하다
* 인수공통질병으로 개, 고양이의 병이 옮는다
* 반려동물에게 소홀해져 미안하니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 ㅡㅡ;;;
이런걸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믿다니 인간은 참으로 무지몽매한 존재가 맞습니다.
이 책은 서문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철저히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위에 나열한 잘못된 상식들을 하나하나 논파하고 반박하는 형태로 씌여졌습니다.
저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만 실상 유독 많이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고양이라서 특히 관심을 갖고 읽었습니다.
집안에 임산부가 생길 때 고양이가 버려지는 이유는 톡소플라스마의 유일한 완전숙주이기 때문인데,
1. 고양이와 반려인이 모두 톡소플라스마 항체(IgG)가 없어야 하고
2. 고양이가 '급성'으로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어 알을 배출하는 2주 동안
3. 그 알을 임신부가 '섭취'했을 경우에만 태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음
이 모든 조건을 통과했다고 해도 태아가 감염될 확률은 초기 15%, 중기 25%, 후기 60%라고 합니다.
게다가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는 동물이라 대부분의 톡소플라스마 알이 그루밍 과정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반려인이 임신 기간 동안 고양이가 배출한 톡소플라스마 알에 접촉할 확률은 매우 낮죠. 더더군다나 집 안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는 밖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보다 확률이 더 낮습니다(화장실만 다른 사람이 대신 치워주는 것만으로도 거의 제로 수준).
사실 톡소플라스마가 걱정되는 반려인은 고양이를 내다버릴 것이 아니라 육회, 생선회, 생야채를 먹는 걸 더 조심하는게 맞습니다. 고양이를 내다버리면서 생선회를 얌냠하는 사람은 ㅂㅅ셀프인증하는 거나 다름없죠.
통계 자료로도 국내에서 반려동물에 의한 기형 출산은 사례도 거의 없고, 그 원인이 반려동물이라고 확인된 경우도 없다고 하네요.
뭐든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을 버려야 한다는 속설을 믿고 계신 분들은 필독하시고 믿지는 않지만 어른들의 압력을 버텨내는 것이 버거운 예비 산모와 신랑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닫기
* 고혈압 약 중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당뇨병 약, 항갑상선제 등은 기형 유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사와 상담하여 대체약을 찾아야 한다.
* 톡소플라스마는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생충으로 고양이가 기생충이 체내에서 생존과 번식을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완전숙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 파충류 또는 양서류와 함께 사는 경우 살모넬라 감염은 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어린이가 만 5세가 될 때까지는 기르지 않는 것이 좋다.
* 산모가 있는 방의 온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점막을 건조시켜 회음부절개나 수술 부위의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생아가 함께 있는 경우 실내 온도를 24~2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생후 4~5개월부터 돌까지를 바이러스 감염에 가장 취약한 시기라고 보는데 만 3세 이후에는 면역기능이 성인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발달하는 걸 알 수 있다.
* 보호자 없이 아기와 반려동물만 두는 일은 없도록 하자.
* 신생아란 생후 4주까지의 아기.
* 가습기는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습도 조절은 젖은 수건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반려동물의 장염은 흔한 질병이 아니지만 사람에게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반려동물이 급성 장염 소견을 보이면 바로 격리시키고 동물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서 감염을 막아야 한다.
*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의 관절 부위에 반려동물에 의해 상처가 났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관절의 경우는 상처가 깊어 보이지 않아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IgG,
가정의학과,
개,
고양이,
권지형,
그루밍,
김보경,
반려동물,
유기동물,
임신,
책공장더불어,
톡소플라스마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414
★★☆☆☆
이미지 출처 :
YES24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번역가인 고 요네하라 마리 선생이 쓴 책입니다. 나쓰메 소세키 선생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와 비슷한 책을 기대하고 구입했으나 소설은 아니었고 오히려 이우일 만화가의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2010)'에 가깝더군요.
1998년에 이 책을 위한 첫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고양이 6마리, 개 1마리, 사람 2명으로 시작한 가족 구성이 후기를 쓸 때쯤인 2000년 말에는 고양이 5마리, 개 2마리, 사람 2명으로 바뀌었네요.
요네하라 마리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이 책에는 그녀가 2006년 5월 난소암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함께 살았던 고양이와 개들과의 인연이 담겨 있습니다. 주로 유기묘와 유기견을 데려오지만 모스크바에서 입양을 해 온 페르시안 블루 고양이 두 마리의 사연도 있습니다. 요절복통 반려동물 일기라고 할 수 있지요.
