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2005년에 작고했지만 아직도 금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치료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스캇 펙이 위험한 책이니 취급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면 과연 어떤 책일까요?
제목이 '거짓의 사람들'이니 당연히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신의학적 내지는 심리학적 고찰을 다루고 있을거라고 기대했는데 부제를 보니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이라네요. 대체 뭐지?
내용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성격 장애(Personality Disorder)를 다루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러다가 점점 강도가 강해져서 Psychopathy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무렵 스캇 펙은 그게 아니라고 못을 박으면서 그야말로 정말 '악(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축사', '구마', '사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나중에는 아예 한 장을 통째로 Exocism과 거기에 참석한 자신의 경험에 할애하고 있어요. @.@
스캇 펙은 이 책에서 '악(惡)'을 '자신의 병적인 자아의 정체를 방어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파괴하는데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넓게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의만 갖고 사탄을 규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사탄을 접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이 책에 나오는 내담자들을 '악(惡)'이라고 (조심스레) 규정한 스캇 펙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의 접근 방법으로 '악(惡)'치료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그래서 종교와 정신의학 및 심리학이 서로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의 제안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성격 장애만 하더라도 현장의 많은 치료자들이 애를 쓰고 있지만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 스스로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우월감을 충족하기 위해 오히려 치료자를 시험하거나 농락하는 일도 많아 치료 현장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쟁터라고 볼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들을 단순히 심리적 문제 또는 정신 질환의 범주가 아닌 '악(惡)'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것이 1983년인데 아직까지 그런 조명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신의학계와 종교계가 스캇 펙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네요.
어쨌거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나온 지 5년도 되지 않았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범위까지 확장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좀 당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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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에게서 어떤 악을 보게 되면 아이는 진짜 악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악한 사람들의 주된 동기는 위장인 까닭에 악한 사람들이 가장 흔히 발견되는 장소들 가운에 하나가 바로 교회다. 우리 문화에서 교회의 집사나 다른 높은 직분자가 되는 것보다 자신의 악을 잘 숨길 수 있는 길이 또 있을까? -> 절대 동감입니다.
* 나는 질병이 누가 희생자인가, 누구 책임인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규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질병 내지 질환이란 우리의 신체나 인성 구조 속에 인간으로서 잠재력 실현을 막는 어떤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믿는다.
* 내가 보기에 악한 사람들은 나르시시즘적 성격 장애의 한 특수한 변이로 분류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 역시 절대 동감.
* 공포증은 전치의 결과, 어떤 대상에 대한 정상적인 공포나 혐오감이 전혀 다른 대상에게로 대치될 때 발생하는 것이다.
* 깊은 치유가 진행될 수 있으려면 환자는 일정 단계부터는 어느 정도 퇴행을 해야만 한다. 적어도 정신분석적 치료 장면에서는 그렇다. -> 심리치료 및 상담에서 일반적으로 내담자의 자기 성장을 위해 상담자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자율성과 선택, 책임을 강조하라고 가르치는 것과는 약간 상충되는 측면이 있는 말입니다. 저는 내담자에 따라, 같은 내담자에 따라서도 특정 타이밍에서는 어느 정도의 퇴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 일반적으로 치료 과정의 가장 위대한 발자국은 대개 환자가 정신 치료자를 찾아가기로 처음 결정을 내리는 순간 이미 시작된다.
-> 그래서 저는 내담자의 용기를 존경합니다.
* 모든 인간 악의 뿌리는 게으름과 나르시시즘이다.
-> 게으름은 모르겠지만 나르시시즘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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