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7시쯤 일어나 식당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스 여행 중 아침 식사는 아킬레스 호텔에서 먹은 것이 제일 낫더군요. 커피도 맛있고...
오늘 일정은 아크로폴리스와 고고학 박물관을 들르는 것이었는데 첫날 먹었던 체리맛을 못 잊어 Flea Market까지 잠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2kg 정도만 사서 돌아다니면서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사기 상술에 당했습니다.
Monastiraki역 바로 앞에 있는 노점인데 체리가 쌓여있는 부분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손님이 있는 쪽은 검게 잘 익은 체리를 쌓아두고 주인(녹색티를 입은 사람)이 있는 쪽은 잘 익지 않은 빨간 체리가 쌓여 있습니다. 주문을 하면 주인은 손님 쪽의 잘 익은 체리를 담지 않고 자기 쪽에 있는 설익은 체리를 담습니다. 손님이 직접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익은 체리를 담아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고 제대로 담았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돈을 주면 안됩니다. 일단 돈을 받고 나면 태도가 돌변합니다. 무르는 것도 안되고 빨리 가라고 위협적으로 나옵니다. 될 수 있으면 다른 가게에서 체리를 사시고 이 가게에서 사실 일이 있으면 꼭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하세요. 이 사건 때문에 여행 마지막에 기분을 아주 제대로 잡쳤습니다.
Ancient Agora는 이미 첫날 돌아봤기 때문에 아크로폴리스만 보고 싶었지만 아크로폴리스만 따로 파는 티켓이 없습니다. 결국 12 유로짜리 패키지 티켓을 끊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분이라면 하루에 몽땅 도는 일정을 잡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방법입니다.
오전 9시 30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여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인데 위로 올라가면 정말 거의 인산인해 수준입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Odeon of Herodes Atticus입니다. 일종의 원형 극장인데 지금도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공연을 할 때에만 공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밖에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부분이 그런대로 볼 만한 부분입니다. 솔직히 명성만 못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온통 복원 공사중이라서 정신이 없습니다. 앙코르 와트처럼 아예 문을 닫고 복원을 하든지... 복원은 복원대로 하면서 돈은 돈대로 벌겠다는 심보가 아주 고약하더군요. 솔직히 좀 짜증이 났습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본 제우스 신전의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파르테논 신전보다 제우스 신전이 더 좋았습니다.
Erechtheion의 모습입니다. 파르테논 신전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이오니아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인데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독특한 건물이죠. 6명의 여성상이 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물론 이것은 진짜가 아니고 몇 개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있고 나머지는 유럽의 박물관에 분산되어 있다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원형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flash만 터뜨리지 않으면 촬영이 가능하나 이상하게도 유물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왜 그런 것인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시원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거의 종종걸음으로 관람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역시 짜증이 납니다. 사실 공간이 협소해서 전시품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
길을 따라 쭈욱 내려오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식당을 만났습니다.
전망이나 분위기는 좋으니 맥주 한 잔 하기에는 좋으나 식사는 비추천입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플라카 지구의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피스타치오 열매를 샀습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적극 추천입니다. 그리스의 견과류는 속이 알차고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선물로도 좋고 나중에 집에서 술 한잔 하실 때 안주로도 그만입니다. ^^b
호텔로 돌아와서는 잠시 쉰 후에 체크 아웃을 하고 짐을 맡겼습니다. 오후에는 고고학 박물관만 둘러본 후 공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킬레스 호텔에서 고고학 박물관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지도만 잘 봐도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인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알이 꼭 찐빵같이 보이는군요. ^^
유명한 트롤리 버스입니다. 전력선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저상 버스이죠. 타 보지는 못했습니다.
고고학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사 먹은 구운 옥수수입니다. 1개에 무려 2 유로나 하는데 비싸기는 하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소금을 살짝 뿌려주는데 고소하고 짭짤한 것이 아주 맛있습니다. 군것질거리로 강력 추천합니다.
고고학 박물관의 입장료는 7 유로입니다. 큰 가방은 입구에 있는 보관소에 맡겨야 하는데 판단이 서지 않으면 직원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고고학 박물관은 아침 8시에서 저녁 7시까지 개관이며 월요일만 12시에서 7시까지 문을 엽니다.
명색이 고고학 박물관인데 정문 광장에 현대적인 조형물이 서 있어 조금 의아했습니다. 뭐 그런대로 어울리기는 하네요.
고고학 박물관은 엄청 넓어서 짧은 시간에 다 볼 수는 없습니다. 전시실을 모두 둘러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셔야 하고요. 시간이 없는 분은 1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를 권해 드립니다. 중요한 전시물들이 1층에 가장 많거든요. 보시는 것은 키메라(맞나?)입니다.
아직까지 제우스인지 포세이돈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하는 동상입니다. 이 박물관에 전시한 전시물들은 죄다 설명이 바닥에 가깝게 붙어 있어서 읽어보기 너무 불편하더군요. 다만 전시실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좋았습니다.