처음에는 공감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저자 말마따나 관련 서적을 엄청나게 탐독했다면서 이 사람은 보통 덤벙대는게 아닙니다. 반려동물 때문에 생기는 문제처럼 보이는 90% 이상이 사실은 저자의 잘못이고 그 때문에 오히려 반려동물들의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통역일을 하러 갔다가 너무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함께 살고 있던 고모는 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고 차일피일 중성화 수술을 미루다 암컷 고양이가 덜컥 임신을 하지 않나, 고양이들이 겨우 집에 적응했는데 유기견을 데려오지를 않나(개 때문에 고양이들이 좋아하던 마당 산책을 못 나가게 됩니다), 러시아에서 충동적으로 입양해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들 때문에 결국 원래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가출했다가 겨우 돌아왔고 이후 성격도 변합니다. 입양한 유기견 겐은 천둥을 무서워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밤새 번역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다가 결국 공황 상태에 빠져 뛰쳐나가 버린 겐을 영영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가 볼 때 이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울 자세가 안 된 사람이에요. 경제력만 있으면 뭐 합니까? 게다가 결과가 좋았으니(좋기는 개뿔~) 다 좋은거라는 자기 합리화의 귀재입니다.
게다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니나라는 러시아 애묘가 협회 회장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무려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입니다. 그냥 교감하는 게 아니라 온 동네의 고양이들과 야옹 니야옹 거리면서 대화를 나누고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저자에게 들려줍니다. 자기가 말하지도 않은 정보를 니나가 알아냈다고 호들갑을 떨며 놀라는 꼴이라니.... 일기에서 시작해서 에세이로 가다가 결국 심령 SF로 빠지네요;;;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가 떨떠름하게 끝난 독서에서 제가 제일 궁금한 건 2006년에 저자가 작고한 이후에 남은 반려동물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당시부터 이미 치매에 걸려 있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분이었고 당사자는 평생 독신이었으니 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주변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가깝게 지내던 이웃들은 모두 이미 엄청난 수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뿐이어서 남은 반려동물들을 더 데려갈 수가 없었거든요. 혹시라도 보호소에 넘겨져 안락사 당하지는 않았는지 엄청 걱정되더군요.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덤벙거리는 성격을 보면 사후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 안 해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분이라면 재미난 책 한 권 읽는다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으나 고양이나 개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인이라면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북 크로싱 신청할 때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태그 -
개,
고양이,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러시아어,
반려동물,
요네하라 마리,
유기견,
이우일,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페르시안 블루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346
★★★★☆
이미지 출처 :
YES24
'책공장더불어'는 동물에 관한 책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입니다.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처럼 출판사 대표가 직접 쓴 좋은 책도 있고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구매하고 독서 대기 중)처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준비를 위해 읽어야 하는 책도 있습니다.
이 책도 역시 책공장더불어에서 내놓은 책입니다. 저는 냥이들과 함께 산 것이 2010년부터였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2007년에 역사상 최악의 사료 리콜 사태가 미국에서 일어났죠. 그 당시 미국산 수입사료를 먹이는 도그맘, 냥이집사들 중에서 시껍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2007년에 중국에서 수입된 원료(멜라민)가 포함된 사료를 먹고 미국에서만 개, 고양이 수천 마리가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6,000만 포대의 건사료와 습식사료가 리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거든요. 그 사건의 내막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줍니다.
이 책의 저자인 Ann Martin은 개, 고양이 사료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로 1990년부터 사료 시장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초판은 1997년에 나왔고 이 책은 2008년에 나온 3판을 번역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반려동물에게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이는 현대인들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대부분 사료 회사에서 제조한 습식, 건식 사료를 사서 먹이죠. 그런데 과연 그 사료는 뭘로 만들어졌을까요? 광고처럼 영양많고 신선한 각종 동식물로 안전하게 제조되었을까요? 이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료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료 성분표에 있는 육분(meat meal)의 재료로 개, 고양이의 사체가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바로 렌더링 공장을 통해서죠. 렌더링 공장에서 하는 짓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사체 처리를 하는 회사에서 나온 동물 사체, 안락사를 당한 개와 고양이 사체, 동물원에서 죽은 동물, 로드킬을 당했지만 땅에 묻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큰 동물, 식당이나 식료품 점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도축장에서 도축하고 남은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부위를 한데 모읍니다. -> 크레실 소독제(락스, 크레졸)와 시트로넬라 등의 화학적 변성제를 뿌립니다. 이들은 모두 독성 물질입니다. -> 이렇게 모은 온갖 쓰레기를 거대한 통에 넣고 찧습니다. -> 그 후에 104.4~132.2도에서 한 시간 가량 익히고 원심분리기로 분리해 표면에 뜬 기름기를 거둬냅니다. 이 기름이 바로 습식 캔을 땄을 때 개, 고양이를 유혹하는 지방입니다. -> 기름기를 제거한 후 남은 원료를 건조시키면 육분과 육골분이 만들어지는데 이걸 이용해 사료를 만듭니다.
