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명실공히 부부치료 및 상담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하나로 알려진 John Gottman 박사의 1999년 저서입니다. 아마 부부에 대한 것을 다루는 책 중에서 Gottman을 인용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지나쳤는지는 몰라도 이 책은 첫 장부터 Gottman이 운영하는 <시애틀 애정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너무나 자랑스레 나열하면서 잘난 척을 하는 통에 좀 꼴볼견이더군요. 91퍼센트의 정확도로 이혼을 예측한다느니, 부부를 5분만 관찰하면 결혼 생활의 결말을 예측한다느니, 대부분의 결혼 상담자가 실패한다느니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잘난 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낯이 간지럽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잘났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얼굴에 금칠을 하게 되면 거부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지요.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Gottman은 첫 장에서 John Gray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중 일부를 빗대어 여성과 남성이 다른 별에서 왔다는 설명은 결혼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신화라고 비아냥거립니다. 그러면서도 조금 뒤에는 결혼 문제를 이해하는데 성차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자기모순을 범합니다. John Grey가 정말로 남성과 여성이 다른 별에서 왔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Gottman이 모를리가 없을텐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의 단점은 자습서의 기능을 강조하다보니 이런저런 측정 척도(그것도 각각 엄청난 문항 수를 자랑하는)를 융단폭격식으로 쏟아 붓다보니 처음에는 혹하다가도 나중에는 지겨워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쩝...
어쨌거나 이런 사소한(?) 몇 가지 부분을 과감히 무시한다면 이 책은 부부 치료 분야에 대한 훌륭한 자습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단점만 실컷 이야기해놨으면서~ -_-;;;).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간략히 요약해 살펴보겠습니다(궁극의 화제 돌리기~)
닫기
1. '애정 지도'를 상세하게 그려라
: 상대 배우자에 대한 것을 배우고 익히자.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서 남 주나?
2.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라
: 과거로부터 배우자. 옛날 연애 시절의 플러스 감정을 재생할 수 있으면 결혼 생활의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3. 상대방에게서 달아나지 말고 진심으로 대하라
: '애정 은행 적금'을 들자.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달아나는 것은 잔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예금'이 아니라 '적금'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한꺼번이 아니라 평소에 조금씩 저축해 두어야 한다.
4.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라
: 상대 배우자의 말을 들어라. 특히 남편들말야. 옛말에 마누라의 말을 들으면 어떻게 된다고?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다. 떡을 싫어한다고? 그럼 당신에게는 희망이 없다.
5. 해결 가능한 문제는 두 사람이 해결하라
: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하자. 부드러운 말로 시작한다 -> 회복 시도를 주고 받는다 -> 서로 흥분하지 않는다 -> 타협한다 ->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 관대하게 대한다
6. 둘이서 막다른 골목에 부닥친 상황을 극복하라
: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부부의 일상 대화에서 그 문제가 얼굴을 내밀지 않게끔 영원히 봉인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건드려서는 안되는 민감한 '지뢰'가 있음을 인정하라는 말이다.
7. 함께 공유할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라.
: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려면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결혼 생활이 서로에게 의미하는 바가 일치하는 부부만큼 행복한 부부는 없다.
닫기
1. 나쁜 첫 마디
: 독화살이 시위를 떠나고 나면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시작이 부드러워야 끝이 부드럽다(무슨 술 광고 비슷하다 ^^).
2. 4가지 위험 요인
: 게시록의 네 명의 기수라는 제목으로 이미
포스팅을 한 바 있다. 참고할 것
3. 위험 요인의 '홍수'
: 부정적인 말은 일단 물꼬가 트이면 끝간데를 모르고 흘러넘치게 된다. 그 결과는?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조심 또 조심~
4. 몸짓
: 위험은 다양한 생리적 반응으로도 알 수 있다. 온 몸에 열이 나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나? 그러면 조심하라는 경고 신호가 울렸다고 생각하라.
5. 회복 시도의 실패
: 상대방이 회복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6. 나쁜 추억
: 과거의 추억이 불행한 일 뿐이었다고 왜곡되어 있을 정도라면 희망이 없다.
닫기
1.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 가정을 평화로운 곳으로 만든다. 직장에서의 불평을 말하는 시간을 따로 두면 직장의 스트레스가 결혼 생활을 망치지 않는다.
2. 고부간의 갈등
: 부부의 연대감을 쌓아나간다. 사실상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편이 무조건 아내의 편에 서는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 뿐 아니라 그 누구도부부 생활에 참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설령 부모님이라고 해도 배우자를 모욕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당신은 이제 부모님의 아들이기에 앞서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다. 어설픈 효자가 결혼 생활을 망치는 법이다.
3. 성생활
: 부부가 서로의 몸과 마음을 모두 받아들인다(말은 참 쉽다. ^^). 편하게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상대방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수용하자. 그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도록 노력하자.
4. 가사 분담
: 공평함과 팀워크에 유의한다. 맞벌이인 경우 해결책은 하나 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50%의 가사 분담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지금 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가사를 담당해야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남편이 실제로 50%의 가사를 분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항상 생각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도와준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가사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이라는 자세로 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5. 자녀 양육
: 아이를 포함한 가족의 연대감을 키운다. 노라 애프런이 'Heartburn'이라는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어린애는 수류탄과 같다. 아이가 태어나면 폭발하게 되고 그 폭발의 여파는 거의 대부분 아내가 두들겨맞게 된다. 해결 방법은 역시 남편이 아내와 아이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다.
현장에서 부부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보다는 실제 부부를 위한 자습서의 개념이 더 강하지만 결혼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한 사람, 할 사람 모두에게)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 월덴지기의 코멘트
1. Gottman은 이 책에서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정'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지나치게 개념적이기도 하고 호르몬 작용에 기반하는 단기간의 감정인데 비해 결혼 생활은 훨씬 더 오랜 기간동안 유지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친구같은 부부가 가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고 믿습니다.
2. 이 책에는 회복 시도(repair attempt)라는 개념이 자주 나오는데 부부 간의 다툼을 일시에 해소하는 일종의 비밀 무기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부부 간에만 통하는 유머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거 의외로 상당히 중요합니다. 체험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