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업적으로 커핑을 하는 생두감별사인 Q-grader일리가 없고 바리스타 같은 업계 종사자도 당연히 아니지만 그냥 커피를 좋아하고 이런저런 커피를 마셔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커피 원두를 찾은 나름의 방법을 참고하시라고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이 방법은 믹스 커피 같은 인스턴트 커피나 캡슐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아아, 뜨아 등을 사서 드시는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핸드/머신 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서 커피를 드시는 분 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원두를 찾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보통 원두를 고를 때 나라 별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케냐 AA, 콜롬비아 수프리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인도네시아 만델링, 과테말라 안티구아처럼 말이죠.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이 방법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원두 품종을 중심으로 찾는 게 더 낫습니다.
대표적인 커피 품종으로는 Bourbon, Typica, Caturra, Catuai, Mondo Novo, Acaia, SL28, SL34, Catimor, Heirloom, Castilla, Kent 등이 있습니다.
일단 각 로스터리 업체의 블랜딩한 커피를 피하고 단일 품종으로 구성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고릅니다. 처음에는 최대한 다양한 품종의 싱글 오리진 커피를 시도하는 게 좋은데 마음에 드는 품종의 원두가 있으면 따로 기억해 둡니다.
이 때 중요한 건 약배전으로 로스팅한 원두여야 한다는 겁니다. 커피 원두는 볶는 정도에 따라 약배전 -> 중약배전 -> 중강배전 -> 강배전 정도로 분류하는데 강배전으로 갈수록 더 강하게 오래 볶아 쌉싸름한 맛이 강해집니다.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중강배전 이상으로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하는데 그래야 일정한 커피 맛을 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으로 바꿔 말하면 품종 별 차이가 드러나지 않게 됩니다. 다 쓴 맛만 나니까요.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커피 품종을 찾고 있으니 품종 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러려면 약배전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골라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품종을 찾았으면 그 다음에는 가공 방식(
'커피 원두의 가공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가공 방식에는 크게 건식법이라고 하는 Natural과 습식법으로 불리는 Washed의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누는데 똑같은 원두 품종이라고 해도 가공 방식에 따라 향과 맛이 많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원두를 찾은 다음에는 Natural과 Washed 방식으로 가공한 원두가 맛이 달라지는지, 어느 가공 방식의 원두가 더 마음에 드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나라와 지역은 흔히 말하는 '떼루아'의 문제이니 그 다음에 좀 더 디테일하게 살펴볼 때 고려해도 충분합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Caturra, Catuai 두 개의 품종이 저랑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1. 커피 구매 시 블랜딩한 원두 말고 단일 품종으로 구성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골라야 함
2. 각 원두 품종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약배전이나 중약배전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골라야 함
3. 좋아하는 원두 품종을 찾았으면 가공 방식을 바꿔가며 어떤 가공 방식이 더 마음에 드는지 시험해 볼 것
4. 마지막으로 나라와 지역을 매칭해가며 선택의 폭을 넓혀볼 것
덧. 제 경우에는 와인도 비슷했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 까베르네 프랑, 멀롯, 피노누아보다는 산지오베제 품종 포도로 만든 와인이 더 제 입맛에 맞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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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판매 업체에서 이런 저런 원두를 섞어서 블렌딩한 커피가 아닌 하나의 원두만 담겨 있는 싱글 오리진 커피를 소개할 때 농장명, 농장주, 지역, 재배고도, 품종 같은 정보와 함께 가공 방식 정보도 공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공 방식에 따라 커피의 향미와 맛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알아두면 좋은 정보입니다.
커피 원두의 가공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츄럴(Natural), 워시드(Washed), 허니(Honey) 가공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 내츄럴(Natural) : 자연건조방식 일명 건식법
: 자연 건조와 인공 건조 방식으로 나뉘며 수확 시기에 강수량이 적거나 햇빛 건조가 가능한 국가나 농장에서 주로 이용되는 가공 방식입니다. 커피 체리를 나무에서 따자마자 바로 건조시키는 방식입니다. 건조 시간을 충분히 주기 때문에 부드럽고 잘 익은 풍미의 생두를 얻을 수 있지만 이물질이 혼입되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산미가 다소 약한 대신 바디감이 풍부한 편입니다.
* 워시드(Washed) : 일명 습식법
: 현대적인 가공 방법으로 건식법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지만 좋은 품질의 커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커피 체리를 딴 후 기계를 이용하여 겉 껍질인 펄프를 제거하고 물에 담가 점액질까지 제거한 상태에서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껍질과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되어 깔끔하고 부드러운 향미를 갖게 되고 상대적으로 건조 기간이 짧기 때문에 바디감은 다소 약하지만 산미가 살아있고 풍미가 부드러운 편입니다.
* 허니(Honey) : Pulped Natural
: 펄프는 완전히 제거하지만 점액질은 적당히 제거하고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점액질을 제거해내는 양에 따라 블랙허니, 레드허니, 옐로우, 화이트 허니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펄프 처리까지는 워시드 방식을, 후반부는 내츄럴 방식이라 Semi-washed 방식이라고도 부릅니다. 내츄럴 방식과 워시드 방식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어서 안정된 바디감을 가지며 산미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편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주로 내츄럴 방식으로 가공된 커피를 마셨는데 이번에 프릳츠에서 워시드와 허니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 원두를 구입하여 산미와 바디감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는 확실히 내츄럴 방식으로 가공한 원두가 입에 맞는 것 같습니다. 내츄럴 방식에 비해 워시드, 허니 방식은 확실히 산미가 강해서 제가 선호하는 맛은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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