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대표적인 럭셔리 신혼 여행지로, 요새는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까?'라는 영화 대사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 바로 몰디브입니다.
이번 여행을 가기 전까지 몰디브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나, 말레이시아 어디 근처가 아닐까 생각했던 무식함이 부끄러워진 그 곳, 몰디브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몰디브는 인도의 남쪽, 스리랑카의 남서쪽에 위치한 도서 국가이죠.
지구 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져서 언젠가는 가라앉고 마는 비운의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에 전 국민이 인도나 스리랑카, 멀게는 호주로 옮겨가기 위한 막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과는 상관없이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지구 온난화 현상 자체를 믿지 않아서 알라가 지켜주시는데 절대로 몰디브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리가 없다고 자신해서 저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몰디브에서 가장 높다는 Villingili 산도 해발 고도가 겨우 5.1m에 불과할 정도로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몰디브는
가장 큰 섬의 길이가 8km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섬들의 집합 국가인데 그래도 북쪽에서 남쪽까지 800km에 걸쳐 수 천 개의 섬이 길게 분포되어 있어 관할 영토의 면적으로만 보면 그리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그 많은 섬 중
110여 개의 섬에 1972년부터 리조트를 만들어 얻은 막대한 관광 수익(GDP의 28%, 정부 세수의 90%)을 거둬들여 살림을 유지합니다. 여행자 1명에게서 하룻밤에 8불 정도의 'Bed Tax'를 걷어가는 정도이니 관광 산업이 몰디브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 할 필요가 없겠죠.
사실 몰디브는 리조트를 앞세운 관광 산업과 어업을 제외하면 별다른 산업이 없다시피 합니다. 제조업도 전무하다시피해서 거의 모든 생필품을 수입한다고 하네요.
반대로 리조트 산업 분야는 세계 유수의 호텔 체인들이 피터지는 순위 경쟁을 하는 최첨단 분야이죠. 론리 플래닛에서도 리조트를 선택하는 가이드를 따로 섹션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몰디브=리조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몰디브가 럭셔리 신혼 여행지로 알려진 것은 이러한 경쟁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론플을 기준으로 해도 가장 낮은 수준의 숙박료가 400불부터 시작하니까요. 최상위권 리조트는 1박에 1000만 원이 넘는 곳도 많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비교적 순위권에 포함된 JA Manafaru 리조트를 다녀왔습니다. 리조트 내에서만 묵었기 때문에 기존의 여행기처럼 다채롭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볼거리는 많을겁니다. 일정이 그리 길지 않으니 빨리 마무리하고 미뤄둔 페루 여행기로 돌아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몰디브 여행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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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상 자주는 못가지만 그래도 최근 한 해에 한 번씩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제가 느낀 점은 '내가 외국인이라면 (절대로) 우리나라는 여행하러 안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처럼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이 일정을 짤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숙박도 아니고, 음식도 아니고 다름 아닌 교통편입니다. 교통편이 틀어지기 시작하면 단순히 불편한 것 정도가 아니라 일정이 몽땅 어그러질 수도 있으니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우리나라는 어떤 이미지일까요? 서울의 경우 지하철이 구석구석 뚫려있다고는 하지만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심야에 이용이 제한되고, 아직까지도 전광판이나 안내 방송만으로는 행선지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본 지하철과 비슷한 수준(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하지요)으로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지하철은 나은 편이고 버스는 더 불편하고 택시는 정말 끔찍한 수준입니다. 서울이 이 모양이니 지방은 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하철과 버스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짧은 거리를 이용하거나 행선지를 찾기가 어려울 때 여행지에서 결국 이용하게 되는 것이 택시인데 제가 외국 관광객이라고 가정하고 서울에서 택시를 이용한다고 생각만 해도 악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국인에게도 거침없이 자행되는 승차 거부, 합승, 바가지 요금 등이 외국인에게는 얼마나 쉽게 자행될까요? 우리야 익숙하니 그냥 참고 이용한다고 하지만 여행자들도 과연 그럴까요?
올 여름에 그리스를 다녀왔습니다만, 생각보다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스에서 목격한 가장 불쾌한 일은 부실한 유적도 아니요, 살인적인 물가도 아니요, 입에 맞지 않는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아테네에서 목격한 택시 기사들의 행동이었는데 정말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과 붕어빵처럼 똑같더군요. 사람 골라 태우기, 목적지 흥정하기, 합승하기 등등....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기분을 싹 잡쳤습니다. Lonely Planet을 비롯한 대부분의 여행 정보지에도 그리스의 택시는 악명이 높으니 이용을 자제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택시에 대해서 외국인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아무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면 뭐합니까?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그 좋은 기분이 싹 날아갈텐데요.
며칠 전 자정이 되었을 무렵 과장을 하나도 안 보태고 40분 동안 줄잡아 100명의 택시 기사에게 승차를 거부당하고 거의 구걸하듯이 해서 올라탄 택시의 택시 기사는 제 옆에서 택시를 잡던 취객을 손가락질하면서 다음과 같이 빈정을 날리더군요. "청량리가려면 건너가서 타야지. 거기에서 밤새도록 기다려봐라. 청량리가는 택시가 서나" 정말 어이상실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방향을 모르면 밤새서 기다려라? 택시를 이용하려면 집으로 가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팔짝팔짝 뛰면서 기사님이 간택해주실때까지 아양을 떨어야 하는 겁니까? 그렇게 승차거부를 하고 지나간 택시 기사 중 한명만 제대로 된 방향을 알려주었다면 그 취객이 얼마나 고마워하면서 집으로 향했을까요?
저는 지금도 아침 8시에 태우러 오라고 하면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만류해도 매번 30분 이상 먼저 와서 기다리던 캄보디아의 택시 기사 '쌈얼'과, 자정이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할증은 커녕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데려다주려고 골목길 지름길로 내달리다가 골목을 막은 화물차량에게 차를 빨리 빼라고 화를 내던, 숀 코너리를 닮은 터키의 택시 기사, 무거운 짐가방 3개를 싣고 내리는 수고와 기본 요금도 안 되는 거리를 가는데도 허리까지 숙이면서 인사를 해 우리를 내심 미안하게 만들던 중년의 일본 택시 기사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세 나라는 여행하면서 좋은 추억만을 남겼습니다.
저는 관광 상품이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그런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여행객이 줄어드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Korea, Sparkling 캠페인을 하면서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숨겨진 명소를 찾아내는 것보다 택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대중 교통의 첨병인 택시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관광대국의 꿈은 그냥 집에서 꾸는 개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덧. 그리고 기사님들~ 제발 택시에 타자마자 "어떻게 해서 갈까요?"라고 물어보지 좀 마세요. 승객이 더 빠른 길을 알면 그 길로 가겠다는 의도에서 물어보는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저처럼 차 없이 다니는 사람은 '이 사람이 내가 길을 모르는지 확인해서 바가지 씌우려고 그러는건가?'하는 생각만 든다고요. 설마 제가 기사님들보다 서울 지리를 더 잘 알겠습니까? 그냥 알아서 제일 빠른 길로 가세요. 밤에 택시탈 때 취한 척 하는 것도 이제 지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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