아프로디테 여신의 우아한 자태입니다. 참 정교하죠?
목신 '판'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집적대는 것을 아들인 에로스 신이 밀어내고 있네요. 아프로디테 여신의 오른손에 든 것은 혹시 슬리퍼?
보아하니 헤라클레스가 머리 아홉개 달린 뱀 히드라를 퇴치하는 그림인 것 같네요.
1층 전시실 어딘가에 있던 아가멤논의 황금가면입니다. 황금가면이라고 해서 두껍고 무거운 것을 연상했는데 얇게 편 금박으로 된 가면이군요.
황금으로 된 관입니다. 아가멤논의 황금가면보다 이게 더 볼 만 하네요.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너무 지체했다가는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후 2시 30분 쯤에 박물관을 나왔습니다. 호텔로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아무래도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노천 식당에서 간단하게 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서빙하는 언니들이 러시아삘이 나는 게 다들 금발머리에 하얀 피부의 쭉쭉 언니들이더군요. 뭔가 체인 같은 느낌도 나고.
문제는 뭐든지 너무너무 느리다는 거... 똑같은 스파게티를 2개 주문했는데 뭔가 잘못됐는지 하나만 나오고 5분 뒤에 나온다고 해 놓고는 함흥차사... 스파게티 하나를 나눠 먹다가 콜라를 추가 주문했는데 10분이 걸려도 안 나오더군요. 기다리다 못해 결국 카운터로 갔는데 그제서야 음식이 나오더군요. 음식값을 내겠다고 했는데 빼주겠다고 해 놓고는 주문 취소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서로 우왕좌왕... 쩝... 결국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거의 뛰듯 했습니다. 그리스에서 뭔가를 주문할 때에는 충분한 시간을 예상해야 합니다. 뭐든지 느린 편이에요. 우리나라처럼 생각하다가는 속 타서 죽습니다. 시간이 서너 배는 더 걸리는 듯... 그렇게 매사에 느리면서 대체 차는 왜 그렇게 함부로 씽씽 모는지 원...
호텔에서 짐을 찾고 부랴부랴 신다그마 광장으로 가서 X95 버스에 올랐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지 항상 빠르던 버스도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다행히도 체크인 카운터가 한산해서 수속은 금방 끝났습니다. 보딩까지 해 놓고 서두른 김에 마른 목도 축일 겸 공항 스넥 코너에서 음료수를 샀는데 파워 에이드(2.9 유로), Bitter Orange 음료(2.4 유로) 가격에 또 한번 허거덩~ 아무래도 적응이 안 됩니다.
6시에 아테네 공항을 이륙해서 4시간 정도 비행한 후 자정 무렵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아테네에서 두바이로 올 때 먹었던 기내식입니다. 그리스를 오가는 항공기라서 그런지 어김없이 샐러드에 페타 치즈가 들어있네요. ^^
500 디르함 이상의 물건을 사는 고객마다 경품권을 주는데 상품이 벤츠네요. 뭐 당첨이 된다고 하더라도 유지비 감당이 안 될테지만요.
두바이에서는 면세점에서 보니데 회사 직원들에게 선물 할 초컬릿(18 DHS)과 집에서 먹을 Absolute Vodka(Pear, Raspberry, 110 DHS)와 와인(69 DHS)을 샀습니다.
두바이에서 인천 공항으로 올 때 먹었던 기내식입니다. 쌀은 안남미이지만 나름 불고기 비슷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김치가 있네요. 맛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랍니까?
6월 9일 오후 6시 45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함으로써 그리스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덧. 끝나는 마당에 간단한 필수 그리스어를 짚어보도록 하죠.
- Hello : 야사스
- Good Morning : 칼리메라
- Good Night : 칼리닉타
- Goodbye : 안디오~ㄱ
- Please : 파라칼로
- Thank You : 에파리스토(or 에프까리스토)
- Sorry : 시프노미
- Yes : 네(우리와 반대로 고개를 옆으로 살짝 숙이는 것이 긍정의 뜻입니다)
- No : 오히(역시 우리와 반대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부정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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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 : 4 유로
* 아크로폴리스 입장권 : 12*3 = 36 유로
* 그리스 폴라포 3개 : 1.2*3 = 3.6 유로
* 생수 500ml : 0.5 유로
* 피스타치오 등 견과류 : 39.6 유로
* 고고학 박물관 입장권 : 7*3 = 21 유로
* 구운 옥수수 2개 : 2*2 = 4 유로
* 점심 식사비 : 23.8 유로
* X95 버스 승차권 : 3.2*3 = 9.6 유로
* 공항 스넥코너
- 파워에이드 : 2.9 유로
- 비터 오렌지 음료 2병 : 2.4*2 = 4.8 유로
* 두바이 면세점 쇼핑
- 초컬릿 : 18 디르함
- 앱솔루트 보드카 2병 : 55*2 = 110 디르함
- 와인 : 69 디르함
= 197 디르함 = 40.95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