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 보충 척도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 다룬 적이 있습니다.
APS 보충 척도가 65T 이상으로 상승하면 예외 없이 행위 중독을 의심해야 합니다. 문제는 알코올, 불법 약물, 마약 정도만 의심하면 되는 MAC-R, AAS(ACK, PRO) 척도와 달리 행위 중독 대상이 너무 다양하다는 겁니다.
이론 상으로는 그야말로 '행위'에 속하는 모든 것에 중독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AP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하면 현장에서는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관계 중독'입니다. 관계 중독의 대상도 매우 다양할 수 있지만 대개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성 중독과 관련 있는 이성 관계이거나 애착 외상과 관련 있는 부모 융합입니다. 후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고요.
나머지 하나는 경제적인 손실을 동반하는 도박, 주식, 암호화폐 중독입니다. 게임, 쇼핑, 종교, 일, 운동 중독 등은 이론 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상담에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APS 척도가 유의미 상승할 때 애착 관련 관계 중독인지 경제 관련 중독(도박, 주식, 암호화폐 등)인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애착 관련 관계 중독인 경우 TCI에서는 의존적인 성격 유형(LML, LHL, LHM, LHH)인 경우가 많고 C군 기질 유형(MHH,LHH, LHL)도 많습니다. 자율성 성격에서는 '책임감' 하위차원만 상대적으로 높을 때가 많습니다. MMPI-2에서는
'Delayed PTSD가 시사되는 양상'에 Hy2 소척도가 매우 낮거나 높고, GM, GF 차이가 매우 크며 Re 보충 척도가 60T 이상으로 상승하기 쉽습니다. 문장완성검사에서는 지나치게 부모를 이상화하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 관련 중독(도박, 주식, 암호화폐 등)인 경우에는 문장완성검사에서 부, 경제력에 대한 선망이나 집착하는 내용이 두드러지고 애착 관련 관계 중독에 비해 MMPI-2에서 normal profile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중독 상태가 심할수록 TPA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경우가 많고 특히 자극추구 기질이 강한 유형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애착 관련 관계 중독인 경우에는 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유형이 많지 않지만 경제 관련 중독은 위험회피가 높은 유형도 많고 자극추구가 높은 유형도 꽤 많습니다.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이를 각각 escape gambler, active gambl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MMPI-2의 APS 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사례가 이미 많고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소한 관계 중독과 경제 관련 중독은 구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관성이 높은 심리검사 sign들을 알아두시는 게 좋습니다.
태그 -
AAS,
ACK,
APS,
MAC-R,
PRO,
관계 중독,
도박 중독,
부모 융합,
성 중독,
암호화폐 중독,
애착 외상,
주식 중독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563
MMPI-2/A를 선별검사로 실시했는데 Normal Profile(정확하게는 Normal Profile처럼 보이는 결과)이 나오면 평가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MMPI-2/A 결과가 정상이라면 정신과적 진단이 필요한 병리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니 좋은 소식이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런 수검자가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무엇보다 검사 의뢰 사유나 주 호소와 맞지 않죠. 오히려 일반적인 수검자보다 더 다양한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기 쉬워 더더욱 평가자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이 때 평가자가 확인해야 할 해석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성격 장애 가능성
: 자아 동질적(ego-syntonic)인 성격 장애의 경우는 MMPI-2/A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아 동질적이라는 의미가 성격 장애 역동이 완전히 자아와 합일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 장애(TCI 기준 HLL-HLL 유형)라면 MMPI-2/A에서 아무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따라서 MMPI-2/A만 실시했거나 SCT와 결합하여 선별심리평가를 진행했다면 TCI/JTCI의 추가 실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중독 문제 가능성
: 특히 도박, 주식, 게임, 관계 중독 등 행위 중독인 경우는 MMPI-2/A에서 아무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알코올, 마약, 불법 약물 등의 물질 중독이라면 대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신체적인 금단 증상이 있지만 행위 중독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데 예를 들어 도박에 중독된 상태라면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은 심리적 고통감을 느끼지 못하는 마비 상태일 수 있어서 중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다시 MMPI-2/A를 실시하면 그때서야 우울, 불안 등 증상 척도들이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MMPI-2의 APS 보충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행위 중독 때문에 정상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합니다.