경악과 충격이지요. 어떻게 이런 걸로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이 과정을 통제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FDA에서 관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으며 미국 농림부(USDA)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료협회(PFI)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자기 발등을 찧는 규제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요?
저자는 문제 고발에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의 말미에서 반려동물을 위해 안전하고 영양많은 음식을 조리해서 먹일 수 있도록 다양한 레서피(고양이를 위한 레서피 26가지, 개를 위한 레서피 28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그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들에게 유용한 정보지요. 실제로 생식으로 고양이를 먹이는 수고를 마다않는 집사들도 있으니까요.
이 책은 충격적인 고발과 유용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좋은 책이지만 저자가 채식에 대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별 하나를 뺐습니다. 저는 채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그냥 비싼 사료 먹이면 되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반려동물의 주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좋은 책입니다. 사료를 먹이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닫기
* 캘리포니아는 합법적으로 육골분(meat and bone meal)을 만들어 다른 지역에 보급하고, 개와 고양이의 사체가 섞인 잔여물은 양식장용 사료원료로 가공되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한국(?!!)에 수출한다.
* 육분은 도축장에서 렌더링 공장을 거쳐 사료공장으로 이송되고, 육류 부산물은 렌더링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도축장에서 사료 공장으로 바로 이송된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 사료 협회가 강조하는 깨끗한 고기란 '털이나 가죽, 내장과 같은 이질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
* 고양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습식 캔에 들어가는 생선 부위는 생선머리, 꼬리, 지느러미, 뼈와 내장 등이다. 생선살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 반려동물의 후각을 자극하는 주요 성분으로 반려동물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사료에 지방을 직접 뿌리거나 다른 성분과 섞는데 인간이 먹지 못하는 폐유, 식당에서 나오는 유지가 주 공급원이고 또 하나의 주 공급원은 렌더링 공장에서 나오는 가축의 기름이다.
* BHA, BHT : 이 두 종류의 방부제는 지방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주는 화학적인 항산화제로 이 방부제가 들어간 사료는 유통기한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발암물질로 의심된다.
* 에톡시퀸(ethoxyquin) : 동물 테스트에서 독성이 증명된 항산화 보존제. FDA 수의학센터에서 여전히 동물용 사료에 쓸 수 있는 방부제로 허가하고 있지만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 반려동물의 장례는 매장보다 화장이 좋다. 안락사된 개와 고양이 사체는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불법매립을 하게 되면 사체에 남아 있는 안락사 약품인 펜토바르비탈 나트륨이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펜토바르비탈 나트륨은 렌더링 과정의 고열에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여러 종류의 처방식, 비처방식 사료 등을 수의사의 권고만 믿고 먹이지 말 것. 동물영양학을 공부한 수의사의 수는 매우 적다. 수의사가 대학에 다닐 때 들은 영양학 강좌의 강사는 대부분 사료회사 소속이다. 정작 사람이 가는 병원에서는 이런 류의 식품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데 동물병원에서는 가능한 것이 아이러니.
* 고양이들이 사료에서 얻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은 아르기닌, 히스티딘, 이소류신, 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타우린이다.
태그 -
Ann Martin,
FDA,
PFI,
USDA,
개,
고양이,
도축장,
동물,
라이신,
레서피,
렌더링,
렌더링 과정,
류신,
메티오닌,
멜라민,
반려동물,
발린,
사료,
시트로넬라,
아르기닌,
육류 부산물,
육분,
이소류신,
책공장더불어,
크레실 소독제,
타우린,
트레오닌,
트립토판,
페닐알라닌,
펜토바르비탈 나트륨,
히스티딘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171
제가 일하는 곳이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관이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부부 관계 역동을 들여다보면 유달리 희생적인 배우자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희생적인 태도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방 배우자의 도박 문제를 심화시키는데 역으로 일조한다는 것이죠.
아무리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도박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도 어떻게 가족인데 그렇게 방치할 수가 있냐,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어야 한다며 집을 팔아서라도 대위 변제를 하곤 합니다.
잠시동안은 급한 불이 꺼진 듯 보이겠지만 도박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지 않기에 당연히 결국은 재발과 더 큰 재정적 손실, 가정 파탄이라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도박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알려줘도 끝까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가족들을 보면 저는 항상 '개'가 떠오릅니다. 아시다시피 늑대과에 속하는 개는 종에 따라 조금씩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위계 서열이 엄격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생존 본능을 뛰어넘도록 훈련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동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맹도견을 훈련시킬 때 주인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부적절한 지시를 거부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죠.
이와 달리 고양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인데다 영역 동물이고 위계 서열이 없습니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고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킬 수가 없습니다. 얼핏 보면 얌체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다른 고양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자족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개'같은 성향이 아주 강한 내담자라면 '고양이'의 장점이 드러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도와주는 것도 건강한 균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알려줘야겠지요.
