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심리학자인 윌리엄 이케스가 쓰고 서울대 권석만 선생님이 번역하신 책으로 공감적 추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 심리학, 그것도 관련 분야 전공자에게만 흥미를 유발할 것 같은 책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실망했지만 그래도 궁금한 분들을 위해 북 크로싱합니다. 무엇보다 18,000 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니까요.
이 책에 대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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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의 대상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실험실에서 일반화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실험 방법론'에 관심이 있는 사회 심리학 전공자입니다.
나머지(다른 심리학 전공자와 일반인)는 읽을 필요가 별로 없고 내용이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내용 자체가 좀 중언부언(저자인 윌리엄 이케스의 글솜씨가 별로인 것 같습니다)이라서 상세하게 설명은 되어 있지만 좀 지루합니다.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요. 특히 무려 80페이지가 넘는 1부에서 방법론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고 지리하게 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고 싶은 의지가 사라집니다.
제목과 책에 대한 설명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추론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을 기대할텐데 별로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치료자의 입장에서 환자/내담자를 보다 더 공감적으로 추론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런 내용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개발한 방법을 치료자를 훈련하는 과정에 적용하면 공감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막연한 제언 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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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적 정보와 사전 정보 모두가 공감적 추측에 중요하다
-> 직접적 정보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더 중요
-> 과거에 얻은 정보는 친구들 사이에서 더 중요
* 배경 지식의 양보다는 친밀도가 중요하다
* 낯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필요한 최소 시간은 30분이다
* 오래 산 부부일수록 공감 정확도가 오히려 떨어진다
-> 결혼 생활에서 남편과 아내는 다른 방향, 다른 속도로 변화하며 이는 다른 성역할과 그에 따른 역할의 변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태도, 관심, 가치, 감정이 변하게 되어 점차 교류가 줄어들게 된다.
* 성별은 공감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
-> 단 공감적이어야 한다는 성역할 기대에 대한 상황적 단서가 주어지는 상황에서는 여성이 우위
-> 남자들도 충분한 동기 유발만 되면 여자와 비슷한 수준의 공감이 가능
* 공감 정확도가 높은 사람들은 자폐증의 징후를 갖지 않을 뿐 아니라 귀인 복잡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며, 다른 사람을 잘 믿기보다는 의심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언어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비교적 공감 능력이 우수하다.
*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이 우호적이어서 관계에 위협이 되지 않을 때에는 공감 정확도가 높을수록 관계가 좋아지지만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이 고통스러운 것이고 관계에 위협이 될 때는 공감 정확도가 높을수록 관계가 악화된다.
* 내담자와 치료자가 대화한 모든 내용을 분명하게 들을 수 있는 한 공감 정확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연구 결과입니다. 즉 전화 상담이나 대면 상담이나 공감을 하는데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인데 저는 지금도 전화 상담을 하면 내담자의 마음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안개 속을 더듬으면서 나아가는 느낌이에요. 대면 상담과는 천지차이죠. 체험적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네요.
이 책을 읽고 저자인 윌리엄 이케스에 대해 내린 제 나름의 결론은,
"왕 외골수구나~"
윌리엄 이케스는 자신의 연구 방법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쳐서 이 책의 뒷부분에 가서는 과학자로서의 중립성마저 살짝 흔들리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비언어적 행동이 언어적 행동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주장은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의 글자를 정보의 유실 없이 자막 없는 움직이는 화면으로 대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p305)고 억지를 부립니다. 아시다시피 언어적 행동과 비언어적 행동은 공감적 추측에 모두 중요하고 맥락에 따라 상대적인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지요. 누가 비언어적 행동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답니까?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번역은 역시나 권석만 선생님답게 깔끔하게 잘 되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저 자체의 재미없음을 상쇄하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Asperger's Syndrome을 '아스페르거'라고 번역하셨던데 DSM-IV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병리학 교과서에서 이미 '아스퍼거'라는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권석만 선생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번역을 하신 것인지 의심까지 들더군요.
게다가 가격이 무려 18,000원입니다. 양장본도 아닌데...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가격입니다. 권석만 선생님이 돈에 욕심을 내실 분은 아닐텐데 출판사가 돈독이 잔뜩 오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가격이죠.
사서 읽는 것은 비추천입니다.
덧. 방법론 상으로 볼 때 의도를 숨기고 비디오 촬영을 한 뒤에 그 사실을 알리고 동의서를 받고 나중에 평가를 하는데 몰래 촬영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 평가를 하면 오염되지 않을까요?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실험자가 나를 속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떤 방향이든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저라면 차라리 평가까지 다 한 뒤에 설명을 하고 동의서를 받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안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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