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제가 생각할 때 크게는 3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동물권리존중입니다.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동물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만큼 소중하고 그들의 고통도 인간의 고통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숫자가 이 이유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많고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 뿐 아니라 모피 반대,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에게서 추출하는 건강보조식품 등도 자발적으로 섭취하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꿀벌을 착취하는 것이 싫어 꿀도 먹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육식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 급기야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2006)'을 읽으면서 채식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이 맛있는 고기를 못 먹어서 어쩌냐?'며 안타까움 반 놀림 반의 말을 간혹 하지만 동물권리존중을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싶지만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전혀 먹고 싶지 않기 때문(사실 저는 육식하는 사람들을 매우 안쓰럽게 보는 편입니다)에 고기를 못 먹는다고 전혀 안타깝지 않습니다. 왜 이 좋은 걸 이제서야 시작했을까 하는 것이 더 안타깝죠.
두번째 이유는 건강 때문입니다. 암을 비롯한 불치, 난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건강 회복 또는 치유를 위해 채식을 선택한 경우이죠. 현미 채식을 하기도 하고 생식을 하기도 합니다.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은 육식을 싫어하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는 잠시 육식 금단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채식으로 건강이 좋아지고 익숙해지면서 이들도 육식에 대한 욕구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세번째 이유는 환경보호때문입니다. 육식, 그 중에서도 공장식 축산만큼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없죠. 지속가능한 자연을 유지하기 위해 신념을 갖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채식을 하면서 둘러보면 첫번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고 환경보호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의 수가 가장 적은 것 같지만 사실 어떤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든 결국은 하나의 접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저만 해도 동물권리존중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좋아진 건강때문에라도 채식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졌고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 이 밖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좀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뺐습니다.
태그 -
Vegan,
건강,
고기,
공장식 축산,
동물권리존중,
모피 반대,
육식,
죽음의 밥상,
지속가능한 자연,
채식,
피터 싱어,
환경보호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70
사람들에게 채식을 한다고 하면 주로 듣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그런 상식의 허실을 몇 가지 정리해봤습니다.
1. 풀떼기만 먹고 고기 안 먹으면 힘을 못 쓴다고~
: 이건
'과연 인간에게 육식이 맞는가 : 신체 기관의 부합성' 포스팅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반박할 건덕지도 없는 말이라서 참 거시기한데 고기와 힘을 쓰는 것의 관계에 대한 전제 자체가 잘못되어있거든요. 실제로 가장 강인한 축에 속하는 황소, 코끼리, 고릴라, 하마, 낙타 등은 죄다 채식 동물이죠. 게다가 고기와 힘을 쓰는 것의 관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역시나 인간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육식 동물이 아니라 유인원과 같은 과일 상식 동물류거든요. 치아와 위장 구조가 고기를 먹도록 진화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여담이기는 하지만 채식을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나 철인 3종 경기, 장거리 마라톤을 하는 선수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고 성적도 좋은 편입니다.
2. 성장기 애들은 고기를 먹어야 쑥쑥 자란다고~
: 고기에 포함된 동물성 단백질은 반드시 동물성 지방과 함께 섞여 있기 때문에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과 같은 몸에 좋지 않은 저질지방도 섭취하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특히 고온으로 조리된 육류에는 발암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과 벤조피렌 성분 등이 들어 있어 몸에 해롭습니다. 콩류와 통곡류를 함께 섭취하면 10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모두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 성장 속도는 조금 느린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채식을 하는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면역력도 강합니다.
3. 고기는 그렇다고 해도 등푸른 생선은 먹어야 한다고~
: 등푸른 생선에 많은 오메가-3가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해 중금속 축적도가 높은 생선에서 추출한 오메가-3도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두, 잣, 아몬드, 해바라기씨와 같은 견과류나 씨앗류를 먹는 것이 성장과 두뇌에 더 좋죠.
4. 우유를 먹어야 키가 크고 뼈도 튼튼해진다고~
: 우유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놀아난 대표적인 상식의 허실이죠. 동양인에게 유단백인 카제인을 분해하는 락타아제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한거야 이제는 서구화되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해도 우유는 대표적인 산성 식품으로 체내 산알칼리 균형을 맞추기 위해 뼈 속의 칼슘을 용출시키므로 오히려 뼈를 약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생산된 우유에는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의 화학물질이 과다하게 녹아 있기 때문에 장복할 경우 대사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유 대신 두유를 마시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훨씬 더 낫습니다.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영양학적으로 채식만 해도 영향 균형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몸에 훨씬 더 좋습니다.
출처 : 채식전문잡지
'Begun' 11월호에서 발췌 및 요약
태그 -
HCAs,
견과류,
고기,
동물성 단백질,
락타아제,
벤조피렌,
오메가-3,
우유,
육식,
채식,
카제인,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필수아미노산,
헤테로사이클릭아민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749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제 건강을 걱정하는 지인들이 꽤 많더군요.
