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I-2/A의 대부분 척도가 경험적 기반에 기초해 만들어진 만큼 실제 측정하고자 하는 구성 개념을 그대로 평가하는 경우는 의외로 별로 없습니다. 중요하니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MMPI-2/A 지침서를 포함해 관련 서적에서 어떤 척도가 측정한다고 알려져 있는 바로 그 개념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그 척도가 실제로 무엇을 측정하는지 실전 노하우를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이걸 보통 그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데 어떤 그물이 원래 잉어를 잡으려고 만들었다고 해 보죠. 그 당시에는, 또는 어떤 문화권에서는 대부분 잉어가 잡힐 겁니다. 때로는 지금도, 한국에서도 잉어가 잡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잉어를 잡으려고 만든 그물에 대부분 메기만 걸려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거죠. 왜 그런지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잉어잡이 그물에 주로 메기가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다음처럼요.
오늘은 그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로 Hy(3) 임상 척도가 단독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을 때 고려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척도 이름에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연극성 성격 장애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책이 많지만 실제로 Hy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했을 때 이 그물에 걸리는 성격 장애는 연극성이 아니라 강박성입니다. 연극성은 B군이고 강박성은 C군이니 cluster도 다른 강박성 성격 장애 수검자에게 왜 Hy척도가 뜨는지 의아해 하실 수 있습니다.
TCI의 기질 유형을 이용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일단 Hy척도가 상승하는 수검자에게 중요한 게 뭔지 먼저 생각해 보면 당연히 '관심'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TCI의 연극성 기질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HLH
TCI의 기질/성격 유형은 항상 서로 댓구를 이루기 때문에 뒤집어서 볼 수 있습니다. HLH를 뒤집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HLH <-> LHL
바로 강박성 기질이죠. 그러니까 TCI 기준으로 연극성과 강박성은 서로 상극이면서 통하는 공통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관심'이죠. 연극성 기질에게 관심이란 바로 '애정'입니다. 그럼 강박성 기질에게 관심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강박성 기질은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관심은 바로 '안전'입니다.
자 그럼 '애정'과 '안전' 중 무엇이 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욕구일까요? 당연히 '안전'입니다. 물론 애정도 중요하지만 안전은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욕구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극성 기질보다 강박성 기질이 타인의 관심과 평가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물론 Hy척도가 상승할 때 연극성 성격 장애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확률적으로 훨씬 드물게 나타납니다. 사실 저는 Hy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연극성 성격 장애(또는 연극성 기질)였던 사례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 기억에는 거의 항상 강박성 기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Hy척도가 단독 상승하는 경우 임상 소척도의 양상을 살펴보기는 해야 하겠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강박성 기질군입니다.
강박성 기질(또는 성격 장애)은 상담자를 찾아오는 가장 흔한 기질 유형이기도 하니 평소에 열심히 공부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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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야심만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C가 사적인 자리에서 사진 촬영을 거절하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저는 TV가 아예 없기 때문에 못 봤습니다만). 강호동이 연예인이 받는 보수는 그런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식의 멘트를 했고 그건 고액을 받는 강호동에게나 적용된다는 식의 반발도 있었고. 어쨌거나
제가 불편한 건 연예인이기 때문에, 보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변에 깔려 있는 논리입니다.
보수를 많이 받기 때문에 감내하라는 논리는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 일단 그 기준부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받으면 찍 소리 않고 팬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하나요? 100만 원? 1,000만 원? 1,000만 원이라면 대체 뭐까지 해 줘야 하나요? 싸인? 사진 촬영? 허그? 이런 걸 논리라고 들이대는 사람들을 보면 자본주의의 논리에 완전히 세뇌되어 자신의 자존감까지 돈에 사고 팔 사람들 같아서 참 서글픕니다.
그런데 이들보다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도 감내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잘 들여다 보면 인간 대 인간이라는 관계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그저 내가 비용을 지불했으니까 너는 당연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 서비스의 한계는 내 마음대로 정하겠다는 안드로메다의 논리이죠.
그들의 논리대로 그대로 돌려준다면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돈을 냈으면 그 돈에 상응하는 서비스만 받으면 됩니다. 김C가 이야기를 했듯이 공연에 티켓을 사서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사진 촬영을 해 준답니다. 그런데 길에서 달려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사진 촬영에 연예인이 왜 응해야 하죠? 그 잘난 돈도 안 냈는데? 지금 돈도 없으면서 사진 구걸하나요?
연예인도 엄연한 직업인이고 직업 정신을 갖고 자신의 일터에서 댓가를 받은 만큼 일하면 됩니다. 일터를 떠나서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는 연예인도 있을테고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고 싶은 연예인도 분명 있을 겁니다. 저도 제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연예인이 당연히 고맙겠지만 그렇다고 거절하는 연예인을 욕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제 사생활이 중요한 것처럼 그들의 사생활도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 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게 자신에게 적용되었을 때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한번 심사숙고해 보시고 그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무엇까지 감수해야 하는지도 다시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것 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때문에 우리는 매 년 아까운 연예인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있으니까요.
연예인의 사생활이 뭐 그렇게 대수냐, 침해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말고요. 쭈욱 그렇게 사세요.
우이독경을 한 제가 바보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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