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 상담 현장에서 청소년을 상담하는 임상가라면 우리나라의 '왕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들 절감하고 계실 겁니다. 저도 친구 문제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을 거의 매일 만나고 있고요.
작년에 상담을 시작한 한 여학생을 통해 또래 집단 속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를 간접적이지만 적나라하게 접하게 되면서 제가 그동안 소녀들의 집단 역동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도움을 받으려고 관련 서적을 뒤지다가 찾은 책이 이겁니다.
저자인 레이첼 시먼스는 본인이 따돌림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했는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우연히 자신의 과거 경험과 관련하여 자료를 찾다가 소녀들의 따돌림 문제를 다룬 연구나 문헌이 거의 없다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듭니다. 그 이후 3년 간 수많은 여성 피해자, 희생자, 가해자, 방관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놨습니다.
이 책은 소녀들의 비신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책입니다. 저자는 이를 대체 공격(alternative aggression)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소년들이 주로 조금 아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언어적 공격을 하는 것과 달리 문화적인 특성 상 소녀들의 세계에서는 갈등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어렵고, 흉보기, 따돌리기, 소문내기, 욕하기, 조종하기 등을 통해 친구들로 구성된 긴밀한 관계망 속에서 은밀하게 심리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알아내기가 훨씬 더 어렵고 희생자가 입는 상처도 훨씬 깊죠.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소녀들의 은밀한 공격 문화를 풍부한 인터뷰와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낱낱이 보여주는 책입니다. 소녀들의 왕따 문제를 이 책처럼 명징하게 보여주는 책을 저는 아직까지 못 봤습니다.
소녀들의 갈등 문화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꼭 한번 읽기를 권하는 명저입니다. 사례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빠짐없이 다루고 있습니다.
닫기
* 모든 아동은 삶에서 세 가지를 원한다(Michael Thompson)
: 관계, 인정, 권력
* 공격적인 행동의 세 가지 범주
1. 관계적 공격
: 관계나 수용, 우정, 소속감의 느낌을 훼손(혹은 훼손하겠다고 위협)하여 타인을 해치는 행동. 이 때 가해자는 피해자의 우정을 무기로 사용.
2. 간접적 공격
: 표적에게 공격을 가하는 장치로 타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문내기가 있음.
3. 사회적 공격
: 자존감이나 집단 내의 사회적 지위를 훼손하는 것이 목적으로 소문내기나 사회적 배제 등 간접적 공격을 일부 포함함.
* 은밀히 공격하는 소녀들이 모인 교실에서는 교사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도 희생자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
* 소녀들에게 삶의 위험은 고립, 특히 무리에서 눈에 띄면 버려질 거라고 느끼는 데서 비롯되는 두려움이다. 한편 소년들은 위험을 함정에 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 공격하지 않도록 사회화되고 '완벽한 관계'를 맺는 착한 여자로 키워지므로, 소녀들은 갈등이 있을 때 타협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 결과 사소한 다툼 때문에 관계 자체가 의문에 빠진다. 두 소녀 중 어느 쪽도 '착하지 않은 소녀'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문제는 관계 자체로 확장된다. 갈등에서 사용할 다른 도구가 없으므로 관계 자체가 무기가 되는 것이다.
* 소녀들에게 갈등은 곧 상실이다.
* 소녀들에게는 고독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적인 것이다. 실제로 따돌림의 희생자들은 외로움을 가장 많이 떠올렸다.
* 소녀들 사이의 대체공격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 소녀들의 따돌림은 통과의례이며 이겨내야 하는 단계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관점이 따돌림을 방지하는 전략의 개발을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 학교에는 대체공격을 다루는 일관된 전략이 없다. 일과의 구조로 볼 때 교사의 개입은 더 어렵다. 예컨대 쉬는 시간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 대체공격은 일반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왔다. 예컨대 많은 학교에서 "이렇게 하면 너랑 안 놀아"라는 식의 위협을 관계적 공격이 아니라 또래의 압력으로 여긴다. 연구자들은 학술지에서 소녀들의 관계 조종을 조숙함의 한 형태, 혹은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집단의 경계를 지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설명한다. 어떤 심리학자들은 조롱과 심술궂은 농담을 발달상 건강한 경험으로 분류한다. 소문내기와 험담하기는 '경계 유지'라고 부른다.
* 여성 따돌림의 대다수는 주모자의 지시에 따라 일어난다. 주모자의 힘은 지속적이고 은밀한 학대가 진행되는 동안 표면적으로 여성적인 차분함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다. 또한 주모자는 집단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
* 관계적 공격은 유치원에서 시작되고, 성별의 차이도 이때 처음 보인다. 이 공격 행위는 아동이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시기가 되면 곧 시작되는데 관계적 공격은 '관계나 수용, 우정, 소속감의 느낌을 훼손(혹은 훼손하겠다고 위협)하여 타인을 해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종을 포함하여 관계를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는 무엇이든 포함된다. 관계적 공격은 간접적인 공격(예컨대 침묵으로 대하는 것)과 일부 사회적 공격(예컨대 소문내기)을 포함한다.