덧. 제가 고양이 같은 상담자라서 이런 포스팅을 했다고는 죽어도 말 못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02
★★★☆☆
이미지 출처 :
YES24
요새 함께 사는 지인이 다니고 있는 공방에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가 들어왔습니다. 아직 어린 강아지라서 배변 훈련을 시키지 않은터라 관리에 애를 먹나 봅니다. 그래서 이 참에 공방 사람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관련 서적을 알아봐달라고 해서 구입한 책입니다.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가 이 책을 읽지도 않고 넘길리가 만무하지요. 그래서 일과를 마치고 앉아서 그 자리에서 읽어 버렸습니다.
오~ 이거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개의 습성과 행동에 대해 잘못(혹은 완전히 반대) 알고 있는 것이 꽤 많은데요.
몇 가지만 짚어보면,
* 너무 많이 놀아주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 많이 놀아줄수록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잘못 생각했네요.
* 개는 집이 넓으면 긴장한다. 몸에 맞는 적당한 크기가 중요하다.
->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편안할거라 잘못 생각했네요. 완전히 인간의 시각에서 본 잘못.
* 외출할 때 개에게 인사하지 말 것. 분리불안이 심해진다.
-> 외출에서 돌아와서도 인사하면 안 된다고 하죠.
* 큰 소리로 야단치는 것을 개는 응원으로 받아들인다.
-> 자신의 행동과 야단을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면 개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식사 시간을 의도적으로 자주 바꿔라.
-> 밥을 주는 시간을 정해 놓으면 그 시간에 밥을 주지 않을 때 개가 실망하고 부적응 행동을 보인답니다.
* 주인을 무시할수록 나무에 소변을 자주 본다.
-> '마킹' 행동이 개의 본능이기는 하지만 너무 심한 마킹은 자신의 지배성을 드러내는 행동이라고 하네요.
*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개가 보이는 행동 : 꼬리물기, 하품, 귀 뒤 긁기, 같은 부위를 계속 핥기
-> 개니까 당연히 하는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도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많네요.
* 꼬리를 늘어뜨리고 흔드는 것은 반가워서가 아니라 지배 서열을 확인하는 행동이다.
-> 꼬리를 위로 올리고 흔드는 것은 반가워서 그러는 것이 맞습니다.
* 개는 울타리 안에 둬야 안도감을 느낀다.
-> 묶어두면 침입자가 들어왔을 때 도주할 수 없기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하네요.
* 주인 앞에서 목줄을 당기면서 걷는 개는 주종관계가 역전된 것이다.
-> 주인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개는 옆에서 주인을 주시하면서 걷는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개가 얼마나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동물인지 알겠습니다. 조금만 낯설고 경계심이 생기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일정한 패턴이 생기면 그 패턴이 달라졌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겠네요.
우리가 오해했던 개의 행동 습성을 소개하는 것 이외에도 전문가가 추천하는 놀이법과 개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곧바로 활용이 가능한 것들이어서 상당히 유용합니다.
이해를 돕는 삽화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참 읽기가 편하네요.
개와 함께 지내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픈 책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42
★★★☆☆
이미지 출처 : YES24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우릴 버리고 도망쳐버리고, 집세가 너무 밀려 길거리로 쫓겨나, 하룻밤 잠을 잘 돈도 없어 차에서 자고 주유소 화장실에서 씻고 학교를 가야 한다면 어떨까요?
어른도 막막해지는 황당 시추에이션에 대해 어린 소녀인 조지나는 두 주먹 불끈 쥐고 당당하게 맞섭니다. 어린 나이에 당면한 궁핍인만큼 불쌍한 엄마에게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그냥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방법이 옳지는 않지만 나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열심히 합니다.
조지나가 선택한 방법은 개를 훔쳐서 데리고 있다가 돈 많은 주인이 사례금이 적힌 전단지를 붙이면 그 때 데려다 주고 사례금을 받아 엄마가 집을 얻는데 보태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조지나의 작전은 훔친 개 '윌리'의 주인인 아줌마가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꼬이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개 윌리를 놔 둔 빈 집에 부랑자 아저씨 '무키'가 잠시 마무르게 되면서 뒤죽박죽이 됩니다. 과연 조지나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까요?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난하지만 하나같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지나의 엄마도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투덜거리면서도 집을 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합니다. 부랑자 무키 아저씨는 조지나가 개를 훔쳤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기다려주고요.
아이들의 재치있는 마음을 가감없이 잘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쉽게 읽혀서 2시간도 안 걸립니다.
굳세고 용감한 조지나가 개를 완벽하게 훔치는 방법,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