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과학습 상태'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말씀드리면 지나치게 과도한 학습 경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일시적으로 잠재적 지능 수준에 비해 역기능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업 수행을 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과학습 상태는 부모의 과도한 학습 기대와 압박으로 인해 발생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우수한 수행 수준을 보이지만 적성, 흥미 등을 무시한 것이므로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수검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야기해 심리평가를 받으러 왔을 정도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부적응을 야기했을 겁니다. 따라서 수검 아동/청소년이 보이는 역기능 상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임상가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과학습 상태를 의심해야 하는 지능 검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지능이 우수(FSIQ 기준 평균 상 수준 이상)한 경우
: 언어이해 지표 중 '공통성' 소검사의 환산 점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으며 강점 영역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습된 아동/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책을 많이 읽게 되어 추상화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다만 이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므로 진정한 추상화 능력이 아닙니다. 그래서 동일한 추상화 능력을 사용하지만 시각 자극을 사용하는 '공통 그림 찾기' 소검사에서 낮은 수행(공통성-공통 그림 찾기 소검사의 유의미한 차이)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지능이 평범(평균 수준)한 경우
: 언어이해 지표 중 '어휘' 소검사의 점수만 상대적으로 상승하기 쉽습니다. 공통성 소검사의 상승과 동일한 이유이나 지능이 평범한 경우 상위 인지 기능인 추상화 능력의 상승까지 유발하지는 못하고 어휘력의 단순한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지능이 낮은(평균 하 이하) 경우
: 언어이해 지표 중 '상식' 소검사의 환산 점수만 상대적으로 상승합니다. 따라서 과학습의 폐해가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에게는 보충 소검사인 상식 소검사의 추가 실시를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위의 세 경우 모두 '이해' 소검사 점수가 낮을수록 과학습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해 소검사는 학습 능력에 대한 지표 역할을 하는 소검사이기 때문에 '공통성', '어휘', '상식' 소검사 점수와 차이가 클수록 실제 학습 능력에 비해 어거지로 달달 외운 지식 수준을 의미하는 겁니다.
여기에 잠재 지능 수준을 반영하는 '언어이해', '지각추론' 지표에 비해 '작업기억', '처리속도' 지표가 유의미하게 저하되어 있을수록, '처리속도'지표가 '작업기억' 지표 점수가 비해 (유의미하게) 낮을수록 과학습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작업기억 지표에 비해 처리속도 지표가 현저히 낮다는 건 정신 장애 등에 의한 작업 기억의 저하 없이 낮은 수행이 나타나는 것으로 원인이 동기 저하일 가능성을 반영합니다.
소검사 수준에서는 순차 연결 소검사보다 숫자 소검사의 수행이 저조하고, 동형 찾기 소검사에 비해 바꿔 쓰기 소검사의 수행이 저조할수록 과학습에 의한 동기 저하를 반영합니다. 정상적이라면 난도가 낮은 소검사에 비해 높은 소검사 수행이 저조한 것이 일반적인 결과지만 이와 반대로 나왔다는 건 동기 저하에 의한 비정상적인 수행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를 정리해보자면,
* 언어이해 지표 중 '공통성(공통 그림 찾기 저하)', '어휘', '상식' 소검사의 점수만 유의미하게 높을수록
* 언어이해 지표 중 '이해' 소검사의 수행만 유의미하게 낮을수록
* 언어이해, 지각추론 > 작업기억, 처리속도 지표 양상을 보일수록
* 작업기억 > 처리속도 지표 양상을 보일수록
* 숫자 < 순차 연결, 바꿔 쓰기 < 동형 찾기 양상이 많이 나타날수록
수검자(특히 아동/청소년)가 과학습 상태일 가능성이 커지므로 과학습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부모의 학습 기대 파악 및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환경 재구조화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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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ISC-III, K-WAIS가 각각 K-WISC-IV, K-WAIS-IV로 업데이트되면서 소검사의 총 수가 15개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물론 합산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10개의 주요 소검사만 실시해도 되지만 대체 소검사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수검자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보충 소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15개의 소검사를 모두 실시하자니 수검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고 늘어나는 검사 시간을 고려하면 효율적인 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K-WAIS-IV와 K-WISC-IV의 소검사 구성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주요 소검사는 모두 실시하지만 보충 소검사를 선별적으로 활용한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K-WISC-IV의 경우 '상식', '단어추리', '빠진곳찾기', '산수', '선택'이 보충 소검사인데 IV로 오면서 추론 영역이 보강되어 III에 행렬추리, 공통그림찾기, 단어추리 소검사가 추가되고 처리 속도 측정을 보강하면서 선택 소검사가 추가되었죠. 어차피 행렬추리, 공통그림찾기는 주요 소검사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이 실시해야 하고 단어추리와 선택이 새로 추가된 보충 소검사입니다.
매뉴얼에서는 WMI, PSI를 도출하기 위해서 각각 두 개의 유효한 소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요 소검사가 무효가 될 경우를 대비해 '산수', '선택'을 가능한 한 실시하는 걸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기호쓰기와 동형찾기 대신 선택 소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 소검사는 우선 순위에서 밀립니다. 산수는 순차연결에 자리를 빼았겼지만 calculation skill을 측정하는 유일한 소검사이면서 동시에 concentration도 측정하기 때문에 여전히 제공하는 정보가가 꽤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단어추리 소검사는 어떨까요? 개정 방향이 Reasoning을 강조하게 되면서 언어 이해 지표에 추가된 소검사가 단어추리인데요. 추론을 평가하는 소검사가 2개(공통그림찾기, 행렬추리)나 추가되었는데 언어 이해 영역에는 이미 공통성, 이해라는 걸출한 소검사가 2개나 있고 단어추리는 주요 소검사가 아닌 보충 소검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된, 굳이 꼭 실시할 필요까지는 없는 소검사입니다.
따라서 저는
K-WISC-IV를 사용할 때 보통 상식, 빠진곳찾기, 산수 정도를 더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소검사 순서로는 빠진곳찾기 -> 산수 -> 상식 -> 선택 -> 단어추리를 꼽습니다.
K-WAIS-IV의 경우에는 '이해', '빠진곳찾기', 무게비교', '순서화', '지우기'가 보충 소검사인데 K-WISC-IV와 유사한 이유로
이해와 빠진곳찾기, 순서화 정도를 더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소검사 순서로는 빠진곳찾기 -> 이해 -> 순서화 -> 지우기 -> 무게 비교를 권장합니다.
K-WAIS-IV에서도 WMI, PSI 도출을 위해 '순서화'와 '지우기'는 가능한 한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K-WISC-IV와는 달리 K-WAIS-IV에서는 순서화(K-WISC-IV에서는 '순차연결'로 불림)를 우선 순위에서 조금 앞으로 당겼습니다. 왜냐하면 K-WAIS-IV에서는 작업 기억 측정에서 여전히 산수를 주요 소검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산수 기술의 혼입 효과를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정 점수(K-WISC-IV의 처리 점수) 분석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순서화 소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 K-WAIS-IV : 이해, 빠진곳찾기, 순서화 보충 소검사 추가
우선 순위) 빠진곳찾기 -> 이해 -> 순서화 -> 지우기 -> 무게비교
* K-WISC-IV : 상식, 빠진곳찾기, 산수 소검사 추가
우선 순위) 빠진곳찾기 -> 산수 -> 상식 -> 선택 -> 단어추리
이론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입각한 보충 소검사 선택 기준과 순서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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