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기 이전부터 물망에 올려 두었던 여행지인지라 관련책도 미리 사 두었죠. 블로그 등의 사이트 검색은 여행 일정 짜면서 그제서야 부랴부랴 뒤지고 다녔지만;;;
* 서적
Lonely Planet : Croatia(7th, 2013)
: 항상 해외 여행을 갈 때마다 의지하는 전통의 론플입니다. 이 책이 2013년 7월에 나왔으니 1년 만에 뭔가 크게 바뀔리는 없을거라고
이 책을 소개하는 포스팅에서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는데 정작 현지에 가 보니 관광지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 론플에 있는 가격 그대로 받고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올랐습니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여행인지라 론플의 강점 중 하나인 워킹 투어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론플의 최대 장점이 무색했습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 지상낙원 두브로브니크(2014)
: 한국일보의 최연진 기자가 쓴 책으로 꼼꼼하게 정리한 내용이 장점입니다. 저자의 조언대로 두브로브니크에만 올인할 여행자라면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지만 크로아티아 전역을 여행한다면 정보량이 부족해 다른 책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신혼 여행지로 크로아티아를 고려하신다고 해도 저는 두브로브니크 뿐 아니라 흐바르나 자다르를 추가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군요. 걷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당연히 플리트비체 추가!!
어느 멋진 일주일, 크로아티아(2012)
: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부인 '봄엔' 사업부에서 내놓은 '어느 멋진 일주일' 시리즈 중 크로아티아 편입니다. 여행 고수 이준명님이 썼고요. 우리나라의 평범한 직장인이 낼 수 있는 최대 휴가 기간인 7박 8일에 맞춰 최대한 알뜰하고 효율적으로 여행한다는 컨셉 하에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가이드 북의 정석을 따르는 책으로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 때도 가장 많이 참고한 책입니다. 단 2012년에 나온 책이라서 물가 정보는 부정확하기 때문에 여행비를 산정할 때는 최근에 나온 책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인터넷 사이트
유럽 여행을 할 때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는 '유랑' 네이버 카페는 이번 여행 때도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라는 회사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유랑에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게 되면 그만큼 한국인들과 조우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되거든요. 제가 론플(그것도 영문 론플)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이유와도 통합니다. 저는 중국인, 이스라엘인 다음으로 한국인들과 엮이는 걸 싫어합니다. 이건 그냥 제 생각일 수도 있는데 한국인들은 외국 여행 때 서로 아는 척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정보를 주려고 나름 호의를 베푼 것인데 까임을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에서 한국말이 들리면 입을 다물고 한국인 티를 안 냅니다. 그냥 각자 즐겁게 여행하면 되는거니까요(이놈의 시니컬~).
엔하위키 미러 : 크로아티아
: 언제부터인가(아마도 케냐 여행 때부터인 듯) 여행하는 국가의 관광청 사이트를 참고하는 걸 안 하게 되었습니다. 나라마다 편차가 크고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곳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싱가포르처럼
자체 홈페이지보다
공식 네이버 카페에 정보가 더 많은 나라들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여행하는 국가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정보는 위키피디아에서 살펴보는데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은 엔하위키 미러 사이트에서 살펴봤습니다. 웬만한 관광청 사이트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죠.
lifephobia
: lifephobia님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크로아티아 여행 정보 검색에서 처음으로 들어가 본 블로그인데 글을 군더더기없이 담백하게 쓰시는 게 좋았고 걷는 것과 여행을 좋아하시는 것도 마음에 들어서 주저앉아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꼼꼼히 정독했죠.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이 열흘 밖에 안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시지만 그런 말씀이 무색하게 정보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을러서 사진도 거의 보정없이 올리는 저와 달리 지도에다가, 역사 지식까지 꼼꼼히 적어 놓으셔서 17편에 달하는 포스팅만 읽어도 크로아티아 여행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질 정도입니다. 특히 감성돋는 사진이 읽는 맛을 더하죠. 게다가 론플을 비롯한 가이드 북에서 잘 다루지 않는 자다르 방문기가 있어 자다르를 일정에 넣으려는 분들에게는 단비같은 블로그이죠. 강추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07
★★★★☆
이미지 출처 :
YES24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몇 차례 밝힌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올해의 여행지가 정해지면 그 나라에 대한 대표적인 여행 에세이를 한 권 읽고, 그 다음에 Lonely Planet 영문판을 참고해서 대략적인 여행 일정을 짭니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면 그 나라의 관광청 홈페이지나 여행 블로그를 뒤적거리기도 합니다만 모든 여행을 그렇게 준비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행 에세이 -> 가이드 북의 순서는 항상 일정했죠.
