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심리검사는 최소한의 도구로 최대한 많은 심리적 특성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피검자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동기를 최대한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높은 검사 동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검사 라포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대면 검사 실시 이전에 이미 검사에 대한 충분한 orientation을 제공함으로써 피검자가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면 검사 시 특히 중요한 것은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검사 시간을 가능한 한 짧게 압축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Full Battery를 기준으로 하면 피검자의 증상과 그에 따른 반응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BGT, 지능 검사, HTP, 로샤 검사까지 실시하는데 있어 2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검사자가 검사 실시 절차에 숙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검자의 반응을 신속하게 기록해야 하며 약호화를 통해 불필요한 handwriting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검사 후 면담도 이런 맥락에서 짧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검사 전 배경 정보와 검사 중 피검자가 보인 반응 양상 및 검사 sign이 상응하지 않아 통합되지 않을 때 불안해진 검사자가 부족한 정보를 메우려고 검사 후 면담이 길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 아무리 면담을 길게 한다고 해도 부정확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만 (선별적으로) 수집하게 되므로 검사 후 면담을 길게 하는 건 제대로 된 formulation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사 후 면담은 사전에 세운 '검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최대한 짧게 실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대면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 검사 가설을 미리 설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기 보고형 검사지(MMPI-2/A, SCT 등)를 사전에 수거하여 대면 검사 전에 채점, 분석, 해석을 완료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대면 검사가 끝난 후 검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을 probing하기 위한 검사 후 면담을 compact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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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서 제가 항상 신경 써서 사용하는 '심리평가'라는 말이 아닌 '심리검사'라는 말을 사용했음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심리평가는 심리검사와 행동관찰, 면담, 전문지식을 통합해 심리평가보고서라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유기적인 작업입니다. 물론 그 중 심리검사가 가장 큰 비중과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고요.
심리검사는 검사자가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피검자를 대상으로 표준화된 심리검사 도구를 이용해 피검자의 다양한 심리 현상을 측정하는 절차입니다.
그렇다면 심리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검자가 최상의 수행(best practice)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피검자가 검사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 결과를 신뢰롭게 해석할 수 없을테니까요.
이러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유효 적절한 심리검사 도구의 선정과 검사 시간의 단축. routine하게 검사를 수행하면서 피검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는 검사자가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불안 때문에 추가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답시고 면담을 하면서 피검자를 괴롭히는 경우도 많고요. 피검자도 사람이고 사람인만큼 피로가 쌓입니다.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피검자가 최대한의 수행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유효 적절한 검사도구를 선정해 검사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중간에 휴식 시간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검사자의 융통성이 많이 요구됩니다.
피검자의 검사 동기 최대화. 검사자는 가끔 피검자가 자신만큼 검사 수행에 동기화되어있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많은 경우 피검자는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강권에 의해 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청소년의 경우가 대체로 그렇고, 치매가 의심되는 어르신이 그렇고, 하다못해 장애 판정을 원하는 보호자에 의해 의뢰된 경우가 그렇습니다. 검사 상황에 익숙한 검사자와 달리 피검자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낯선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많은 경우 일종의 시험과 같다고 지각합니다. 따라서 라포 형성은 상담 장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비록 정해진 시간 동안만 실시하는 심리검사라고 하더라도 검사자는 피검자와 최대한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처럼 피검자가 최선을 다해 검사 과제를 수행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경우 산출된 결과 자료는 신뢰롭게 해석할 수가 없게 되므로 피검자를 보내놓고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피검자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피검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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