* 소녀들의 사회에서 가장 지독한 공격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공격이고, 그것이 감정의 독처럼 퍼지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 화내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안타깝게도 희생자는 이렇게 된 이유를 자기 잘못으로 여기기 쉽다.
* 사회라는 정글에서 살아나기 위해 소녀들은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을 의심하는 법과, 위장된 모습 아래에 있는 진짜 감정을 탐색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 소녀들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속성이다.
* 싸늘한 표정과 침묵은 위장된 공격의 궁극적인 형태다.
* 가해자들 또한 '소유욕'과 '지배욕'이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 관계의 조건을 통제하는 것은 관계적 공격의 신호다.
* 따돌림의 희생자들이 공통으로 보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믿기가 두려워요"
* 따돌리는 소녀들이 흔히 무리에서 가장 사회적 기술이 발달한 아이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 안타까운 사실은 문제가 심각할수록 태연한 척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것이다.
* '미안하다'는 말을 들음과 동시에 갈등을 끝내는 건 소녀들의 신기한 능력이다. 소녀들은 갈등을 거의 동화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강렬한 고통과 분노의 감정은 이 마지막 소모적인 행위로 느닷없이 끝이 난다.
*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소녀들에게 기본 명제 같은 것이다.
* 여자애들은 늘 지난번에 상대방이 어떻게 했는지 돌이켜 생각한다.
* 인기란 대체로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아 친구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능력에 따라 정의된다. 소녀들에게 고립이 정신적 외상이라면 관계는 힘을 주는 것이다.
* 동맹 결성이 소녀들에게 더없이 매혹적인 것은 공격의 경험이 정당화되는 방식 때문이다. 이들은 일대일 공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편이 없는 쪽이 잘못한 사람이 된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무작위에 가깝다.
* 연구에 의하면 소녀들이 공격 행위를 하면서 느끼는 죄의식은 다른 사람들과 책임을 공유할 때 현저히 감소한다고 한다.
* 중재자의 중요성은 갈등 공개가 금지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더욱 커진다.
* 소녀들의 분노는 가슴속에 깊이 박힌 악의 뿌리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분노는 오히려 친절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비롯된다. 소녀들은 일상의 분노와 상처와 배반과 질투를 다룰 도구가 부족하다. 따라서 그런 감정들은 넘치거나 방출되기 전에 곪아터진다.
* 소녀들의 사회적 자본은 타인과의 관계에 있으므로 고립은 그들의 정체성에 직결된 문제다. 대부분의 소녀들에게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혼자 있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다.
* 소녀들의 자존감 상실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미칠 것 같은 기분이다.
* 이상적인 소녀의 진정한 완벽함은 억제할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을 조종함으로써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에 있다.
* 가장 힘든 부분은 잘못된 우정을 학대라는 진짜 이름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될 것이다.
* 진실 말하기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 알아서 그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진실을 말해야 하는 까닭은 적대적인 문화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두 사람이 비밀을 나누는 것과 비밀을 나눈다는 사실 자체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 구분은 소녀들끼리의 공격이 얼마나 미묘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데 결정적이다.
* 소녀들이 가담하는 대체공격은 의사소통의 만족스럽지 앟은 형태이며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녀들에게 허용되는 유일한 표현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 가장 좋은 부모는 경청하는 부모
* 인정하기 싶지 않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 추방된 아이에게 새로운 활동은 새로운 세상이나 다름없다.
* 담당자나 다른 학부모와 상의하여 미리 그 활동의 사회적 체온을 재라. 아이가 성공할 수 있거나, 적어도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라.
* 아이가 몹시 힘들어한다면 숨쉴 장소를 찾아주어야 한다.
* 일반적으로 가해자의 부모에게는 전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자신들의 양육 기술, 더 나쁘게는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 학교에서 대체공격이 폭력의 실제로 인식될 때까지 부모는 지나치다고 느껴질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 잘못된 반응의 예
- "다 지나갈거야"
- "누구나 다 겪는 일이란다" -> "너 같은 실패자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란다"라고 들림
* 소녀들의 은밀한 공격 문화는 침묵과 고립 위에서 지속된다. 메리 파이퍼가 썼듯이 "우리는 가족을 병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화할 필요가 있다". 부분적으로 이 말은 집 밖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힘과 싸우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의 의문과 두려움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 대체공격과 갈등회피가 소녀들의 삶의 세 가지 영역에서 교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리더십, 관계 폭력,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자존감 상실
* 소녀들의 경우 공격의 사회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공격의 부재다. 소녀들은 공격을 표출할 올바른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 표출하지 않는 법을 배울 뿐이다.
* 소녀들에게 건강한 관계를 선택하도록 가르칠 때에는, 소녀들의 관계에서 복종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어떤 것인지 반드시 인식하게 해야 한다.
* 그렇다면 소녀들에게 공격적이 되라고 가르치라는 말인가? 그렇다. 소녀들의 자존감 상실에 대해 다시 살펴보면, 그 주요 증상은 이상화되고 갈등 없는 관계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