여행 에세이를 읽는 개인적인 이유는 일종의 워밍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쁜 일상때문에 깊숙히 감추어 두었던 여행 유전자(이 말의 출처는 제가 알기로 여행고수
hertravel님입죠.)를 깨우는 작업이죠.
올해의 여행지는 라오스입니다. 여행지 선정은 그야말로 제멋대로 하는데 함께 사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느낌이 꽂히는대로 막 결정합니다. 어느 한 대륙에만 방문국이 몰리지 않도록 대충 고르게 가자는 정도의 어설픈 기준만 있을 뿐입니다.
관광을 하려면 태국으로 가고, 유적지를 보려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로 가라는데 대체 얼핏 보기에도 못 살고 지저분하고 여행하기 힘든 라오스는 왜 갈까요? 현문우답일 수 있겠지만 바로 그렇기때문에 갑니다.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 봐야 할 나라 1위라서가 아니고요. 물론 태국과 캄보디아는 이미 한 차례 다녀왔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
이 책의 저자인 김향미, 양학용 부부는 사람을 만나러 라오스로 갔다고 하네요. 결혼 10년 차에 배낭을 꾸려 세계 47개국을 967일간 여행한 뼛속까지 여행자인 이 부부의 여행 가치관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서문에 있는
"어느 날 나의 욕망이 실은 나의 욕망이 아니라는 것과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흔들린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나와 같은 뭇 여행자들이 라오스에 끌렸던 것은 그곳에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를 접한 순간 라오스에 대한 제대로 된 여행 에세이를 찾았다고 확신했습니다.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여행 가치관이 비슷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슷한 가치관을 가져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이들처럼 한 달씩 여행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이 느꼈던 평화와 깨달음을 나도 얻고 싶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기분좋고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닫기
* 때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국인과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할 때가 있다. 언어에 매이지 않고 이해하고, 언어로 포장하지 않고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세상은 다행히 시인과 나그네에게는 관대하고, 길 위에서의 어려움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두려움 대신 여행에 필요한 것은 계산하지 않고 단순해지기, 오직 그것이었다. * 어쩌면 여행이란 그런 것 같다. 우연히 찾아든 사원에서, 골목길에서, 강가에서, 이곳까지 떠나온 이유를 한 가지씩 알아가는 것.* 여행자는 길 위에서 내 안의 욕망에 충실해진다. 감추거나 더하거나 꾸미는 것 없이, 돈이나 속도 혹은 관습에 길들여지기 전 본래 내 안에 있었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솔직해진다. * 길 위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여행은 또 하나의 삶이 되는 법이다. 삶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들이 한 번의 여행 안에 다 녹아들기 마련이다. * 아쉬움은 끝이 없고 이대로도 괜찮아. 그들은 내 기억 창고 어느 구석에 가만히 앉았다가 가끔씩 나를 찾아와 행복하게 해 줄 테니까. * 만약 여행자가 어느 한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알고 싶다면, 그는 우선 이른 새벽 거리로 나서 보아야 한다. 잠이 덜 깬 도시의 맨 얼굴이 그곳에 있기 마련이다. * 배낭을 메고 다른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길을 나서는 여행자들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가슴이 울렁인다. 때론 길 위에 서 본 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연대감으로 울컥하기도 하고. * 이주민의 시공간이 현실이라면, 여행자의 시공간은 꿈일 수도 있다. 누군가 말했듯이 내가 타고 있는 배를 제외하고 모든 바다에 떠 있는 배는 낭만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현실을 너무 잘 아는 이는 여행을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딜 가든 또 하나의 현실이 있는 한 여행은 그저 소비 행위일 뿐일 테니까. 그럼에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여행자의 시공간에 머물고 싶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