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식 일정이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늦잠도 자고 오전 내내 호텔에서 쉬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동물원과 수족관을 둘러봤다고 하네요.
거의 정오가 다 되어 호텔을 나섰습니다. 오늘도 하늘이 파란 것이 날씨가 참 좋네요.
시드니에 온 뒤 두 번째로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 것 같은데요.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항구도 붐비는 느낌이 별로 없네요.
다리를 건너다 오른쪽 뒤로 돌아본 모습입니다. 항구 근처에 제가 묵었던 노보텔과 Ibis 체인 호텔이 보이네요. 노보텔은 위치 하나는 정말 좋은데 그거 빼고는 아무런 메리트가 없습니다. 가격도 비싸고요. 개인적으로 시드니에 왔더라면 다른 숙소를 물색했을 것 같습니다.
12시 쯤에 일행을 만나 점심을 먹으러 Sydney Fish Market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곳인데 거의 관광객들만 들르는 것 같습니다.
여기가 입구인데 안쪽으로 쭉 매장이 있습니다. 각종 수산물을 사서 밖의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수산물을 사고 식당에 비용을 주고 조리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예 조리까지 해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비건인 저야 여기 올 일이 없었지만 일행들이 하도 여기를 보고 싶다고 해서 왔는데 정작 볼거리는 별로 없습니다. 다양한 수산물이 있는 건 맞지만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습니다. 관광객들이 들르는 영역만 봐서 그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행들은 Seafood Platter를 주문했고 저는 그냥 빵과 커피로 간단히 점심을 먹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Seafood Platter의 가격이 5만 원이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것도 아니고 반은 감자 튀김이더군요. 그냥 싱싱한 해산물을 먹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같습니다.
점심을 다 먹을 때쯤 가이드에게 연락이 왔고 곧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오후 일정은 시드니 근교에 있는 Warwick Farm이라는 경마장을 벤치마킹하는 것이었는데요. 차량으로 50분 정도 나가야 합니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날이라 들어갈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문이 열려 있어서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경마장인데 시설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 구석구석이 많이 낡았더군요. 그래도 경마의 명맥을 잘 유지하는 걸로 알려진 호주에서도 쇠락해 가는 경마 산업의 숨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편의 시설 중에는 Bar도 있었는데 굉장히 작고 인테리어 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듯 보이기는 했습니다. 흡연석도 따로 마련되어 있더군요.
인상적인 건 경마장 안에도 TAB이 있더군요.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된 시설이나 홍보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복장 규정이 꽤 detail한 것도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처럼 모래 주로가 아니라 잔디 주로여서 눈이 참 시원하더군요. 꼭 경마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바람 쐬러 나오기 좋은 것 같았습니다.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시내 면세점에 잠시 들렀는데 선물로 글루코사놀, 마누카 꿀, 메디칼 꿀 등을 고려했으나 너무 비싸서 안 사기로 했습니다. 실적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직원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들이대는 것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국내 가격과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시드니에서 마지막 밤 역시 달링 하버의 레스토랑에서 조금 비싼 만찬을 즐기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역시 야경은 평일 밤이 더 멋지네요. 야근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일수록 야경이 멋지니 참 아이러니컬합니다.
내일 오전에 한국으로 떠나기 때문에 일찍 해산하고 숙소로 돌아와 각자 짐을 싸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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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서 회복된 분들이 제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 전환점이 바로 핑계를 대지 않게 된 이후부터 였다는거죠.
그 전까지는 도박 중독의 이유를 자꾸 밖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 아버지가 젊었을 때 한 때 도박에 미쳤다고 하니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보다. 피는 못 속이는거지'' 회사 동료가 경마장에 놀러가자고 꼬시지만 않았어도 내가 요 모양 요 꼴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내가 처음 재발했을 때 아내가 따뜻하게 받아주고 용서해주기만 했어도'' 내 직업이 자유로운 영업직이 아니었다면'' 부모님이 이 빚을 한번만 더 갚아주셨어도'' 국가가 경마장을 운영하지만 않았어도'' 스포츠 토토 판매점이 우리집 앞에만 없었어도' 등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으신가요?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내가 도박에 중독될 가능성이 커지기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위험한 조건인데도 도박에 중독되지 않는 사람이 분명 있고 빠져들어도 나보다 한결 수월하게 빠져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도박에 중독되어 이 고통을 겪고 있는걸까요?
설사 내가 도박에 중독된 이유를 찾는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나요?
자신이 도박에 중독된 이유를 밖에서 찾는다면 무수히 많은 가능한 이유들이 있을텐데 정작 자신이 도박에 중독된 진짜 이유를 찾을 수도 없거니와 찾아도 내가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 이상 핑계대지 마세요. 서운할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겁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요. 왜 하필 나냐고 울분을 토해봤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도박을 선택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이 구덩이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만 생각하세요. 누가 나를 이 구덩이에 떠밀었는지 생각하는 대신 말이죠.
그건 일단 이 구덩이를 탈출하고 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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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의 임자영, 현명호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2, 379-393)에 publish한 '승리 접근 경험이 도박 행동에 미치는 영향'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강원랜드 카지노, 경마장, 경륜장 이용객 및 도박 행동 경험자 82명
- 병적 도박자 : 43명
- 사교적 도박자 : 39명
* 측정 도구 : SOGS, computer를 이용한 게임 프로그램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및 ANOVA, MANOVA
* 연구 결과
1.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이 없는 조건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음.