3. 성격 장애 + 행위 중독 둘 다
: 가장 좋지 않은 조합인데 최근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더 문제입니다. 특히 애착 외상 관련하여 관계 중독에 빠진 성격 장애 내담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관계 중독의 양상은 연인에 대한 집착과 스토킹 같은 두드러진 문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부모와 융합되어 있는 양상이 더 많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성격 장애의 양상도 수동-공격성을 비롯한 B군 계열에서 의존성이나 회피성과 같은 C군 계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합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평가자라면 MMPI-2/A가 정상 수준으로 나왔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수검자가 왔을리가 없다고 의심하고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가끔 상담 수련 기관에서 접수 면접 시 실시한 MMPI-2/A 검사가 정상 수준으로 나오면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하여 수련을 받는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임상, 내용 척도가 상승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가정하여 지도 교수급 상담자에게 배정하는데 정반대로 해야 합니다. 성격 장애 profile을 들고 제게 supervision을 받으러 오는 supervisee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태그 -
APS,
ego-syntonic,
MMPI-2,
MMPI-A,
normal profile,
관계 중독,
성격 장애,
애착 외상,
자아 동질적,
중독 문제,
행위 중독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113
MMPI-2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개의 중독 관련 척도가 있습니다.
MAC-R, AAS, APS
이 세 척도가 모두 65(1.5SD)또는 70T(2SD) 이상 상승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문 편입니다. 세 척도가 모두 상승하는 건 심한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의존 상태라서 대부분 병원 현장(그것도 입원 병동 또는 약물 중독 전문 병원)이나 구치소와 같은 특수 기관에 한정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상가들은 이러한 profile을 보기 힘들겁니다.
오히려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양상은 APS 척도의 단독 상승입니다. 특히 70T 이상 상승하죠. 이럴 때 무엇을 의심해야 할까요?
APS 척도의 공식 명칭이 '중독 가능성'이라서 말 그대로 중독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하나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APS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했을 때, 특히 MAC-R, AAS 척도가 낮을수록 점검해 봐야 하는 건 이미 행위 중독에 걸렸는지입니다.
알코올, 니코틴, 마약 등 물질 중독과 달리 행위 중독에 속하는 건 도박, 게임, 쇼핑, 관계(섹스), 종교 등 비물질 행위이고 수검자가 중독 수준으로 이러한 행위에 집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성인 남성의 경우는 도박, 청소년 남성의 경우는 게임, 성인 여성의 경우는 관계 중독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참고로 제가 주로 만나는 도박 중독 내담자 중에도 성인 남성의 상당수는 MMPI-2에서 APS가 단독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만약 행위 중독이 맞다면 그 기저에 자리잡은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위 중독 자체가 수검자의 삶에 끼치는 해악 자체가 만만치 않게 크기 때문에 중독 행위에 대한 개입도 상담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도박 중독과 같은 특수한 분야의 행위 중독이라면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세요.
태그 -
AAS,
APS,
MAC-R,
MMPI-2,
게임 중독,
관계 중독,
도박 중독,
물질 중독,
보충 척도,
섹스 중독,
쇼핑 중독,
종교 중독,
중독 가능성,
행위 중독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571
★★★★☆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쏟아부음으로써 그리고 그 사랑의 보답을 받음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어떤 사랑도 불완전하죠.
레오나드(호아킨 피닉스 분)는 유전병 때문에 약혼자가 도망을 간 아픔을 간직한 청년입니다. 아버지의 세탁소 일을 도우며 낡은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 게 유일한 낙이지만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기에 사랑받지 못한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 시도를 하고 정신과의 약물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아마 우울증인 듯).
그러다 아빠와 사업을 함께 하고 싶은 가족과 어울리게되면서 그 집 딸(비네샤 쇼)을 소개받습니다. 딸은 레오나드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레오나드는 아파트 위층에 이사온 미셸(기네스펠트로우 분)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미셸은 자기가 모시는 유부남 변호사와 내연의 관계인데 레오나드를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이런저런 고민을 상의합니다.
변호사에 대한 자신의 집착을 견디지 못한 미셸은 레오나드의 조언에 힘입어 그를 떠나려고 하고 레오나드는 마침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미셸은 레오나드의 마음을 받아주죠. 함께 멀리 떠나려고 하던 날 밤 미셸은 가족을 버리고까지 자신을 선택한 변호사때문에 마음이 바뀌게 되고 레오나드는 또 다시 버림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죽으려고 바다에 갔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와 미셸에게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던 반지를 샌드라에게 건네는 레오나드. 이 부분이 여성들의 공분을 자아내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사람의 사랑을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있을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 레오나드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저는 그 마음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변호사에게 집착했던 미셸이나 누구든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면 매달리던 레오나드나 모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에 의해서만 유지할 수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죠.
호아킨 피닉스는 이 영화를 끝으로 더 이상 배우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참 아쉽습니다. 연기가 참 좋았는데 말이죠. 기네스 펠트로도 이 영화에서 연기를 정말 잘 했습니다.
레오나드의 어머니로 나온 배우의 얼굴이 낯이 익었는데 알고 보니 왕년의 대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였네요. 역시나 카리스마는 명불허전입니다.
관계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