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편리해져서(편리해졌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만) 집에서 PC를 이용해 계좌 이체를 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금융 거래를 하는 세상이 왔죠.
저는 2011년에 중국에 갔다가 공인인증서가 담겨 있는 아이폰을 분실한 경험을 한 뒤로 스마트폰으로는 일체의 금융 거래를 안 하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 노출로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것의 맹점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예전에는 우직하게 돼지 저금통에 돈을 모아서(모으는 동안 이자가 붙는 게 아닌데도) 저금통이 꽉 차면 은행에 맡겼습니다. 출금을 하려면 통장과 도장을 들고 은행에 가서 출금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웬만한 일이 아니면 은행은 돈 찾으러는 잘 안 가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내가 갖고 있는 돈을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신용 카드란 것도 있어서 당장 내 계좌에 돈이 없어도 신용을 담보로 돈을 융통할 수 있게 되었죠. 참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로 크게는 돈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줄어들었고 작게는 돈을 모으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한 때 온라인에 회자되던 '월급 로그인 -> 퍼가염 -> 월급 로그아웃' 농담에서처럼 소비를 조장하는 주체들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으려면 금융 거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시간의 delay 동안에 다시 한번 자신의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고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의 금융 거래앱을 지우고, 신용 카드를 없애고, 체크 카드는 하나만 쓰고, CMA 계좌도 은행보다는 증권회사의 것을 쓰고, 귀찮아도 가계부를 쓰세요.
그러면 당장 사제끼지 못하고, 없는 돈을 끌어다 쓰지 못하고, 한도 이상으로 마구 지출하지 못하고, 사용하기 불편해서 이리저리 이체하지 못하고, 가계부를 쓰는 것이 귀찮아서 차라리 소비 안 하게 됩니다.
CMA 계좌 하나에 대해서만 더 이야기하자면 저는 CMA 계좌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SC은행 계좌이고 다른 하나는 메리츠 증권 계좌입니다. SC은행 계좌에서 발급한 체크 카드는 현금 지급기에서 현금을 찾아도 수수료가 붙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게 되니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이 계좌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메리츠 증권의 CMA 계좌로 옮깁니다. CMA 계좌는 출금이 잦을수록 이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넣으면 출금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사용하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SC은행의 인터넷 뱅킹보다 메리츠 증권의 인터넷 뱅킹이 더 복잡하고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죠.
확실히 동일한 금액의 돈이 들어있을 때에도 SC은행의 CMA계좌와 메리츠 증권 CMA계좌의 이율은 큰 차이가 나더군요.
돈을 모으고 싶으면, 하다못해 소비를 줄이고 싶으면 가능한 금융 거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투기로 돈을 모으는 방법이 아니라 이런 게 진짜 재테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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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나 펀드 등의 계좌는 운용하는 회사와 관리하는 회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한 구분이 아닙니다만. 직원이 상품을 소개하면 상품의 내용만 보고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재무 설계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성가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관리를 받고 있던 재무 설계사가 다른 증권사로 이직하는 경우에 금융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는 동일하더라도 관리 회사가 다르다면 재무 설계사가 옮겨간 회사에서는 그 금융 상품 내역을 고객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조회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소액 연금 펀드 상품을 하나 가입하고 있었는데 제 계좌를 관리하던 재무 설계사가 바로 타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증권 관리 계좌를 재무 설계사가 이직한 회사로 옮길 필요가 생겼습니다.
재무 설계사의 관리를 받고 있다고 하니 제가 엄청난 금액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보험(보장성, 변액, 실손)과 연금(저축, 펀드) 등을 라이프 플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때에 따라 자문을 구하는 것이죠. 작년에는 회사에서 퇴직금을 퇴직 연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떤 상품을 택하는 것이 좋을 지 자문을 부탁했었고요.
저처럼 큰 돈을 운용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직장인일수록 재무 설계사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이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고 보장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여기저기 증권 회사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은 정신도 없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기에 관리 계좌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대단한 건 없고 그냥 기존에 이용하던 증권 카드와 옮기려고 하는 회사의 증권 카드를 모두 들고 기존의 금융 지점 중 아무데나 가서 관리 계좌를 타사로 이전하려고 한다고 하면 간단하게 처리해 줍니다.
정작
중요한 건 관리 계좌 타사 이전은 아무 때나 가면 안 되고 대부분의 증권 회사에서 오후 2시까지만 가능한 업무라는 것이죠. 간혹 아무때나 와도 된다는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반드시 확인 후 가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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