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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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입니다. 황윤 감독은 '작별(2001)', '침묵의 숲(2004)', '어느날 그 길에서(2006)'로 이어지는 생태 다큐멘터리 연작으로 유명한데요.
이 영화는 지인이 자주 가는 고양이 카페에 소셜 펀딩 관련글이 올라와 알게 되었는데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옆지기가 깜짝 놀랄 액수의 금액을 후원한 인연으로 VIP 시사회에 초청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야생동물 수의사인 남편과 살며 돈까스를 너무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자신이 돈까스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살아있는 돼지를 본 적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는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돼지를 찾아나섰는데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당연히 돼지를 보는 건 쉽지 않죠. 왜냐하면 요새 대부분의 돼지는 2천 마리 이상을 기르는 공장식 축산농에 의해 사육되기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산골마을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를 찾아냅니다. 이 영화는 그 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일생을 담담하게 담아내죠.
비건 채식을 하고 있고 동물들의 사육 환경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산산히 깨진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거세를 할 때 마취를 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자연적인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전통 축산농가를 처음 보여주는데 저는 그게 공장식 축산농인 줄 알았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그것도 돼지에게 가혹한 환경이었거든요. 돼지의 국내 사육 환경에 대해서는 철저히 나이브했던거죠.
실제 공장식 축산은 그냥 공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옴쭉달싹 못하는 케이지에 평생을 묶여 살면서(그런 걸 산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엄마 돼지는 평생을 강제 임신, 출산만 하고 거기에서 태어난 돼지는 평생을 갇혀 햇볕도 못 보고, 운동도 못 한채 살만 찌다가 1년도 안 되어 죽음을 맞게 되는 곳이죠.
저는 이 정도 영화로도 충분히 힘들고 괴로웠지만 잡식을 하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모든 고기가 한 때는 숨쉬고 감정을 가진 한 마리의 동물이었다는 걸 생각해 볼 소중한 기회가 될 겁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보고 공장식 축산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지요.
내내 무겁지만은 않아요. 황윤 감독 특유의 유머와 위트도 있고 저절로 엄마,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귀여운 장면들도 많습니다.
꼭 한번은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덧. 이건 영화와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불평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이번 소셜 펀딩을 할 때 후원 금액에 따라 후원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달랐죠. 제가 후원한 금액 범위 내에서 무엇을 받도록 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다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제가 받은 건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올라간 거, 포스터 한 장, 이게 전부입니다. 공치사 들으려고 후원한 것도 아니고 의미있는 도전인데다 충분히 좋은 영화였기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쾌척했지만 기분이 영 씁쓸하네요. 시사회 당일에도 좌석 구분도 안 되어있는데다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아 영화가 끝난 뒤에도 사진 찍는 사람, 응원 인터뷰하는 사람, 감독과 인사하는 지인들이 로비에 뒤엉켜 시장통 같았습니다. 통제하는 직원 하나 없더군요. 아무리 상황이 열악해도 정식 배급사가 있는데 아마추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진행에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서비스가 그에 걸맞지 않으면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있다는 점도 아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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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제가 생각할 때 크게는 3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동물권리존중입니다.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동물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만큼 소중하고 그들의 고통도 인간의 고통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숫자가 이 이유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많고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 뿐 아니라 모피 반대,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에게서 추출하는 건강보조식품 등도 자발적으로 섭취하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꿀벌을 착취하는 것이 싫어 꿀도 먹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육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육식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고 급기야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2006)'을 읽으면서 채식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이 맛있는 고기를 못 먹어서 어쩌냐?'며 안타까움 반 놀림 반의 말을 간혹 하지만 동물권리존중을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은 고기를 먹고 싶지만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전혀 먹고 싶지 않기 때문(사실 저는 육식하는 사람들을 매우 안쓰럽게 보는 편입니다)에 고기를 못 먹는다고 전혀 안타깝지 않습니다. 왜 이 좋은 걸 이제서야 시작했을까 하는 것이 더 안타깝죠.
두번째 이유는 건강 때문입니다. 암을 비롯한 불치, 난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건강 회복 또는 치유를 위해 채식을 선택한 경우이죠. 현미 채식을 하기도 하고 생식을 하기도 합니다.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은 육식을 싫어하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는 잠시 육식 금단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채식으로 건강이 좋아지고 익숙해지면서 이들도 육식에 대한 욕구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세번째 이유는 환경보호때문입니다. 육식, 그 중에서도 공장식 축산만큼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이 없죠. 지속가능한 자연을 유지하기 위해 신념을 갖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채식을 하면서 둘러보면 첫번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고 환경보호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의 수가 가장 적은 것 같지만 사실 어떤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든 결국은 하나의 접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저만 해도 동물권리존중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좋아진 건강때문에라도 채식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졌고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 이 밖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좀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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