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책을 번역자인 권정옥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게 2011년 6월 10일이니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참 세월이 빠릅니다(눈물 닦고~). 그동안은 바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EMDR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하드커버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보니 마음 잡고 읽어야 하는데 그럴 겨를이 없어서 지금까지 미루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EMDR을 공부하려면 무엇보다 창시자인 Francine Shapiro가 쓴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북 디자인 신경 안 쓰기로 학지사를 능가하는 시그마프레스에서 나온 책인만큼 정말 독서의욕을 떨어지게 만드는 비쥬얼인데다 제목도 Shapiro의 원전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여 '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으로 붙여 놨기 때문에 독서를 결정하기까지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책입니다.
하지만 일단 내용을 보면 반전인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쉽게 술술 읽히는데다 단순히 EMDR 이론을 소개한 딱딱한 전공서가 아닙니다. 이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데,
1장. 배경
2장. 정보처리 조정과정
3장. EMDR 치료의 구성요소와 기본효과
4장. 단계1(내담자 개인사)
5장. 단계2와 3(준비와 진단)
6장. 단계4에서 7까지(둔감화, 심기, 신체 스캔, 마무리)
7장. 재경험 반응과 차단된 진행 다루기
8장. 단계8 : 재평가와 EMDR 표준 세 갈래 프로토콜의 사용
9장. 특별상황 프로토콜과 진행절차과정
10장. 인지 짜 넣기(진행이 어려운 내담자를 위한 적극개입전략)
11장. 특정 인구
12장. 이론, 연구, 임상적 의의
이 책 한 권만 읽고 그 다음에는 수련을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이론적 논쟁, 연구 결과들과 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은 맨 마지막 장인 12장에 몰아두었기 때문에 관심이 없으면 12장만 skip하면 됩니다.
EMDR은 그냥 치료자의 손가락 지시에 따라 내담자가 눈을 좌우, 위아래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억압된 기억과 정서를 재처리하는 기술이라고만 단순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EMDR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오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과정과 절차, 주의 사항은 그 어떤 치료기법보다 내담자를 보호하려는 의지 면에서 철저하더군요. 그 철저함에 살짝 감명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EMDR을 배울 생각이 없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두면 좋은 책이고 EMDR에 본격적으로 입문하시려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만약 제가 EMDR을 배운다면 저는 다른 책은 그만 읽고 이 책을 읽은 뒤 곧바로 전문가 워크샵을 들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처음에는 '월든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도 정리하려고 했는데 밑줄 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정리를 다 못하겠더라고요. 어쨌든 임상, 상담 전공자들은 한번 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좋습니다.
덧. 이 책은 소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예정이라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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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책
이 책은 William R. Miller와 Stephen Rollnick의 'Motivational Interviewing : Preparing People for Change(2002)'를 한동대학교의 신성만 선생님과 대구 새미래심리건강연구소의 손명자, 권정옥 선생님이 공동 번역한 책입니다.
제가 이전에 소개한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 프로그램(1994)'이 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습서 형태의 책이라면 이 책은 현장에서 상담하는 전문가를 위한 개론서 겸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책의 핵심 내용은 매우 유사합니다. 차이점이라면 '변화 프로그램'이 변화 단계 모형에 따라 각 단계를 엄밀하게 구분하고 각 단계의 습득도를 스스로 측정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형태로 구성된 반면에 이 책은 동기강화상담의 기본 이론과 실제 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놨다는 것입니다.
일단 동기강화상담 내지는 변화단계모형을 이용한 책 중 국내에서 제대로 번역되어 출판된 책은 이 두 권이 유일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동기강화상담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두 권만큼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사실 이 두 권의 책에 Miller & Rollnick, Procheska, Nocross & Diclemente라는 동기강화상담의 고수들이 모두 출동하니까요.
우선 번역의 질은 매우 훌륭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매끄럽게 번역이 되어 읽기에 아주 편합니다. 참 부러운 번역 실력입니다. 내용 또한 동기강화상담의 핵심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어서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일독하면 동기강화상담의 핵심은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단점은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권에 담다보니 동기강화상담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나 도움이 될 부분이 후반부에 너무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16장부터는 동기강화상담의 변형인 AMI의 효과 검증, 청소년, 범법자, 부부, 이중장애 치료에 대한 동기강화상담의 적용 가능성을 연구 review를 통해 살펴보고 있거든요. 한 권의 책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으려는 저자들의 노력에는 공감하지만 솔직히 독자의 입장에서는 2권으로 나눠 출판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 시간이 없는 분들은 15장까지만 읽으시면 됩니다.
저는 꼭 중독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담/심리치료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이 동기강화상담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많은 치료기법들이 내담자/환자가 동기 수준이 높고 자발적으로 상담/심리치료에 참여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진행하는데 현장에서 실제로 보면 준비되지 않았거나 강한 양가 갈등 상태에 있어 치료적인 기법을 바로 적용할 수 없는 내담자/환자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동기강화상담입니다.
이 책은 임상 현장에서 내담자/환자를 직접 상담/심리치료를 하는, 혹은 하게 될 분들에게 추천하고 특히 중독 분야에서 일하게 될 분들에게는 필독서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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