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씨의 용감한 내부 고발이 요새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너무나 당연한 일이 화제가 되는 사회란 게 참 웃픕니다만) 중앙난방식 아파트에서 유량계를 조작해서 저런 식으로 난방비를 절감(이라고 쓰고 삥땅친다고 읽는다)할 수 있다는 꼼수도 놀랍지만 자신들의 행동을 당연시 하는 후안무치가 더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이미 이명박 정권 이전부터 그랬던 모양이니 이 정권에 세금 내는 것이 아까워 수동 공격적으로 싸웠던 투사들도 아닌 듯 하고(설사 그렇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닌거죠)....
전에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둘 다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건 동일하나 타인의 행복 추구권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개인주의자에 비해 이기주의자는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착취한다는 차이가 있죠.
유량계 조작으로 내지 않은 난방비는 다른 사람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그런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겁니다. 어차피 내가 피해보는 것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고 가볍게 생각했겠지요.
그런 무임 승차자(free rider)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정글이 되어가는 이 사회가 약육강식의 늪으로 변하는 속도가 빨라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런 악랄한 무임승차는 일벌백계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김부선씨와 같은 내부고발자가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 문화가 이 참에 생기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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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이 쉽게 걸리는 대표적인 '병'으로는 '의심병'과 '조급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도박자에게 자신이 의심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하자'라는 글에서 다룬 바 있죠.
오늘은 가족 중에서도 콕 집어 도박 중독자의 아내에게 주로 나타나는 문제들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부적절한 죄책감이 강합니다. 남편이 도박에 중독된 주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과도한 귀인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죠. 이는 '당신이 하도 돈 돈 하면서 바가지를 긁어서', '당신이 내조를 엉망으로 하니'와 같은 도박 중독자의 책임 전가로 인해 더욱 악화됩니다. 특히 도박 중독의 원인을 찾으려고 애쓰는 아내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서 어느 하나의 원인만 갖고 설명할 수가 없죠. 따라서 아내가 이렇게 저렇게 했다고 해서 남편이 도박에 중독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부적절한 죄책감과 적절한 죄책감의 차이는
'적절한 죄책감과 부적절한 죄책감'이라는 글에 정리해 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지나치게 희생적입니다. 이건 첫 번째 문제인 부적절한 죄책감과 결합하여 나타날 때 더욱 강력해지는데 남편이 도박에 중독된 원인을 자신이 제공했다고 잘못 원인 귀인을 하게 되니 도박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되고 자신의 모든 시간, 역량을 쏟아 붓는 겁니다.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는 좋습니다만 문제는 지나치게 희생적인 아내는 노력 자체에만 치중한 나머지 치유의 원칙들을 지키면서 균형을 잡는 걸 잘 못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행동 결과를 책임지게 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대위 변제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러한 대위 변제 절대 금지 원칙과 도박 빚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충돌할 경우 우선 순위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의도와 달리 반치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죠. 특히 지나치게 희생적인 아내는 도박 중독자와 상호의존(co-dependence)된 경우가 많은데 이 문제 또한 꼭 해결해야 합니다.
셋째,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도박에 중독되어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는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정도의 상태에서 보면 더 이상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자신의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더 맞겠네요. 그래서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여가 선용은 사치이고, 대인 관계는 끊겼으며 쇼핑이나 외식과 같은 사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조차 어려워합니다. 그러니 인생에 즐거운 경험이 언제인지, 과연 있기는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당연히 부적절한 죄책감이 강할수록, 지나치게 희생적일수록 자신을 위한 투자나 위안은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이 세 번째 문제가 심할수록 기분 부전 장애(Dythymic Disorder)나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로 진단될 가능성이 커지며 아내 본인 뿐 아니라 도박 중독자와 다른 가족들의 치유도 요원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해서 기둥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아내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은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제가
'지금은 각자의 성을 돌볼 때다'라는 글에서 강조한 것처럼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합니다.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이기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부적절한 죄책감이 강하고, 지나치게 희생적이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아내는 개인주의자가 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적어도 이기주의자가 될 정도로 자신의 성에만 온전히 투자해야 겨우 개인주의자가 될 수 있는 수준이죠.
사실 위의 문제들이 있는 아내가 제아무리 이기주의자가 되겠다고 노력해봤자 개인주의자가 되는 것 마저도 쉽지 않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덧.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에 대해서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자신이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분들은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를 구분하는 방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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