2.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는 병적 도박자의 게임 지속 시간과 게임 횟수가 유의미하게 많음.
3. 승리 접근 경험이 있는 조건에서도 두 집단 간 반응 잠재기에는 차이가 없음.
* 월덴지기의 Comment
1. 연구 대상을 보면 총 87명 중 문제성 도박자에 해당하는 5명을 제외한 82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했는데 병적 도박자와 사교적 도박자가 각각 43, 39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나뉘어진 양상(짠 것처럼)인데 솔직히 믿기 어려움.
2. 이 연구에서는 진단 도구로 SOGS를 사용했는데 SOGS는 허위긍정(False Positive)이 높은 것으로 결론이 난 척도이므로 이 연구에 병적 도박자로 분류된 43명 중 상당수가 문제성 도박자이거나 사교적 도박자일 가능성이 큼.
신뢰롭지 못한 측정 도구를 사용해서 연구 대상을 분류했기 때문에 이후 결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가 없음.
3. 승리 접근(near-miss) 경험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은 슬롯 머신의 형태인데 연구 대상자가 경험한 도박과 유사성이 매우 낮음. 경마, 경륜은 말 할 것도 없고 강원랜드 카지노의 경우에도 슬롯 머신 뿐 아니라 바카라, 블랙잭 등의 카드 도박, 룰렛과 같이 다양한 도박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울 듯 보임.
4. 현장에서 보면
사실 상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강도는 승리 접근 경험이 아니라 대박 경험(승리 경험)이 훨씬 큼. 그런데 승리 경험에 대한 측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승리 접근 경험만 다룬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며 승리 경험을 covariate로 설정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 승리 경험이 있는 도박자에게 승리 접근 경험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
5.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불과하며 소위 "So What?" 비판에 취약함. 승리 접근 경험이 병적 도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장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저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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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경마일 아침입니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주 5일제가 시행된 이후 출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은 한산합니다. 사당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 남자 중에 등산복을 입지 않고 혼자 타는 사람은 십중팔구 경마장에 가는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지하철 4호선 경마 공원역에서 내립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여지없이 예상지 판매업자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싸인펜까지 천원!", "잘 맞는 예상지 ***** 있습니다!"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두 갈래의 사람 띠가 생기는 것이 보입니다. 20대 젊은 아가씨와 대부분 30~40대 이상으로 구성된 아저씨의 띠... 아가씨들은 마권 발매소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고 아저씨들은 경마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입장 매표소의 문이 열리는 시각.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달음질을 칩니다. 자리를 맡기 위해서입니다. 새로 지은 신관(럭키빌)의 시설이 뚝섬 경마장에서 옮겨 오던 당시에 지어진 구관(해피빌)보다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구관으로만 몰립니다. 자기가 앉던 자리에 앉아야 돈을 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들은 뜁니다.
어느덧 경마장이 사람으로 꽉 들어찼습니다. 가끔 젊은 연인들이 보이기도 하고 가족들끼리 소풍을 나온 모습들도 보이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혼자 왔거나 경마장에서 알게 된 사람들입니다. 돗자리 사용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경주가 되자 실내 여기저기에 돗자리가 깔립니다. 아이들은 혼자 놀다 지쳐 잠이 들고 그 곁에서 부부는 눈에 불을 켜고 대박을 꿈꿉니다.
여기저기에서 경주와 관련된 유언비어가 난무합니다. 사람들이 근거없는 소문에 우왕좌왕합니다. 경주가 끝날 때마다 엉뚱한 말을 고른 사람들의 탄식과 욕설이 터져 나옵니다.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여기가 경마장이 아닌 양 이런저런 변명을 하는 사람들의 통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다른 곳에서는 경마 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화장실에서나 그런 통화가 가능합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경주인 11경주가 시작됩니다. 어떻게 오늘 잃은 돈의 반이라도 찾아보려고 차비까지 털어서 베팅을 해 보지만 역시나 또 글렀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시는 경마를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깁니다. 지하철 입구에서는 그나마 당신들의 남은 돈마저 털고야 말겠다는 듯이 야바위꾼이 스테인리스컵에 주사위를 넣고 흔들면서 희생양들을 유혹합니다.
지하철 계단에는 장난감 바이올린 장수가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장난감으로라도 달래라는 듯 불쌍한 가장들을 손짓합니다.
매표소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신용불량인 사람들은 교통 카드가 없기 때문에 그 줄에 섞여 일회용 회수권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철은 오늘도 더디 옵니다. 모처럼 온 지하철에 한 잔술을 거나하게 걸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대공원으로 나들이를 한 모양인 가족들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품으로 파고들고 경마 공원역에서 탄 사람들은 여지없이 침을 튀기며 목소리를 높여 오늘의 경주를 품평합니다.
가지고 온 돈을 몽땅 날린 사람들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겠지만 출마표가 나오는 목요일이 되면 또다시 경마장에 가기 위해 돈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경마장에 올 것입니다. 그런 일상이 언제나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신 만이 아시겠지요.
주말이 되면 1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경마장(이제는 경마공원이라고 부릅니다만)과 장외 발매소를 찾아 매일 500억에 가까운 돈을 베팅합니다.
과연 그들 중 몇 명이나 레저로 경마를 즐기기 위해 경마장과 장외 발매소를 찾는 것일까요?
저는 모릅니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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