'고기를 안 먹으면 어떻게 힘(?)을 쓰려고 그래'라는 걱정은 고기 구경을 하기 힘들었던 시대를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고,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해야 건강하지 라는 일견 합리적으로 들리는 조언은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나 동년배들이 주로 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골고루 먹어야 하는 음식에 육식이 포함되는 걸까요? 오늘은 신체 기관의 부합성 측면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인간이 분비하는 소화액은 기본적으로 육식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육식 동물은 인간보다 10배는 강한 염산을 분비하며 장이 아주 짧아서 고기를 빨리 소화할 수 있는데 인간의 장은 육식 동물보다 3배 가까이 더 길고 소화액의 산도가 낮아서 육식을 하면 2~3일 간 장에 담고 다니다가 변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서 육식을 하게 되면 포만감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데 사실은 고기를 처리하기 어려운 신체 장기가 더부룩함을 호소하는 것을 인간이 배부르다고 착각하는 것 뿐입니다.
또한 육식 동물은 고기를 잘게 찢기 위해 송곳니가 발달되어 있는데 인간과 유인원은 먹이를 갈고 씹기에 부드러운 이를 가진 과일 상식 동물류입니다. 즉 앞니는 깨물고 뒷니는 그걸 뭉개서 걸쭉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는 것이죠. 이러한 치아 구조는 생과일, 생채소, 견과, 근채류를 먹기에 적합한 것이지 육식을 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러한 치아 구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이프와 포크처럼 고기를 자르거나 찢을 수 있는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사실 동물군에서도 가장 강인한 축에 드는 황소, 코끼리, 고릴라, 하마, 낙타 등은 모두 채식 동물입니다. 인간이 고기를 통해 섭취하는 고단백질은 거의 대부분 불필요한 수준입니다. 식물에 포함된 단백질만으로도 충분히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할 수 있거든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를 충분히 먹는 사람은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고도 영양학자들이 추천하는 최소 권장량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채식을 한다고 해서 힘(?)이 떨어질거라든가 건강에 문제가 생길거라는 우려는 접으셔도 되겠습니다. 올해 건강 검진을 받아보면 정확히 드러나겠지만 제가 체감하는 주관적인 건강 상태는 최고 수준입니다.
채식 참 좋은데~ 진짜 좋은데~ 보여드릴 수도 없고~ ^^;;;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626
제가 '채식주의자가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의 차원에서 이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어렸을 때를 회상해보면 제 동생은 육식주의자, 저는 채식주의자로 불려도 마땅한 식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깃국에 들어간 고기는 도저히 먹지 못했고 기껏해야 양념을 듬뿍한 양념 불고기나 몇 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기를 꺼려했고 치킨도 잘 안 먹었으니까요. 어른이 되고 나서는 신이 주신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고기도, 생선도 먹기 시작했지만 그리 즐기지는 않는 편이었습니다. 고기 생각이 나서 찾아먹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부터 고기,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세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고 동물과의 교감을 경험하면서 그런 거부감이 점점 커지더군요. 결정타는 최근에 읽은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이었습니다.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제 가치관과 배치된다는 것을요.
종교적인 이유로, 환경 보호를 위해, 동물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경제적으로 생산적이지도 않아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등 이유를 대자면 엄청나게 많은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제 삶의 가치관과 맞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동물성 단백질을 먹기가 싫습니다.
최종 목표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Vegan이 되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단계적으로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단계가 맞는지도 잘 모릅니다. 해 보면서 계속 조정하려고 해요.
1단계. 포유류 및 조류의 고기 및 육가공품 섭취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모든 종류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섭취 및 햄, 베이컨, 소시지, 치킨 너겟 등의 가공품을 먹지 않음
-> Pesco Vegetarian
2단계.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의 섭취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생선으로 만든 모든 요리(매운탕, 회 등), 오징어, 낙지, 게, 새우, 조개 등을 먹지 않음
3단계. 포유류, 조류의 고기 및 육가공품, 어류, 갑각류, 연체 동물 등 모든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안 한다
: 잡식주의자와의 식사 자리나 회식에서도 그 사실을 미리 공개하고 채식주의를 유지함
-> Lacto-ovo Vegetarian
4단계. 식단의 모든 식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기른 유기농, 친환경으로 유지한다
5단계. 유가공품의 섭취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 우유, 달걀, 치즈, 버터, 꿀의 섭취를 하지 않음
6단계.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Vegan이 된다
7단계. 6단계를 자체 생산, 조달한다.
순조롭게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한 단계가 진행되어도 여행 기간 동안에는 채식주의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예외를 인정하고 현지에서 최대한 채식주의를 하도록 노력을 하는 선에서 절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채식을 하기가 더 쉬울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태그 -
Vegan,
갑각류,
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베이컨,
소시지,
쇠고기,
식물,
어류,
연체동물,
유기농,
채식주의,
채식주의자,
치킨,
햄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