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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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출판사는 살림지식총서라는 문고판 시리즈를 갖고 있습니다. 잘 뒤져보면 재미난 책이 많은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꽤 많이 알려진 철학자이자 인문학자인 강유원 선생이 쓴 이 책은 처음부터 던지는 사유의 질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고 자연을 마주보며 살고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일치해 살아가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행복하고 지구에게도 행복을 준다. 그런데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들어 한쪽 구석에 쌓아놓는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책을 읽은 이는 전체 숫자에 비해 얼마 되지 않는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책 자체가 아닌 책이 놓인 공간 속에서 책의 의미를 살펴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언명의 비진리성은 더더욱 두드러진다'
그래서 저자는 텍스트와 텍스트가 생산된 컨텍스트(맥락)가 뒤엉킨 세계 속에서 책들이 당대 인류의 생활세계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으며 어떻게 그 세계에 개입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자 했다고 말합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모세 5경, 사자의 서, 일리아스, 국가론, 갈리아 전기, 신국, 신학대전, 군주론, 리바이어던, 백과전서, 국부론, 종의 기원과 같은 텍스트가 세계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풀어내는데 이게 의외로 생각보다 쉽게 읽힙니다. 별로 어렵지 않아요(순전히 제 기준에서).
아주 얇은 문고판 서적이고 100페이지가 안 되는 두께에 거의 5,000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 값어치(사실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더 적절한 단어를 못 찾아서리...)를 충분히 하는 책입니다. 얇은 책인데도 10쇄나 찍었네요.
읽고 나서 든 생각인데 제목도 딱~입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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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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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매년 한 권씩 집필한 '로마인 이야기'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는 무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발로 취재한 방대한 정보와 역사적 실체 뿐 아니라 그 오래 전 이야기를 씨실과 날실로 활용해서 우리의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놓는 뛰어난 소설적 상상력은 읽을 때마다 항상 경탄하게 만듭니다.
저는 14편
'그리스도의 승리(2006)'까지만 봤고 로마인 이야기의 대단원인 15편을 아직 못 읽었는데요. 이번에 알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유명세를 탄 로마인 이야기 뿐 아니라 데뷔작 '르네상스의 여인들'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바다의 도시 이야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신의 대리인',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등 로마사와 지중해 패권을 다룬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내놨습니다. 물론 모두 걸출한 것들 뿐이지요.
이 책은 비교적 초기의 작품으로 1960년대 초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일본 학생 운동이 좌절된 이후 방황의 탈출구로 삼았던 이탈리아에서 만난 마키아벨리에게 깊은 영감을 받았던 그녀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마키아벨리하면 권력을 위해서는 어떠한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말아야 하는 냉혹한 군주가 되기를 요구하는 군주론을 쓴 냉혈한으로 생각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녀는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태어나서 피렌체 중앙 정청의 관리가 될 때까지의 29년과 관료 생활 15년, 그리고 실직 후 죽을 때까지의 14년의 셋으로 나누어서 각각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생각하였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녀가 수재에 아무리 대 자를 붙여봐야 천재를 따를 수 없다고 추켜세운 마키아벨리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중키에 작은 머리, 용모도 별로였던데다 행색 뿐 아니라 거동도 점잔과는 거리가 먼 다소 경박한 인물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마키아벨리즘의 태두가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마키아벨리의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지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정략론, 전략론을 읽기 전인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그의 사상의 기반이 되는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마키아벨리를 친구라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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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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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진정한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고전을 즐겨 읽는 사람은 눈씻고 봐도 눈에 잘 띄이지 않죠. 그만큼 고전 읽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강유원 선생은 고전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자세로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 저자와 그의 시대를 철저하게 이해하기, 둘째. 전체를 통독하고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보기, 셋째. 구조를 파악하기, 넷째. 독특한 표현과 비유들을 찾아내기, 다섯째. 소리내어 읽기, 여섯째. 문장 다시 써보기, 일곱째. 핵심만 추려내어 써보기입니다. 말이 쉽지 이건 뭐 거의 고시 공부 수준입니다. ㅠ.ㅠ
이 책은 강유원 선생이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2007년 6월 8일부터 7월 27일까지 8회에 걸쳐 진행한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강의를 정리한 겁니다.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로크의 '정치론'을 고전 읽기의 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전을 읽을 때에는 시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 당시의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강유원 선생이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기는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습니다. 심리학책을 메모하고 정리하면서 읽는 것도 힘든 일인데 고전까지 그렇게 요약하면서 머릿속에 넣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제게 고전 읽기는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래도 고전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길잡이를 찾은 것 같아서 반갑고 고전 읽기에 도전하실 분들은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하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80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얇고 가벼운 책이거든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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